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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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자동차 회사의 리콜 담당이다. 스웨덴제 가구를 사 모으는 취미가 있고,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을 자는 것이 가장 훌륭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말기암 환자 모임에 나가 그들의 불행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일종의 휴식과 평온을 얻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무런 병에도 걸리지 않았으면서 자신처럼 말기 암 환자 모임에 나오는 말라를 알게 된다. 그녀가 의식되면서 휴식과 평온이 방해받는다. '나'는 말라와 모임을 나누어 나가기로 협정을 맺는다.

영사기사로 일하는 타일러 더든과 어느 날 밤 술집 앞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서로를 때리기 시작한다. '나'는 육체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상황을 겪으며 일상 생활에서 의미를 부여해왔던 것들이 실상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는 자각을 하게 되고 마침내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개조'가 아니라 '자기 파괴'임을 깨닫는다. 모든 것이 파괴된 곳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일러 더든이 만든 파이트 클럽은 몇 가지 단순한 규칙, '절대로 파이트 클럽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와 '일대 일로 싸운다' 이외에는 사람들을 구속하지 않았고 참가자들은 열광하였다. 그들은 다음 날이면 엉망이 된 얼굴들 속에서 연대의식을 느낀다.

말라가 자살하는 것을 타일러가 막은 날, 둘은 관계를 맺는다. 타일러는 말라의 어머니가 지방흡입술로 덜어낸 지방으로 비누를 만든다. 둘의 아지트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메이헴 계획이 세워진다. 그 계획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정부주의적인 계획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 곳곳에 파이트 클럽 회원들이 침투하여 암약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이 파이트 클럽 회원들로부터 선생님이라 불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타일러와 말라가 단 한번도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나'는 타일러가 또다른 자아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은 무정부주의적인 상상으로 가득차 있다. 마치 Sex Pistols의 노래 <Anarchy in the U.K.>의 소설 버전 같다. 무정부주의의 요체가 무엇인가? 그것은 '거부'와 '파괴'이다.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과학적 전략,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분노의 엘리트적 표출이다. 소설 속 타일러는 이러한 무정부주의적 원칙에 충실하다. 조직의 보위(발설하지 말것), 완전한 평등(일대 일로 싸운다), 건설을 위한 파괴(각종 테러 행위들) 등등. 

모든 것이 철저히 파괴되기 위해서는 파괴의 희열을 스스로 경험해야만 하는 바, 그 첫걸음으로 나를 파괴한다. 그 속에서 여타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별 것 아니었음을 경험한다. 새차에 흠집이 나면 머리를 감싸 쥐게 되지만 이미 흠집 투성이인 차의 외관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과 같이 사물을 보는 다른 관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외관은 엉망이니 달리는 기능 자체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외관도 엉망인데 기능은 아무려면 어떠랴 하든가이다. 무정부주의의 한계는 바로 '아무려면 어떠랴'하는 식이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376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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