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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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카유키와 도모미는 교통사고를 인연으로 만났다. 다카유키의 승합차를 도모미의 스포츠카가 바짝 뒤따르다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도모미의 책임이었지만, 다카유키는 병문안을 가기로 한다. 병원에 도착한 다카유키가 병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문을 연 다카유키는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고 만다. 그녀가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다카유키 덕분에 도모미는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녀는 발레리나가 꿈이었는데, 이번 교통사고로 한쪽 발을 절단하게 되어 좌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도모미는 적극적으로 결혼식 준비에 매진한다. 하지만 그녀는 또 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만다. 커브길을 돌다가 핸들을 충분히 꺾지 못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얼마 후,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었다고 바로 인연을 끊는 것도 이상했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사업상 이득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 오빠 도시아키, 어머니 아쓰코, 사촌여동생 유키에는 친족이었다. 그리고 도모미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게이코와 유키에를 졸졸 따라다니는 덜떨어진 의사 기도, 노부히코의 비서 시모조, 그리고 다카유키까지 합하면, 별장에 총 8명이 모이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 경찰에 쫓기던 은행 강도 2인조가 별장에 침입한다. 놀라기는 강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이 별장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강도들은 할 수 없이 공범과 합류하기 전까지 이들을 인질로 잡기로 결정한다.

인질들은 SOS 사인을 문 앞에 그리거나, 정전 상태를 만들어 탈출 기회를 엿보지만 번번히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게다가 그날 밤, 유키에가 등에 칼을 맞고 사망한다. 강도들은 그녀를 죽일 이유도, 기회도 없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8명 중 1명이라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소설가 게이코는 도모미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판이었고, 유키에가 죽으면서 함께 사라진 일기장의 페이지가 하필 도모미가 사망하던 시점이라는 것도 이상했다.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했던 시모조가 탐정역을 떠맡는다. SOS 사인을 볼 수 있고, 타이머의 시간을 조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합리적인 추리 끝에 노부히코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유키에를 죽인 이유는 그녀가 다카유키를 차지하기 위해 도모미에게 생리통 약 대신 수면제를 주었다는 추측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때 노부히코가 별장 문 밖으로 몸을 날려 호수로 떨어지고 만다. 범인은 정말로 노부히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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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치고는 구성이 조잡하다. 게다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인 서술트릭을 사용했다. 서술트릭은 결국 독자를 속이는 행동이다. 깜짝쇼는 될 수 있을 지언정, 정당한 대결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서술트릭을 몇 번 경험해본 독자들은 서술트릭을 눈치채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해설을 쓴 오리하라 이치도 그 점을 지적하는데, 나 역시 중반 이후부터 서술트릭은 아닐까 하고 의심했었다. 서술트릭의 가장 큰 약점은 화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트릭 자체에 내재해 있다. 당연히 서술자의 시각과 태도, 대화들만 미묘하게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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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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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겐토의 아버지 고가 세이지가 지하철역에서 쓰러져 사망한다. 사인은 '흉부 대동맥류 파열'이었다. 겐토는 아버지가 생전에 연구자금 부족에 허덕였고, 사교성이 떨어졌으며, 약간 좀스러웠음을 떠올린다. 그런 아버지였지만 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은 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사람이 달라 보였다. 

가까운 친지들과 지인들을 모시고 장례식을 치룬 뒤, 일상생활로 돌아간 겐토는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보낸 메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아버지가 메일을 보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메일을 보낸 날짜가 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뒤였기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아이스바로 더러워진 책을 펴라'는 메일 내용에 따라, 어렸을 적 겐토가 더럽힌 아버지의 책을 펴니 거기에는 또 다른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검은색 소형 노트북과 500만엔이 든 현금카드를 가지고 도쿄의 한 아파트로 가라는 것, 그리고 모든 통신 수단은 도청된다고 간주할 것. 겐토가 도쿄의 아파트로 가보니 그곳은 실험실로 꾸며져 있었고, 마지막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흰색 노트북에 연구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들어 있으니 2월 28일까지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하여 미국인이 방문하면 거네주라는 것이었다.


