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김혜원 옮김 / 문학수첩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릴리와 제임스 포터 부부가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한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만 생겼을 뿐 살아남았고 볼드모트는 그 날 이후로 자취를 감춘다. 그 사건 이후 마법사들은 해리 포터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 후로 이모인 더즐리 부부 집에 얹혀 살게 된 해리는 사촌 두들리에게 갖은 괴롭힘을 당하며 10년간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느 날 해리에게 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하는데 더즐리씨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편지는 해리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편지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장인 덤블도어가 보낸 입학허가서였다.

해리는 사냥터지기인 거대한 해그리드의 도움을 받아 도깨비가 운영하는 은행인 그린고트에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을 찾은 후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호그와트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만난 론, 마법학교에서 만난 헤르미온느 등과 친구가 된 해리 등은 모자의 선택을 받아 4개의 기숙사 중 그리핀도르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핀도르의 라이벌은 슬리데린으로 볼드모트가 그곳 출신이었고, 해리를 싫어하는 스네이프 교수가 담임교수였으며 밉살스런 말포이 역시 그곳 소속이었다. 

해리가 퀴디치 경기의 수색꾼을 맡게 되어 활약을 벌인다. 하지만 경기 중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리게 하기 위한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보였고, 헤르미온느의 기지로 해리는 팀을 승리로 이끈다.

한편, 학생들이 가서는 안되는 3층 복도에는 머리가 셋 달린 개가 무언가를 지키고 있었는데 해리 등은 개가 지키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마법사의 돌'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법사의 돌'이란 니콜라스 플라멜이 만들어낸 것으로 무엇이든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불로장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난데 없이 트롤이 나타나고 스네이프 교수가 개에게 상처 입었음을 알게 된 해리 등은 스네이프 교수가 볼드모트를 도와 마법사의 돌을 훔쳐내려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금지된 숲에서 누군가가 유니콘을 죽여 피를 마시는 것을 본 후에 스네이프 교수가 퀴렐을 협박하고 해그리드를 속여 '마법사의 돌'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으로 보이자 해리 등은 직접 그를 저지하러 나선다.

해리가 머리 셋 달린 개를 플루트로 재우고 날아다니는 열쇠를 빗자루를 타고 잡은 후에는 론의 지휘 아래 직접 체스의 말이 되기도 하고, 헤르미온느의 기지로 불을 통과하는 약을 마신 후 해리가 마침내 발견한 것은 볼드모트도, 스네이프도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터번을 두르고 다니는 퀴렐 교수였다. 퀴렐 교수의 뒷 머리에는 볼드모트가 기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제임스에게 목숨을 빚진 후로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애를 썼고 주문을 외웠던 것도 사실은 해리를 누군가 해하려 하는 것을 눈치채고 반대주문을 외운 것이었다. 해리가 시간을 끌고 덤블도어가 시간에 맞추어 와준 덕분에 '마법사의 돌'은 볼드모트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네빌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플러스 점수를 얻게 되고 그리핀도르는 네 개의 기숙사 중 1위를 차지하게 된다.


27개 언어로 1백 30여개국에서 1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열광하는 책이다.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세계관 측면에서 낙제점에 가깝다. <반지의 제왕>과 D&D 룰에서 이미 다룬 소재 중 극히 일부를 차용하였고 '머글 대 마법사' 라는 매우 단순한 세계관에 입각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따라서 D&D룰에 익숙한 독자라면 유치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세계관이 곧 독자층을 매혹시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단순하면서도 알기 쉬운 스토리가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의 욕구와 시기적절하게 만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총 7개의 시리즈 중 첫번째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그런 의미에서 무난한 출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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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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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욕의 할렘, 50대의 화장품 외판원인 조 트레이스가 열여덟 살의 어린 애인 도르카스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조 트레이스의 아내 바이올렛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도르카스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죽은 그녀의 얼굴을 칼로 난자하려다 제지당한 후 쫓겨난다.

