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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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소읍 알텐하인에서 촉망받던 젊은이 토비아스가 두 명의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 최고형을 받은 뒤 10년만에 출소한다. 유일하게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면회를 왔던 사람은 어렸을적 부터 친구였던 나탈리 뿐이다. 그녀는 나디야로 개명하고 유명한 배우가 되었다.

10년 전 알텐하인에서 로라와 슈네베르거라는 여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로라는 토비아스의 전 여자친구였고, 슈네베르거는 토비아스가 새로 사귄 여학생이었다. 특히 슈네베르거는 얼굴이 예쁜데다가 발음도 비슷한 까닭으로 백설공주라고 불렸던 여학생이다. 여학생들이 실종되던 날 토비아스의 방에서 가방이 발견되고 차 트렁크에서 혈흔이 발견되는 등 온갖 증거가 토비아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였고 그는 술에 취해 사건이 일어나던 밤의 기억 마저 없었다. 마을 주민들의 진술은 토비아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결국 토비아스가 살인범으로 몰렸던 것이며,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토비아스는 아버지가 경영하던 식당 황금수탉이 망해서 폐허가 되어 버렸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의 자산가 테를린덴은 겉으로는 토비아스 가족을 돌보아 주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모든 재산권을 빼앗았을 뿐이었다. 돌아온 토비아스에게 마을 주민들은 갖은 협박을 가하며 마을을 떠날 것을 종용한다. 게다가 토비아스의 어머니가 낯선이의 습격을 받아 육교에서 떨어지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군비행장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시체가 로라로 판명되고 마을 친구들이 뒤늦게 자신들이 로라를 강간한 후 살해했음을 자백한다. 또한 새로 이사온 아멜리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티스로부터 사건 당일 범인들을 묘사한 그림을 보게 되면서 복잡한 과거사가 새로이 드러난다.

사건 당일 로라는 토비아스의 친구 세 명에게 강간을 당했고 나디야는 이를 모두 지켜보았다. 토비아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테를린덴의 아들인 라르스와 부딪힌 로라가 돌에 머리를 찧어 피를 흘리자 라르스는 그대로 도망치고 세 명의 친구들은 로라를 비행장에 유기한다. 유기할 때에 로라는 아직 살아있었지만 그대로 흙을 덮어 살인하고 세 친구의 부모들은 이를 철저히 은폐하기로 한다. 한편 슈네베르거는 당시 교사였고 현재는 교육부장관이 된 라우터바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라우터바흐가 그녀와 다투다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병원 원장인 라우터바흐의 부인은 이를 은폐하기로 작정하고 사건 당일 모든 것을 목격한 티스에게 정신병 약을 먹게 하여 발설하는 것을 막는다. 한편 나디야는 이 모든 사실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토비아스에 대한 비뚤어진 소유욕으로 그를 감옥에 가도록 내버려둔다.

결국 마을 사람 대부분이 토비아스의 무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를 은폐하면서 때로는 토비아스에게 호의를 베풀고 때로는 린치를 가해온 것.

 

발리 여행 넷째날과 다섯째날에 읽었다. 출발 당시 챙긴 세권의 책으로는 부족할 듯 하여 공항 안에 있는 서점에서 좀 두꺼워 보이는 책으로 고른 것인데 속도감 있게 읽혀 애초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범인을 추적하고 추리하는 과정은 부족하지만 헐리우드 액션 영화와 같은 다이내믹한 전개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소설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다. 알텐하인의 평범한 주민들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악을 실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비뚤어진 사랑, 금전적인 동기, 처벌받고 싶지 않다는 공포 등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악의적인 동기들은 하나로 뭉쳐서 집단적인 광기로 나타난다.  

