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문 베이 연쇄살인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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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텐덜로인 지구의 지저분한 관광호텔에서 감전사한 10대 소년이 발견된다. 시체 곁에는 '아무도 신경 안써'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부서장 린지와 파트너 재코비는 현장에서 벤츠 차량을 보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해당 차량에 탑승한 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간주한다.

며칠 후 술을 한 잔 하던 린지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해당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었다.린지와 재코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의차량은 도주하다가 충돌 사고를 일으킨다. 린지는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해 차량으로 다가갔는데 뜻밖에도 어린 여자아이와 사내아이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훌쩍이며 부모 차량을 몰래 타고 나왔을 뿐이라며 겁에 질려 있었다. 린지는 총을 집어 넣고 그들을 차량 밖으로 끌어냈고, 그 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총을 꺼내 재코비와 린지에게 발사한다. 쓰러진 상태에서 린지가 응사했고 여자아이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남자아이는 평생 휠체어를 타야하는 불구가 된다. 정당방위가 분명했지만 린지는 아이들의 부모로부터 소송을 당한다. 추격 직전에 마신 알콜과 직무집행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린지는 아이들이라고 방심해선 안되었고, 즉시 수갑을 채웠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이들이 총을 발사하지도, 그들이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였지만 린지는 극도의 압박을 느낀다. 패소하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고, 경찰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런 린지에게 동생은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휴양지 해프문 베이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휴가를 오라고 권하고 린지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또 다른 연쇄살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범한 부부들이 한 쌍씩 살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죽기 전에 허리띠로 채찍질 당한 흔적이 있었는데 그 수법은 린지가 10년 전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로 샌프란시스코 경찰서 강력부 부서장 린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기자인 신디,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검시관 클레어, 그리고 이번 소설에서 새로 등장한 변호사 유키가 클럽의 일원이다. 소설은 소송과 연쇄 살인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결말 지어질지가 연쇄살인 해결 과정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연쇄 살인범의 동기는 아동 학대범들에 대한 응징인데 해결 과정이 좀 밋밋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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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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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도에 묶여 나온 작품집으로 김영하의 비교적 초기 단편소설들이다. 소설에는 90년대 중반의 '길 잃은 세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념적인 나침반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투신해야할 새로운 가치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자본은 사회 곳곳에 투사되어 각종 이미지로 현현되는 자기 논리를 구축하였다. 전태일과 쇼걸이 등가로 취급되어 단지 혼자 보기 좋은 영화 이상의 가치판단은 거절하는 시대. 그 논리에 순응한 자들은 변명하기 급급했고, 순응하지 못한 자들은 배신의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할지 어리둥절해 했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은 진정한 의미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 채 '일탈'의 수준에 머물거나, 비극적 종말로 치닫는다. <내 사랑 십자드라이버>에서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성을 사물화하여 십자드라이버로 '분해' 해버리고, <총>의 주인공 탈영병은 총이 주는 안온감에 취했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하>에서는 현실에 대한 어떠한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으면서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가상의 복수만 되풀이하는 무기력한 자동차 세일즈맨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꿈꾸고, 행동을 하지만 그 꿈은 현실 극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행동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호출>은 왕가위의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주인공은 호출기를 주며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여자는 정사씬만 대신 찍는 배우였는데 호출기를 받는 순간부터 남자에게서 올 연락을 기다리며 공상을 한다. 남자와 여자는 실제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연락이 온 이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상상을 한다. 소설의 말미에 호출기를 준 적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 모든 것이 소설가의 공상임이 밝혀진다. 의사소통의 단절과 왜곡에 대한 짧은 소설이다.

