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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1 - 마교의 장
전동조 지음 / SKY미디어(스카이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묵향 1부 무림편은 1권에서 4권까지의 분량인데 기존 무협지, 특히 김용의 설정을 대부분 끌어다 쓰고 있다. 서문 <현경과 탈마>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주가 되는 설정과 세계관을 소개한다. 기초적인 세계관이 <무림편> 내내 관통하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무공은 정(正)과 사(邪)로 나눌 수 있다. 정파는 달마가 중원에 보급한 역근(易筋)과 세수(洗髓)의 두 진경을 기반으로 성장한 무공이며 불가나 도가 계통 무술이 주종을 이룬다.
무공은 내가무공과 외가무공으로 나뉘는데, 내가무공은 단전호흡이나 토납술에서 비롯되어 무형의 힘인 내공을 쌓는 무공이다. 내공을 일주천시키는데 어떤 힘을 어떤 순서로 어떤 혈도에 보내느냐에 따라 다양한 운기조식 기법들이 생겨났다. 정파는 내공을 익힐 때 그 공력이 천천히 쌓여나간다.
내공을 특출한 경지까지 연마한 정파의 고수들을 일컬어 삼경(三境)의 고수라 한다. 제1경은 조화경, 즉 화경(化境)이다. 이 수준에 이르면 환골탈태와 반로환동(反老換童)을 경험한다.
제2경은 현경(玄境)이다. 만독불침이 되며 겉으로 전혀 정기가 드러나지 않는 반박귀진(返縛歸眞)의 상태가 된다.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 나오기에 완벽한 젊음을 되찾는다. <묵향>에서 현경의 고수는 과거 천하제일문을 창설한 조사인 신검대협 구휘 단 한 명뿐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제3경은 불노불사의 진정한 신의 경지, 즉 생사경(生死境)이다. 인간의 생과 사를 초월하고 우주만물의 법칙을 한눈에 꿰뚫어 내는 무예의 최고 경지로 추측된다.
한편 사파는 정파와 달리 중원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무술로 외가무공이 주류를 이루며 다양한 무기와 암기를 사용한다. 또한 속성으로 내공을 쌓는 역혈기공을 개발하여 수련했는데 단점은 주화입마에 빠지기 쉽다는 점, 그리고 죽기 직전 내공이 흩어지며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는 점이다.
사파 역시 3경에 대응하는 경지가 있었는데 화경에 대응하는 극마, 현경에 대응하는 탈마가 그것이다.
<묵향>의 시대적 배경은 송나라이며, 무림은 정과 사로 나뉘어 대립 반목하고 있다. 정파는 무림맹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모여있는 상태라 개별적인 힘은 강하지 못했다. 반면 사파는 마교가 두각을 나타냈지만 50년에 걸쳐 강시와 주문을 활용하는 혈교의 반란, 암흑마교의 분리독립 등으로 다소 힘이 약해진 상태였다.
마교에서 살수로 교육받은 2044호라는 인물이 환사검 유백, 별호 독고구패에게 검술을 배우고 스스로 이름을 <묵향>이라 지은 후 현철로 만든 묵혼검 한 자루를 차고 무림에 등장한다. 그는 끊임없이 수련을 거듭하여 극마와 탈마의 경지를 빠르게 달성한 뒤 무림 1인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를 위험요소로 생각한 마교교주가 암흑마교 및 무림맹주와 손을 잡고 치밀한 계획 하에 묵향을 죽이려 하는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묵향이 기억과 내공을 잃은 황궁에 소속되면서 소설은 송-몽고의 전쟁 스토리로 전환된다.
몽고의 위협을 간신히 지연시킨 이후 묵향이 내공과 기억을 되찾고 탈마의 경지에 다시 오른다. 과거 개인의 수련과 정진 외에는 관심이 없던 묵향이 이제는 조직과 집단을 통한 권력의지를 드러내며 마교 탈환에 나선다. 하지만 마교 교주를 제거하고 무림일통까지 넘볼 수 있는 그 때, 혈교의 묘한 술법에 묵향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무림편은 마무리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묵향이라는 인물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재설정되고 변화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한다. 무협지에서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 있겠으나 김용의 설정을 가져다 쓰고 한자만 조금씩 바꿔 이름까지 차용하는 부분은 다소 민망하다.
2부 다크레이디부터 판타지 소설로 바뀌는 탓에 <판협지>라는 장르로 분류되는데, 2024년 현재 38권이 연재중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848515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