서로 다른 성격의 경찰 피아와 보텐슈타인의 개인적 고뇌와 에피소드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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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물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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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편지와 쿨피스

주인공 나는 일정한 직업 없이 애인 아키코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하지만 곧 질려서 피트니스 센터의 접수 카운터에서 일하는 여자로 애인을 바꾼다. 나의 삶은 여자를 갈아치우고 그 여자의 집에 얹혀 사는 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수영부였던 나는 사귀던 여자 부원과 관계가 틀어진 후 수영복 도둑으로 몰렸고 그 사건을 계기로 수영부를 탈퇴한다. 하지만 어쩌면 탈퇴의 이유가 엄마의 죽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기요쓰키 나오라는 50대 여자가 때때로 편지를 보낸다. 원래는 엄마의 펜팔 친구였지만 엄마가 죽고 난 후에는 나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 그녀가 도쿄로 가는 조카를 한 번 만나달라는 부탁에 응한 나는 조카인 유리카를 만나고 그날 유리카를 집으로 데려가면서 '지금 당장 이 여자를 밀쳐내 어딘가로 도망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o 올리비아와 빨간 꽃

아이와 남편과의 일상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서른일곱 살의 나는 채팅에서 만나기로 한 남자들을 바람 맞히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인 '오카'씨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다.

나이에 비해 자신의 몸매에 자신을 갖고 있던 나는 새로온 피트니스 센터 접수창구 아가씨의 외모와 몸매에 밀린다는 느낌을 받은 후 신경이 쓰여 수영 대표로도 뽑히지 못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화단에 조화를 심으면서 예쁘다고 말하는 딸아이의 말에 나도 예쁘다고 말하며 손뼉을 친다. 그리고 오카씨를 중얼거린다.

 

o 운동화와 처녀 소설

주인공 나는 단무지 회사에 다니다가 이제는 명예퇴직하고 고서점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초보자의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자신이 그토록 찾던 소설책을 싼 가격에 매입했을 뿐만 아니라 피트니스 클럽의 카운터에서 일하는 젊고 예쁜 치마코와도 연인 사이가 된다.

어느날 치마코가 아이를 가졌다고 하자 가정을 버리고 그녀와 새로 출발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치마코에게 말하지만, 의외로 치마코는 아이를 지웠다면서 그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가 싼 가격에 샀다고 생각한 소설들은 자신만 그렇게 높은 가치를 매겼을 뿐 실제로는 헐값에 거래되는 책들이었다. 아내는 운동화를 사서 나와 함께 피트니스 센터에 나오겠다고 한다.

 

o  사모바르의 장미와 어니언그라탱

올해 일흔이 된 엄마와 매일 수영장에 가서 걷기 연습을 하는 주인공 나는 그곳에 오는 젊은 남자를 사모하고 있다. 엄마는 한 때 재능 있는 화가였지만 지금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서 주문받은 그림만을 그릴 뿐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와 동갑인 여자와 재혼하려 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모하던 남자가 여자를 차는 장면을 목격하고, 선을 본 남자에게 그날 밤 처녀를 버린다.

 

o 클랩턴과 납골 단지

남편 하루히코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 레이라가 죽고 난 후 하루히코도 자살한다. 그리고 레이라의 유령이 항상 내 주위를 떠도는 것 같다. 이런 저런 남자들과 관계를 갖은 후 아이가 생기면 낙태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센지의 친구가 진실을 말한다. 나는 하루히코와 결혼한 적도 없고, 레이라를 낳은 적도 없다. 나는 아이를 가질 수가 없다. 레이라의 유골을 담았다고 생각했던 과자 깡통엔 남자들에게서 받은 만엔 짜리 지폐만 가득하다.

 

o 플라멩코와 다른 이름

피트니스 센터의 지배인이자 수영강사인 나의 아내 사에미가 사라진 지 벌써 10개월 남짓이 되어 간다. 사에미는 어느날 부터 자신이 가쓰코라 주장하며 사에미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과 같이 행동을 하고 있다. 기묘한 동거 생활을 계속하던 어느날 가쓰코라고 부른 그에게 사에미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아내는 다시 돌아온 것 같다. 그리고 사라진 것이 사에미인지, 가쓰코인지 이제는 나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모델하우스의 방명록에 내 이름인 신도 쓰구미를 쓸 뿐이다.