서로 다른 사람을 갈구하며 이루어지지 못할 삼각구도를 도드리와 절묘하게 배치한 작품 <도드리>와 베가르기 춤을 추었고 학생회장과 연애를 했던 여주인공이 이제는 작두를 타고 있다는 <베를 가르다>는 배신과 극복에 대한 탐구다. 그 밖에 성에 대한 원초적 욕망과 타인의 시선에 관한 <도마뱀>, 이미지와 기호로 소비될 뿐 그 가치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품사회를 그린 <전태일과 쇼걸>, 죽음이라는 다소 감상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나는 아름답다>, 김영하의 데뷔작인 <거울에 대한 명상> 이 실려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19481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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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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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집필되기 시작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실화에 기초한 소설이다. 톨스토이의 영지 부근에 살던 이반 일리치 메치니코프라는 이름의 판사가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이반 일리치는 사소한 죄로 사람들을 시베리아로 유형 보내기도 했는데 죽음이라는 또 다른 심판관이 이번에는 판사를 심판했다는 사실에서 이 소설을 착상하여 집필한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적당한 혼처를 구해 결혼했으며 관운도 따라 승진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른 편이었다. 카드놀이를 조금 했다는 것 외에는 나쁜 습벽이랄 것도 별로 없었다. 좋은 기회를 잡아 빠르게 집급한 직후 집안을 치장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옆구리를 다친 이반 일리치는 별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것이 원인이 되어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 용하다는 의사들을 찾아가보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모호한 말들 뿐이었다. 이반 일리치는 그 말투가 자신이 법원에서 사용하던 어투와 똑 닮아있음을 깨닫고 경악한다. 그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어린 아들과 농민 출신 게라심 뿐이었다. 죽음을 앞 두고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삶이 어렸을적에만 충만했했고 그 후의 삶은 모두 무의미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에게 용서를 빌고 모든 것을 내려 놓은 후 죽음 대신 빛을 본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톨스토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이다. 게라심에게 유일한 위안을 얻는 장면은 톨스토이가 러시아 변혁의 주체를 농민으로 생각한 사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기 드 모파상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는데 그는 "내가 한 모든 일은 무의미하며 내가 쓴 열 권의 책 역시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매우 낙심했다고 한다.

 

1859년도 작품 <세 죽음>에서는 귀족 부인과 늙은 마부의 죽음이 대비 된다. 귀족 부인은 자신이 외국으로 나가면 폐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행을 견디지 못하고-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사망한다. 한편 늙은 마부는 자신의 장화를 젊은 마부에게 건내주며 자신의 묘석을 세워달라는 말을 한 후 사망한다. 젊은 마부는 묘석 대신 나무를 베어 십자가를 만들어준다. 죽음을 피해 달아나려는 시도는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실패한다는, 또 다시 메멘토 모리 테마이다. 그들의 죽음을 위로한 것은 나무의 죽음이다.

 

1853년도 작품 <습격>은 그로즈니를 배경으로 타타르인들과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군 이야기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 일리닌 소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젊음을 발산한다. 그는 마치 죽음이 자신에게 범접할 수 없을 것처럼, 죽음을 넘어설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사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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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바라티 무커르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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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죠티는 파키스탄에 접경한 인도의 하스나푸르에서 자란다. 어렸을 적 점술가로부터 '서방잡아먹을 년' 예언을 듣지만 점술가에게 미친 늙은이라며 반발한다. 학교 선생 마스테르지에게서 영어 책들을 빌려다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죠티는 오빠 친구인 프라카시에게 반한다. 프라카시는 영어를 읽을 줄 알았고 가전제품들을 수리했으며, 언젠가 미국으로 유학갈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그와 결혼한 후 프라카시는 죠티에게 자스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며 그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준다. 프라카시가 은사로부터 미국 유학을 진지하게 제의받은 후 둘은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시크교도의 폭탄 테러로 프라카시는 죽고 만다.

자스민은 혼자만이라도 미국으로 건너갈 결심을 한 후 더러운 밀항선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건너간 첫 날 밀항선 선장에게 강간당한 자스민은 그를 살해한 후 정처없이 떠돌다가 마음씨 좋은 미국 여성에게 구원을 받는다.