쫓겨난 바이올렛은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배운 앵무새를 날려보낸다. 조는 일을 그만둔 후 절망에 빠져 울기만 했고, 바이올렛은 도르카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도르카스의 아주머니 앨리스 멘프레드를 찾아간 바이올렛은 처음엔 차가운 대접을 받지만 점차 둘 사이에 공감대가 싹트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닮으려고 했던 처음의 감정이 점차 그녀를 안쓰러워하는 감정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딸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소설은 조가 도르카스를 쏘아 죽인 현재의 사건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개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도르카스의 친구인 펠리스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사건 당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와 바이올렛이 처음으로 만난 순간, 바이올렛의 할머니가 돌보던 백인 아가씨와 흑인 사냥꾼 사이의 혼혈아 이야기, 혼혈아가 아버지인 사냥꾼을 죽이기 위해 찾아가던 길에 발견한 임신한 흑인 여자,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이가 바로 조였다는 것과, 조를 낳은 여자는 미쳐서 사람들을 피해 숨어살았고 조가 그녀를 세 번 찾아갔었다는 것 등을 작가는 일견 산만하면서도 정교하게 엮어나간다.


작가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조가 도르카스를 죽인 일이 단순한 사건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과거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펠리스가 도르카스에 대한 회상을 끝내고 사건을 극복한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하나의 사건이 거침없이 서술된 후 재즈의 인터플레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독자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화자가 누구인지, 누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현재를 말하는지 과거를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소설은 재즈의 인터플레이를 듣는 청중 수준의 긴장을 요구한다. 그러한 긴장들은 각각의 이야기가 연관을 갖게 되는 순간 마치 불협화음이 미묘하게 화음으로 변하다가 멜로디라인을 형성하듯 긴장을 해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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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935년 도쿄에서 출생하여 와세다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아토다 다카시는 1979년 <뻔뻔한 방문자>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나폴레옹광>으로 제81회 나오키상을 공동 수상한다.(같은 회 수상작은 다나카 고미마사의 <로교쿠사 아사히마루 이야기>와 <미미의 일>)

<나폴레옹광>에는 블랙유머, 미스터리, 환상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13편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 모두는 공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폴레옹광>은 반전 카드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독자의 상상 속에 공포를 심어 넣는다. 아토다 다카시의 반전 카드는 능수능란하여 독자는 카드를 본 순간 자신이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고, 최초에 읽었던 이야기들이 전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뻔뻔한 방문자>는 미스터리로써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계급사회가 아님에도 계급이 대물림되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글을 읽는 지배계급은 협박이라 느낄만 하고, 자신의 주변이 모두 정상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뒤틀린 밤>은 쓸쓸한 인생 유전이다. 결혼을 앞둔 주인공에게 나타난 여성은 아마도 자신의 결정을 가로 막는 도덕성을 무화시키기 위한 자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결국 또 다른 삶을 찾아가지만 다른 여성을 만나 같은 생을 반복하거나, 목공소의 소년의 생에서 반복될 것이다. 도망칠 곳은 없다.

<그것의 이면>과 <창공>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생활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공허와 거짓, 무기력을 보여주며 그것을 벗어난 '일탈' 을 그리고 있다. 


o 나폴레옹광 

 

화자는 나폴레옹과 관련된 두 명에 관해 회상한다. 한 명은 미나미사와 긴페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수성가형 타입의 사업가인데 꽤 많은 특허로 돈에는 부족함이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못말리는 나폴레옹광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적에 나가세 호스케의 <나폴레옹전>을 읽고 강력한 계시를 받은 후 나폴레옹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집하며 그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손에 넣곤 했다. 현재는 4층 짜리 개인박물관을 소장하여 그곳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또 한명의 인물은 무라세라는 사람이다. 무라세는 시골에서 화자를 찾아온 사람인데, 화자가 언젠가 발표한 나폴레옹에 관한 수필 때문이었다. 무라세는 자신이 아무래도 나폴레옹이 환생한 것 같다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그는 나폴레옹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라세는 가끔씩 떠오르는 장소와 인물들이 너무 낯설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것들이 나폴레옹과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환생에 관한 권위자인 F.M.윌리스의 이론과도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화자는 미나미사와 긴페이야 말로 무라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소개장을 써준다. 무라세는 미림보시(복어를 미림에 재워 말린 건어물)을 매달 보내주겠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미림보시는 오지 않았다.