 

발리 여행 둘째날과 셋째날 읽었다.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는 인간 군상의 얘기들을 연작 소설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각 장의 주인공들은 다른 장에 교차하며 등장하는데, 타인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게 등장한다. 주인공 각각은 '실제 모습'과 '비춰지는 모습' 사이에서 긴장하고, 그들의 삶도 그 긴장관계 속에서 공허함을 드러낸다. 그들은 좁은 공간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도 관계 속에서 충만하지 못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편지와 쿨피스> 주인공은 어머니의 죽음과 연애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옮겨 다니는 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망도 분명 가지고 있지만 그런 일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리비아와 빨간 꽃>, <운동화와 처녀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허구의 삶을 지향하다가 작은 일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는 얘기이다. <올리비아와 빨간 꽃>의 주인공은 서른일곱살이면서도 처녀적 감상에 빠져 첫사랑마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여자에게서 패배감을 맛보고 현재의 자신을 자각한 후 화단에 조화를 심으면서 '예쁘다'고 느낀다. 하지만 여전히 첫사랑 이름을 중얼거림으로서 현재의 삶의 변화 가능성만을 암시한다. <운동화와 처녀 소설>은 좀 더 극적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후 일견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모두 허구였음이 드러난다. 결국 아내와 함께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그것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사모바르의 장미와 어니언그라탱>의 주인공은 첫 연애에서 처녀라고 놀림받은 후 인생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주인공 얘기이다. 그녀가 처음 맞선을 본 상대에게 처녀를 버리는 것은 진부한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일까?

<클랩턴과 납골 단지>와 <플라맹코와 다른 이름>은 몽환적인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아이를 가질 수 없기에 사랑하던 남자와 가상의 아이를 가졌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주인공과, 자신이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되어버린 사에미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부조화를 겪고 있다. 과거를 극복해 나가려 하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거나, 현재를 인정하지 못하여 환상으로 도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력적인 이야기들이고 잘 읽힌다. 다른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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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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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벌 이치가하라가 사망하자 직계 존비속 혈육이 없는 그의 재산은 친척과 지인에게 상속되게 되었다. 유언장 공개를 위해 회랑정 여관에 혈족들이 모이고 주인공 기리유 역시 70대 노파로 변장하여 그곳으로 간다.

반년 전 회랑정 여관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그 화재사건 와중에 기리유의 애인 지로가 사망하고 기리유 역시 온몸에 화상을 입는다. 경찰은 기리유가 목 졸린 흔적이 있다는 점과 지로가 청산가리를 먹은 점, 그리고 회랑정 여관으로 오기 직전 지로가 교통사고를 내 노인을 사망케 한 정황으로 보아 교통사고를 낸 지로가 두려움에 질려 기리유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기리유는 자신들을 살해한 범인이 따로 있음을 짐작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자살한 것으로 위장한 후 이미 사망한 기쿠요 부인으로 신분을 세탁한 그녀는 회랑정으로 가서 기리유가 유서를 남겼으며 그녀가 반년 전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다는 암시를 풍긴다. 누군가 유서를 훔치러 올 것이라 생각하고 벌인 일이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그날 밤 유서를 누군가 훔쳐간다. 유서를 훔쳐간 범인은 유카, 그리고 유카 역시 그날 밤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유서는 찾을 수가 없다.

기리유는 화재 사건이 나기 전, 이치가하라로부터 자신의 친자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 기리유는 고아원을 뒤지던 끝에 이치가하라의 친자인 지로를 발견해내고 그와 연인 사이가 된다. 하지만 기리유가 발견한 것은 진짜 지로가 아닌 히로미라는 인물로 지로에게 온 편지를 중간에 가로채어 지로 행세를 했던 것이다. 히로미는 회랑정 여관의 지배인 고바야시 마호와 작당을 하여 진짜 지로와 자신의 얼굴을 아는 기리유는 화재 중에 살해하고,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던 친부는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죽인 후 모든 유산을 가로채려 한 것이었다.

