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과 다른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4
세스 노터봄 지음, 지명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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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

필립이 열살일 때 안토닌 알렉산더 삼촌의 집에 간다. 삼촌은 칠십살 가량 되었고 혼자서 살고 있다. 삼촌은 필립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고, 필립은 한밤중에 버스 타고 다니는 것과 물가에 앉아있는 것, 그리고 가끔씩 누군가와 뽀뽀하는 것이락고 답한다. 필립과 삼촌은 밤중에 버스를 타고 로스드레흐트의 호수에 가서 앉아 있다고 집으로 되돌아온다. 삼촌은 필립을 위해 챔발로를 연주해 주고 보이지 않는 바흐를 소개시켜준다. 필립은 폴 스웨일로라는 사람에게 선물된 책들과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아리아 <성배 이야기>가 담긴 음반에 관해 궁금해한다. 동네 아이들은 필립의 삼촌을 호모라고 놀린다.

육년 후 필립이 삼촌 집에 두번째로 방문한다. 삼촌은 예전과 같이 챔발로를 연주해주었고, 비발디와 스카를라티 등 보이지 않는 음악가들을 필립에게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폴 스웨일로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폴 스웨일로는 알렉산더 삼촌이 서른이 넘었을 때에 옆집에 이사온 인도네시아계 소년으로 어느 날 알렉산더 삼촌은 자신의 친구들이 선물한 것처럼 책들에 서명을 해서 소년에게 준다. 소년은 그 뒤 이사를 가고, 삼촌은 소년의 집을 산다. 집에는 삼촌이 선물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었다.

삼촌의 집을 떠나 필립은 여행을 시작한다. 남의 차를 얻어 타고 프로방스 지방으로 가면서 동성애자 운전자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여자들과 잠깐 조우하기도 한다. 마반테르라는 사람을 만난 필립은 그로부터 동양인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자아이의 알 수 없는 행동들과 KRUSAA라는 단어를 들은 후 필립은 그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책>

페이라는 중국인 여자아이와 만난 후 필립은 파리로 차를 얻어 타고 간다. 그곳에서 미혼모 간호사인 비비안을 만난다. 필립은 그녀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그녀를 배웅하러 바닷가에 갔다가 찾고 있던 소녀를 발견하지만 소녀는 곧 떠나고 만다. 계속해서 유럽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필립은 다시 페이를 만나고 그곳에서 수사가 되고 싶어했던 사르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을 떠난 필립은 어떤 나라를 통과한 후 여권에 찍힌 KRUSAA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가 거기 서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필립을 다시 떠나가고 오랜 시간, 혹은 그리 오래지 않은 후에 필립은 알렉산더 삼촌에게 돌아간다.

 

<필립과 다른 사람들>은 미국의 비트 제네레이션을 대표하는 A.긴즈버그의 장편시 <울부짖음(Howl)>(1956)과 J.케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보다 앞서 발표된 방랑 소설의 초시로 알려져 있다. 비트 제네레이션은 현대 산업사회로부터의 이탈, 원시적 빈곤의 감수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떠도는 그들의 에피소드를 일련의 맥락없이 묘사하는 산만한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 무정부주의적, 반문명적, 반체제적 자세와 개인주의적 색채가 짙게 드러나고 형식이나 기교에 얽매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필립과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산만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소설이다. 잭 캐루악이 <길 위에서>를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썼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필립> 역시 그런 혐의가 짙다. 맥락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화들, 필립이 찾는 중국 소녀와 페이가 동일인인지 아닌지, 사르곤이 곧 마반테르인지 혹은 마반테르가 필립 자신인지조차 나중에는 모호하다. 작가 스스로도 정련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써놓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유럽인들이 신비스럽게 여기는 동양적인 분위기는 사실 동양인들에게는 그리 새롭지 않고 오해가 만연해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유럽인이 그려내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동양인에게는 조악하게 느껴지는 때마저 있다. 르 클레지오의 <조서>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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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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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동구에게 여동생이 생긴다. 아버지가 3대 독자이고 동구가 4대 독자이니 할머니는 남자아이를 바랬으나 여자아이가 태어나자 엄마에 대한 구박은 더욱 심해진다. 동생은 할머니의 짧은 한자 지식으로 인해 복자(福子)라는 촌스러운 이름이 될 뻔 하였다가 가까스로 영주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동구는 영주를 무척 귀여워하고 자랑스러워한다. 한편 할머니의 엄마에 대한 구박은 점점 도를 지나치게 되고 아버지는 중재 역할을 못한채 엄마의 희생만을 강요한다.

