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옥스퍼드셔 주 키들링턴 경찰서 주임 경감인 모스가 과도한 음주로 위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모스는 부하 루이스 경사가 가져다 준 <블루 티켓>이라는 야릇한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들켜 창피만 당한 후,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윌프리드 데니스턴경이 쓴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읽게 된다.

그 책은 1859년에 옥스퍼드 운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관한 기록이었다. 조안나 프랭크스는 더비 출신으로 그녀의 아버지 대니얼 캐릭은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그녀의 첫 남편은 'F.T.도너븐'이란 사람으로 마술사였는데 <마술 종합 입문서>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하는 등 수완이 있었으나 일찍 사망하고 만다. 조안나는 이후 역참 마부인 '찰스 프랭크스'와 두 번째 결혼을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조안나가 남편에게 가기 위해 운하왕복선 바바라 브레이호를 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 배의 선원은 4명이었는데 선장인 잭 로리 올드필드, 선원인 앨프레드 머슨과 월터 타운스, 토마슨 워튼이 그들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선원들은 술에 취해 조안나를 심하게 집적거렸고, 조안나는 몇 차례 배에서 내려 다른 운송편을 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안나의 이런 노력은 결국 헛수고로 끝나는데, 운하에서 조안나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네 명의 선원은 절도와 강간, 살인 혐의를 받게 되었고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가장 어린 토마슨 워튼을 제외한 세 명의 선원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마지막 순간에 월터 타운스가 감형되고 나머지 두명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모스는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에게는 책의 내용에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조안나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어 남편 찰스가 신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었다. 남편 찰스는 조안나의 귀 뒤쪽에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조안나가 맞다고 확인을 해주었다. 그외에 신발이 맞다는 이유 등도 있었으나 모스는 이런 시신 확인 과정이 현대 수사의 원칙에 비춰보았을 때 너무 허술하다고 느꼈다.

다음으로 선원들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조안나에 대해 악의적인 말을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은 살인 용의자들은 피해자에 대해 참회하거나 무죄를 주장할지언정 악의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모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춰졌다.

그 외에도 모스는 배심원들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먼 평결을 내린 점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모스는 부하인 루이스 경사와 도서관 사서인 크리스틴 그리너웨이의 도움을 받아 과거의 사건을 하나 하나 재구성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을 품어본다. 만약 발견된 시체가 조안나가 아니라면 사건은 어떻게 재구성될 것인가. 이 의문에서 더 나아가 F.T.도너븐이 실제로 죽지 않았고, 그가 바로 두 번째 남편 찰스라면. 모스는 이런 의문들을 자료와 대조하면서 하나씩 맞추어본 결과 아래의 사실을 재구성해낸다.

조안나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그리고 F.T.도너븐과 결탁하여 보험 사기를 일으킨다. 남편이 죽은 것으로 하여 큰 보험금을 타낸 그들은 이번에는 F.T.도너븐을 찰스라는 사람으로 변장시켜 두번째 결혼을 한 후 조안나가 사망하는 연극을 꾸미기로 한 것이다. 조안나는 배에 탄 직후 선원들을 유혹하고 그들을 분열시켰으며 남편과 공모하여 사라진 직후 신원불상의 시신을 운하에서 떠오르게 한 것이다. 재판정에서는 찰스가 된 F.T.도너븐이 조안나의 시체임을 확인하여 두번째 보험사기를 성공시킨다.

모스 시리즈로 유명한 콜린 덱스터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13년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쳤고, 십자말풀이 대회 전국 챔피언을 세번이나 지낸 사람이다. 1972년 휴가 중 우연히 읽은 추리소설에 실망하여 자신이 더 잘 쓰겠다는 마음으로 쓴 처녀작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수차례 실버 대거 상과 골드 대거상, 그리고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에는 영국여왕이 수여한 대영제국훈장(OBE)를 받았다. 모스 경감시리즈는 영국인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받아 TV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1990년에는 셜록 홈즈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탐정 1위에 오르기도 한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은 우연히 읽게 된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경찰이 해결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수수께끼 풀이도 물론 재미있지만 모스 경감의 애교스러운 행동들과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지적인 면모가 결합하여 소설 자체의 품격도 높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를 동서문화사 판으로 읽었던 당시에도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이름을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는데,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은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수작이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42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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