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한일전 펄프픽션 3
김종광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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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스크린동굴식당에 속속 사람들이 도착한다.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장성이었다. 군복에 훈장을 덕적덕적 붙이고 권총을 소지한 채였다. 장성은 쿠데타에 참가한 군인들의 뒤를 닦아주며 착실히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었다.

다음으로 들어선 것은 검사였는데, 검사의 아버지는 국가적으로 손꼽히는 언론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쿠데타에 반대했고, 그 때문에 장성에 의해 살해당했다. 교통사고로 교묘히 위장된 사고였지만, 검사는 최근 아버지의 죽음에 장성이 개입되었다는 증거를 최근 확보한 터다. 검사는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하리라 맹세했다.

검사가 식당을 대충 둘어보니 사장, 주방장, 웨이터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방에 접대부가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연해 재벌3세, 장관, 의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재벌3세는 당연히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했고, 장관과 교수는 권위의식과 전시행정에 절은 꼰대였으며, 의사는 성폭력당한 전력 때문에 성에 집착하는 색정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소녀 하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중계를 보게 된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축구경기가 시작되고 후반전으로 접어들었을 때, 뜬금없이 소녀가 저승사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소녀는 자신이 데려갈 사람이 누구인지는 잊어버렸지만, 그러나 어쨌든 축구경기가 끝나면 한 명을 데려가야 한다고 선언하듯 말한다.

장성, 검사, 재벌3세, 장관, 의사, 교수는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야비한 술수를 쓰고 선동을 일삼으며 계략을 짜기 시작한다. 


김종광의 <모내기 블루스>는 제목 때문에 몇 번 유혹을 받긴 했는데, 그 이유가 농촌소설에 대한 나의 편애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의 한일전>을 읽고 보니 앞으로는 미련을 갖지 않을 듯 하다. 속물들의 내면을 진부한 비유와 철지난 유머로 얼버무린 이 작품에서, 기대와 달리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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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자를 위하여
송영 지음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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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발로자를 위하여 - 문예중앙 1998년 겨울호


동창  모임에서 박교수가 모스끄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다짜고짜 여행에 끼워달라고 조른다. 언젠가 다시 발로자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발로자를 처음 본 것은 구십이년도였다. 그때는 쿠데타가 일어나서 의사당에 대포를 쏘고 옐찐이 탱크 위에서 연설을 했던 직후였다. 발로자의 본명은 블라지미르 띠호노프로 당시 여행안내인이었는데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고, 친절하고 예의발랐다. '나'는 발로자에게 이상하게도 호감이 갔고, 그와 친교를 맺게 된다. 그래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그로부터 일년이 지나지 않아 그로부터 연락이 온다. 한국여성과 사랑에 빠진 그가 한국여행을 와서 전화를 준 것이다. 호감과 만남은 나이를 넘은 친교로 이어졌고, '나'는 발로자를 만나러 다시 러시아여행을 온 것이다.

다시 만난 발로자는 그다지 신색이 좋지 못했다. 짧은 여행이 끝난 뒤, '나'는 발로자가 자신을 끌어주었던 교수로부터는 배신자 취급을 당했고, 적당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으며, 해외로 나가 교수자리를 얻으려던 노력들도 번번히 좌절되었다는 좋지 못한 소식들을 듣는다. '나'는 발로자가 꼭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던 예전의 그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아 가끔 발로자가 신음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낀다. 


o 두 사람 - 현대문학 2003년 1월호


퇴직 은행원 류광현씨. 모든 시민들이 '세기의 축구대결'을 기다리며 TV 앞에 바투 앉아 있을 지금, 그는 버스정류장에 책을 들고 나와 읽고 있다. 잠시 뒤 인기척을 느낀 류광현씨가 옆을 보니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는 붙임성 있게 류광현씨에게 말을 걸더니 담배도 빌리고 신변잡기를 떠벌이기도 하더니 갑자기 자기 집에 초대를 하겠단다. 별난 인간이라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그는 아내에게 친구를 사귀었노라 자랑까지 한다. 얼마 뒤, 류광현씨는 그가 생각나 찾아가 봤지만 실상 잡동사니 따위를 나무둥치에 모아두었을 뿐인 자리였다. 그의 정체 역시 아무에게나 말을 걸며 담배나 빌리는 행려병자와 같은 사람임을 알게 된 류광현씨는 몹시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o 천사는 어디있나? - 미네르바 2000년 봄호


