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수확 동서 미스터리 북스 71
대쉴 해미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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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피의 수확 - 대실 해밋


콘티넨털 탐정사의 샌프란시스코 국원인 '나'는 어느 날 퍼슨빌 시의 신문사 사장 도널드 윌슨의 의뢰를 받는다. 퍼슨빌 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포이즌 시라고 불리고 있었다.

'나'는 의뢰 내용을 듣기 위해 도널드 윌슨의 집을 방문했지만 그는 없었고 윌슨 부인이 전화를 받더니 외출을 하고 돌아온다. 그녀의 슬리퍼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남편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중얼댔다. 도널드 윌슨은 거리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다.

'나'는 거리를 돌며 정보를 수집하다가 빌 퀸트라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자신을 광부 조합장이라며 퍼슨빌 시에 대한 정보를 준다. 퍼슨빌 시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자는 엘리휴 윌슨이라는 자로 죽은 도널드 윌슨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그가 도시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21년의 사건으로 도시의 권력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불러들인 폭력단과 경찰이 엘리휴 윌슨의 약점을 쥐고 돈과 힘을 분배 받았는데 경찰서장 누넌, 밀주제조업자인 핀란드인 피트, 전당포 주인 류 야드, 도박꾼 맥스 탈러(휘스퍼)가 그들이었다.

'나'는 도널드 윌슨이 죽기 전 5천 달러 수표를 끊어 다이너 블랜드라는 고급 창녀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윌슨 부인과 휘스퍼가 도널드가 죽던 날 밤 의문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집을 찾아왔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경찰서장 누넌의 태도였다. 범인이 누구인지 아직 확실치 않은데도 누넌은 휘스퍼를 범인으로 몰아가려 했다. '나'는 질투에 눈이먼 은행 직원이 도널드 윌슨을 죽였다는 것을 눈치 채지만 이 사건을 통해 퍼슨빌 시의 권력자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휴 윌슨은 '나'에게 아들을 죽인 범인을 밝혀달라며 1만 달러를 건낸다. '나'는 퍼슨빌시를 수술하는데 그 돈을 쓸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제 '나'의 수술이 시작된다. 휘스퍼로부터 일이 풀려나간다. 휘스퍼는 권투 중계의 승자를 미리 '나'에게 귀띔해주는데 '나'는 그의 정보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 그 과정에서 맥스웨인이라는 전직 경찰이 등장한다. 맥스웨인은 권투 중계에서 지기로 한 아이크 부슈가 필라델피아에서 지명수배된 앨 캐네디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경기장에서 '나'와 맥스웨인은 아이크 부슈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떠들어대고, 비밀이 밝혀지길 겁낸 아이크 부슈는 경기에서 이겨버리고 만다. 그는 칼을 맞고 사망하지만 이 사건으로부터 도시의 거물들이 '나'의 계략에 걸려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일을 도와준 사람은 돈을 밝히는 고급 창녀 다이너 블랜드였다.


다이너 블랜드는 서장의 동생 팀이 약 2년 전에 호수에서 자살을 했는데, 사실은 맥스가 죽인것이라 했다. 이 정보는 누넌과 휘스퍼를 이간질시키기에 충분했다. 누넌은 광분하여 휘스퍼를 압박하고, 휘스퍼는 증오심을 품은 채 도주한다. 팀이 죽기 전에 말한 이름은 '맥스'였는데 그것은 '맥스 탈러'를 말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범인은 맥스웨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수상쩍은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하고, 류 야드가 후계자 레노 스터키에게 살해당한다. 퍼슨빌 시는 권력자들끼리의 피튀기는 총질로 매일같이 시체가 쌓여간다. 핀란드인 피트의 술창고가 불에 타고 누넌이 경찰서 앞에서 총질을 당한다. 평화회의는 '나'의 이간질로 전쟁을 심화하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그러다 다이너 블랜드가 얼음 송곳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날 밤 '나'와 다이너 블랜드는 함께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 '나'의 손에 얼음 송곳이 들려 있었다. '나'는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이제 '나'의 결백도 증명해야 했고 아직 죽지 않은 레노도 처리해야 했다.


