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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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쿄의 후카가와 경찰서 맞은 편 기바 공원에서 장기가 모두 사라진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21세의 여성으로 이름은 로쿠고 유미카였다. 후카가와서 형사들은 이 엽기적이고 대담한 범행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게다가 관할서 앞마당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닌가. 법의학자는 시체를 조사한 후 범인이 법의학 교실, 현역의사, 의대생, 정육업자 등 평소 메스를 능숙하게 다루는 자라고 추측했다.


경시청에서 범인 검거 실적이 가장 높은 이누카이 역시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이누카이는 외로운 남자였다. 번듯한 외모 덕에 여자들은 이누카이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왔고 이누카이는 그런 여자들과 별 생각 없이 어울렸었다. 결혼 후에도 이런 생활은 계속되었다. 나루미는 이누카이를 떠나갔고 딸 사야카 역시 아빠를 원망했다. 사야카는 건강이 악화되어 신장 투석 중이었고 언젠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죽게될 것이었다. 이누카이는 그 뒤로 여자들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잡는 범인은 대부분 남자였다. 반면 여자들이 이누카이를 속이려 들면 이누카이는 진위를 알 수 없었다.

관할서에서는 고테가와라는 열혈 형사가 파견되었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는 서로 성향이 달랐지만 범죄를 미워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던 중 데이토 TV에 범인의 성명서가 날아든다. 그는 자신이 과거 영국에서 창녀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잭이라고 밝히며 대량 살인을 예고했다.


두번째 시체가 발견된다. 성명은 한자키 기리코, 32세 여성이었다. 언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프로파일링이 시작된다. 두 시체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봉합수술 흔적이 있고, 두 명 다 B형이었다. 그들은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누카이는 둘을 잇는 공통분모는 장기 기증자라고 판단했다.

그 즈음 데이토TV에서 쓰루사키 관리관을 부추긴다. 공명심에 눈이 먼 쓰루사키 관리관은 TV에 출현해 잭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만다. '장기 기증을 받은 사람들을 그만 살해하라, 다음 타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장기 코디네이터 치하루는 그들이 누구의 장기를 받았는지 밝히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었다.


세번째 시체가 발견된다. 구시켄 사토루로 만성신부전증에 시달리다가 신장을 이식받은 남성이었다. 그는 신장을 이식받은 후에 새 생명을 얻었지만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경마를 통해 시간을 보낼 뿐이었고, 이를 포착한 언론이 과거 한 차례 그를 호되게 비난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구시켄 사토루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장을 이식받긴 했지만 다른 사람처럼 건강한 상태도 아니었고, 그 동안 투병하느라 밥벌이를 위한 준비도 못했던 것이다.


언론은 연일 장기이식이 과연 정당한가하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장기이식 반대자들을 말했다. 뇌사를 죽음으로 규정한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 뇌사자가 장기제공 의사를 갖고 가족의 동의를 받으면 장기를 이식해주는데 이는 법률상으로는 살인과 마찬가지이다. 잭은 바로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살인을 계속하는 것이 아닌가.


치하루가 마침내 장기 제공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네 번째 목표가 누구인지 밝혀진다. 미타무라 게이스케라는 젊은이로 심장을 제공받았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는 미타무라 게이스케를 설득하여 잭의 전화를 받도록 한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천만 뜻밖에도 의사 다카히코였다. 그는 장기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편의 영수였고, 이누카이의 딸인 사야카의 주치의였다. 그런데 그의 범행 수법이 잭의 그것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났다. 이누카이는 마취제인 리도카인의 사용량을 확인한 결과 진범은 전혀 다른 사람임을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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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루스 신드롬이라는 것이 있다. 뇌사 판정을 받은 기증자가 인공호흡기를 벗기거나 무호흡 테스트를 할 때 양팔을 벌리거나 손을 모으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에 의해 부활한 나자로의 모습에 빗대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소설은 장기 기증 찬반 양론을 신중하게 소개하고 있다.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장기 기증은 신중하게 합의를 도출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 소지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나카야마 시리치는 전업 작가 활동은 좀 늦은 편으로 2006년 오사카에서 시마다 소지를 본 후에 결심을 굳힌 후 48세의 나이에 <안녕, 드뷔시>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며 정식 데뷔한다. 최근 <속죄의 소타나>가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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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비호
김용 지음 / 중원문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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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는 무협지. 대학교 2학년때 여자 후배가 김용의 <영웅문>이 그렇게 재밌냐고 물은적이 있다. 뜬금없는 질문이어서 의아하게 여겼더니 치과를 한동안 다녀야 하는데 치통이 생길때마다 <영웅문>을 읽어보라고 의사가 권했다는 것이다. 여기 저기 서점을 돌아다녔지만 파는 곳이 없어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주안역 뒤쪽의 작은 서점에서 고려원에서 펴낸 문고판을 발견하고 한 권씩 사다 읽었다. 당시만 해도 돈이 별로 없을때라 읽는 속도를 주머니 사정이 따라오지 못해 무척 안달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려원에서 펴낸 그 <영웅문>이 사실은 해적판으로 저자 김용이 몹시 화를 냈다는 것은 한참이나 지나서 알게 되었다.