한편, 조너선 '호크' 예거는 민간 경호 업체 웨스턴 실드 社에 소속된 용병으로 이라크에서 목숨을 걸고 돈을 벌고 있었다. 미군이 사망하면 여론이 들끓었지만 민간 경호 업체 직원의 사망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응당 미군이 해야할 일들을 민간 경호 업체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조너선 역시 원래는 특수부대원이었다. 하지만 아들 저스틴의 병원비를 대기에는 급여수준이 맞지 않았다. 저스틴은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사경을 헤메고 있었고 치료비 역시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리디아가 조너선에게 전화를 걸어와 저스틴의 용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제 아들의 살 날은 기껏해야 한 달 남짓이었다. 그리고 그 즈음 조너선에게 한달에 4만 5천 달러의 급여가 지급되는 특수임무 제안이 들어온다. 임무의 내용은 아프리카 콩고에 가서 신종 전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판단되는 일단의 부족, 그리고 그 부족과 접촉한 미국인을 사살하는 것. 그리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또 다른 임무는 '신종 생명체로 보이는 것과 조우하는 즉시 죽일 것' 이었다.


일본과 아프리카 콩고를 잇는 연결점이 과연 무엇이기에, 전혀 다른 이 두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일까? 혹시 겐토가 합성하려는 화합물이 저스틴이 걸린 '폐포 상피 경화증'의 특효약은 아닐까? 하지만 전혀 다른 대륙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조우하게 된다는 말일까. 그리고 '신종 생명체'라는 것은 무엇이기에 보이는 즉시 사살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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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라는 말은 인종, 이념, 종교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살해하여 절멸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 단어를 처음 본 게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Black Sabbath의 Dehumanizer 앨범에 수록된 Computer God이라는 노래에서 Ronnie James Dio가 마침표를 쎄게 찍듯이 발음하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아직 냉전시대였기 때문이었겠지만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만연했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핵전쟁 시에 사망자를 세는 단위인 Megadeath의 철자를 살짝 변형시킨 Megadeth가 매우 인기있는 그룹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가사들이 뭐가 멋지다고 연습장에 쓰고 외웠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용기 있는 발언들을 쏟아낸다. 중국 난징에서 자행되었던 대학살, 한반도 식민지배 중 자행 되었던 잔인한 행위들, 관동 대지진의 희생양으로 학살당한 조선인들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인간은 스스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종족인가?


가끔씩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이 모든 것이 최고로 발달된 '마지막'이라는 착각을 한다. 헤겔조차 그러한 오류에 빠졌으니, 필부인 우리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체제가 가장 완벽한 체제가 아닐 것이고, 인간이 진화된 최종 단계의 생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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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에 태어나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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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적한 시골에 '집시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는 '탑집'이라는 이름의 저택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폐가처럼 변해 버렸다. 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저주받은 땅이라는 소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깨름직하게 여겼다. 실제로 굽은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기도 했다.

가난하지만 야심많은 젊은이 마이클 로저스는 집시 언덕에 자신의 집을 짓고 멋지게 사는 공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돈이 없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집시 언덕을 어슬렁 거리던 마이클이 깜찍하고 예쁜 아가씨 엘리를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둘은 집시 언덕과 탑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젊은 남녀가 곧잘 그러하듯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에 빠진 두 젊은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엘리가 마이클에게 자신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라는 사실을 밝힌다. 마이클은 '그런거야 아무려면 어떤가' 하는 태도였고, 엘리는 그런 마이클이 더 미덥게 여겨졌다.

비밀리에 결혼한 엘리는 얼마 뒤 성년이 되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고, 마이클과 함께 집시언덕을 구입하여 새로운 집을 짓는다. 건축가는 마이클의 친구로 샌토닉스라는 불치병에 걸린 천재였다. 마침내 집이 완성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둘 사이에 불청객이 끼어든다. 불청객은 그레타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로 엘리의 비서 겸 말벗이었다. 그녀는 지나치게 똑똑했고, 엘리는 그녀를 지나치게 믿었다. 마이클과 그레타는 사사건건 부딪혔기에 그녀가 집에서 나가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엘리가 그녀를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엘리가 말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얼마 뒤 그녀와 함께 말을 타곤 했던 클로디아 하드캐슬이라는 여인이 사망하고, 마이클과 엘리가 집시언덕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경고했던 집시 노파도 사망한다. 마이클은 엘리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재정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늑대와 같은 엘리의 친척들에 둘러싸여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1년 뒤, 마이클이 영국으로 돌아온다.