신촌역 부근 하숙집에 사는 '나'는 키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작은, 소위 난장이 사내와 살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김동정이었는데, 술집 앞에서 손님을 끄는 역할을 했다. 술을 잘 못 마셨고, 단 것을 좋아하는 김동정씨는 몹시 순박하고 착했다. 그래서인지 술집여자들도 김동정씨를 썩 좋아해서 사탕 따위를 사서 주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김동정씨가 자신을 좋아하는 아가씨가 있다고 고백하는데, 찬찬히 들어보니 김동정씨의 순수한 맘을 이용하려는 사기꾼이다. '내'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김동정씨도 사실은 알고 있었던 듯 '언젠가 자신에게도 천사같은 여자가 나타날까요'라고 묻더니 씩씩하게 인사하고 직장으로 나갔다.


o 태어난 곳 - 실천문학 2002년 여름호


포천 면소에 다니는 군청 서기에게 '내' 고향이 똘뽀라 하니, 그런 지명은 처음 듣는다고 한다. 동리에서 오래된 노인들도 다들 똘뽀를 모른다 하니, '나'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노인네가 '알겠다' 하더니, 개울 주변에 돌을 많이 쌓아 돌보라 불리던 곳을 일러준다. 선생님이었던 '나'의 아버지가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고, 똘뽀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나는 내 고향이 똘뽀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o 신뢰받는 인간 - 황해문화 1999년 겨울호


미국에서 영구귀국한 사내가 형의 연락처를 묻는데 '나'는 대답이 궁하다. 형은 소싯적에 잠시 유령회사 같은 곳에 다니며 잠깐 돈을 벌었을 뿐, 그 뒤로는 백수건달로 생활하며 간간히 나에게 돈을 빌어 썼고 현재는 알콜 중독이었다. 시설에 입소해있는 형을 자꾸만 찾으니 대답이 궁했던 것인데, '그'가 죽어라 형을 만나겠다 하고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하루는 그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시설로 안내한다. 그런데 시설 입구에서 그가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어쩐지 형을 이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형의 성격상 불쾌해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친구로서 가장 큰 배려를 베푼 셈이었고, 우리는 요양원을 뒤로 하고 차를 타고 샛길을 다시 빠져나왔다.


o 자비와 동정 - 문학과 경계 2001년 여름호


어느 날 '나'는 종로 네거리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혼자 걷다가 낯익은 얼굴과 조우한다. 수행승을 여럿 달고 오는 스님이었다. 스님의 이름은 성한경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중학교를 중퇴하게 되었는데, 성한경이 어찌 눈치챘는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졸업 때까지 머물라고 배려해주었다. 그런데 성한경네도 찢어지게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정역 부근에서 철로에 떨어뜨린 석탄을 주워 생계를 연명할 정도였다. 성한경의 아버지는 세상 팔자 편한 사람으로 하루 번돈을 몽땅 술을 먹고 들어와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잤다. 성한경을 그런 아버지를 마치 자랑이나 하는 것 처럼 유쾌한 목소리로 '우리 아버지는 호인이다' 라고 말했다. 나는 성한경의 그런 태도와, '나'를 동숙자로 받아들여준 점 등을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다.


o 성자의 그늘 - 문예중앙 2001년 여름호


몇해 전에 볼일이 있어 광주로 간 '나'는 옛 친구 김규석을 만난다.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의 아내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 유독 김규식이 나를 자기 집으로 이끌더니, 재떨이까지 대령하며 담배를 권하며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란다.

그는 세상 없는 기독교도인 자기 아내가 사기꾼 외할아버지의 말에 속아 돈을 들어다 바친 일과, 존경받는 목사인 장인이 노인을 내친 이야기 등을 털어놓는다.


o 고려인 니나 - 창작과 비평 1999년 여름호


우리집 일을 도와주는 고려인 니나는 한국말이 서툴다. 아이가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가끔 니나에게 짜증을 내는데, 니나는 품성이 좋아 그런지 다 받아준다. 니나에게 지하철 안내를 부탁하자 니나는 바쁜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준다. 그리고 없는 돈에 초콜릿을 사서 아들에게 선물로 주라한다. '나'는 사정 때문에 니나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 아프다. 니나는 해고를 통보 받고 "그럼 잘 가. 내 갈게" 라고 하고 선선히 포기하고 돌아선다. '나'는 너무 서툴게 행동한 게 아닌지 마음에 걸린다.