얼마 후 나폴레옹 자료가 필요해서 미나미사와 긴페이를 방문한 화자는 무라세에 관해 묻는다. 미나미사와는 무라세와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자는 문득 미나미사와의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 책이 꽂혀있던 광경이 떠오른다. 그 책의 제목은 <동물 박제 만드는 법> 이었다. 미림보시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

 

o 뻔뻔한 방문자

 

아침 10시경, 우키다 마키코의 집에 노파가 방문한다. 마키코는 그녀를 곧 알아본다. 그녀는 하츠에라는 이름으로 1년쯤 전 자신이 유키에를 출산한 직후 고열로 시달려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때 10일 정도 잡역부로 일한 여자다. 하츠에는 별다른 용무도 없으면서 마키코의 집을 가끔 방문했고 이제 그만 나가주었으면 하는 눈치에도 유키에가 예쁘다는 둥 하면서 나가지 않으려 했다.

하츠에는 그날도 마키코의 싫은 눈치는 아랑곳 없이 유키에를 안아보고 기저귀를 갈아보려 하는 등 도를 넘은 짓을 한다. 마키코는 땀냄새 풍기는 그녀가 아이를 안는 것이 싫다. 그녀는 아무래도 마키코의 집과 같은 부자집에 가정부로 들어오고 싶은 눈치다. 마키코는 자신이 우월한 계급이라는 의식을 갖고 냉정하게 거절하고 한 시간여만에 겨우 하츠에를 내보낸다.

그날 경찰이 마키코의 집을 방문하여 하츠에에 관해 이것 저것 묻는다. 마키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질문에 답한다. 경찰에 따르면 하츠에는 살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몸이라고 한다. 그녀가 죽인 것은 어린아이로 하츠에의 손녀다. 하츠에의 딸 역시 모종의 범죄를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그녀는 경찰에게 자신의 어머니 하츠에가 작년 가을 딸을 살해한 것 같다고 진술했고 마당을 파보니 아이의 뼈가 발견된 것이다.

마키코는 경악하고 만다. 하츠에가 죽였다는 아이의 생일은 10월 7일, 유키에의 생일은 10월 8일이다. 마키코는 출산 직후 고열로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자고 있는 유키에의 얼굴 어딘가가 하츠에를 닮은 것 같다.

 

o 생 제르망 백작 소고

 

아버지의 유언은 '내후년 11월 26일 밤 8시, 제국호텔로 가서 생 제르망 백작을 만나고 에레키시에 관해 이야기 하라'는 것이었다. 아이사와는 생 제르망 백작이 실명인지, 별명인지 알 수 없었다. 인명사전에 의하면 생 제르망 백작은 1707년에서 1784년 유럽에서 활동하던 사람으로 각국 언어를 할 줄 알았고 여러 정치적 사안에 관여했다고 쓰여 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언제나 젊은 얼굴을 한 채로 죽음을 비웃었다고 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말이지만 그는 불로불사의 약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그 약의 이름이 에레키시인 것 같았다.

마침내 그날이 오고 아이사와는 제국호텔로 간다. 생 제르망 백작은 실제로 나타났고 아이사와는 놀라고 만다. 생 제르망 백작은 에레키시, 불로불사의 약은 사실 환약이나 물약의 형태가 아니라 팡세, 일종의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즉 매해 피는 꽃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눈에는 같은 꽃으로 보이는 것처럼 사람 역시 자손에게 선조의 기억과 아이디어가 전해진다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괴변이었다.

