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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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브베라는 마을에서 윈터본은 데이지 밀러라는 아가씨를 알게 된다. 데이지는 미국인 아가씨로 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안내인을 데리고 여행중이었다. 윈터본은 데이지에게 한눈에 매혹되고 그녀의 제안들에 가슴이 설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가 바람둥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윈터본은 아주머니인 코스텔로 부인에게 데이지를 소개시켜려 하지만 코스텔로 부인은 데이지 밀러 일행이 천박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윈터본의 눈에 비친 데이지는 한편으로는 천진난만하고 순진해 보였지만 안내인 유제니오와 가깝게 지내는 태도는 정숙해보이지 않았다. 윈터본은 시옹성으로 데이지와 함께 구경을 간다. 제네바로 돌아간다는 윈터본의 말에 데이지는 윈터본에게 숨겨진 애인이 있음에 틀림이 없다면서 자신과 더 오래 있지 않는 것을 원망하는 말을 한다.

다음 해 1월말 경 윈터본은 로마로 갔다가 그곳에서 데이지와 재회한다. 데이지는 잘생긴 이탈리아인 조바넬리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같은 미국인들은 그런 데이지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조바넬리와 단둘이 산책을 하는 데이지에게 워커 부인이 잘못된 행동이라며 그만 두고 자신의 마차에 오를 것을 권한다. 그러나 데이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워커 부인의 권유를 무시한다. 얼마 후 데이지는 워커부인이 주최한 사교계 모임에서 차가운 대접을 받는다.

윈터본이 어느 날 밤 들른 투기장에서 조바넬리와 함께 있는 데이지를 발견한다. 윈터본은 데이지에 대한 고민, 그녀가 순진한 아가씨인지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아가씨인지, 에 대한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데이지에게 열병에 걸릴 수도 있는 행동을 했다며 비난한다. 2,3일이 지나고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돈다. 호텔을 방문한 윈터본은 데이지가 열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이지의 어머니는 데이지가 조바넬리와 약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윈터본에게 전한다. 

데이지는 끝내 사망하고 조바넬리는 장례식장에서 윈터본에게 데이지가 자신이 알았던 가장 순진한 아가씨였다고 말한다. 윈터본은 자신이 데이지에 대해 품었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고 그녀가 누군가의 존중을 고마워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팽귄판은 1879년 맥밀란 출판사가 영국에서 처음 출간한 텍스트를 번역한 것이다. <데이지 밀러>는 크게 두 가지 판본이 있는데 1879년 판본과 1909년 판본이 그것이다. 독자와 평론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1879년 판본이 많은 부분을 생략하여 독자가 판단할 여지를 남겨둔 데 반해 1909년 판본은 작가의 개입과 서술이 1879년 판본에 비해 많다고 한다.

출간 당시 소설 속 데이지의 행동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에 대한 헨리 제임스의 답변이 엘리자 린 린턴 부인과 주고 받은 서신에 나와 있다. 헨리 제임스는 데이지가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조바넬리와의 행각을 이어갔던 이유를 그녀가 단지 너무 순진했고 사람들의 비난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요점은, 가변고 가녀리고 꾸밈없고 예측하기 힘든 한 존재가 정작 자신과는 별로 관련도 없는 사회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당하는 짧은 비극인 셈" 이라고 말한다.

 

어제 군산 선유도로 갔다가 오늘 돌아왔다. 바다 낚시를 할 만한 일기가 아니었으므로 가벼운 산책으로 선유도의 메인 일정은 끝나버렸고, 밤에는 술과 화투와 축구경기 관람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 세가지 모두에 소위 '젬병'이므로 화투판의 물주를 자처하다가 슬그머니 다른 방으로 스며들어 <데이지 밀러>를 읽었다. 왼쪽 방에서는 광을 파는 소리가, 오른쪽 방에서는 섰다를 위해 '학교 가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데이지 밀러>를 읽는 내가, 사실은 이번 행사의 주최자였다. 행사 주최도 나는 '젬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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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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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자동차 회사의 리콜 담당이다. 스웨덴제 가구를 사 모으는 취미가 있고,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을 자는 것이 가장 훌륭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말기암 환자 모임에 나가 그들의 불행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일종의 휴식과 평온을 얻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무런 병에도 걸리지 않았으면서 자신처럼 말기 암 환자 모임에 나오는 말라를 알게 된다. 그녀가 의식되면서 휴식과 평온이 방해받는다. '나'는 말라와 모임을 나누어 나가기로 협정을 맺는다.