중원문화에서 2015년에 절판된 연성결, 설산비호, 벽혈검을 특별소장 한정판으로 찍어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주저 없이 예약 구입을 했다. 스무살때 읽었던 때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역시 재미있다.


<설산비호>는 <비호외전>보다 먼저 씌어진 소설이지만 시대는 그 뒤에 해당한다. 만 하루만의 사건인데 등장인물들의 회상이 거듭되다 보니 사실 이야기의 배경은 한 세기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장소는 중국인들이 장백산이라 부르는 백두산이다.

백두산에 군웅들이 대거 결집하는데 호비라는 사내를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호비라는 인물은 수수께끼의 인물인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가 과거 틈왕을 배신하고 한족을 오랑캐에게 팔아먹은 원수의 자손이라는 점이다.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당대의 고수가 응원군 모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니 가공할만한 공력의 사나이임에 틀림없다.

호비가 산에 오르기 전 모인 사람들은 틈왕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틈왕의 위사 중 무공이 빼어난 세 명의 사나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각각 호(胡), 묘(苗), 범(范), 전(田) 이었다. 이 중 호씨 성을 가진 위사의 무공이 가장 빼어나 그를 '비천호리'라 불렀다. 하지만 비천호리가 틈왕을 배신하고 만다. 나머지 위사들은 이를 갈며 절치부심하여 그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린다. 그런데 세 위사가 배신자 비천호리를 만난 후 돌연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살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손들은 다시금 배신한 신하에게 복수심을 불태운다.

후에 자살한 신하의 자손 중 묘인봉은 당대에 필적할 사람이 없는 고수가 되고, 전가의 자손은 천룡문을 세웠으며, 범가의 자손은 개방을 이끌게 된다.

시일이 흐른 어느 날 묘인봉이 비천호리의 자손을 만나게 되고 서로 자웅을 겨루게 된다. 묘인봉은 상대편의 수가 정묘하고 정후함을 알게되어 내심 감탄하고, 초식을 거듭하면 할수록 그가 대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대결은 묘인봉의 승리로 끝나고 배신자의 자손이 낳은 어린아이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이제 나타나는 호비가 당시의 어린아이가 틀림 없었다.


그런데 과거의 이야기가 거듭되면 될수록 수정이 가해진다. 당시의 목격자와 관련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꺼내놓기 시작하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씩 수정될수록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게 되고, 마침내 호비가 정상에 도착한다. 하지만 복수의 기치를 내걸었던 당대의 고수들은 이미 보물에 정신이 팔려 대결은 뒷전이다.


<설산비호>는 호비와 묘인봉의 대결을 향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도 과거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직조함으로써 미스터리 소설의 외형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눈 쌓인 산 정상에서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은 만들었기 때문에 긴장과 흥미는 더욱 배가된다.


호비와 묘인봉의 대결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는지 작가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433333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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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헤치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8
아이리스 머독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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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런던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제이크 도너휴는 프랑스 통속 소설을 번역하며 겨우 끼니를 잇는 자로, 적당한 직장을 잡아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갈 의지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지금까지는 맥덜린이라는 아가씨의 집에 기식하며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퇴거 통보를 받게 되자 잠시 당황했지만 곧 또 다른 아가씨가 일자리를 제의한다. 그녀의 이름은 새디였고 유명한 영화배우였다. 새디는 최근에 영화제작자가 치근대 귀찮은 상황이라며 자신의 집에 살면서 보디가드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제이크는 곧 영화제작자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지고 만다.