'나'는 그런 간단한 이야기를 궂이 13년이나 기다렸다가 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 아이사와의 아이가 태어난다.


o 사랑은 생각 밖의 것


딸 노부코가 망나니 같은 남자친구 때문에 회사 공금 이백만엔을 횡령한 후 갚지 못하게 되자 교헤이는 아이를 납치한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교헤이는 돈을 받아낼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평소 밤이면 집을 나갔다가 새벽이면 돌아오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아이의 부모에게 한밤중에 특정 장소에 데려다 둔 개에게 돈을 묶은 후에 풀어주라고 지시한 교헤이는 생각대로 개가 돈을 가지고 돌아오자 완전범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며칠 후에 형사가 들이닥쳐 교헤이를 체포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교헤이에게 형사가 사정을 설명해준다. 그 개는 형사 집의 수컷 개와 연애중이었고 돈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형사 집에 들렀던 것이다. 형사는 개의 배에 가방이 묶여 있던 것을 보았지만 당시에는 의미를 모르다가 범행이 끝나고 알게 된 것이다. 교헤이는 '이놈도 저놈도 하필이면 멍청한 상대를 고르다니......' 하고 한탄한다.


o 그것의 이면


기타다 요스케는 최근 아내 야스코가 미묘하게 변했다고 생각한다. 야스코와 결혼한지 1년, 아내는 스물여덟살이다. 아내는 적은 월급이나마 알뜰하게 관리해왔고 부업을 하여 살림에 보태기도 했다. 집도 싼 값에 사서 불만이 없다. 그 집은 칠레에서 지진이 날 때에 뒤쪽이 붕괴되었다하여 싼 값에 나온 집이었는데 기타다는 칠레의 지진과 지반 붕괴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생각한다.

동네 소식통인 약사가 어느 날 아내가 은행에서 외화를 환전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에 더욱 의심이 간 요스케는 흥신소에 아내의 뒤를 캐보라고 의뢰한다. 하지만 아무런 특이점도 없었다. 어느 날 아내가 뒤뜰로 나가자 따라 나섰다가 절벽 아래의 작은 창고로 들어간 요스케는 순간 눈앞에 어둠이 펼쳐졌다가 정신이 들자 자신이 칠레에 와있는 것을 알게 된다.


o 딱정벌레의 푸가


불법택시 영업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한 기타무라 가즈히코에게 누군가 찾아와 말을 건다. 그 소리는 자신의 차 폴크스바겐이 창밖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폴크스바겐은 자신이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며 기타무라를 닮은 인형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한다. 과연 그 다음 날 부터 폴크스바겐은 돈을 조금이나마 벌어왔다. 하지만 병원이와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아내는 차를 팔자는 말을 꺼낸다.

며칠 후 폴크스바겐이 찾아와 비밀리에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와보라고 한다. 나가보니 차 앞유리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폴크스바겐이 하는 말은 놀라왔다. 불륜남녀를 태우고 가던 중 남자가 여자에게 아파트라도 사라며 돈을 건낸 후 먼저 내렸고 주인에게 돈이 필요할거라 생각한 폴크스바겐은 100km로 달리다가 급정거를 한 것이다. 생각대로 여자는 앞유리에 머리가 부딪혀 상처를 입고 기절했다. 차는 그 여자를 범한 후 바다로 빠드려 죽였다는 말과 함께 돈을 건내준다.

뜻밖의 돈이 생긴 기타무라는 치료가 끝난 후 제일 먼저 주차장의 폴크스바겐을 찾아간다. 하지만 차는 그런 일에 감사받을 생각은 없다는 듯, 혹은 그때 일은 묻어두겠다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까지 낳고 단란하게 살던 기타무라는 그 여자가 죽은 오오이의 부둣가를 찾게 된다. 아내는 이상하게도 바닷가를 향해 묵념을 한다. 무엇을 하느냐는 기타무라의 말에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기타무라에게 몽유병 증세가 있었고 그때는 무척 걱정했노라는 말을 한다.


o 골프의 기원


168X년, 제임스2세가 아직은 요크공으로 불리웠던 때, 에든버러 성에 두 명의 잉글랜드 귀족이 방문한다. 한 사람은 노발공(怒髮公)으로 알려진 다혈질의 귀족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끝물의 동과공(冬瓜公)으로 부르고 싶은 밋밋한 귀족이었다.