o 모슬 기행 - 현대문학 1995년 1월호


이라크 주한대사 가잘씨와 박해수 기자의 인연으로 '나', 홍명혜, 김정 등이 이라크 여행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화가 김정이 가잘씨의 딸 로라에게 빠진 뒤 이라크에 남겠다고 떼를 쓴다. 그는 캐나다와 한국을 오간 덕에 양쪽의 정서 모두를 담은 그림을 그렸지만, 정작 어느쪽에도 호소력이 없는 어정쩡한 작품세계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바빌론으로 혼자 갔던 김정이 실종되자 모두들 당황한다. 비행기편을 미루고 한바탕 난리를 치룬 뒤끝에, 바그다드 대사관에서 김정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나'는 어쩐지 다행이라는 감정과, 까닭모를 공허가 교차하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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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이 1988년도니까 중학교 1학년때이다. <대통령아저씨 그게 아니어요>라는 정치꽁트집이었는데, <영부인 마님 정말 너무해요>라는 책과 짝을 이뤄 작은형방에 꽃혀 있었다. 누가봐도 전두환, 이순자였는데 <대통령아저씨...>에 수록된 첫번째 작품 작가가 송영이었다. 지금은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작가 이름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가 이번에 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수필과 소설의 경계에 걸친 것같은 느낌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첫작품인 <발로자를 위하여>도 現 오슬로대학의 박노자 교수와의 실제 만남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100년만의 최악의 폭염이라는데 집에 에어컨이 없어 그냥 있는 것도 힘들어 독서일기를 쓰지 않았는데 당직 서면서 몰아쓰고 있다. 에어컨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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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계단
존 버컨 지음, 정윤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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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리처드 해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의 식민지 짐바브웨 불라와요에서 광산기술자로 일하다 최근 런던으로 귀국했다. 처음엔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지만 차츰 그것도 시들해져서 최근엔 다시 불라와요로 돌아갈까 어쩔까 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꼭대기층에 사는 남자가 해니의 집에 찾아와 자신을 도울 사람은 해니 뿐이라며 통사정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의 이름은 스커더로, 미국 켄터키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종군기자 일을 하다가 정치권에도 기웃거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스파이 노릇도 하게 된 모양인데, 최근 혁명을 꿈꾸는 무정부주의자들이 그리스의 정치인 콘스탄틴 카롤리데스를 암살하고 그 영향으로 러시아와 독일이 전쟁을 벌이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무정부주의자들이 스커더의 뒤를 바짝 쫓자 스커더는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꾸며 시간을 번 뒤 해니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해니는 흔쾌히 스커더의 요청을 들어주고 그에게 피신처를 제공하지만 얼마 뒤 스커더는 검은 세력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해니는 자신도 그들의 표적이 되었음을 깨닫고, 우유배달부와 옷을 바꿔입은 뒤 스코틀랜드로 도피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작가를 꿈꾸는 여인숙 주인, 시골 아낙네, 급진적인 국회의원 후보자 해리 경, 도로공사 인부 등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해니의 운이 다했는지 경찰에 쫓겨 숨어든 어떤 저택이 하필이면 스커더가 가장 두려워했던 악당 두목의 집이었다. 임기응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해니는 외무부 관료 월터경의 도움과 스커더가 남긴 단서 '서른아홉계단'을 근거로 독일인 스파이들의 은신처를 급습하여 악의 무리들을 체포한다. 물론 역사의 흐름이 전쟁으로 치닫는걸 막지는 못했지만, 해니는 참전하기 전 자신이 펼쳤던 활약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존 버컨은 시인, 수필가, 언론인이었고 명망높은 역사학자였다고 한다. 또한 전기작가로도 유명했고, 변호사와 정보장교, 첩보원으로 활약하기도 하는 등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1915년에 출간된 본작은 dime novel을 즐기던 그가 직접 자극적인 소설(Shocker)을 쓴 것인데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정의한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출간 이래 단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작품은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1935년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제작된 뒤 두 차례 더 스크린에 선보이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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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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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시 관내의 아지카와 강에서 모녀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아미나, 어머니의 이름은 쇼코였고, 신고자는 쇼코의 남편 니토 도시미였다. 

