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1882년 집필되기 시작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실화에 기초한 소설이다. 톨스토이의 영지 부근에 살던 이반 일리치 메치니코프라는 이름의 판사가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이반 일리치는 사소한 죄로 사람들을 시베리아로 유형 보내기도 했는데 죽음이라는 또 다른 심판관이 이번에는 판사를 심판했다는 사실에서 이 소설을 착상하여 집필한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적당한 혼처를 구해 결혼했으며 관운도 따라 승진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른 편이었다. 카드놀이를 조금 했다는 것 외에는 나쁜 습벽이랄 것도 별로 없었다. 좋은 기회를 잡아 빠르게 집급한 직후 집안을 치장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옆구리를 다친 이반 일리치는 별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것이 원인이 되어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 용하다는 의사들을 찾아가보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모호한 말들 뿐이었다. 이반 일리치는 그 말투가 자신이 법원에서 사용하던 어투와 똑 닮아있음을 깨닫고 경악한다. 그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어린 아들과 농민 출신 게라심 뿐이었다. 죽음을 앞 두고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삶이 어렸을적에만 충만했했고 그 후의 삶은 모두 무의미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에게 용서를 빌고 모든 것을 내려 놓은 후 죽음 대신 빛을 본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톨스토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이다. 게라심에게 유일한 위안을 얻는 장면은 톨스토이가 러시아 변혁의 주체를 농민으로 생각한 사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기 드 모파상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는데 그는 "내가 한 모든 일은 무의미하며 내가 쓴 열 권의 책 역시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매우 낙심했다고 한다.

 

1859년도 작품 <세 죽음>에서는 귀족 부인과 늙은 마부의 죽음이 대비 된다. 귀족 부인은 자신이 외국으로 나가면 폐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행을 견디지 못하고-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사망한다. 한편 늙은 마부는 자신의 장화를 젊은 마부에게 건내주며 자신의 묘석을 세워달라는 말을 한 후 사망한다. 젊은 마부는 묘석 대신 나무를 베어 십자가를 만들어준다. 죽음을 피해 달아나려는 시도는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실패한다는, 또 다시 메멘토 모리 테마이다. 그들의 죽음을 위로한 것은 나무의 죽음이다.

 

1853년도 작품 <습격>은 그로즈니를 배경으로 타타르인들과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군 이야기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 일리닌 소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젊음을 발산한다. 그는 마치 죽음이 자신에게 범접할 수 없을 것처럼, 죽음을 넘어설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사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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