요크공과 노발공이 골프의 기원에 대해 스코틀랜드니, 잉글랜드니 해가며 격하게 싸우자 동과공이 시합을 겨루어 이기는 쪽의 기원으로 하자는 안을 내놓는다. 이에 노발공과 끝물의 동과공이 한편이 되고  요크공이 다른 한 명을 데려와 시합을 하기로 한다. 요크공은 수소문 끝에 존 파터슨이라는 가난한 구두공이 골프에 매우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섭외한다.

시합은 요크공과 존 파터슨 팀의 승리로 돌아가고 노발공은 분을 참지 못하다가 이 모든 것이 존 파터슨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염탐하게 한다. 염탐꾼은 그가 집 안에 거울을 두고 연습을 하는데 거울 자세를 교정하는 코치를 해준다고 보고하였다. 노발공은 암살자를 사주해 존 파터슨을 살해하고 거울을 훔쳐온다. 

노발공이 거울을 보며 연습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거울이 등을 좀 더 펴라느니, 팔을 좀더 굽히라느니 코치를 시작하였다. 노발공은 그 조언을 소중히 여겨 연습을 하였고 실력이 나아지는 듯도 했으나 코치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노발공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노발공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순간 거울을 깨버린다. 하지만 깨어진 조각 수 만큼 떠들어대었다. 노발공은 막자사발을 가져오게 하여 거울을 가루내어 창밖으로 날려버린다.

그 후로 그 가루는 전 세계로 퍼져 지금도 골퍼를 보면 충고의 말을 떠들고 있다.


o 뒤틀린 밤


올해 서른 살이 된 야마이 도시로는 무라키 후사코와의 결혼을 사흘 앞두고 있다. 도시로는 무라키 후사코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없었으나 '아차' 하는 정도의 심리가 있다. 그것은 모든 남자들이 결혼을 앞두고 먹게 되는 마음으로 여자가 마음에 들었든, 들지 않았든 드는 공통의 심리다.

도시로가 그런 심정으로 침대에 누우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바닷가 한적한 마을의 털보 목수가 도시로에게 목공일을 배워보겠느냐고 묻고, 도시로는 아버지 직장 때문에 잠시 도쿄로 왔을 뿐이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그후 도시로는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후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다. 도시로는 자신이 결혼을 마음 먹지 않았다면 목공일을 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모르는 여자가 '곧 집으로 가겠다'는 말을 하고 끊는다. 

잘못 걸린 전화라 생각하고 설핏 잠이 들었다 깨자 옆에 모르는 여자가 누워 있다. 그녀는 누구냐는 질문에 애매하게 답하며 결혼하기 싫지 않냐고 묻는다. 도시로는 다음 날도 여자의 방문을 받게 되고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 나타나지 말라고 말한다. 다음 날 결혼식을 올리고 후사코와 신혼여행에 가서 어설픈 관계를 맺고 잠이 든 도시로는 아침에 깨어나 후사코가 차가운 시체가 된 것을 발견한다. 경찰은 도시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해나간다. 도시로가 후사코와 관계를 맺었다는 말은 경찰에 의해 간단히 부정되었다. 관계를 맺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또다시 신원불상의 여자가 나타나 도시로를 경찰서에서 탈출시켜 준다. 

도시로는 바닷가 마을에 숨어든다. 농사일을 돕던 그가 목공일을 배우고 그것을 생계로 삼는다. 어느 날 소년이 목공일 하는 도시로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도쿄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도시로는 소년이 평범한 샐러리맨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왠지 쓸쓸함을 느낀다. 목수의 딸이 도시로에게 물을 내민다. 도시로는 여자가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느낀다.


o 투명한 물고기


'나'는 찻집 엘 마르에 갔다가 어항 속에서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를 본다. 그 물고기의 몸은 투명해서 뼈만이 헤엄치고 있는 듯 했다. 그때 한 여자가 다가와 물고기에 대해 설명해 준다. 물고기 중 몸이 완전히 투명한 것이 트랜스페어런트, 반투명한 것은 트랜스루센트, 은색으로 빛나서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실버다이브라고. 그러면서 트랜스페어런트 중 일부는 친해진 물고기의 몸까지 투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여자와 호텔에 가서 관계를 맺는다. 여자가 유혹한 듯 하다. 여자가 샤워할 때 우연히 그 여자의 몸이 투명한 몸을 보게 된다. 장기까지 들여다보인다. 