영사기사로 일하는 타일러 더든과 어느 날 밤 술집 앞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서로를 때리기 시작한다. '나'는 육체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상황을 겪으며 일상 생활에서 의미를 부여해왔던 것들이 실상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는 자각을 하게 되고 마침내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개조'가 아니라 '자기 파괴'임을 깨닫는다. 모든 것이 파괴된 곳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일러 더든이 만든 파이트 클럽은 몇 가지 단순한 규칙, '절대로 파이트 클럽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와 '일대 일로 싸운다' 이외에는 사람들을 구속하지 않았고 참가자들은 열광하였다. 그들은 다음 날이면 엉망이 된 얼굴들 속에서 연대의식을 느낀다.

말라가 자살하는 것을 타일러가 막은 날, 둘은 관계를 맺는다. 타일러는 말라의 어머니가 지방흡입술로 덜어낸 지방으로 비누를 만든다. 둘의 아지트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메이헴 계획이 세워진다. 그 계획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정부주의적인 계획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 곳곳에 파이트 클럽 회원들이 침투하여 암약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이 파이트 클럽 회원들로부터 선생님이라 불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타일러와 말라가 단 한번도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나'는 타일러가 또다른 자아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은 무정부주의적인 상상으로 가득차 있다. 마치 Sex Pistols의 노래 <Anarchy in the U.K.>의 소설 버전 같다. 무정부주의의 요체가 무엇인가? 그것은 '거부'와 '파괴'이다.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과학적 전략,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분노의 엘리트적 표출이다. 소설 속 타일러는 이러한 무정부주의적 원칙에 충실하다. 조직의 보위(발설하지 말것), 완전한 평등(일대 일로 싸운다), 건설을 위한 파괴(각종 테러 행위들) 등등. 

모든 것이 철저히 파괴되기 위해서는 파괴의 희열을 스스로 경험해야만 하는 바, 그 첫걸음으로 나를 파괴한다. 그 속에서 여타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별 것 아니었음을 경험한다. 새차에 흠집이 나면 머리를 감싸 쥐게 되지만 이미 흠집 투성이인 차의 외관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과 같이 사물을 보는 다른 관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외관은 엉망이니 달리는 기능 자체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외관도 엉망인데 기능은 아무려면 어떠랴 하든가이다. 무정부주의의 한계는 바로 '아무려면 어떠랴'하는 식이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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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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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루시와 사촌 샬럿은 이탈리아 피렌체로 여행을 떠난다. 펜션 베르톨리니에 도착한 그들은 예약한 방이 약속과 달리 전망이 형편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한다. 이때 에머슨과 그의 아들 조지가 <전망 좋은 방>을 루시와 샬럿에게 양보하겠다고 말한다. 루시와 샬럿은 그들의 호의에 숨은 저의를 파악할 수 없어 선뜻 승락하지 못한다. 에머슨은 자신의 순수한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루시와 샬럿을 의아해 한다. 마침 그곳에 체류중이던 교구목사 비브가 에머슨에게는 별다른 저의가 없고 솔직한 성품으로 가끔 곤란을 겪을 뿐이라고 말하자 루시와 샬럿은 <전망 좋은 방>에 투숙하게 된다.

다음 날 루시는 산타크로체 교회에 소설가 래비시양과 함께 관광을 나간다. 래비시양은 자신이 피렌체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줄 것처럼 여행안내서마저 빼앗아가더니 돌연 루시를 팽개치고 사라져버린다. 루시는 교회에서 다시 에머슨 부자를 만나는데 또 다른 영국인 목사인 이거는 에머슨을 백안시한다.