동구가 3학년이 되고 얼굴이 예쁘고 마음씨 착한 박영은 선생님이 담임이 된다.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가 한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난독증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에게 방과 후 한시간씩 한글을 가르쳐주는데 동구가 고민하는 집안 일에 대해서도 선생님은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준다. 박영은 선생님의 따뜻한 가르침에 동구는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런 동구를 박영은 선생님은 귀여워한다. 이런 동구와 달리 영주는 세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한글을 깨우쳐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 즈음부터 신기하게도 할머니는 영주와 친해져서 둘은 사이가 좋아진다.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아버지는 수수방관하는 상태가 지속되던 1979년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시국은 어수선해진다. 중앙청 앞에 탱크가 있다는 소문에 동구는 친구와 함께 구경하러 갔다가 도중에 고시 공부를 하는 주리 삼촌에게 걸려서 탱크 구경도 못하고 주리 삼촌이 마시라고 준 소주에 취하고 만다. 주리 삼촌은 탱크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며 동구를 혼내고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한다.

1980년 4학년이 되고 박영은 선생님과 헤어진 동구는 새로운 담임으로 변태같은 오선생을 만난다. 그는 잘못한 아이들의 귀를 깨무는가 하면 겨드랑이 냄새를 맡게 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는다. 동구가 박영은 선생님과 공부하며 얻었던 자신감은 조금씩 사라져 다시 어눌한 동구가 되었고, 오선생은 동구를 이용해 박영은 선생과 엮여볼 궁리만 한다. 동구는 오선생이 박영은 선생님에게 추근대는 것이 싫어 생긴 고민을 주리 삼촌에게 이를 털어 놓는다. 주리 삼촌은 오선생을 만나 자신의 큰 덩치와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여 상황을 해결해준다.

박영은 선생님에게 호감을 느낀 주리 삼촌이 동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술자리가 마련된다. 그 자리에는 이태혁이라는 사람도 함께 하는데 박영은 선생님은 대학때 이태혁과 함께 운동을 하던 사이였고, 주리 삼촌의 후배였다. 박정희가 죽고 계염령이 발한 시국에 대해 주리 삼촌은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지만 이태혁은 군부 독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박영은 선생님은 자신이 비겁해서 운동을 떠났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희망을 찾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엄마 몰래 서준 보증이 잘못되서 엄마는 적금을 모조리 깨야했고 할머니는 속이 상한 엄마를 더욱 구박한다. 방학이 시작되고 박영은 선생님이 광주로 내려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주리 삼촌은 선생님이 죽었을 거라는 소식을 전하며 운다. 영주에게 할머니가 애지중지하는 감나무에 달린 감을 만저보게 해주려다가 동구가 발을 잘못 디뎌 영주가 계단에 머리를 부딪혀 죽고 만다. 영주를 예뻐하던 할머니는 엄마에게 '아이 잡아먹은 년'이라고 욕하고 엄마는 할머니 앞에서 장독을 패대기친 후에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박영은 선생님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고민하던 동구는 할머니가 엄마와 아버지를 떠나는 길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여 할머니께 시골에 내려가서 둘이 살자고 한다. 아버지는 동구의 이런 결정에 착찹한 심정이 된다. 동네에 유일한 3층 집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던 동구는 죽을줄로 알았던 곤줄박이 새가 살아있음을 발견한다.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하며 섭섭해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어린 동구의 눈을 통해 가족과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난독증을 갖고 있는 동구가 보는 아버지와 엄마, 할머니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과 그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희생당하는지 보여주는 한편 박정희 정권의 몰락과 군부독재 정권의 쿠데타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 자체는 그다지 잘 쓰여진 편은 아니다. 동구의 개인적인 삶과 주변부 인물의 삶이 당시 사회모습과 자연스럽게 배치되지 않았고 아름다운 정원과 곤줄박이 새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애매하다. 동구의 아름다원던 기억을 의미한다고 보기엔 사회 상황이 그렇지 못했고, 희망을 상징한다고 보기에도 이후의 군부독재 정권과 들어맞지 않는다.