이제 찻집 엘 마르에 그 투명한 물고기는 없다. '나'는 그녀를 만나야만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몸도 이제 투명하다.


o 창공


다다노 헤이사쿠는 소심한 샐러리맨으로 이렇다할 야망도, 그렇다고 이렇다할 불만도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간다.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평소와 달리 참기 힘들었고 회사로 가는 전철이 아닌 다른 전철을 탄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흔들리다 도착한 곳은 교외였다. 하늘은 기분 나쁠 정도로 푸르렀다. 그때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헤이사쿠는 자신도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헤이사쿠는 언덕의 끝까지 나아가 위를 향해 몇 번이나 손을 저어 날아오른다.

그날 오후 늦게 N산의 기슭에서 헤이사쿠가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그가 겨우 2~3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두개골이 깨어진 것을 보고 알 수가 없었다.


o 이


야스히코의 아내 노리코는 이가 튼튼하고 가지런하다. 그녀는 이가 튼튼하면 머리도 좋다는 말을 하는데 꼭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 야스히코는 이가 부실하다. 야스히코는 태어날 아이가 이가 튼튼했으면 한다는 말을 하며 식사를 마치고 하얀 가루약을 먹는다. 그녀는 칼슘 섭취가 중요하고 자기네 집안에서는 두개골을 최고로 친다며 야스히코의 어머니 유해가 담긴 단지를 바라본다. 야스히코는 어머니가 의사의 예상보다 일찍 돌아가셨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o 광폭한 사자


스물한 살에 결혼하여 딸을 하나 낳은 쇼코는 남편이 간암으로 급사한 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간다. 쇼코는 남편이 죽은 후로 자기 계발에 힘 쓴 결과 일러스트레이션과 아트 플라워, 외국어에 취미를 붙였고 특히 일러스트레이션은 전문가 수준으로 생계 수단이기도 했다. 그녀는 하루가 27~8 시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도로 자신의 삶에 몰입했고 계획을 세워 살아갔으며 매일 충만감을 느꼈다. 

그런 그녀에게 유부남 스도 히데키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쇼코는 그에게 빠져든다. 스도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녀는 자신의 삶이 조금씩 흐트러짐을 느낀다. 

어느 날 스도가 둘 만의 아파트를 얻는다. 스도는 쇼코에게 자고 가라고 권하고 쇼코는 꿈에서 본 일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다며 꿈 이야기를 해준다. 꿈 속에서 머리 긴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았다는 말에 스도는 자신의 아내가 나타날 일은 없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커다란 트렁크에라도 숨으면 된다며 몸소 들어가보인다. 트렁크는 금속이 부딪는 소리가 나면서 강고하게 닺힌다.

얼마 후 쇼코는 사랑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사자는 가축으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난다. 어쩐지 트렁크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o 밧줄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연재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 종적을 감춘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다. 소설가는 자신이 연재를 수락한 후 단 한 줄도 완성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열패감에 빠졌으며, 결국 이렇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을 써내려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잠들기 전까지 편지를 완성할 수 있을지 자문하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언젠가 여행에 갔다가 옆방에서 어떤 여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호기심이 동했고, 야릇한 상상을 하며 건너갔다가 기묘한 경험을 한다. 그녀는 유부남을 사랑했다가 버림받은 후 자살을 결심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실패했는데 그 뒤로 밧줄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이야기를 한다. 밧줄은 자살을 결심하지 못한 사람을 도와 죽도록 만들어 주는데 자살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을 끝까지 쫓아가 잠이 들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여자의 요청에 따라 불침번을 서며 여자가 잠드는 동안 지켜보기로 했는데 그도 깜빡 잠이 들고 말았고 여자는 밧줄에 목이 졸려 죽고 만다. 소설가는 경찰의 추궁이 두려워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는 편지에 자신이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밧줄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역시 죽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이제 잠을 이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잠이 드는 즉시 밧줄은 목을 죄어올 것이다 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런데 편지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편지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있었고 연재할 내용으로도 적당해 보였다. 그 증거로 밧줄이 사라진 것이다.

