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 년 반 동안 동거하던 S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고 '나'의 곁을 떠난 직후, 고양이 한 마리가 베란다를 통해 들어와 거실을 기웃거리곤 했다. '나'는 고양이에게 사라다 햄버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녀석이 처음 나타났을 때 먹인 음식이 게맛살이 들어 있는 샐러드였고, TV에서는 설기현이 속한 울버햄튼 경기가 중계중이었으므로.

방사선 기사로 일하던 병원을 그만두고 주위를 둘러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물려준 스물네 평짜리 주공아파트와 삼성 노트북, 4행정 클래식 스쿠터, 삼천만원의 잔고가 남아 있는 통장과 LG 휴대폰, 그리고 사라다 햄버튼이 있었다. '난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 아닐까?' 라는 절망감이 스멀거리기 시작할 즈음, 아버지가 예고 없이 아파트를 찾아온다.

어머니가 '나'를 낳은 후 아버지와 결혼했으므로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어머니와 이혼한 후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현지인 여성과 재혼까지 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유쾌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새로 꾸린 가족과 함께하자고 권유했다.

말이 통하는 R과의 새로운 만남과 아쉬운 이별, 아버지가 소개해준 회사에서 만난 친부, 영역 동물인 고양이 사라다 햄버튼이 '내' 집을 찾은 이유와 S의 떠남에 얽힌 사연 등을 차례로 겪고 견디면서 '나'는 절망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으로 젊음이 겪게 마련인 통과의례와 자극적인 아침드라마 소재를 가벼운 필치와 쿨한 이미지로 버무린 작품이다. 삶에 대한 밀도 깊은 성찰이 없다보니 술술 읽힌다. 술술 읽히는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7716848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