동구의 시선으로 소설이 진행되었어야 하지만 주리 삼촌, 이태석, 박영은 선생의 만남과 대화들은 결코 동구의 시선이 아니다. 80년 광주를 이야기하기 위해 박영은 선생님이 광주로 가는 부분과 함께 작가가 '이야기해야 하는 부담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광주민주화항쟁은 나에게도 낯선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1980년에 아버지의 이직으로 광주에 있었다. 당시 한일극장 뒤편에 살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이곳 저곳에 서 있었고, 나는 그것이 신기했다. 지금은 이름을 잊은 동네 아이와 2층에 있는 큰 통 속에서 우리는 군인 놀이를 했고, 내가 밖으로 나간 줄 알았던 엄마는 울면서 미친듯이 나를 찾아 헤맸었다. 통 속에서 발견된 나는 흠씬 두들겨 맞았던가, 그리고 다음 날부터 2층에 살던 가족들이 1층의 우리집에 내려와 지냈다. 총알이 2층으로 날아올지 모르므로 담이 있는 1층에 있어야 안전하다고 했다. 앞집 고등학생 형이 없어졌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3주일쯤 지난 후에야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고, 금남로에 여전히 불에 탄 자동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사람이 무수히 죽어나갔다고 들었고, 그 후에 사진과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한 후 우리 사회에 광주에 진 빚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전 97세 된 나치 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광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회가 분열될 우려가 있다며 외장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분열이 아니라 축소, 혹은 사라질 그들의 기득권이다. 분열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회는 이미 분열되있으므로 '정치'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실현하려는 단순한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 욕망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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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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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작가 히다카가 후두부를 문진으로 가격당한 후 전화선으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 히다카는 캐나다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었는데 연재중이던 소설의 마무리 때문에 집에 머물렀었다. 사건 당일 히다카의 친구이자 아동문학가인 노노구치가 방문했었고, 잠시 뒤 히다카의 소설 <수렵 금지구역>과 관련하여 후지오 미야코라는 여자가 방문했었다.

노노구치는 가가 형사가 교사였을 무렵 선배 교사였고 그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다. 그후 노노구치도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서 교사를 그만 두었는데 사건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노노구치는 친구인 히다카의 죽음을 작가로서 모두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자신이 기록한 수기를 가가 형사에게 보여준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옆집 여자가 히다카의 집 안마당을 수색했던 일이 쓰여있다. 히다카는 자신이 옆집 고양이가 귀찮아 독이 든 경단을 만들어 마당에 뿌려 두었고 이를 먹고 고양이가 죽었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위해 옆집 여자가 서성인다는 이야기를 별다른 감흥 없이 노노구치에게 들려준다. 노노구치가 떠나 갈 무렵 찾아 온 후지오 미야코는 후지오 마사야라는 사나이의 딸인데 그는 <수렵 금지구역>의 실제 모델이다. 후지오 마사야는 야비한 성격과 남다른 힘으로 학원폭력을 일삼았고 여중생을 성폭행하기도 한다. 그는 뒤늦게 판화에 흥미를 느껴 판화가로의 길을 걷지만 창녀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후지오 미야코는 그 소설이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항의 방문을 한 것이다.