프라카시의 은사에게 몸을 의탁하여 한동안 생계를 꾸려가던 자스민은 과감히 그들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은사는 편지에서 밝혔던 것처럼 교수가 아니었고 -그는 가발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집을 인도식 질서에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얻은 일자리는 보모 자리였다. 테일러와 와일리 부부가 입양한 더프를 돌보는 일이었는데 자스민은 충분한 급료뿐만 아니라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남는 시간에는 대학 공개강좌도 들을 수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와일리가 바람이 나고, 테일러가 자스민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자스민은 테일러와 함께할 수도 있었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자스민은 테일러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 자신의 남편을 테러한 시크교도가 테일러의 집 부근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오와로 건너간 자스민은 중년 은행가 버드를 만나 그와 사랑하게 된다. 그의 직업과 관련한 문제로 한 농부가 산탄총을 쏴 버드는 하반신 마비가 되지만 자스민은 그의 아기를 임신한다. 이제 자스민의 이름은 제인으로 바뀌어 있다. 둘은 베트남난민 출신인 듀를 입양한다.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자스민을 잊지 못한 테일러가 보낸 것이었다. 얼마 후 테일러가 자스민을 찾아오고, 그녀는 한 통의 편지를 남겨둔 채 그와 함께 길을 떠난다.

 

순전히 번역가가 시인 최승자였기 때문에 집어든 책인데 내용은 밋밋하고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 1989년에 출판된 이 소설의 시각은 매우 편향되어 있는데 인도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인도의 가난한 마을 소녀가 어떻게 미국에 정착하게 되는가 파란만장하게 서술되는 것 같지만 소설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대비가 그것이다. 자스민의 삶은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삶이다. 마스테르지-프라카시-테일러-버드-테일러가 그것이다. 자스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은 인도인들이다. 그들은 예언으로 그녀를 속박하고, 테러로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가며, 강간하고, 그럴싸한 거짓말을 한다. 반면 미국인들은 그녀에게 매혹 당하고, 그녀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 난다. 아메리칸드림의 전도서인 이 책은 뉴욕 타임즈 선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뽑혔고, 다른 의미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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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우리 소풍 간다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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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의 첫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95년도에 출간된 작품이다. 출간 당시 인하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몇 페이지를 읽다 말았는데, 20년이 지나 금융파생상품 수업 시간의 지루함과 이 소설 중 어느 것이 견디기 힘든지 저울질 하던 중 선택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은 끊임 없는 쉼표와 말줄임표, 개연성이 짐작 가지 않는 문단으로 뒤섞여 있고 현실과 환상,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끊임 없이 교차한다.

그 중 사실에 근거한 부분만을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K는 현재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고, 喜라는 여자와 우연히 만나 동거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 K는 과거 80년 가난한 무허가촌에서 살았던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 미국과 일본 만화가 컬러로 방영되기 시작한 때라서 동네 친구들은 각각 만화 주인공 이름을 딴, 딱따구리, 새리, 일곱난장이, 뽀빠이, 박스바니 따위의 별명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음악을 가르치던 안선생님에게 '고아들의 노래'라는 것을 배웠다. 동네에서 불량스러워 보이거나 정권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들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돌아온 그들이 새리를 윤간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을 저주하고 괴물로 만들었던 데 대한 복수로 새리를 택한 것이다. 새리의 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했고, 공원들을 소모품 취급했다. 이 사건으로 새리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박스바니는 윤간하던 그들에게 덤벼 들다가 죽고 만다.

그들이 초등학교에 다시 모인다. 과거 동굴은 시멘트로 발라져 막혀 있었다. 막혀 있던 시멘트를 깨부수다가 학교 수위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술에 취한채 운전하던 차가 전복되어 또 몇인가 사상자를 내고, K는 재즈 선율 속에서 뭐가 뭔지 모르는 정신 상태로 퐁텐블로와 박스바니 따위에 대해 횡설수설한다.

 

80년 광주와 군부독재의 아픈 기억에서 자생적인 사회주의 세력들이 생겨났고, 소련의 몰락과 더불어 진보 진영에 대혼란이 일어난 것이 90년대 초이다. 90년대 중반에 등단한 백민석은 이러한 혼란이 낳은 작가라고 생각된다. 문체는 불안정하고(어떤 평론가는 실험이라 평하지만), 폭력의 다양한 층위들이 구분되지 못하고 남용되고 있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알렉스들이 코로바 밀크바에 들렀다가 닥치는 대로 강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걸쳐 계속된다. 백민석은 폭력에 의한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다만 폭력이 남긴 상흔이 어떻게 재생되고 반복되는지 이야기할 뿐이다. 이러한 백민석의 경향은 <목화밭 엽기전>에서도 확인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187899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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