어느 날 루시가 알리나리의 가게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그림 몇 점을 사고 시뇨리아 광장을 거닐다가 살인 사건을 목격한다. 루시는 정신을 잃고, 마침 옆을 지나던 조지 에머슨이 루시를 부축한다. 깨어난 루시는 자신이 산 그림들을 찾고 조지는 그 그림들에 피가 묻었다면서 강물로 던져버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루시는 자신의 내부에서 무언가 변화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한다. 한편 조지는 루시를 통해 음울한 비관주의에서 벗어나 삶의 생기를 느낀다.

 

비브 목사와 이거 목사, 에머슨 부자, 래비시, 샬럿과 루시가 소풍을 떠난다. 가는 도중 마부가 젊은 아가씨를 태운 후 서로의 열정을 몸짓으로 확인한다. 이거 목사는 이런 광경에 불쾌해하고, 에머슨은 젊은이들의 솔직한 행동을 불쾌해하는 이거 목사를 비난한다. 소풍지에서 일행과 떨어진 루시가 이탈리아인 마부에게 목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몰라 '좋은 남자'가 어디 있는지 묻고, 이탈리아인은 '좋은 남자'를 연애하기 좋은 대상으로 생각하여 조지에게 데려간다. 덤불 숲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루시에게 조지가 열정을 참지 못하고 키스를 한다. 루시는 샬럿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샬럿은 루시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조지에게 모든 일에 대해 입 다물어줄 것을 종용한 후 루시를 데리고 로마로 떠난다.

 

영국의 서머 스트리트의 윈디 코너 저택으로 되돌아온 루시는 로마에서 만난 세실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루시가 응낙하여 둘은 약혼한 사이가 된다. 

세실은 문학과 예술 등에 조예가 깊었으나 운동을 싫어하고 타인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취했다. 루시의 어머니 허니처치 부인은 세실의 집안과 태도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터놓지는 못했고 동생인 프레디는 세실을 싫어했다. 

어느 날 윈디 코너 저택 앞에 위치한 두 가구 연립형 빌라에 루시가 앨런 자매를 추천하자 세실은 서머 스트리트 사람들을 골탕먹일 작정으로 앨런 자매를 대신해 에머슨 부자를 추천하고 겉으로는 그들에게 호의를 베푼 척 한다. 비브 목사가 프레디를 조지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해 빌라로 데려간다. 프레디는 소개받은 조지의 얼굴이 더럽기에 별 뜻 없이 '목욕이나 하러 가자'고 말한다. 그런데 조지 역시 흔쾌히 좋다고 대답하여 셋은 호숫가로 목욕을 하러 간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잊고 벌거벗은채 물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다가 허니처치 부인 등에게 목격되어 곤란을 겪는다.

허니처치 부인의 집에 조지 등이 초대를 받고 사람들은 테니스 경기를 한다. 잠깐 루시와 조지가 함께 있게 되었을 때 또다시 조지가 루시에게 키스를 한다. 조지는 세실과 같은 사람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대상화할 뿐이라고 설득한다. 

복식 조의 인원이 모자라 세실에게 함께 테니스를 치자는 제안에 세실이 거절하자 루시는 세실에게 파혼을 통보한다. 그 하나의 사건을 통해 루시는 세실의 성격적 결함을 깨닫는다. 루시는 세실에게 지금껏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지지 못했고 앞으로 그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격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세실은 고결한 태도로 자신이 지금껏 저질렀던 잘못을 깨달았다면서 루시의 앞날을 축복해준다. 세실과 헤어진 루시는 자신이 조지에게로 갈 경우 남자 때문에 세실에게 파혼을 통보했다는 오해를 받을 것이 두려워 앨런 자매를 따라 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 목사관에서 에머슨을 만난 루시는 에머슨의 이야기를 듣고 조지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둘은 펜션 베르톨리니의 전망 좋은 방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소설의 종장 제목은 <중세의 종말>이다. 영국 사회의 계급간 갈등과 가치관의 충돌을 지적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전망 좋은 방>은 E.M.포스터의 작품 중 가장 밝고 유머러스한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은 곳곳에 아이러니와 반전, 유머를 배치해두고 있다. 가장 솔직하고 꾸밈 없는 성품의 에머슨은 가장 예의범절이 없다고 평가받고, 에머슨을 옹호하던 비브 목사가 막상 조지와 루시가 연결되자 불쾌해하는가 하면, 도덕가연 하는 노처녀 샬럿이 마지막에는 에머슨과 루시의 만남을 주선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프레디와 조지, 그리고 비브 목사가 연못에서 목욕하는 장면이다.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그들의 눈부신 모습은 온갖 인습을 벗어던지고 사회 계급을 잊은 채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는 작가의 믿음을 시사하는 듯 하다. 