레노는 다 죽어가던 휘스퍼가 갈긴 총에 맞는다. 죽기 전 레노는 다이너 블랜드를 죽인 것은 자신이었다고 고백한다. 엘리휴는 다이너 블랜드에게 보냈던 연애 편지를 회수하려다 들통이 나서 체면을 구긴다. '나'는 즉시 퍼슨빌 시에서 줄행랑을 친다.


o 세 개의 램브란트 - 조르주 심농


램브란트 그림의 원본과 똑같은 그림이 두 장 더 나온다. 몇 십년간 그림을 소장했던 주인조차도 어느 것이 원본인지 구별할 수 없었고, 감정사들도 의견이 갈린다. 경매장에서는 세 장의 그림이 한 사람에게 높은 값에 팔린다. 낙찰자는 어느 것이 원본인지 모른다면 모두 사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은 셋 중에 하나는 진짜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가짜였다. 수십년을 두고 벌인 사기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o 살인자 - 조르주 심농


폴란드인 강도단을 감시하던 메그레 경감에게 자살을 시도하던 미셸 오제프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폴란드군 장교 출신이며 최근까지는 체육교사로 일했다고 했다. 조사해보니 그 사람의 자살시도는 거짓이 아니었다. 미셸 오제프는 같은 폴란드인 강도단의 검거에 자신을 활용해달라고 부탁한다.

폴란드인 강도단의 두목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애를 태우던 끝에 미셸 오제프가 적의 본거지에 잠입한다. 스탕이라는 여자와 미셸 오제프 모두가 죽는다. 메그레 경감은 과거 사건 기록을 통해 악명 높은 여자 강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조차 죽일 정도로 냉혹한 여자였다. 그녀의 남편이 미셸 오제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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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수확>은 대실 해밋의 첫 장편소설로 1929년에 크노프 사에서 출판되었다. 앙드레 지드는 이 소설을 '잔학과 시니시즘과 공포에 있어 완벽한 세계'를 그린 걸작이라고 격찬했다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그에 대한 동경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 후대 작가인 리차드 스타크(도널드 웨스트레이크)는 대실 해밋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더불어 3차원적인 글쓰기의 명인이라고 하였다.

하드보일드의 시대가 그로부터 시작되었고 후대 추리소설 작가들은 헤밍웨이와 자신들을 이어준 교량이 바로 대실 해밋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비정한 사건을 서술할 때도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 건조한 문체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하였던 해밋은 193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렇다할 작품을 쓰지 않았다. 탐정 생활, 작가, 공산당 활동, 세계대전 참전, 추리소설작법을 가르치는 교수, 영화작업 등 다채로운 삶에 탐닉하던 해밋은 말년에 경제적 궁핍 속에서 폐암으로 투병하다 1961년에 사망하여 알링턴 국립 묘지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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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본 연성결 1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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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적운은 순진하고 우직한 젊은이로 시골에서 척장발에게 검법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사매 척방은 얼굴이 예뻤고 적운을 사형이라 부르며 잘 따랐는데 적운은 그것이 싫지 않았다.

어느 날 매우 잘 차려입은 젊은이가 이들을 방문한다. 그의 이름은 복원으로 척장발의 사형되는 만진산의 다섯째 제자였다. 복원은 자신의 사부가 50번째 생일을 맞았으니 축하해 달라면서 연성검법도 완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척장발은 깜짝 놀라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제자와 딸을 데리고 만진산에게로 간다.

만진산의 생일 잔치는 많은 손님들이 몰려와 북적 대었다. 그런데 불청객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니 여통이라는 자였다. 여통이 적운의 옷을 버려놓아 적운과 싸움이 벌어졌고 적운이 그를 보기 좋게 패배시킨다. 하지만 그날 밤 만진산의 여덟 제자가 적운이 남의 잔치에 와 무예를 뽐내고 자신들의 체면을 떨어뜨렸다며 시비를 걸어온다. 흠씬 두들겨 맞은 후 한 거지가 적운의 검범을 보아주고 몇 가지 기술을 가르쳐 준다.

다음 날 다시 시비가 붙자 적운은 거지에게서 배운 기술로 만진산의 제자들을 혼내준다. 하지만 이를 본 만진산이 그 기술들은 연성검법이라며 척장발을 몰아 세운다. 그리고 척장발과 방에 들어가 다투더니 잠시 후 만진산이 시체로 발견된다. 척장발은 어디론가 도망친 후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적운은 만진산의 첩을 강간하고 재물을 훔친 누명을 써 감옥에 갇히고 만다.

감옥에 갇힌 적운은 무공이 굉장한 미친사람과 한 방을 쓰게 되었는데 그는 적운을 매일같이 괴롭히고 두들겨 팼다. 조금 친해지려 하면 더욱 화를 냈다. 적운은 척방이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고 면회도 뜸해지자 마음이 울적해져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미친사람이 뜻밖에도 자신을 구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정전이고 적운이 능퇴사가 보낸 첩자로 오해해 그동안 심하게 대했다며 사과한다.