제이크는 한 때 감기약 투약 실험에 참가해 용돈 벌이를 했는데 그 때 휴고라는 인물을 만났다. 휴고와 이런 저런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인 제이크는 그의 사람됨과 사상에 저도 모르게 매혹이 되어 나중에 <말문을 막는 것>이라는 책을 펴낸다. 하지만 야심차게 써낸 이 책은 실패작으로 판명되고 만다. 거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책에 담긴 사상의 정수는 오롯이 휴고의 것이었기에 제이크는 그에게 약간의 미안함도 느끼고 있던 차라 휴고와 다시 대면할 용기가 없었고 그를 슬슬 피해다녔다. 그런데 지금 새디를 쫓아 다니는 파렴치한 자가 휴고라고 하니 제이크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휴고는 부친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아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였고 사상과 인품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새디의 언니이자 가수인 애너는 과거에 제이크와 사귀다 헤어진 여자였다. 애너에게 부탁받은 이후로 애너를 떠올린 제이크는 급작스럽게 애너에 대한 사랑이 다시금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실험적인 극장을 운영하던 애너와 다시금 좋은 관계를 맺어보려 했지만 애너는 곧 파리로 떠나버리고, 제이크는 애너를 찾기 위해 맥덜린이 제안한 각본가직도 검토해볼 겸 파리로 건너간다. 하지만 자신이 번역하던 통속 프랑스 소설가가 콩쿠르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자극받은 제이크는 막대한 급료를 뿌리친 채 진지한 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런던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철학자 데이브의 조언에 따라 멀쩡한 일자리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병원 잡역부가 된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시위에 참가했다가 크게 다친 휴고를 다시 만난다.

휴고와 이야기하던 중 제이크는 자신의 크나큰 착각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이 사랑한 애너는 휴고를 사랑했고, 휴고는 새디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휴고를 한밤중에 병원에서 탈출 시킨 제이크는 다른 병원에 잡역부로 취직할 결심을 하고, 휴고는 자신의 전재산을 좌파 운동가 레프티에게 남긴 후 시계수리공이 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여러가지 소소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이 소설은 자기 본위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던 얼치기 문인 제이크가 실제의 이면에 자리잡은 진실과 하나 하나 대면해 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아이리스 머독은 자아 중심적인 실존적 세계관에 반대하여 사람 사이의 관계와 우연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진실은 관계 속에서만 증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상념과 피안속의 삶이 아닌, 진짜 살아있는 일상의 삶이 중요함을 항변하고 있다.

 

옮긴이 유종호에 의하면 휴고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산업계 거물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점, 1911년에 영국에 건너와 러셀 밑에서 철학을 수학했으나 1차 세계 대전 중 오스트리아 군으로 복무하다가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금욕주의적 생활에 헌신한 점, 재산을 모두 나눠준 뒤 초등학교 교사, 건축사, 수도원 정원사로 일했다는 점. 그리고 1920년 후반에 슈릭을 비롯한 빈 서클 구성원들이 비트겐슈타인을 찾아내어 철학으로 다시 돌아간 뒤 1939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 철학 교수 직을 맡게 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병원의 잡역부가 되어 의약 연구소에서 일한 점 등이 그렇다고 한다.

 

한달쯤 전에 읽은 책인데 이제서야 독서일기를 쓴다. 이직은 아니지만 근무지를 옮기게 되어 세종시로 내려오게 되었다.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고, 인터넷도 연결이 안되어 있어 주말에 영화일기만 끄적거리곤 했다.

