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과 다른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4
세스 노터봄 지음, 지명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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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

필립이 열살일 때 안토닌 알렉산더 삼촌의 집에 간다. 삼촌은 칠십살 가량 되었고 혼자서 살고 있다. 삼촌은 필립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고, 필립은 한밤중에 버스 타고 다니는 것과 물가에 앉아있는 것, 그리고 가끔씩 누군가와 뽀뽀하는 것이락고 답한다. 필립과 삼촌은 밤중에 버스를 타고 로스드레흐트의 호수에 가서 앉아 있다고 집으로 되돌아온다. 삼촌은 필립을 위해 챔발로를 연주해 주고 보이지 않는 바흐를 소개시켜준다. 필립은 폴 스웨일로라는 사람에게 선물된 책들과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아리아 <성배 이야기>가 담긴 음반에 관해 궁금해한다. 동네 아이들은 필립의 삼촌을 호모라고 놀린다.

육년 후 필립이 삼촌 집에 두번째로 방문한다. 삼촌은 예전과 같이 챔발로를 연주해주었고, 비발디와 스카를라티 등 보이지 않는 음악가들을 필립에게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폴 스웨일로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폴 스웨일로는 알렉산더 삼촌이 서른이 넘었을 때에 옆집에 이사온 인도네시아계 소년으로 어느 날 알렉산더 삼촌은 자신의 친구들이 선물한 것처럼 책들에 서명을 해서 소년에게 준다. 소년은 그 뒤 이사를 가고, 삼촌은 소년의 집을 산다. 집에는 삼촌이 선물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었다.

삼촌의 집을 떠나 필립은 여행을 시작한다. 남의 차를 얻어 타고 프로방스 지방으로 가면서 동성애자 운전자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여자들과 잠깐 조우하기도 한다. 마반테르라는 사람을 만난 필립은 그로부터 동양인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자아이의 알 수 없는 행동들과 KRUSAA라는 단어를 들은 후 필립은 그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책>

페이라는 중국인 여자아이와 만난 후 필립은 파리로 차를 얻어 타고 간다. 그곳에서 미혼모 간호사인 비비안을 만난다. 필립은 그녀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그녀를 배웅하러 바닷가에 갔다가 찾고 있던 소녀를 발견하지만 소녀는 곧 떠나고 만다. 계속해서 유럽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필립은 다시 페이를 만나고 그곳에서 수사가 되고 싶어했던 사르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을 떠난 필립은 어떤 나라를 통과한 후 여권에 찍힌 KRUSAA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가 거기 서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필립을 다시 떠나가고 오랜 시간, 혹은 그리 오래지 않은 후에 필립은 알렉산더 삼촌에게 돌아간다.

 

<필립과 다른 사람들>은 미국의 비트 제네레이션을 대표하는 A.긴즈버그의 장편시 <울부짖음(Howl)>(1956)과 J.케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보다 앞서 발표된 방랑 소설의 초시로 알려져 있다. 비트 제네레이션은 현대 산업사회로부터의 이탈, 원시적 빈곤의 감수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떠도는 그들의 에피소드를 일련의 맥락없이 묘사하는 산만한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 무정부주의적, 반문명적, 반체제적 자세와 개인주의적 색채가 짙게 드러나고 형식이나 기교에 얽매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필립과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산만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소설이다. 잭 캐루악이 <길 위에서>를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썼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필립> 역시 그런 혐의가 짙다. 맥락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화들, 필립이 찾는 중국 소녀와 페이가 동일인인지 아닌지, 사르곤이 곧 마반테르인지 혹은 마반테르가 필립 자신인지조차 나중에는 모호하다. 작가 스스로도 정련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써놓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유럽인들이 신비스럽게 여기는 동양적인 분위기는 사실 동양인들에게는 그리 새롭지 않고 오해가 만연해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유럽인이 그려내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동양인에게는 조악하게 느껴지는 때마저 있다. 르 클레지오의 <조서>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488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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