정전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무공에서도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젊은이였다. 그가 어느 날 강가에서 싸움을 목격하게 되는데 세 명이 한 노인을 공격하고 있었다. 노인이 등에 칼을 맞고, 그들은 비급을 훔쳐 달아난다. 정전은 노인을 구해주는데 그가 바로 매념생이었다. 매념생에게는 세 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첫째가 만진산, 둘째가 언달평, 셋째가 척장발이었다. 그들은 매우 음흉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매념생은 연성검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자 세 명이 합심하여 스승을 죽이고 검보를 빼앗아간 것이다.

매념생은 연성검법보다 뛰어난 것이 신조공이라며 정전에게 신조공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연성검법의 검보와 검결 모두를 전수해준다. 그리고 연성검법은 검에 관한 비급임과 동시에 큰 보물이 묻혀 있는 지도이기도 하다는 말도 전한다.

얼마 후 정전이 어느 날 상화라는 아가씨를 만나 한눈에 반하게 된다. 상화는 능퇴사라는 벼슬아치의 딸이었는데 처음에는 몰래 만나다가 나중에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게 된다. 하지만 능퇴사는 딸을 정전에게 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는 단지 정전이 가지고 있는 연성검법의 검보와 검결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는 정전을 금파순화의 독으로 기절시키고 비파골을 꿰뚫어 폐인을 만든 후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같이 고문을 가하며 연성검법을 내놓으라고 했다. 정전은 자신이 연성검법을 내놓을 경우 바로 죽임을 당하고 그렇게 되면 상화도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하여 끝내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감옥 안에서 신조공을 완성하게 된다.


신조공을 완성한 정전은 무공을 적운에게 전수해주고 함께 상화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상화는 이미 죽어 관 속에 누워 있었고, 그녀의 아버지 능퇴사는 상화의 시체에 금파순화의 독을 발라놓았다. 독에 중독된 정전이 죽어가며 모든 비밀을 적운에게 알려준 후 자신의 시신을 상화와 합장해 달라고 부탁한다.


적운은 시신을 함께 안장하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험난한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척방은 만규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살고 있었다. 여행 도중 보상이라는 중을 만나는데 그 기이한 자는 혈도문의 괴승으로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악한이었다. 가까스로 보상으로부터 벗어나지만 이번에는 서장청교의 혈도문 조사 '혈도노조'를 만나게 된다. 보상의 옷을 입은 탓에 적운은 혈도문의 제자로 오인되어 혈도노조와 함께 다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검쌍협과 낙화유수의 공격을 받는다. 낙화유수는 남쪽의 고수 네 명을 일컫는데 유승풍, 화철간, 수대, 육천서가 그들이었다.

서장으로 쫓겨가던 이들이 눈사태를 만나 눈 속에서 겨울을 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생과 적운은 애증의 몇 달을 보내게 된다. 낙화유수 중 셋이 눈 속의 혈투에서 사망한다. 그 중 유승풍은 화철간이 실수로 죽인 것이었다. 화철간은 대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가리려다 보니 점차 추악한 인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눈이 녹아 구출되지만 사람들은 수생의 정조를 의심하고, 세인들의 모습에 실망한 적운은 홀로 사부의 옛 집을 찾는다.


하지만 옛집에 사부는 없고 언달평이 그곳에서 보물을 찾는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만진산이 이 소식을 듣고 만규를 보내 언달평을 핍박하지만 오히려 전갈독에 해를 입고, 만진산 역시 중독된다. 중독된 이들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고 척방도 살해하고 만다. 죽은 줄 알았떤 척장발도 보물 소식을 듣고 달려와 언달평과 싸움을 한다. 

마침내 보물이 드러나지만 적운은 세인들의 못난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하여 서장의 눈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보물에는 금파순화의 독이 묻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서장의 눈 속에는 뜻밖에도 애증의 관계였던 수생이 적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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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결>은 무협 못지 않게 사랑에 촛점을 둔 소설로 김용은 작가 후기에서 자신이 이 소설을 쓰게 된 사연을 적어 놓았다.


