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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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겨울, 아홉 살 난 소녀가 성녀들이 세겨진 보몽 성당 문 앞에서 떨고 있었다. 사제복 제조 장인인 위베르가 아이를 발견하고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간다. 소녀는 책 한권을 소중하게 안고 있었는데 그것은 빈민 구제 사무국의 아동기록부로, 소녀의 이름이 마리 앙젤리크라는 것과 부모로부터 버림 받아 1851년에 수용되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위베르는 과거 장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베르틴과 결혼했는데 장모는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저주하며 죽어갔다. 위베르틴은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그것은 어머니가 내린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를 거두어 기르기로 한 후 사제복에 수 놓는 일을 가르친다. 그들은 앙젤리크를 정식 딸로 맞아들이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앙젤리크의 어머니가 행실이 나쁜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에게 그녀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이미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앙젤리크가 나쁜 영향을 받아 비뚤어질 것을 우려하여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미사를 보기 위해서만 외출을 시킨다. 앙젤리크는 자수 일을 배우면서 <황금빛 전설>이라는 성녀들의 수난사를 읽으며 자신을 성녀들과 동일시하는 황홀경에 빠진다. 특히 아그네스의 이야기가 그녀를 매혹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앙젤리크는 성당 그림 수선공인 펠리시엥이라는 사내를 알게 된다. 앙젤리크는 <황금빛 전설>을 읽으며 성녀들의 수난사에 매혹되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동화 속 왕자님을 만나 엄청난 부귀를 누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갖고 있었다. 그녀는 펠리시엥이 사실은 고귀한 신분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에게 매혹된다. 순결한 삶과 부귀를 누리는 삶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는 펠리시엥에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냉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미래를 약속한다.

7월 28일 축일 행진이 있던 날, 앙젤리크는 주교와 나란히 서 있는 펠리시엥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믿음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다. 펠리시엥은 주교의 아들로 유서 깊은 오트쾨르가의 상속인이었던 것이다. 펠리시엥의 어머니는 펠리시엥을 낳다가 사망했고 주교는 그런 아들을 원망하며 버려둔 채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20년만에 아들을 자신의 곁으로 불러온 것이었다.

펠리시엥이 누구인지 알게 된 위베르틴은 앙젤리크가 불행해질 것을 염려한다.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전철을 앙젤리크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앙젤리크의 열정과 자만심이 그녀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고 복종을 통해서만 그녀가 행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앙젤리크는 주교가 자신을 보고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둘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을 품고 주교를 찾아가 간청한다. 주교는 둘 사이를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한 마디만을 남긴다.

위베르틴은 앙젤리크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앙젤리크와 펠리시엥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서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앙젤리크는 펠리시엥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병이 나고, 그런 그녀를 펠리시엥이 밤중에 찾아온다. 아버지의 허락을 구할 수 없다면 도망치자는 펠리시엥의 말에 앙젤리크는 동요한다. 하지만 자신이 복종과 순결한 삶을 살 것이라며 주교의 허락 없이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펠리시엥은 주교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앙젤리크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종부성사를 청하기에 이른다. 종부성사는 뜻밖에도 신부가 아닌 주교가 집전한다. 주교는 자신이 앙젤리크에게서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음을 깨닫는다. 주교는 오트쾨르가의 선조들이 치유의 기적을 일으켰던 그 입맞춤으로 앙젤리크를 기사회생시킨 후 아들과의 결혼을 허락한다.

마침내 펠리시엥과 앙젤리크가 결혼하고 행복의 절정을 맛보며 성당 문을 나서기 직전, 앙젤리크는 펠리시엥과 입맞춤 한 후 사망한다.

 

루공-마카르가 총서의 열여섯번째 작품인 <꿈>은 을유문화사에서 2008년에 국내 초역된 소설이다. 

앙젤리크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도입부에서 읽게 된 후 <나나>나 <목로주점>을 떠올리며 그녀가 열정과 자만심에 굴복하여 비참한 처지로 빠지는 결말을 예측했었으나, 작품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앙젤리크는 난잡한 생활을 이어갔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고 위베르틴은 그런 점을 염려하여 그녀를 철저히 고립된 환경 속에서 양육한다. 앙젤리크가 보고 듣는 것은 대부분 성당의 것들이었고 그녀가 읽었던 책도 <황금빛 전설> 한 권에 불과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단선적 투쟁 과정을 예상했으나 의외의 요소가 개입한다. 바로 환상과 꿈이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환상은 그녀가 왕자를 만나 부귀를 누리리라는 세속적인 꿈이다. 한편 앙젤리크는 아그네스와 같은 성녀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녀는 주교를 찾아가 자신의 세속적 꿈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나쁜지 묻는다. 주교는 대답 대신 그녀에게서 자신이 20년간 고통받고 억눌렀던 성적 환상을 본다.

앙젤리크는 성녀의 환상에 경도되어 펠리시엥을 거부하고 그 결과 세속적 환상을 쟁취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성당 문을 나서기 전 죽고 만다. 소설은 환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교차하며 기존의 에밀 졸라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5028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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