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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평점 :
주인공 다카유키와 도모미는 교통사고를 인연으로 만났다. 다카유키의 승합차를 도모미의 스포츠카가 바짝 뒤따르다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도모미의 책임이었지만, 다카유키는 병문안을 가기로 한다. 병원에 도착한 다카유키가 병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문을 연 다카유키는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고 만다. 그녀가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다카유키 덕분에 도모미는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녀는 발레리나가 꿈이었는데, 이번 교통사고로 한쪽 발을 절단하게 되어 좌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도모미는 적극적으로 결혼식 준비에 매진한다. 하지만 그녀는 또 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만다. 커브길을 돌다가 핸들을 충분히 꺾지 못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얼마 후,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었다고 바로 인연을 끊는 것도 이상했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사업상 이득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 오빠 도시아키, 어머니 아쓰코, 사촌여동생 유키에는 친족이었다. 그리고 도모미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게이코와 유키에를 졸졸 따라다니는 덜떨어진 의사 기도, 노부히코의 비서 시모조, 그리고 다카유키까지 합하면, 별장에 총 8명이 모이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 경찰에 쫓기던 은행 강도 2인조가 별장에 침입한다. 놀라기는 강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이 별장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강도들은 할 수 없이 공범과 합류하기 전까지 이들을 인질로 잡기로 결정한다.
인질들은 SOS 사인을 문 앞에 그리거나, 정전 상태를 만들어 탈출 기회를 엿보지만 번번히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게다가 그날 밤, 유키에가 등에 칼을 맞고 사망한다. 강도들은 그녀를 죽일 이유도, 기회도 없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8명 중 1명이라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소설가 게이코는 도모미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판이었고, 유키에가 죽으면서 함께 사라진 일기장의 페이지가 하필 도모미가 사망하던 시점이라는 것도 이상했다.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했던 시모조가 탐정역을 떠맡는다. SOS 사인을 볼 수 있고, 타이머의 시간을 조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합리적인 추리 끝에 노부히코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유키에를 죽인 이유는 그녀가 다카유키를 차지하기 위해 도모미에게 생리통 약 대신 수면제를 주었다는 추측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때 노부히코가 별장 문 밖으로 몸을 날려 호수로 떨어지고 만다. 범인은 정말로 노부히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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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치고는 구성이 조잡하다. 게다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인 서술트릭을 사용했다. 서술트릭은 결국 독자를 속이는 행동이다. 깜짝쇼는 될 수 있을 지언정, 정당한 대결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서술트릭을 몇 번 경험해본 독자들은 서술트릭을 눈치채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해설을 쓴 오리하라 이치도 그 점을 지적하는데, 나 역시 중반 이후부터 서술트릭은 아닐까 하고 의심했었다. 서술트릭의 가장 큰 약점은 화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트릭 자체에 내재해 있다. 당연히 서술자의 시각과 태도, 대화들만 미묘하게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