가가 형사는 수기에서 히다카의 옆집 여자나 후지오 미야코가 살인 동기를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히다카가 당일 쓴 소설 연재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노노구치가 사망 추정시각을 수차례 묻는 것 등에서 가가는 범인이 노노구치임을 짐작한다. 노노구치의 집을 수색한 결과 히다카가 지금까지 써온 소설과 비슷한 내용이 쓰여있는 다량의 대학노트가 발견된다. 노노구치는 자신이 히다카를 살해했음을 시인하면서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가가는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고스트라이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계속된 조사로 노노구치의 집에서 에이프런과 여자에게 주려고 했던 목걸이, 그리고 가명으로 적혀있는 여행 신청서 등이 발견되고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노구치와 죽은 히다카의 아내의 접점이 밝혀진다. 노노구치는 수기를 통해 범죄의 동기를 고백한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의하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히다카가 문학상을 수상하자 자신도 작가의 길을 걷고 있음을 밝히며 습작을 들고 히다카를 방문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던 폭죽 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둥근 불꽃>을 읽어주도록 부탁한 후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히다카는 바쁜 것을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한다. 몇 번이나 재촉하고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히다카는 습작을 읽지 않았다 하였고, 마침내 읽은 후에는 작품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혹평을 한다. 상실에 빠진 노노구치는 두 번째 작품에 매진하여 히다카에게 다시 한번 읽어줄 것을 요청하는데, 두 번째 작품에 대해서도 좋은 평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노노구치가 앓아 눕게 되자 히다카의 아내인 히다카 하츠미가 문병을 오고,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히다카 하츠미는 히다카가 노노구치의 소설에 질투를 느끼고 있으며 좋은 소설임에도 혹평을 함으로서 노노구치가 소설을 쓰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둘은 거역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어 둘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애타게 갈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히다카 하츠미도 돕기로 한다. 그러나 히다카를 죽이기 위해 칼을 품고 들어갔다가 도리어 히다카에게 제압당하고, 약점이 잡혀 고스트라이터의 신세로 전락하고, 하츠미는 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고스트라이터로 하릴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살해한다.

노노구치의 수기로 이제 모든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생각되었으나 가가 형사는 수기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히다카와 노노구치의 과거를 조사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노노구치는 어린 시절부터 히다카의 도움으로 학교에 등교하는데 이를 고마와하기는 커녕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둥근 불꽃>과 관련된 폭죽 장인이 생존해있어 그를 만나본 가가 형사는 폭죽 장인을 찾아왔던 소년이 노노구치가 아니라 히다카였음을 알게 된다.

중학교 시절 노노구치는 <수렵 금지구역>의 모델이었던 동급생의 졸개 노릇을 했고 그가 여중생을 성폭행할 당시에는 이를 거들기 까지 했었다. 반면 히다카는 그에게 갖은 시달림을 당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이다. 히다카는 소설의 자료를 취재하던 중 노노구치가 성폭행에 가담한 사진을 입수한다. 히다카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으나 노노구치는 후지오 미야코가 소설의 내용을 문제삼으며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당시의 사진이 법정에 증거로 채택될 것을 우려한다. 자신이 암에 걸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죽여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히다카의 간계에 걸려들어 고스트라이터로 살아왔다는 허황된 정황을 조작해내 그의 명예마저 가로채려 한 것이다. 히다카 하츠미와의 관계 역시 그가 조작한 것이엇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악의(惡意)에 대해 숙고한다. 그것은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악의인 것이다. 범인들은 왠지 기분이 나쁘다든가, 왠지 싫었다든가 하는, 자신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에 이끌려 인간성을 내던지고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다. 가가 형사는 자신이 교사였을 때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이 그런 악의에 찬 행동을 하는 것에 절망하여 교직을 포기했고, 형사가 된 지금 또 다시 그러한 악의에 직면한다. 당시에도, 지금도 가가 형사는 그런 악의의 연원이나, 해결책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므로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사직을 감당할 수 없었고, 다만 악의에 찬 행동들이 일어난 사후에 그것들을 추적할 뿐이다.

