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냥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8
리처드 스타크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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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인간사냥 - 리처드 스타크

 

남미의 혁명군의 무기 밀거래 현장을 덮친 파커 일당은 9만 달러 이상을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파커는 동료 마르 레즈닉의 간교로 아내 린에게 총알 세례를 받는다. 파커가 죽은 것으로 판단한 마르 레즈닉은 린을 차지한 후 과거 잘못을 저질러 쫓겨났던 아웃핏 조직에 재가입한다. 되살아난 파커는 린과 마르를 찾아다니며 차례로 복수한다. 복수가 모두 끝난 후 파커는 아웃핏 조직의 간부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까지 한다.

 

리차드 스타크의 본명은 도널드 E.웨스트레이크이다. 하지만 작품의 성격에 따라 10여개의 필명을 번갈아가며 썼는데 John B.Allen, Curt Clark, Tucker Coe, Timothy J.Culver, Morgan J.Cunningham, Samuel Holt, Sheldon Lord, Allan Marshall, Richard Stark, Edwin Eest가 모두 그의 필명이다.

<인간사냥>은 악당 파커를 주인공으로 한 첫 작품으로 1962년에 쓰여 졌으며 그 뒤로 여섯 작품이 발표될 때까지도 도널드 E.웨스트레이크가 리차드 스타크라는 사실을 독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파커 시리즈는 독자의 성원 때문에 시리즈가 연달아 연장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파커 시리즈의 특징은 기존의 미스터리물이나 하드보일드물과 달리 주인공이 지독한 악당이라는 점이다. <인간사냥>에서 파커는 목적을 위해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자신이 몇 사람을 해치웠는지 아무런 감정 없이 내뱉기도 하는데, 이러한 장르를 <로망 누아르 roman noir>로 분류하기도 한다.

<인간사냥>은 1967년 존 부어만 감독, 리 마빈 주연으로 <포인트 블랭크>라는 이름으로 영화화 되었다.

 

o 미녀전문가 - 레슬리 차터리스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Z맨의 존재를 알게 된 탐정 사이먼 템플러는 퍼트리샤 홈 양과 함께 Z맨의 존재를 추적한다. 한편 사이먼 템플러, 곧 세인트의 수상쩍은 행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호시탐탐 검거를 노리는 틸 경감과의 두뇌 싸움이 벌어진다.

Z맨은 변장에 능한 유명 여배우로 밝혀진다. 그녀는 다른 여배우의 얼굴에 몹쓸 짓을 해 선례를 보인 후 자신과 동급의 여배우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한편 경쟁자를 제거하는 일거양득을 노린 것이다.

 

사이먼 템플러는 세인트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탐정 혹은 범죄자로, 역시 시리즈물이다. 1997년도에 필립 노이스 감독, 발 킬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영화에서는 변장에 능란한 도둑으로 그려진다. 발 킬머가 아직은 날렵한 턱선을 가진 시절의 영화로 개봉 당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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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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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중견기업의 기획부서에서 일하는 '나'는 회식이 끝나고 술이 부족한 김에 간 2차에서 진호와 키스를 하게 된다. 그의 키스 테크닉에 매료되어 가진 두 번째 만남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디에 가고 싶으냐는 물음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에 보이는 남산타워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소탈한 '나'의 대답에 진호는 더욱 호감을 느끼고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주기적으로 만나 카섹스를 하는 관계로 까지 발전한 어느 날, 진호의 휴대폰에 찍히는 문자를 훔쳐보게 된다. 발신자는 진이라는 이름이었고 진호와 같은 뒷번호였다. 확실히 해두자는 생각에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진과는 그다지 확실한 얘기도 못했고, 장소가 파티장인지라 샴페인만 정신을 잃도록 마신 후 필름이 끊겨 보라라는 여대생과 집에 돌아온다.

진은 진호의 첫사랑으로 결혼한 후에도 그와의 관계를 이기심 때문에 지속시키고 있었고 보라 역시 진호와 모종의 연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여기에 '나' 까지 엮여들게 되어 셋은 진호라는 민감한 사안은 묻어 둔 채 교류를 하게 된다.

'나'는 회사에서 잘린 후 진이 차린 이벤트 기획사 일을 도와주며 진호와의 관계도 계속 유지한다. 기획사의 이름은 '걸프렌즈'였는데, 그 이름의 진정한 의미는 셋만이 공유하고 있었다.