처음이 아닌데도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업무, 새로운 거처... 새롭다는 것이 낯설음과 어색함을 동반하여 중압감으로 작용한다. 할달여가 지났고, 큰 문제가 없다면 이곳에서 8~9년은 더 지내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42234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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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의 창고 미스터리랜드 4
시마다 소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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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을 앞둔 마유미라는 여성이 호텔 밀실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뒤 마유미는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밀실 트릭을 풀지 못했고 약혼자인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다. 그의 차 트렁크에서 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 요이치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이치의 옆집에는 인쇄소를 하는 마나베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마나베 아저씨는 요이치를 기쁘게 해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었는데 오직 한 가지, 창고 안의 기계에는 손을 못대게 했다. 아저씨는 그 기계가 투명인간을 만드는 기계라고 하면서 사라져버린 한 쪽 손을 보여주었다.

마유미는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먹었음에 틀림 없었다. 아저씨는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잘 못 먹게 되면 몸에 열이 나서 물을 찾아가게 되고 끝내 사망하고 만다고 했다. 얼마 전 마유미가 요이치에게 심한 말을 했고 요이치의 엄마를 나쁘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마나베 아저씨가 마유미를 심하게 꾸짖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뒤 아저씨가 마유미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먹였을지도 모른다고 요이치는 생각했다.

얼마간 시일이 흐른 어느 날, 요이치가 복통 때문에 조퇴를 하고 집에 온 날이었다. 요이치는 마나베 아저씨와 요이치의 어머니가 창고에서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만다. 어른들의 사정을 모르는 요이치는 마나베 아저씨에게 심한 말을 했고 아저씨는 무척 상심한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자던 아저씨는 며칠 뒤 인쇄소를 정리한 후 배를 타고 떠나고 만다. 요이치는 아저씨가 떠나는 것이 슬퍼서 항구로 달려갔고 출항하기 직전에야 겨우 배 위에서 요이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요이치가 어른이 되었을 때 탈북자 한 명이 요이치에게 편지를 건내준다. 그 편지는 마나베 아저씨가 쓴 편지였다. 그 편지를 읽고난 뒤에야 요이치는 투명인간을 만드는 기계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마유미 아줌마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그리고 아저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알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마나베와 요이치의 따뜻한 우정이 이를 상쇄시킨다. 이념을 위해 그밖의 것들을 희생시키던 마나베가 뜻밖에도 어린 소년과의 우정을 통해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인데, 얼핏 보면 단순하고 진부한 테마지만 사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런 '단순하고 진부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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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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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스에서 책방 매니저로 일하던 마티아스는 죽마고우 앙트완이 '런던으로 건너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자 전처와의 재결합을 꿈꾸며 영국으로 이주한다. 맞춤한 책방을 인수한 마티아스는 전처 발렌틴과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보려 했지만 정작 발렌틴은 이미 프랑스로 되돌아갈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 결과 홀아비 마티아스와 앙트완, 각자의 자녀인 에밀리와 루이 넷은 런던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집을 가로막는 벽까지 허물게 되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규칙을 세우게 된다. 보모는 절대 금지이고, 여자는 출입 금지며, 통금 시간은 자정이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평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운명이었으니, 마티아스가 서점에 책을 사러온 방송기자 오드리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규칙을 피해 연애를 하려는 마티아스와 규칙대로 생활을 꾸려 나가려는 앙트완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반복된다.

한편 앙트완은 똑부러지는 생활과 달리 연애에 있어서는 무신경 했는데, 자신만을 바라보는 꽃집 주인 소피의 속내를 전혀 모른채 소피의 가상의 남자 친구에게 몇 년째 대신 편지를 써주고 있었다.

서로 툭탁대고 싸우다가도 이본의 레스토랑에서 휴전과 화해를 반복하는 이들의 연애와 생활은 결국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한발씩 나아간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은 '좋은 글은 읽고 나면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라고 말했다. 선생의 동화에 왜 어두운 이야기들이 많으냐는 질문에 그것이 진실이고 아이들에게 감추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한 말이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은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 같은 작품으로 시종 일관 밝은 분위기가 펼쳐지고 등장 인물 간의 갈등도 이러한 밝은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행복한 프랑스 책방> 속의 세계는 그렇듯 밝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글로 가득차 있고, 그런 이유로 그다지 좋지 못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제는 <Mes Amis, Mes Amours>로 2008년에 로렌느 레비 감독이 영화화 하였고 우리 나라에는 <마이 프랜즈, 마이 러브>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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