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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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오이 레이토는 도요다 공작기계라는 중고 기계 판매상에서 일하던 중, 사장이 흠결 있는 물건을 팔아 치우려 하자 손님에게 이를 귀띔해 줬다 해고되고 만다. 사장은 월급도 주기 않고 나오이를 내쫓았고, 이에 부당함을 느낀 나오이는 도요다 공작기계를 털어 월급을 대신하기로 한다. 하지만 범행은 어설프기 짝이 없어 금방 발각되었고 꼼짝 없이 감옥에 갈 처지가 된다. 그런데 그때 한 변호사가 나오이 레이토를 찾아와 풀려난 뒤 의뢰인의 말에 따르겠다고 약속하면 변호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나오이 레이토는 동전 던지기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 결과 변호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고, 곧 유치장에서 풀려난다.

의뢰인은 야나기사와 치후네라는 60대의 기품있는 부인으로, 야나쓰 코퍼레이션이라는 대기업 고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나오이 레이토의 어머니 미치에와 이복자매라고 밝힌 뒤 나오이에게 '녹나무의 파수꾼' 일을 해달라고 한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홀어머니와 생활하다 그 어머니 마저 일찍 돌아가셔서 되는대로 인생을 살던 나오이 레이토는 녹나무에 방문하는 기념자들을 안내하는 한편 치후네로부터 예절과 매너 교육을 받으며 차츰 성장해간다.

작가가 일본어판 원고를 쓰면 이를 한국, 중국, 대만에서 동시에 번역하여 출간일을 맞춘다는 다소 참신한 프로젝트에 의해 4개 국가에서 같은 날 출간된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죄 미스터리 소설은 다소 비정한 면이 많지만, 판타지 소설은 이와 달리 따뜻한 내용을 주조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녹나무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거대한 나무인데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누군가의 염원을 받아 두었다가 이를 수념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신비한 기운이 있는 나무라는 설정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멜로디를 녹나무에 예념하는 사지 기쿠오와 이를 수념하려는 동생 사지 도시아키, 친아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사랑으로 키운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려는 오바 부자 이야기, 그리고 이복 동생에게 모질게 대했다가 뒤늦게 조카에게 가족의 정을 느끼고 치매로 기억이 멀어져 가는 와중에도 훌륭하게 성장시키려는 치후네. 각각의 이야기들이 녹나무를 둘러싸고 환상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독자는 잊고 지냈던 중요한 것들은 사실 매우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815808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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