진호가 '나'에게 반지를 선물한다. 프러포즈하는 진호에게 즉답을 피한 '나'는 사실 셋 모두가 진호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 진은 진호 이외의 남자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고, 보라는 진호를 휴게소와 같은 존재로 생각했으며, 그런 마음 상태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돌잔치 이벤트를 마친 후 진호와 함께가 아니라 '걸프렌즈'와 함께 남산 타워를 오른다.

 

<오늘의 작가상>을 거꾸로 거슬러 읽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언제부터 <오늘의 작가상>이 애널리스트들이 선정하는 유망한 기업에 대한 예측보고서처럼 변질되었는지 알아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다. 심사위원들의 그럴싸한 평과 달리 그들의 예측보고서는 눈감고 다트를 던진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의 역량은 과거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들의 그것과 달리 금세 밑천을 드러내거나 최초의 가능성마저 잠식당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걸프렌즈>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적절히 뒤섞은 것 같은 소설이다. 소설은 가볍고 경쾌하게 이어진다. 진중한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진호'라는 매개물을 통해 맺어진 그녀들의 관계를 '진호의 처분, 혹은 극복'까지 끌어갈 작가의 내공이 부족하다. 소설은 돌잔치라는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행사를 끼워 넣어 어정쩡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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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 동서 미스터리 북스 18
딕 프랜시스 지음, 김병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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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에서 종마목장을 경영하는 다니엘 로크는 어느 날 영국 장애물 경주 이사회의 회원인 옥토버경의 방문을 받는다. 옥토버경은 영국에서 일어난 장애물 경주 부정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 예상치 못했던 말들이 잇달아 흥분상태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말들의 아드레날린 수치만 보자면 약물을 사용한 것이 틀림없었지만 검사 결과는 언제나 깨끗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옥토버경은 로크에게 영국으로 건너가 잠입 조사를 해준다면 2만파운드의 거금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한다. 로크는 어린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목장을 경영해왔지만 때때로 그러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므로 제안을 수락한다.

로크는 옥토버경의 목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마부들과 친분을 쌓는 한편 경마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불량한 태도를 일관한다. 몇 차례 자잘한 경마부정 제안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것들은 흥분제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옥토버경의 딸 중 한 명이 로크에게 접근했다가 퇴짜를 맞자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옥토버경에게 로크가 자신을 추행했다고 거짓을 말한다. 로크는 결백을 주장하나 옥토버경으로서는 딸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두려워한다.

로크는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헨버의 목장으로 들어간다. 헨버의 목장은 다른 곳에서는 취직할 수 없는 수상쩍은 인물들이 선택하는 형편없는 곳이었다. 어느 날 미키라는 말이 3일간 사라졌다가 돌아온다. 미키의 발굽은 온통 붕대 투성이었다. 말이 어떤 짓을 당하고 왔는지는 몰라도 미키는 발광을 거듭하다가 사살되고 만다.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의심스러운 말들은 헨버의 목장을 거쳐갔었다. 로크는 옥토버경의 맏딸 엘리나와 이야기하던 도중 개피리에 관해 알게된다. 헨버와 애덤스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말에게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개피리를 불면서 말을 불로 위협했고 말들은 개피리 소리만 들어도 생존을 위해 흥분하게 되는 것이었다.

 

딕 프랜시스의  집안은 수렵용 말을 사육해서 파는 것이 생업이었고 작가 자신도 두 차례나 장애물 경마 부분 챔피언을 지낸 경력이 있다. 그는 이러한 경력을 살려 <경마 미스터리>시리즈를 발표하여 명성을 얻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미스터리물로서 수수께끼 풀이 부분도 흥미롭지만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부유한 목장 경영자인 로크는 영국 경마계에 잠입하여 경마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외모를 비천하고 불량하게 꾸민다. 외모에 걸맞는 대접을 받으며 그는 자신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거듭 경험하게 된다. 이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임무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이 와중에 엘리나와의 관계에서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간다.