 

발리로 여행을 가면서 아무래도 가벼운 책이 잘 읽힐 것 같아서 들고 갔다. 첫날 다 읽어버렸고, 약간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일부는 문하생과 같은 사람들이 필명을 빌려 쓰는 것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작품의 기복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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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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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반 홉퍼 부인의 개인 비서로 일하던 주인공 '나'는 몬테카를로의 호텔에서 영국의 유명한 성 만더레이의 소유자 맥심 드 윈터를 만나게 된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자존감이 약한 주인공에게 맥심이 사랑을 표현하고, 곧 둘은 결혼하게 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만더레이 성으로 간 '나'는 그곳에서 맥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낀다. 레베카는 만더레이의 일상을 완벽하게 꾸려 나갔던 것으로 보였는데, 사람들은 모두들 레베카가 있었던 시기의 일을 이야기 하곤 했었다. 그녀가 머물렀던 서쪽 방은 여전히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레베카의 충복이었던 가정부 덴버스는 깍듯한 태도로 '나'를 대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여주인으로 인정하지는 않는 듯 했다.

소심한 성격의 '내'가 레베카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점점 더 움츠러들 뿐인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만더레이에서 가장 무도회가 열린다. 그리고 덴버스의 충고에 따라 맥심 집안의 조상으로 분장을 했는데 그런 '나'를 보고 맥심은 몹시 화를 낸다. 레베카 역시 죽기 전 같은 인물로 가장무도회에 참석 했던 것이다. 덴버스의 악의에 찬 행동과 맥심의 사랑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나'에게 덴버스는 자살을 종용한다.

그리고 그날 밤, 연안에 배가 좌초되어 수색하던 도중 침몰된 배가 발견된다. 그 배는 레베카가 탔던 배로 시체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그 배 밑바닥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맥심의 입에서 충격적인 고백이 나온다.

레베카는 알려진 바와 같이 정숙한 여자가 아니었고 무척 방탕한 생활을 해왔으며, 만더레이에서 조차도 공공연히 방종한 생활을 해왔다. 특히나 사촌인 잭 파벨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맥심은 수차례 레베카에게 만더레이에서만이라도 정숙하게 지낼 것을 당부했으나 레베카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레베카가 자신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맥심을 조롱하자 맥심은 그녀를 쏘아 죽인 후 배에 태워 침몰시킨 것이다. 그리고 엉뚱한 시체를 레베카라고 확인해준 것인데, 지금 진짜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모든 고백을 듣고 난 '나'는 맥심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알게 되고 레베카의 압도적 이미지에 서 조금씩 벗어난다. 하지만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되어 이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난파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조선업자의 증언으로 뒤집히지만 레베카의 자살로 배심원은 평결한다. 하지만 파벨은 레베카가 죽던 날 자신이 레베카와 약속했던 편지를 근거로 타살임을 주장하고, 바닷가에 사는 벤이 누군가를 보았을 것이라 주장한다. 지능이 모자란 벤이 겁에 질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여 위기를 넘기지만 이번엔 덴버스가 레베카의 일기를 가지고 와 죽던 날 베이커라는 산부인과 의사와 약속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의사의 증언으로 레베카가 임신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맥심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런던으로 의사를 찾아간 맥심 일행은 거기서 뜻 밖의 사실을 듣게 된다. 레베카는 자궁이 기형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었으며, 그녀는 말기 암을 앓고 있어 곧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이었다. 맥심은 결국 레베카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농락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되돌아 온 '나'와 맥심은 만더레이가 덴버스에 의해 불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초반부는 지루하리만치 소심한 '나'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여 답답함 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된 뒤부터 속도가 붙고, 주인공 '나'의 불안감이 물에 번져가는 잉크처럼 독자를 잠식한다.