사건의 전개와 함께 노노구치와 가가 형사의 수기가 차례로 게재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구성의 소설이며, 가가 형사가 교직을 그만 둔 이유가 밝혀져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공식 데뷔작인 <방과 후>에서 양궁부를 맡은 교사를 내세워 여고생의 살인과 그 이유의 의외성을 이야기한다. 가가 형사는 검도부를 맡았던 선생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가가 형사와 <방과 후>의 연관성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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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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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셔 주 키들링턴 경찰서 주임 경감인 모스가 과도한 음주로 위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모스는 부하 루이스 경사가 가져다 준 <블루 티켓>이라는 야릇한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들켜 창피만 당한 후,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윌프리드 데니스턴경이 쓴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읽게 된다.

그 책은 1859년에 옥스퍼드 운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관한 기록이었다. 조안나 프랭크스는 더비 출신으로 그녀의 아버지 대니얼 캐릭은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그녀의 첫 남편은 'F.T.도너븐'이란 사람으로 마술사였는데 <마술 종합 입문서>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하는 등 수완이 있었으나 일찍 사망하고 만다. 조안나는 이후 역참 마부인 '찰스 프랭크스'와 두 번째 결혼을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조안나가 남편에게 가기 위해 운하왕복선 바바라 브레이호를 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 배의 선원은 4명이었는데 선장인 잭 로리 올드필드, 선원인 앨프레드 머슨과 월터 타운스, 토마슨 워튼이 그들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선원들은 술에 취해 조안나를 심하게 집적거렸고, 조안나는 몇 차례 배에서 내려 다른 운송편을 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안나의 이런 노력은 결국 헛수고로 끝나는데, 운하에서 조안나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네 명의 선원은 절도와 강간, 살인 혐의를 받게 되었고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가장 어린 토마슨 워튼을 제외한 세 명의 선원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마지막 순간에 월터 타운스가 감형되고 나머지 두명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모스는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에게는 책의 내용에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조안나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어 남편 찰스가 신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었다. 남편 찰스는 조안나의 귀 뒤쪽에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조안나가 맞다고 확인을 해주었다. 그외에 신발이 맞다는 이유 등도 있었으나 모스는 이런 시신 확인 과정이 현대 수사의 원칙에 비춰보았을 때 너무 허술하다고 느꼈다.

다음으로 선원들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조안나에 대해 악의적인 말을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은 살인 용의자들은 피해자에 대해 참회하거나 무죄를 주장할지언정 악의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모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춰졌다.

그 외에도 모스는 배심원들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먼 평결을 내린 점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모스는 부하인 루이스 경사와 도서관 사서인 크리스틴 그리너웨이의 도움을 받아 과거의 사건을 하나 하나 재구성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을 품어본다. 만약 발견된 시체가 조안나가 아니라면 사건은 어떻게 재구성될 것인가. 이 의문에서 더 나아가 F.T.도너븐이 실제로 죽지 않았고, 그가 바로 두 번째 남편 찰스라면. 모스는 이런 의문들을 자료와 대조하면서 하나씩 맞추어본 결과 아래의 사실을 재구성해낸다.

조안나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그리고 F.T.도너븐과 결탁하여 보험 사기를 일으킨다. 남편이 죽은 것으로 하여 큰 보험금을 타낸 그들은 이번에는 F.T.도너븐을 찰스라는 사람으로 변장시켜 두번째 결혼을 한 후 조안나가 사망하는 연극을 꾸미기로 한 것이다. 조안나는 배에 탄 직후 선원들을 유혹하고 그들을 분열시켰으며 남편과 공모하여 사라진 직후 신원불상의 시신을 운하에서 떠오르게 한 것이다. 재판정에서는 찰스가 된 F.T.도너븐이 조안나의 시체임을 확인하여 두번째 보험사기를 성공시킨다.