딕 프랜시스를 알기 전까지는 로스 맥도널드가 하드보일드의 계보를 훌륭히 이은 적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견해에 약간 수정을 가해야겠다. 딕 프랜시스는 독창적인 분야에서 개성 넘치는 인물을 창조해 냈고, 인간의 자존감이라는 부분에 주목하여 미스터리에 품격을 더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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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동물원 범우희곡선 8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신정옥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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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어릴 적 병을 앓은 후 한쪽 다리가 다른쪽 다리보다 약간 짧은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어 오래된 음악을 축음기로 듣고 유리동물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소일하며 외부 세계와는 고립되어 있다.

로라의 어머니 아만다는 한때 화려했던 남부 시절을 추억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런 그녀의 바램이 딸 로라를 번듯한 남성과 결혼시키려는 욕구로 나타난다.

한편 로라의 동생 톰은 시를 쓰고자 하나 현실은 어머니 아만다와 누이 로라를 부양하기 위해 구두 만드는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어느 날 아만다가 로라의 짝이 될 만한 번듯한 사내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말에 톰은 같은 창고에서 근무하는 짐을 데려온다. 짐은 로라가 고등학교 시절 동경했던 사내로 당시에는 모든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졸업 후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창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라디오공학과 화술을 배우며 출세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집으로 찾아온 짐을 로라는 한 눈에 알아본다. 짐은 고등학교 시절 로라를 푸른 장미라 불렀었다.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눈다. 짐은 로라의 장애가 별 것 아니며 현실로 나아가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둘은 함께 춤까지 추게 된다. 그런데 짐의 실수로 로라가 가장 아끼는 일각수 유리인형이 깨지고 만다. 로라는 일각수의 뿔이 부러져 이제는 보통의 말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 때 짐은 문득 현실로 돌아왔다는 듯 자신은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고백한 후 집을 떠난다.

톰 역시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렸듯이 어머니와 누이를 버리고 집을 떠나가버린다. 아만다가 로라의 짝을 지워주기 위해 켰던 촛불을 로라가 불어서 끈다.

 

<유리동물원>은 1944년 12월 26일 밤, 시카고의 시빅 극장에서 첫 막이 올랐고 그때까지 별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던 테네시 윌리엄스가 유명해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작품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작품의 해설자이자 등장인물인 톰이 바로 테네시 윌리엄스의 분신으로 볼 수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1932년 미주리 대학을 중퇴한 후 약 2년 동안 <유리동물원>에 묘사된 것과 같은 생활을 했고, 1937년에는 가장 사랑했던 누이 로즈가 뇌엽 절개 수술로 말미암아 영원히 정상적인 의식을 상실하게 된 슬픈 체험을 하게 된다.

로라는 짐에게서 '푸른 장미'로 불리우고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유리동물은 일각수이다. 푸른장미와 일각수는 모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녀는 오래된 음반과 유리동물원이라는 순수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사실 그 세계는 '유리'의 속성상 깨어지기 쉬운 세계이다. 실제로 짐의 실수로 일각수의 뿔이 잘려나가 보통의 말이 되고 만다. 로라는 동경했던 짐과 맺어지는 환상을 잠시 품었기에 뿔이 잘려나간 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뿔이 잘려나가 보통의 말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말과 어울릴 수 있다고 좋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곧 짐이 자신에게는 약혼녀가 있다고 고백함으로서 로라의 순수한 세계만 파괴되었을 뿐 그녀가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고 만다. 결국 그녀가 연극의 마지막에서 촛불을 끄는 행위는 그녀가 스스로 유폐를 자처한 세계에서 잠시나마 보통사람들의 세상을 엿본 죄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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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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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겨울, 아홉 살 난 소녀가 성녀들이 세겨진 보몽 성당 문 앞에서 떨고 있었다. 사제복 제조 장인인 위베르가 아이를 발견하고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간다. 소녀는 책 한권을 소중하게 안고 있었는데 그것은 빈민 구제 사무국의 아동기록부로, 소녀의 이름이 마리 앙젤리크라는 것과 부모로부터 버림 받아 1851년에 수용되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위베르는 과거 장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베르틴과 결혼했는데 장모는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저주하며 죽어갔다. 위베르틴은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그것은 어머니가 내린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를 거두어 기르기로 한 후 사제복에 수 놓는 일을 가르친다. 그들은 앙젤리크를 정식 딸로 맞아들이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앙젤리크의 어머니가 행실이 나쁜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에게 그녀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이미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앙젤리크가 나쁜 영향을 받아 비뚤어질 것을 우려하여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미사를 보기 위해서만 외출을 시킨다. 앙젤리크는 자수 일을 배우면서 <황금빛 전설>이라는 성녀들의 수난사를 읽으며 자신을 성녀들과 동일시하는 황홀경에 빠진다. 특히 아그네스의 이야기가 그녀를 매혹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앙젤리크는 성당 그림 수선공인 펠리시엥이라는 사내를 알게 된다. 앙젤리크는 <황금빛 전설>을 읽으며 성녀들의 수난사에 매혹되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동화 속 왕자님을 만나 엄청난 부귀를 누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갖고 있었다. 그녀는 펠리시엥이 사실은 고귀한 신분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에게 매혹된다. 순결한 삶과 부귀를 누리는 삶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는 펠리시엥에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냉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미래를 약속한다.