마이클은 그레타와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와 마이클은 엘리라는 여인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고, 마이클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것도 그레타밖에 없었던 것이다. 돌아온 마이클이 집 앞에서 엘리의 환영을 본다. 그레타와 재회한 마이클이 엘리의 변호사로부터 온 편지를 뜯어본다. 그리고 블레이크의 시를 떠올린다.


Every Night and every Morn

Some to Misery are born

Every Morn and every Night

Some are born to Sweet Delight

Some are born to Sweet Delight

Some are born to Endless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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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에 태어나다>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과 같은 수법을 차용한 소설인데, 이에 대한 평가는 유명한 추리소설가 사이에서도 갈린다. 반 다인의 경우에는 파렴치한 짓으로 보았고, 도로시 세이어스의 경우에는 트릭이 훌륭하다고 격찬했다. 나는 반 다인과 의견이 같다. 

소설에 나오는 블레이크의 또 다른 시가 어쩐지 익숙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블레이크의 시집을 읽어본 적이 없다. 어딘가에서 인용된 것을 보았음에 틀림없다.


Little Fly

Thy summer's play

My thoutless hand

Has brushed away


Am not I

A fly like thee?

Or art not thou

A man like me?


For I dance

And drink, and sing

Till some blind hand

Shall brush my wing


If thought is life

And strength and breath

And the want

Of thought is death


Then am I

A happy fly

If I live

Or if I die


몇 번을 읽어보고서야 기억이 떠올랐다. E.L.보이니치의 <등에>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는데 거기에 수록되어 있는 구절이다.


서명은 없었다. 그 대신 그들이 어렸을 적에 함께 배웠던 동요가 편지 아래에 적혀 있었다.


난 행복한

등에 한 마리

내가 살든,

내가 죽든.


동틀녘이면 총살 당하기로 예정된 운명의 개드플라이가 어릴적부터 사랑했던 친구 젬마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제서야 저 동요가 사실은 블레이크 시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알겠다. <등에>를 읽은지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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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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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대기업 총수 헨리크 방예르의 의뢰를 맡아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해결한 마이클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 사건이 해결되고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둘 사이는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이다.

베네스트룀의 계좌를 해킹해서 백만장자가 된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대스타가 된 마이클이 언젠가는 자기를 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곁을 떠나 세계여행을 떠나버렸다. 마이클은 마이클 대로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리스베트를 그리워 하면서도 밀레니엄의 편집장 에리카와 전편의 실종녀 하리에트 등과 관계를 맺으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편,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성폭행 했다가 배에 흉측한 문신이 세겨진 닐스에리크 비우르만 변호사는 2년간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살란데르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문신을 지운 비우르만은 리스베트의 보고서들을 꼼꼼히 검토하며 그녀의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비우르만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하는데, 살란데르가 열세살 때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정신병원에 갖혔는데, 도대체 그 사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만 '모든 악이 일어났을 때'라는 애매한 표현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비우르만은 그 힌트가 1991년의 경찰 보고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보고서는 후견인인 자신조차 접근이 허가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수상한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우르만은 보고서에 등장하는 경찰의 이름이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우르만은 과거에 알고 지냈던 그 경찰관을 통해 마침내 보고서를 입수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죽음을 바라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즈음, 잡지사 <밀레니엄>은 새로운 기획 기사의 주제로 여성 인신매매를 선정하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사를 쓰고 있는 사람은 다그 스벤손이었는데, 그의 여자친구 미아 베리만도 같은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은 오랜 연구와 취재 끝에 동유럽 미성년자에 대한 광범위한 성적 착취와 인신매매가 스웨덴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 냈는데, 성을 산 사람 중에는 법무부 공무원과 비밀기구 세포 경찰관, 변호사와 판검사, 그리고 성거래를 폭로하는 기사를 쓴 기자도 끼어 있었다. <밀레니엄>은 이들의 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마이클은 다그 스벤손과 호흡을 맞추며 기사와 함께 발간될 책 만드는 작업에 의욕적으로 메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완성되지 못한다. 어느 날, 누군가가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의 집에 찾아가 둘의 머리에 45구경 매그넘 총탄을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것은 공교롭게도 마이클이었다.