모스 시리즈로 유명한 콜린 덱스터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13년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쳤고, 십자말풀이 대회 전국 챔피언을 세번이나 지낸 사람이다. 1972년 휴가 중 우연히 읽은 추리소설에 실망하여 자신이 더 잘 쓰겠다는 마음으로 쓴 처녀작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수차례 실버 대거 상과 골드 대거상, 그리고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에는 영국여왕이 수여한 대영제국훈장(OBE)를 받았다. 모스 경감시리즈는 영국인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받아 TV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1990년에는 셜록 홈즈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탐정 1위에 오르기도 한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은 우연히 읽게 된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경찰이 해결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수수께끼 풀이도 물론 재미있지만 모스 경감의 애교스러운 행동들과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지적인 면모가 결합하여 소설 자체의 품격도 높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를 동서문화사 판으로 읽었던 당시에도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이름을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는데,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은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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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
로버트 블록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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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도로가 나면서 노만 베이츠가 운영하는 모텔의 손님은 급감했다. 노만 베이츠는 자신의 취미와 일상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노모가 못마땅 하지만 비교적 순종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메어리,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녀는 손님이 맡긴 돈 4만 달러를 횡령해 자신의 남자 친구인 샘을 찾아가는 길에 폭우를 만나 모텔에 든 것이다.

노만 베이츠는 방을 내준 후 허기진 그녀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간 그녀가 샤워를 시작하자 노만 베이츠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 사무실의 작은 구멍을 통해 그녀를 훔쳐본다.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훔쳐보는 것에 탐닉하던 노만 베이츠는 자신의 어머니가 욕실로 들어와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노만 베이츠는 메어리를 집 뒤편에 있는 늪에 자동차와 함께 가라앉힌다.

일주일여가 흐른 후 메어리의 동생 라일라와 보험회사가 고용한 탐정 에버거스트가 차례로 샘을 찾아온다. 에버거스트는 메어리의 절도와 도피를 추적하던 끝에 그녀가 노만 베이츠의 모텔에 가명으로 묵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에버거스트는 샘과 라일라에게 노만 베이츠의 어머니를 만나볼 것이라는 중간 보고를 끝으로 연락이 끊기고 만다. 노만 베이츠의 어머니는 에버거스트 마저 잔인하게 살해하고 만 것이다. 에버거스트의 시신과 차 역시 늪에 유기한 노만 베이츠는 어머니의 계속되는 범행을 중단시키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지하실로 옮긴다.

언니의 귀걸이를 모텔에서 발견한 라일라는 모텔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졌음을 직감하고 조사를 하던 중 지하실에 갖힌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이라처럼 방부 처리된 노파의 시체를 발견하고, 잠시 후 여장을 한 노만 베이츠에게 습격당한다. 샘의 등장으로 라일라는 가까스로 위기를 면하고 노만 베이츠는 정신 감정을 받는다.

어머니와 다른 남자의 관계에 충격을 받은 노만 베이츠는 두 사람을 독살한 후 자신의 내면에 세 가지 인격을 갖고 살아왔다. 바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노만과 어머니, 그리고 성년이 된 현재의 자신이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모티프로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이 죄의식을 없애기 위해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기로 하고 자신의 내부에 어머니의 인격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이 훌륭하다. 게다가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노만과 성년이 된 노만의 인격을 동시에 창조으로서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계보를 잇는 소설로 손색이 없다.

히치콕 감독이 영화화 함으로서 더욱 유명해진 <사이코>의 작가 로버트 블록은 원래 단편 소설을 주로 발표하는 작가였다. 히치콕은 로버트 블록의 작품을 마음에 들어했으나 분량 때문에 영화화 하지 못하다가 <사이코>가 발표되자 영화로 제작하여 대 히트를 시켰고 개봉 당시 역대 2위의 흥행 성적을 거둔다. 그 후 제작된 <사이코> 2~4 시리즈는 <사이코>에서 주연을 맡았던 안소니 퍼킨스가 제작한 영화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4116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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