작가 연보를 보니 E.M.포스터는 급진적 정치 성향을 지녔고 동성애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에 인용된 그리스 시인 C.P.카파비 등과도 교류하였고, 기사 작위를 거절한 전력도 있다. 

작품은 제임스 아이버리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1986년 아카데미 각색, 미술, 의상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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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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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50년대 영국 옥스퍼드 교외의 한 마을에서 기괴한 사건이 일어난다. 빅터 단리의 아내가 저택 꼭대기 층 다락방에서 온 몸이 난자당한 후 손목이 그어져서 사망한 것이다. 석연치 않은 사건이었지만 그 방은 밀실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린다. 그 후 그 방에서 불빛이 보이거나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유령의 집이라 부른다. 세입자들은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이사를 갔다.

빅터 단리의 이웃에는 아서 화이트라는 유명 작가가 살고 있었는데 그 역시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빅터 단리와 아서 화이트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빅터 단리의 집에 앨리스와 패트릭 부부가 이사를 온다. 앨리스 부인은 영매로서 자신이 접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빅터 단리는 자신의 부인을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어했기에 그녀의 능력에 기대를 건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밤 아서 화이트가 봉인한 편지 봉투 내용을 앨리스가 알아맞추자 그녀는 영매로서 인정받게 된다.

그 즈음 부터 아서 화이트와 그의 아들 헨리가 다투기 시작한다. 어느 날 아서 화이트가 심하게 머리를 다치고 헨리가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서 화이트는 자신이 시체를 짊어지고 가는 누군가에게 공격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헨리가 범인일거라고 막연히 짐작한다. 헨리가 사라진 후 같은 시간에 동시에 다른 곳에서 헨리를 보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헨리는 완벽히 사라진다.

 

헨리가 사라진지 3년이 지난 후 하나의 실험이 진행된다. 죽은 빅터 단리 부인과 접신하여 사건을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녀가 죽은 방에 패트릭이 들어가고 문이 봉인된다. 시간이 흐른 뒤 패트릭으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자 사람들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페트릭이 아닌 헨리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패트릭은 자신이 방에 들어가기 전 헨리에게 공격당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서 화이트는 시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과연 얼마 후 진짜 헨리가 나타난다. 그는 죽은 시체의 정체는 자신과 꼭 닮은 미국인 밥 파르이며 함께 공연을 하며 돌아다녔다고 말한다. 

얼마 후 아서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며 빅터 단리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아서의 집 부근에는 눈이 두텁게 내려 있고, 범인이 나간 흔적은 없었다. 또 다시 밀실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라진 패트릭과 앨리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집 소파 속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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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로널드가 쓴 추리 소설의 전반부이다. 로널드가 트위스트 박사에게 절대 풀리지 않을 추리소설의 전반부를 써서 건내면 트위스트 박사가 이 불가해한 추리소설의 후반부를 쓰기로 한 것이다. 트위스트 박사는 다음과 같은 후반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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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단리 부인은 의심할 나위 없이 자살한 것이고, 그 후 단리 부인의 유령이라도 만나고 싶은 빅터 단리가 다락방에 올라가 서성이자 사람들은 유령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앨리스와 패트릭은 빅터 단리와 아서 화이트에게 사기를 치기로 한다. 봉인된 편지는 가장자리에 작은 틈을 만들고 날카롭고 긴 핀셋을 넣어 종이를 말아서 뺐다가 다시 집어넣는 방법을 사용한다. 