출동한 경찰은 살해에 사용된 무기를 지하 층계에서 발견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지문을 채취한다. 권총의 소유주는 비우르만 변호사로 밝혀졌는데, 그 역시 얼마 뒤 집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은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정신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고, 폭력 행위로 체포된 이력까지 있음을 확인하자 즉시 삼중 살인 용의자로 공개수배한다. 언론은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정신병에 걸린 흉폭한 살인마, 악마주의에 심취한 레즈비언 등으로 묘사하며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낸다.

하지만 마이클 블롬크비스트의 생각은 달랐다. 다그 스벤손이 작업하던 책이 발간되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잠재적 용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특이하긴 해도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살인에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경찰은 초기에 마이클의 의견을 묵살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리스베트 살란데르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밀턴 시큐리티의 아르만스키가 그랬고, 유명한 복서인 파울로 로베르토가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어디에서도 자취를 드러내지 않은 채 오직 컴퓨터를 통해서만 마이클 블롬크비스트와 연락했고, 그 과정에서 다그 스벤손이 거듭 언급하던 신비로운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 이름은 바로 Zala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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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의 2편에 해당하는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전편과 달리 구성이 산만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억지스럽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해외 여행에 갔다가 겪게 되는 이야기, 즉 아내를 죽이려 하는 목사나 현지 꼬맹이와 관계 맺는 이야기 등은 전체 구조 속에서 생뚱맞아 보인다. 비우르만과 금발거인 로날드 니더만, 그리고 막예 룬딘이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해치려는 계획은 너무 어처구니 없이 들통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쌍둥이 동생 이야기도 뭔가 있을 것처럼 시작 되지만 그때 뿐이고 나중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뭔가 쫓기며 쓴 것처럼 구성의 힘보다는 우연에 기대는 때가 많은데, 미리암 우를 전직 복서 파울로 로베르토가 쫓아가는 장면도 그렇고, 리스베트가 쫓기는 것을 미카엘이 목격하는 것도 그렇다.

결국, 2부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아버지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왜 그녀가 정신병원에 갖히게 되었는지에 대한 번외편 정도로 읽으면 모를까, 1부의 잘 짜여진 구조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기대하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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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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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겨울, 오슬로 주 북동쪽에 위치한 로메리케. 한 여자가 아들을 차 안에 남겨둔 채 집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에는 어디론가 떠나려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불륜 관계를 맺어 왔고, 남자가 이곳을 떠나면서 관계도 정리될 예정이었다. 여자는 남자를 강요해 마지막 관계를 맺는다. 

이 모든 것을 여자의 아들이 창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은 둘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고, 남자의 가슴에 젖꼭지가 없다는 것도 발견한다. 아들은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문득 깨닫는다. 돌아가는 길에 아들은 엄마의 머리를 잭으로 내려친다. 차가 물에 빠지고, 여자는 사망한다.


1992년, 빌 클린턴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던 해에 울리겐 산 정상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당한 여자의 이름은 라일라 오센이었다. 유능하지만 손버릇이 나쁜 경찰 라프토가 사건을 맡게 된다. 그는 라일라 오센의 친구 온뉘 헤틀란에게서 라일라 오센이 만나는 남자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범인은 온뉘 헤틀란도 살해한 뒤 라프토에게 단 둘이 만나자는 전화를 건다.


2004년은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던 해이다. 이 해에 헤리 홀레 반장의 상황은 최악을 겨우 면한 정도였다. 파트너였던 엘렌 옐텐과 잭 할보르센, 그리고 상관이었던 비아르네 묄레르는 사망했다. 연인이었던 라켈과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고,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힘들었으며, 집 안에는 곰팡이가 피어나기 시작해 공사가 필요했다. 

그런 시기에 베르겐 경찰청에서 4년을 근무한 카트리네 브라트가 전근을 와서 홀레 반장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 그녀는 경험은 적었지만 새로운 일터에 금방 적응했고, 거친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강단이 있었다.


이들이 맡게 된 새로운 사건은 유부녀 실종 사건이었다. 필리프 베케르라는 물리학 교수의 아내 비르테 베케르가 어느 날 실종된다. 둘 사이에는 요나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녀가 사라진 대신 마당에 누군가가 만든 눈사람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눈사람 목에는 요나스가 선물해준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발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얼마 뒤 눈사람 속에서 발견된 비르테의 노키아 휴대폰은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단서였다.