7월 28일 축일 행진이 있던 날, 앙젤리크는 주교와 나란히 서 있는 펠리시엥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믿음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다. 펠리시엥은 주교의 아들로 유서 깊은 오트쾨르가의 상속인이었던 것이다. 펠리시엥의 어머니는 펠리시엥을 낳다가 사망했고 주교는 그런 아들을 원망하며 버려둔 채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20년만에 아들을 자신의 곁으로 불러온 것이었다.

펠리시엥이 누구인지 알게 된 위베르틴은 앙젤리크가 불행해질 것을 염려한다.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전철을 앙젤리크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앙젤리크의 열정과 자만심이 그녀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고 복종을 통해서만 그녀가 행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앙젤리크는 주교가 자신을 보고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둘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을 품고 주교를 찾아가 간청한다. 주교는 둘 사이를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한 마디만을 남긴다.

위베르틴은 앙젤리크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앙젤리크와 펠리시엥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서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앙젤리크는 펠리시엥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병이 나고, 그런 그녀를 펠리시엥이 밤중에 찾아온다. 아버지의 허락을 구할 수 없다면 도망치자는 펠리시엥의 말에 앙젤리크는 동요한다. 하지만 자신이 복종과 순결한 삶을 살 것이라며 주교의 허락 없이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펠리시엥은 주교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앙젤리크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종부성사를 청하기에 이른다. 종부성사는 뜻밖에도 신부가 아닌 주교가 집전한다. 주교는 자신이 앙젤리크에게서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음을 깨닫는다. 주교는 오트쾨르가의 선조들이 치유의 기적을 일으켰던 그 입맞춤으로 앙젤리크를 기사회생시킨 후 아들과의 결혼을 허락한다.

마침내 펠리시엥과 앙젤리크가 결혼하고 행복의 절정을 맛보며 성당 문을 나서기 직전, 앙젤리크는 펠리시엥과 입맞춤 한 후 사망한다.

 

루공-마카르가 총서의 열여섯번째 작품인 <꿈>은 을유문화사에서 2008년에 국내 초역된 소설이다. 

앙젤리크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도입부에서 읽게 된 후 <나나>나 <목로주점>을 떠올리며 그녀가 열정과 자만심에 굴복하여 비참한 처지로 빠지는 결말을 예측했었으나, 작품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앙젤리크는 난잡한 생활을 이어갔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고 위베르틴은 그런 점을 염려하여 그녀를 철저히 고립된 환경 속에서 양육한다. 앙젤리크가 보고 듣는 것은 대부분 성당의 것들이었고 그녀가 읽었던 책도 <황금빛 전설> 한 권에 불과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단선적 투쟁 과정을 예상했으나 의외의 요소가 개입한다. 바로 환상과 꿈이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환상은 그녀가 왕자를 만나 부귀를 누리리라는 세속적인 꿈이다. 한편 앙젤리크는 아그네스와 같은 성녀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녀는 주교를 찾아가 자신의 세속적 꿈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나쁜지 묻는다. 주교는 대답 대신 그녀에게서 자신이 20년간 고통받고 억눌렀던 성적 환상을 본다.

앙젤리크는 성녀의 환상에 경도되어 펠리시엥을 거부하고 그 결과 세속적 환상을 쟁취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성당 문을 나서기 전 죽고 만다. 소설은 환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교차하며 기존의 에밀 졸라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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