김용이 어렸을 적에 곱추 하인이 있었다. 이 곱추는 김용을 매우 사랑하여 학교에 안아다 주고 함께 놀아주기도 했다. 어느 날 곱추가 자신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강소 단한 출생으로 부모님들이 옆집의 아름다운 아가씨와 약혼을 시켰다. 그 해 12월 어느 부잣집 주인이 그에게 쌀떡을 만들 떡가루를 만들라고 명했다. 일을 마치고 밤에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사람들이 '도둑이야' 하며 외쳤다. 도둑을 잡아달라는 부탁에 곱추는 정원으로 뛰어들었는데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그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는 도둑으로 몰려 매를 맞고 이 상처 때문에 나중에 곱추가 되었다. 관가에 잡혀가 이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 갇혔고, 나와보니 약혼녀는 그 부잣집 주인의 후처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부잣집 주인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제주도에 갔다. 난생 처음 가는 제주도였지만 너무 더워서 협재 해수욕장에 몇 번 몸을 담근 것 빼고는 주로 숙소에서 책을 읽었다. 에코랜드 부근의 펜션은 외따로 떨어져 있고 널찍해서 좋았다. 에어컨을 켜고 큰 방에 누워 무협지를 읽다보니 여름 휴가라는게 별거 있겠는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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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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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후카가와 경찰서 맞은 편 기바 공원에서 장기가 모두 사라진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21세의 여성으로 이름은 로쿠고 유미카였다. 후카가와서 형사들은 이 엽기적이고 대담한 범행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게다가 관할서 앞마당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닌가. 법의학자는 시체를 조사한 후 범인이 법의학 교실, 현역의사, 의대생, 정육업자 등 평소 메스를 능숙하게 다루는 자라고 추측했다.


경시청에서 범인 검거 실적이 가장 높은 이누카이 역시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이누카이는 외로운 남자였다. 번듯한 외모 덕에 여자들은 이누카이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왔고 이누카이는 그런 여자들과 별 생각 없이 어울렸었다. 결혼 후에도 이런 생활은 계속되었다. 나루미는 이누카이를 떠나갔고 딸 사야카 역시 아빠를 원망했다. 사야카는 건강이 악화되어 신장 투석 중이었고 언젠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죽게될 것이었다. 이누카이는 그 뒤로 여자들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잡는 범인은 대부분 남자였다. 반면 여자들이 이누카이를 속이려 들면 이누카이는 진위를 알 수 없었다.

관할서에서는 고테가와라는 열혈 형사가 파견되었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는 서로 성향이 달랐지만 범죄를 미워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던 중 데이토 TV에 범인의 성명서가 날아든다. 그는 자신이 과거 영국에서 창녀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잭이라고 밝히며 대량 살인을 예고했다.


두번째 시체가 발견된다. 성명은 한자키 기리코, 32세 여성이었다. 언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프로파일링이 시작된다. 두 시체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봉합수술 흔적이 있고, 두 명 다 B형이었다. 그들은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누카이는 둘을 잇는 공통분모는 장기 기증자라고 판단했다.

그 즈음 데이토TV에서 쓰루사키 관리관을 부추긴다. 공명심에 눈이 먼 쓰루사키 관리관은 TV에 출현해 잭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만다. '장기 기증을 받은 사람들을 그만 살해하라, 다음 타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장기 코디네이터 치하루는 그들이 누구의 장기를 받았는지 밝히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었다.


세번째 시체가 발견된다. 구시켄 사토루로 만성신부전증에 시달리다가 신장을 이식받은 남성이었다. 그는 신장을 이식받은 후에 새 생명을 얻었지만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경마를 통해 시간을 보낼 뿐이었고, 이를 포착한 언론이 과거 한 차례 그를 호되게 비난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구시켄 사토루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장을 이식받긴 했지만 다른 사람처럼 건강한 상태도 아니었고, 그 동안 투병하느라 밥벌이를 위한 준비도 못했던 것이다.


언론은 연일 장기이식이 과연 정당한가하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장기이식 반대자들을 말했다. 뇌사를 죽음으로 규정한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 뇌사자가 장기제공 의사를 갖고 가족의 동의를 받으면 장기를 이식해주는데 이는 법률상으로는 살인과 마찬가지이다. 잭은 바로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살인을 계속하는 것이 아닌가.