아서 화이트는 막대한 돈을 앨리스와 패트릭에게 갖다 바치기 시작하고 헨리와 사이가 나빠진다. 헨리는 그들의 사기행각을 눈치 챘지만 앨리스에게 푹 빠져 있어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헨리가 모든 것을 폭로하려 하자 앨리스와 패트릭은 헨리를 죽여 파묻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아서에게 발각되자 아서를 때려 실신시킨다. 하지만 헨리는 칼이 급소를 피한 덕분에 살아났고 그 길로 멀리 떠난다. 패트릭은 헨리가 멀리 사라졌다고 믿게 만들 요량으로 보지도 못한 헨리를 보았다고 주장하는데 그 시간이 공교롭게 제임스가 본 시간과 겹쳐 두 군데에서 헨리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3년 뒤 헨리는 자신과 꼭 닮은 밥 파르를 먼저 영국으로 보내 앨리스와 패트릭의 사기행각을 폭로하려 하나 밥 파르를 발견한 패트릭이 먼저 손을 써 그를 죽이고 만다. 조명과 가짜 손잡이를 이용하여 방을 바꿔치기 하고 똑같은 봉인을 두 개의 방에 만들어 놓아 사건을 밀실살인처럼 보이게 만든다. 

헨리는 희대의 마술사 후디니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자신이 후디니의 환생이라 생각한다. 앨리스와 패트릭을 살해한 헨리는 총을 소제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무시함으로서 아버지를 죽음에 빠뜨린다. 헨리는 드루 반장에게 쫓기다 제임스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템즈강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제임스는 사라진다. 

 

로날드는 소설 말미에 왜 제임스가 사라졌는지 트위스트 박사에게 묻는다. 트위스트 박사는 로날드에게 그가 쓴 소설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었으며 로날드가 소설 속의 인물 중 한 명, 제임스일 것이라 말한다. 로날드는 자신이 과거의 기억을 잃었다고 시인한다. 트위스트 박사가 경찰에 의뢰한 사진을 들고 온다. 거기에는 로날드의 젊을 적 사진이 들어있다. 로날드는 자신이 제임스라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하지만 트위스트 박사는 그 사진의 뒷면에 헨리라는 이름이 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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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과 불가능 범죄의 대가 폴 알테르의 초기작으로 1987년 코냑 상을 수상했다. 전형적인 수수께끼 풀이를 액자식으로 구성하고, 희대의 마술사 후디니의 이야기를 그림자처럼 드리워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황금시대(1930년대 추리소설의 전성기)의 본격 스타일로 대부분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파주 출판단지의 시공사에서 사온 책인데 의외의 성과다. <네 개의 문>은 국내에 최초로 번역된 폴 알테르의 책이다. 그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출판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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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망
정도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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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암에 걸린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사랑했던 한 남자를 떠올린다. 그리고 준비한 칼을 들고간 여자는 엘리베이터에 탄 장군을 찌른다. 여자는 40년간 장군을 잊은 적이 없지만 장군은 여자를 까맣게 잊은 듯 했다. 살인미수범으로 체포된 여자는 국선 변호사 채운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희망보육원 출신의 영식은 곱상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예삐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깡다구가 있어 싸움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잭나이프를 잘 써 별명이 '재크'인 병수가 같은 보육원의 길자를 건드린 것이 발단이 되어 영식과 싸움이 벌어진다. 영식은 그 싸움에서 귓바퀴 일부를 잘리우고 짝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재크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둘은 친구가 된다.

서울로 올라온 짝귀는 씨라이막에 들어가 넝마주이가 되는데, 짝귀가 속한 남산구쫘 양동 씨라이막의 조마리인 찐따는 식구들을 갈취하여 제 잇속만 채우려 드는 자였다. 짝귀는 먼저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재크의 도움을 받아 찐따를 몰아내고 고향 후배인 '사타'와 '구니', '찌끼미'와 '토깽이' 등과 더불어 씨라이막을 정비한다. 

씨라이막은 점차 틀이 잡혀 갔지만 짝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양동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길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길자는 한사코 짝귀의 마음을 외면했다. 짝귀는 한달에 두어 번 술에 취하면 몽둥이를 들고 양동으로 가 온 골목을 휘저의며 손님을 몰아내고 행패를 부렸다. 그러나 짝귀의 성깔을 아는 팸프며 둥기들은 말릴 수가 없었고 고스란히 장사를 공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길자의 주인이 짝귀를 고발하고, 짝귀는 국가재건위원회에 끌려가게 된다. 재크와 함께 강원도 산골에 갇히게 된 짝귀는 혹독한 중노동에 시달린다. 재크와 짝귀는 악질상사인 '단춧구멍'의 비위를 맞추지 않아 심한 괴롭힘을 당했고, 급기야 짝귀가 국기게양대에 묶여 구타를 당하다 기절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재크는 분을 이기지 못해 나이프로 단춧구멍의 눈을 찌르고 자신은 대검에 찔려 죽고 만다. 짝귀는 제주도로 강제 전출 된다. 