어렸을 적 누군가를 차로 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리고 깰 때까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꼈는데 <레베카>를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소설의 주된 갈등 양상은 범죄를 저지른 맥심과 이를 알고 있는 '나', 그리고 그것이 밝혀질 위기가 아슬아슬하게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참으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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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 포켓북 한국소설 베스트
고은주 지음 / 일송포켓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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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예술의 꿈을 접고 돈벌이에 매진하는 아버지와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의 어머니를 둔 주인공 경은은 두 분의 소망을 절충하여 지방 소도시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다. 대학 시절에는 문학을 하려 했으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였고, 뭐든지 눈에 보이는 대로 단순하게 살아가는 준에게 끌린 후 지지부진한 연애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작가 지망생이 옛 연인 연희를 생각나게 한다며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의 양태는 스토커의 그것이었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허투루 듣지 못하는 것은 주인공 스스로가 그의 이야기에 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기형도의 <짧은 여행의 기록>, 그리고 마루야마 겐지의 대담 등을 인용하며 그녀가 작가가 될 숙명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평온한 삶을 지향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들여다보길 거부하던 그녀에게 그의 집착은 한편으로는 부담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 때문에 경은은 구설에 휘말리게 되고 풍문을 들은 그의 집착은 조울적인 양태를 띠게 된다. 그리고 그의 누나로부터 그가 자신에게 쓴 편지 형식의 수기를 유품이라며 건내받은 경은은 준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아나운서를 그만 둔다.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며 작가 자신이 실제로 진주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하였고, 그만 둔 뒤에 작가로 데뷔하였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나와, 그 이미지에 도취되어 상대편의 모습을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는 청취자 스토커 이야기 이다. 스토커의 모습에서 점점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를 돌아보게 되며 자신의 삶 역시 스토커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경은이 지금까지의 허상을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한편 동료 아나운서인 유화, 미영, 그리고 수림의 양태를 통해 자신의 어정쩡한 모습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유화는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구설과 질시에 시달리다가 어느날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미영은 전문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애를 쓰며 결혼 후에도 일을 하려 하고, 수림은 젊은 나이를 무기로 통통 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인공 경은은 자신이 그 어느 편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임을 알게 된다.

 

작품 중 마루야마 겐지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 깊어 축약하여 적어 둔다.

 

...문학이란 혼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혼의 문제를 다룬다 함은 외로움이 전제 조건입니다. 혼이란 깊은 우물이나 구멍 같은 것으로 성격적으로 파탄이 난 사람들이 그 구멍을 들여다 봅니다. 문제는 그 구멍의 어느 정도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가인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려간 채 거기에 머물러버리면 자살과 다양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구멍은 매력적이며 내려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올라오는 것은 예술가들의 일 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재능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는 그 구멍에 매력을 느끼고 내려가 보고자 모험하는 재능, 또 한 가지는 그 구멍에서 무언가를 획득하여 올라와서 세상에 보여주는 재능. 즉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으면서도 그 성격을 컨트롤하는 또 다른 나의 자신이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유리>

 

세 군데의 대학에 합격했지만 집안이 기울어 대학 등록이 막연한 주인공 유리는 K 프로덕션의 사장에게 몸을 맡기는 한편 학원에서 만난 삼수생과도 별 의미 없는 관계를 갖는다. K 프로덕션 사장은 첨단 기계가 곧 자신의 기술을 돋보이게 해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으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유리가 진정 좋아하는 동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였지만 동현은 유리와 헤어지자는 의사표시를 했고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지 어쩐지 알지 못한다.

한편 친구 진아는 장래가 유망한 법대생과 허우대가 멀쩡하고 돈이 많은 브래드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리고 K 프로덕션 사장이 성행위 비디오를 찍자는 말에 응한 유리는 스너프 필름을 찍으려던 사장에 의해 살해 당한다.

 

세기말 암울한 분위기와 경제 위기 등에 맞물려 쾌락 이외의 다른 관계를 찾지 못한 젊은이의 위기감을 표현한 것 같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정련된 느낌이 떨어진다. 습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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