치하루가 마침내 장기 제공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네 번째 목표가 누구인지 밝혀진다. 미타무라 게이스케라는 젊은이로 심장을 제공받았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는 미타무라 게이스케를 설득하여 잭의 전화를 받도록 한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천만 뜻밖에도 의사 다카히코였다. 그는 장기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편의 영수였고, 이누카이의 딸인 사야카의 주치의였다. 그런데 그의 범행 수법이 잭의 그것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났다. 이누카이는 마취제인 리도카인의 사용량을 확인한 결과 진범은 전혀 다른 사람임을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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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루스 신드롬이라는 것이 있다. 뇌사 판정을 받은 기증자가 인공호흡기를 벗기거나 무호흡 테스트를 할 때 양팔을 벌리거나 손을 모으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에 의해 부활한 나자로의 모습에 빗대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소설은 장기 기증 찬반 양론을 신중하게 소개하고 있다.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장기 기증은 신중하게 합의를 도출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 소지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나카야마 시리치는 전업 작가 활동은 좀 늦은 편으로 2006년 오사카에서 시마다 소지를 본 후에 결심을 굳힌 후 48세의 나이에 <안녕, 드뷔시>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며 정식 데뷔한다. 최근 <속죄의 소타나>가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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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비호
김용 지음 / 중원문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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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는 무협지. 대학교 2학년때 여자 후배가 김용의 <영웅문>이 그렇게 재밌냐고 물은적이 있다. 뜬금없는 질문이어서 의아하게 여겼더니 치과를 한동안 다녀야 하는데 치통이 생길때마다 <영웅문>을 읽어보라고 의사가 권했다는 것이다. 여기 저기 서점을 돌아다녔지만 파는 곳이 없어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주안역 뒤쪽의 작은 서점에서 고려원에서 펴낸 문고판을 발견하고 한 권씩 사다 읽었다. 당시만 해도 돈이 별로 없을때라 읽는 속도를 주머니 사정이 따라오지 못해 무척 안달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려원에서 펴낸 그 <영웅문>이 사실은 해적판으로 저자 김용이 몹시 화를 냈다는 것은 한참이나 지나서 알게 되었다.


중원문화에서 2015년에 절판된 연성결, 설산비호, 벽혈검을 특별소장 한정판으로 찍어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주저 없이 예약 구입을 했다. 스무살때 읽었던 때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역시 재미있다.


<설산비호>는 <비호외전>보다 먼저 씌어진 소설이지만 시대는 그 뒤에 해당한다. 만 하루만의 사건인데 등장인물들의 회상이 거듭되다 보니 사실 이야기의 배경은 한 세기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장소는 중국인들이 장백산이라 부르는 백두산이다.

백두산에 군웅들이 대거 결집하는데 호비라는 사내를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호비라는 인물은 수수께끼의 인물인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가 과거 틈왕을 배신하고 한족을 오랑캐에게 팔아먹은 원수의 자손이라는 점이다.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당대의 고수가 응원군 모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니 가공할만한 공력의 사나이임에 틀림없다.

호비가 산에 오르기 전 모인 사람들은 틈왕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틈왕의 위사 중 무공이 빼어난 세 명의 사나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각각 호(胡), 묘(苗), 범(范), 전(田) 이었다. 이 중 호씨 성을 가진 위사의 무공이 가장 빼어나 그를 '비천호리'라 불렀다. 하지만 비천호리가 틈왕을 배신하고 만다. 나머지 위사들은 이를 갈며 절치부심하여 그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린다. 그런데 세 위사가 배신자 비천호리를 만난 후 돌연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살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손들은 다시금 배신한 신하에게 복수심을 불태운다.

후에 자살한 신하의 자손 중 묘인봉은 당대에 필적할 사람이 없는 고수가 되고, 전가의 자손은 천룡문을 세웠으며, 범가의 자손은 개방을 이끌게 된다.

시일이 흐른 어느 날 묘인봉이 비천호리의 자손을 만나게 되고 서로 자웅을 겨루게 된다. 묘인봉은 상대편의 수가 정묘하고 정후함을 알게되어 내심 감탄하고, 초식을 거듭하면 할수록 그가 대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대결은 묘인봉의 승리로 끝나고 배신자의 자손이 낳은 어린아이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이제 나타나는 호비가 당시의 어린아이가 틀림 없었다.


그런데 과거의 이야기가 거듭되면 될수록 수정이 가해진다. 당시의 목격자와 관련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꺼내놓기 시작하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씩 수정될수록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게 되고, 마침내 호비가 정상에 도착한다. 하지만 복수의 기치를 내걸었던 당대의 고수들은 이미 보물에 정신이 팔려 대결은 뒷전이다.


<설산비호>는 호비와 묘인봉의 대결을 향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도 과거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직조함으로써 미스터리 소설의 외형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눈 쌓인 산 정상에서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은 만들었기 때문에 긴장과 흥미는 더욱 배가된다.