홀레는 자신에게 배달된 이상한 편지가 떠올랐다. 편지에는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지?' 라고 반복적으로 묻는 내용이었는데, 언론에 유출된 적 없는 연쇄살인범의 이름 '무리' 가 적혀 있었다. 홀레는 직감적으로 이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 혹은 일부라고 느낀다.

얼마 뒤 쉴비아라는 여자가 사라진다. 그녀는 롤프라는 남자와 결혼하여 쌍둥이를 두고 있었는데 이 여자도 실종된 뒤 눈사람이 발견된다. 이번에는 눈사람의 머리 대신에 쉴비아의 머리가 올려져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살인사건 전담팀을 구성한 홀레는 실종된 여자들의 자녀들이 같은 병원에 다녔다는 것과 1992년 이후 매년 첫눈이 내릴 때 여성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연쇄살인이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이들이 다녔던 병원 원장은 이다르 베틀레센이라는 남자였는데, 홀레의 여자친구가 새로 사귄 마티아스와 의대 동기였다. 마티아스를 통해 알아본 이다르 베틀레센은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성형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운영했는데, 파르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대해서도 전문가라고 했다.

홀레는 호텔 주변을 탐문한 결과 이다르 베틀레센이 창녀들뿐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적 관계를 맺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즉시 이 사실을 바탕으로 이다르 베틀레센을 압박한다. 하지만 얼마 뒤 의사는 카나드리옥사이드를 스스로 주사해 자살하고 만다. 모든 정황은 이다르 베틀레센이 범인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이다르가 창녀와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홀레는 자신의 팔에 직접 주사를 해 봄으로써 그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다르 베틀레센의 몸에서는 20mm의 카나드리옥사이드가 검출되는데, 이 약물은 8mm 정도가 주입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누군가 강제로 주입한 것이 틀림 없었다.

홀레는 유부녀 연쇄 살인 사건의 시작이 1992년이고, 당시에 사건을 맡았던 형사 라프토가 실종되었다는 것에 마음이 걸렸다. 그가 연쇄살인범일까? 아니면 그는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했을까?

얼마 뒤, 라프토의 오두막 냉동고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된다. 잘려나간 코에 당근이 매달려 있었고, 입은 실로 꿰메져 있었는데 그 모습은 눈사람 같았다.


다음으로 떠오른 유력한 용의자는 아르베 스퇴프였다.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언론인인 그가 실종, 혹은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아르베 스퇴프, 그리고 실비아와 불륜 관계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에게는 파르 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이 있어서 아이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카트리네 브라트가 아르베 스퇴프를 유혹해 그의 집으로 가서 그를 살해하려 한다. 간신히 홀레 반장이 그녀를 제지한다. 카트리네 브라트는 라프토의 딸이었고, 그녀는 오로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경찰에 투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단서를 따라가다가 막다른 길에서 멈춘 홀레 앞에 젖꼭지가 없는 사내가 등장한다. 그가 노리는 사람은 홀레 반장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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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구성 때문에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운데 작가가 1980년과 1992년, 그리고 2004년이라는 세 개의 시간대와 이다르 베틀레센, 아르베 스퇴프, 그리고 카트리네 브라트라는 세 명의 페이크 용의자를 직조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수께끼 풀이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프롤로그를 세심하게 읽어보면 살인범의 살해 동기와 신체적 특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소설에서는 수수께끼 풀이보다 핏줄이 다른 부자관계들을 흥미 깊게 살펴본 것 같다. 헤리와 올레그, 그리고 필리프 베케르와 요나스.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 부자의 관계를 보다 보면 브레히트의 <코카시아의 백묵원>이 떠오른다. 모정이건, 부정이건 그것은 핏줄이 담지하는 독점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계산동 홈플러스 4층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다. 처음 몇 달간은 임시영업 현수막을 걸고 운영하더니 장사가 꽤 되는 모양인지 정식 입점했다. 아이 키즈카페 데리고 가는 길에 들러 책을 사가지고 읽었는데, 새로운 안경 성능이 매우 만족스럽다. 근 6개월 이상 잘 보이지 않아서 책을 거의 못 읽었고, 그래서 의기소침했었는데 다시금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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