한편 짝귀가 잡혀가자 사타는 짝귀를 서슴없이 배신하고 씨라이막을 예전의 찐따 시절처럼 운영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길자에게 치근덕대기까지 한다. 길자는 그제서야 짝귀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길자는 자신의 몸이 더러워졌다고 생각했고 그런 이유로 짝귀의 순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사타가 길자를 사러 오자 길자는 양동 사창가를 도망쳐나온다. 하지만 방을 얻고 취직을 한 길자를 사타가 찾아낸다. 찌끼미는 짝귀에 대한 의리로 사타를 살해한다. 길자는 강원도로 짝귀를 찾아 가지만 이미 제주도로 전출이 된 후였다.

제주도로 전출 간 짝귀는 오로지 단춧구멍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탈출을 감행하지만 온몸에 동상을 입고 만다. 동상에 걸려 의무대에 입원한 짝귀는 기회를 틈타 다시 탈출을 시도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인들에게 포위되고 결국 자신이 학비를 대어 사관학교에 가도록 도와준 보육원 동기 영필의 총에 맞아 숨진다.

 

장군이 된 영필은 길자의 칼을 맞았지만 목숨은 건진다. 그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아들의 병역면제 혐의도 받고 있다. 찌끼미는 사타를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받고 20년을 복역했으며 그 후로 금고털이 전과 3범으로 다시 20년을 복역한다. 길자는 암이 온 몸에 퍼져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판정받아 병원에 수감된다. 세 명의 수양딸을 길러낸 길자는 자신이 모은 돈 3억을 희망보육원에 기증하는 유서를 남긴다.

 

중학교 때 작은형의 책꽂이에 꽂힌 대학교 교지에서 소설을 한 편 읽은 적이 있다. 시골에서 홀어머니가 농사를 지어 대학을 보냈는데 그 아들은 시대의 현실을 인식하고 운동권이 된다는 이야기로,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그대로 표절, 혹은 필요에 의한 한국적 변용(?)이었는데 당시에는 그런 것을 몰랐었다. 다만 당시에는 소설이라는 것이 그렇게 사실적이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따옴표 안의 왁살스럽게 느껴지는 전라도 사투리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정도상의 <아메리카 드림>을 읽고 충격을 받았었다. 정의라든가 도덕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이 땅에는 없는 것인지, 이대로 사회가 계속 유지되어도 괜찮은지, 무수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정도상은 나에게 그런 작가였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돌직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우직하게 포수의 미트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뿌린 직구 말이다. 철저히 역사, 그리고 그 속의 인간을 담아내는 정도상의 소설은 기교라든가 상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정도상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친구는 멀리 갔어도>의 책 날개에 실린 물들인 군용 야상을 입은 작가의 사진이 떠오른다. 

 

소설의 결말을 보자면 역사적으로 해결된 것은 별로 없어보인다. '단춧구멍'은 복수를 당하지 않고 천수를 누렸을 것이고, 친구를 밀고한 후 여자친구를 가로채고, 학비를 대어준 영식을 살해한 영필은 길자의 칼에 죽지 않는다. 그리고 영필이 구속당한 이유는 과거의 죄과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부정 때문이다. 

<누망縷望> 은 한가닥 실낱같이 가늘게 남아 있는 희망을 말한다. 정도상은 작가 후기에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영식과 길자의 사랑 이야기였다고 말한다. 실낱같은 희망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후기에서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시대와의 불화를 택해 길을 걸었다고. 가끔 길을 벗어날 때도 있었지만, 시대의 유행을 쫓지 않았고 앞으로 걸어갈 길 역시 순탄치 않으리라고 이야기 한다.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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