호비와 묘인봉의 대결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는지 작가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433333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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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헤치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8
아이리스 머독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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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런던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제이크 도너휴는 프랑스 통속 소설을 번역하며 겨우 끼니를 잇는 자로, 적당한 직장을 잡아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갈 의지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지금까지는 맥덜린이라는 아가씨의 집에 기식하며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퇴거 통보를 받게 되자 잠시 당황했지만 곧 또 다른 아가씨가 일자리를 제의한다. 그녀의 이름은 새디였고 유명한 영화배우였다. 새디는 최근에 영화제작자가 치근대 귀찮은 상황이라며 자신의 집에 살면서 보디가드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제이크는 곧 영화제작자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지고 만다.

제이크는 한 때 감기약 투약 실험에 참가해 용돈 벌이를 했는데 그 때 휴고라는 인물을 만났다. 휴고와 이런 저런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인 제이크는 그의 사람됨과 사상에 저도 모르게 매혹이 되어 나중에 <말문을 막는 것>이라는 책을 펴낸다. 하지만 야심차게 써낸 이 책은 실패작으로 판명되고 만다. 거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책에 담긴 사상의 정수는 오롯이 휴고의 것이었기에 제이크는 그에게 약간의 미안함도 느끼고 있던 차라 휴고와 다시 대면할 용기가 없었고 그를 슬슬 피해다녔다. 그런데 지금 새디를 쫓아 다니는 파렴치한 자가 휴고라고 하니 제이크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휴고는 부친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아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였고 사상과 인품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새디의 언니이자 가수인 애너는 과거에 제이크와 사귀다 헤어진 여자였다. 애너에게 부탁받은 이후로 애너를 떠올린 제이크는 급작스럽게 애너에 대한 사랑이 다시금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실험적인 극장을 운영하던 애너와 다시금 좋은 관계를 맺어보려 했지만 애너는 곧 파리로 떠나버리고, 제이크는 애너를 찾기 위해 맥덜린이 제안한 각본가직도 검토해볼 겸 파리로 건너간다. 하지만 자신이 번역하던 통속 프랑스 소설가가 콩쿠르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자극받은 제이크는 막대한 급료를 뿌리친 채 진지한 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런던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철학자 데이브의 조언에 따라 멀쩡한 일자리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병원 잡역부가 된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시위에 참가했다가 크게 다친 휴고를 다시 만난다.

휴고와 이야기하던 중 제이크는 자신의 크나큰 착각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이 사랑한 애너는 휴고를 사랑했고, 휴고는 새디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휴고를 한밤중에 병원에서 탈출 시킨 제이크는 다른 병원에 잡역부로 취직할 결심을 하고, 휴고는 자신의 전재산을 좌파 운동가 레프티에게 남긴 후 시계수리공이 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여러가지 소소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이 소설은 자기 본위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던 얼치기 문인 제이크가 실제의 이면에 자리잡은 진실과 하나 하나 대면해 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아이리스 머독은 자아 중심적인 실존적 세계관에 반대하여 사람 사이의 관계와 우연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진실은 관계 속에서만 증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상념과 피안속의 삶이 아닌, 진짜 살아있는 일상의 삶이 중요함을 항변하고 있다.

 

옮긴이 유종호에 의하면 휴고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산업계 거물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점, 1911년에 영국에 건너와 러셀 밑에서 철학을 수학했으나 1차 세계 대전 중 오스트리아 군으로 복무하다가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금욕주의적 생활에 헌신한 점, 재산을 모두 나눠준 뒤 초등학교 교사, 건축사, 수도원 정원사로 일했다는 점. 그리고 1920년 후반에 슈릭을 비롯한 빈 서클 구성원들이 비트겐슈타인을 찾아내어 철학으로 다시 돌아간 뒤 1939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 철학 교수 직을 맡게 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병원의 잡역부가 되어 의약 연구소에서 일한 점 등이 그렇다고 한다.

 

한달쯤 전에 읽은 책인데 이제서야 독서일기를 쓴다. 이직은 아니지만 근무지를 옮기게 되어 세종시로 내려오게 되었다.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고, 인터넷도 연결이 안되어 있어 주말에 영화일기만 끄적거리곤 했다.

처음이 아닌데도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업무, 새로운 거처... 새롭다는 것이 낯설음과 어색함을 동반하여 중압감으로 작용한다. 할달여가 지났고, 큰 문제가 없다면 이곳에서 8~9년은 더 지내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42234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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