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동물원 범우희곡선 8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신정옥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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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어릴 적 병을 앓은 후 한쪽 다리가 다른쪽 다리보다 약간 짧은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어 오래된 음악을 축음기로 듣고 유리동물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소일하며 외부 세계와는 고립되어 있다.

로라의 어머니 아만다는 한때 화려했던 남부 시절을 추억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런 그녀의 바램이 딸 로라를 번듯한 남성과 결혼시키려는 욕구로 나타난다.

한편 로라의 동생 톰은 시를 쓰고자 하나 현실은 어머니 아만다와 누이 로라를 부양하기 위해 구두 만드는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어느 날 아만다가 로라의 짝이 될 만한 번듯한 사내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말에 톰은 같은 창고에서 근무하는 짐을 데려온다. 짐은 로라가 고등학교 시절 동경했던 사내로 당시에는 모든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졸업 후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창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라디오공학과 화술을 배우며 출세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집으로 찾아온 짐을 로라는 한 눈에 알아본다. 짐은 고등학교 시절 로라를 푸른 장미라 불렀었다.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눈다. 짐은 로라의 장애가 별 것 아니며 현실로 나아가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둘은 함께 춤까지 추게 된다. 그런데 짐의 실수로 로라가 가장 아끼는 일각수 유리인형이 깨지고 만다. 로라는 일각수의 뿔이 부러져 이제는 보통의 말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 때 짐은 문득 현실로 돌아왔다는 듯 자신은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고백한 후 집을 떠난다.

톰 역시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렸듯이 어머니와 누이를 버리고 집을 떠나가버린다. 아만다가 로라의 짝을 지워주기 위해 켰던 촛불을 로라가 불어서 끈다.

 

<유리동물원>은 1944년 12월 26일 밤, 시카고의 시빅 극장에서 첫 막이 올랐고 그때까지 별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던 테네시 윌리엄스가 유명해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작품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작품의 해설자이자 등장인물인 톰이 바로 테네시 윌리엄스의 분신으로 볼 수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1932년 미주리 대학을 중퇴한 후 약 2년 동안 <유리동물원>에 묘사된 것과 같은 생활을 했고, 1937년에는 가장 사랑했던 누이 로즈가 뇌엽 절개 수술로 말미암아 영원히 정상적인 의식을 상실하게 된 슬픈 체험을 하게 된다.

로라는 짐에게서 '푸른 장미'로 불리우고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유리동물은 일각수이다. 푸른장미와 일각수는 모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녀는 오래된 음반과 유리동물원이라는 순수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사실 그 세계는 '유리'의 속성상 깨어지기 쉬운 세계이다. 실제로 짐의 실수로 일각수의 뿔이 잘려나가 보통의 말이 되고 만다. 로라는 동경했던 짐과 맺어지는 환상을 잠시 품었기에 뿔이 잘려나간 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뿔이 잘려나가 보통의 말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말과 어울릴 수 있다고 좋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곧 짐이 자신에게는 약혼녀가 있다고 고백함으로서 로라의 순수한 세계만 파괴되었을 뿐 그녀가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고 만다. 결국 그녀가 연극의 마지막에서 촛불을 끄는 행위는 그녀가 스스로 유폐를 자처한 세계에서 잠시나마 보통사람들의 세상을 엿본 죄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5148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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