소설가는 그러나 한 가지 의혹에 잠긴다. 자신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 즉 편지의 내용이 원고로 적당하다는 생각을 적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죽은 여자는 밧줄이 죽인 것이 맞는가? 자신은 정말 잠이 들었는가? 하는 의혹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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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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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아서의 가족이 모여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한 가지씩 하고 있다. 이야기가 점점 극단적이고 충격적으로 변할 즈음 아서에게 차례가 돌아온다. 아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말로서 풀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서는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그 일을 글로 적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아서는 상사인 벤틀리씨로부터 여든 일곱살의 나이로 사망한 드래블로 부인의 유언을 집행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녀의 집은 크라이신 기퍼드에 있는 일 마시 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아서가 할 일은 그곳으로 가서 드래블로 부인이 남겨 놓은 서류 중 유언과 관련된 서류를 추려내는 것이었다.

가는 도중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새뮤얼 데일리는 아서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듣자 무언가 숨기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고, 이는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였다.

드래블로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아서는 자신과 부동산업자 외에 검은 옷을 입은 창백한 여인이 참석했음을 알게된다. 그녀는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듯 했다. 그 여자에 관해 동산업자인 제롬씨에게 묻자 그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자리를 뜨고 만다.

일 마시 하우스는 습지의 한 가운데 약간 솟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졌을 때에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곳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아서는 또 다시 검은 옷의 여인을 발견하자, 그 여인이 유령임을 확신한다. 해무가 시야를 가로막은 후 아서는 마차소리에 뒤이어 어떤 여인과 아이의 끔찍한 비명을 듣는다. 그들은 슾지로 잘못 들어 빠져 죽었음이 틀림 없었다.

일 마시의 잠긴 방에서 아이의 소지품을 발견하고, 드래블로 부인이 남긴 편지와 새뮤얼 데일리의 말을 들은 아서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아버지 없는 아들을 낳은 재닛은 집안의 강요로 언니인 드래블로에게 아이를 맡긴다. 하지만 아이를 못내 잊지 못하여 괴로워하였고, 아이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습지에 빠져 죽자 그 후로 10년 넘게 앓다가 사망한다. 그 후로 마차가 습지로 빠질 때 아이가 냈던 비명소리가 마을 주민들에게 들렸고, 재닛의 모습이 종종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면 마을에서 아이가 한 명 사망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

벤틀리씨가 맡긴 일을 완수하지 못한 아서는 약혼녀 스텔라와 결혼하고 곧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아이는 마차를 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말이 재닛의 유령에 놀라 미친듯이 달렸기 때문이다.

가디언지 선정 세계 5대 공포소설 이라는 광고 띠지가 떡하니 붙어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예전에 유행하던 농담이 하나 생각났다. 여자들에게 인기투표를 했더니 군인이 2위였다는 것이다. 이에 1위는 누구였는지 묻자 민간인이었다는 식의 유머였는데, 어쩌면 가디언이 선정한 순위도 4위까지만 있고 나머지는 죄다 5위였는지도 모르겠다.

'원한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도는 귀신과 그 원한의 사후적 해소' 라는 동양적인 모티프에 익숙한 동양권 독자가 과연 아들이 죽었다고 수시로 나타나 동네 아이를 마구잡이로 죽게 만드는 재닛의 유령에 공포를 느낄까 의문이다. 게다가 재닛의 아들은 사고로 죽었다. 마을사람이건 언니건 사건에 책임 지울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가 재닛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은 공포라기 보다는 짜증이나 황당함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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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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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강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서인은 텔런트를 지도했다는 유명세를 타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서인은 할머니와 오빠가 운영하는 펜션 '호반'에서 선우를 처음 보게 된다. 꽃을 접사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열중하는 그에게 서인은 호감을 느낀다. 선우 역시 서인의 사진을 찍은 후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던 어느 날 다시 '호반'을 찾는다. 선우는 그곳에서 서인이 가끔 묵곤 한다는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서인의 일기장을 충동적으로 훔친다. 서인의 할머니는 선우에게 자신의 손녀딸과 잘해보라며 몇 가지 힌트를 준다. 얼마 후 둘은 사진을 매개로 만나게 되고 차츰 서로에게 빠져 든다.

 

둘 사이에 사랑이 무르익어 갈수록 서인은 괴로워한다. 서인은 열일곱살 때 아이를 지운 경험이 있었고 이십대에는 아이를 낳은 경험도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그 후 서인은 할머니와 자란다. 열일곱 되던 해에 서인은 몽유병 증세가 있었고, 어느 날 배 위에서 강간당한 채 발견된다. 할머니는 서인이 열병에 걸렸다며 마을사람들의 눈을 속였지만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서인은 아이를 지운다.

이십대에 사랑했던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그의 아이를 낳은 서인은 이름을 다빈이라 지은 후 할머니의 주장대로 오빠의 호적에 올린다. 서인은 자신의 과거까지 선우가 감싸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즈음 대학강사인 선우를 쫓아다니던 여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또 선우가 대학시절 사귀었던 여자가 실종되었었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서인은 선우가 자신의 일기장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종된 여학생이 사망했다는 신문 기사도 읽게 된다.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유리막 같은 것이 세워지고, 소통에 어긋남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쓰러졌다가 일어난 후에 서인이 열일곱살 때 당했던 일을 파해친다. 할머니가 받아온 낚싯대는 선우가 과거에 잃어버렸다는 낚싯대와 같았고, 초등학교 동창의 증언도 선우를 지목하고 있었다.

 

오형사의 조사가 점점 선우에게 좁혀 온다.  선우는 서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프랑스로 입양을 간 선우에게는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 미우가 있었다. 선우는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으로, 미우는 안나라는 세례명으로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는데 둘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라 놀림 받는다. 양아버지가 안나를 범했음을 알게 된 날 선우는 안나를 교살한다. 양아버지는 안나를 수장시키고, 미카엘에게는 입을 다물게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카엘의 집 주변 동물들의 시체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결국 파양되어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학시절 사귀던 여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깨어난 밤에 선우는 몽유병으로 돌아다니는 서인을 발견하고 안나로 착각한다. 선우는 서인을 범하고 그날 밤 서인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인정하고 싶지 않아 자살했다고 믿은 엄마처럼 되고 싶어한다. 서인은 그날의 기억을 스스로 망각한 채 살아왔다.

선우가 자신이 해리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살인범임을 털어놓은 후 서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고, 서인은 선우의 아이를 낳은 후 다빈을 자신의 호적으로 옮기고 떠나간 엄마를 모셔와 함께 '호반'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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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온갖 자극적인, 하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는 양념을 쳐가며 분전한다. 잃어버린 기억, 몽유병, 강간, 근친상간, 살인, 다중인격, 유부남과의 불륜 및 어머니의 불륜 등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가 없다는 게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결과적으로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하이틴 로맨스의 어디쯤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어느 장르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작중 인물들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며 뜬금 없는 대사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고, 하이틴 로맨스의 진부한 결말을 '기억'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하여 뻔하지 않게 포장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에크로이드 살인사건>과 같이 독자를 속이는 트릭을 사용하여 미스터리로서도 낙제점을 보여준다. 물론 <에크로이드 살인사건>은 그러한 트릭을 처음 사용하였고, 나름의 완성도도 갖추고 있으나 <4월의 물고기>는 '후안무치한 트릭이고 1페니 동전을 5달러 금화라고 속여 건내는 사기나 다름없다'는 반다인의 비판을 떠오르게 한다.

노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1984년에 제작한 영화 <四月の魚>에서 차용한 제목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에서는 4월 1일 만우절에 어리숙한 사람을 '4월의 물고기'라고 놀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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