출동한 소방관은 니토 도시미가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아이가 물에 빠지자 어머니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불의의 변을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당시는 행락철이 아니었다는 점과, 남편의 태도가 침착했다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이것이 나중에 모녀 살인사건으로 결론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화장장의 스케줄이 꽉 차서 장례가 늦춰지고, 우연한 목격자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면서 사건은 급반전된다. 목격자는 자신이 본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여자의 머리를 물 속에 넣는 남자와, 그 남자의 등에 울면서 메달리는 아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살인하는 모습이었지만, 목격자는 부정하고 싶었으리라.

숨진 쇼코의 손톱에서 나온 살점의 DNA가 니토의 것과 일치하자 경찰은 증거를 들이밀었고, 니토는 뜻밖에도 순순히 범행을 시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범행의 동기였다. 니토는 태연하게 "책이 늘어나 집이 비좁아지는 바람에 아내와 딸을 죽였다"고 밝힌 것이다.

니토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대형은행에 취직해 매우 순탄한 삶을 살고 있었고, 주변 동료들도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은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 때문에 니토가 얼토당토 않은 동기를 들며 허위자백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누쿠이 도쿠로는 1968년 도쿄 태생으로 와세다 대학 상학부 졸업 후 부동산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집필한 <통곡>이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기타무라 가오루 등의 추천을 받아 데뷔한다. 2006년 <우행록>, 2009년 <난반사> 등이 좋은 평을 얻었고, 특히 <난반사>는 제6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후회와 진실의 빛>이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다.


<미소 짓는 사람>은 이유로 아내와 딸을 태연하게 살해한 엘리트 은행원을 추적하는 르포르타주 미스터리물이다. 화자는 니토라는 반듯한 인물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주변 인물들이 실종되거나 사고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망으로 니토가 얻게 되는 이익이란 매우 작거나 사소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설마 니토가 살인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니토가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즉 사람이 죽는것과 물건 따위가 없어지는 것이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렇다면 모든 것이 너무나 합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누쿠이 도쿠로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괜찮은 편이다. 다만 아무리 사이코패스라 해도 사람을 죽일 때에는 '비교형량' 이라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다. 니토는 시종일관  가장 직관적이고 손쉬운 방법이 살인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설정하면서, 살인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사후 처리의 번거로움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건너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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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한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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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회 개최되는 제도대학 미식축구 팀의 OB 모임 참석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대학 졸업 이후 벌써 십여년이 흘렀으니 모두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참석이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데쓰로와 안자이, 스가이 등은 섭섭함을 감출 수 없다.

올해의 모임이 끝나고, 2차를 갈까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차에 이들은 미식축구팀의 매니저를 맡았던 미쓰키를 만나게 된다. 미쓰키는 여자이면서도 미식축구 룰에 관해 남자들 보다 박식했고, 결단력도 있어서 좋은 매니저였다. 그런데 미쓰키의 태도는 좀 묘한 데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조용히 얘기 좀 하자는 필담만 반복하는 미쓰키를 데쓰로는 집으로 데려간다. 데쓰로의 아내 리사코 역시 제도대학 미식축구부의 매니저였고, 미쓰키를 잘 알고 있으므로 문제될 건 없었다.

데쓰로의 집에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미쓰키가 다시 일행의 눈 앞에 나타났을 때, 좌중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체구가 작은 남자가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남자는 미쓰키였는데, 미쓰키가 "오랜만이야 QB(쿼터백)" 이라고 말할 때 데쓰로와 스가이는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로부터 들려온 것은 완벽한 남자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미쓰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놀라운 고백이었다. 미쓰키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성정체성 장애를 겪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로 살아가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미쓰키는 끝내 자신이 남자라는 마음은 버릴 수 없었다. 가출은 미쓰키가 선택한 폭력적인 결론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가출한 뒤 미쓰키는 술집의 바텐더로 일했고, 거기서 가오리라는 여성을 만났다고 했다. 동료로서 제법 친했던 둘은 때로 함께 귀가하기도 했는데, 가오리에게는 도쿠라 라는 이름의 악질적인 스토커가 따라다녔다. 그러다 사건이 터지고 만다. 도쿠라의 행동이 도를 넘어서자 미쓰키가 도쿠라와 옥신각신 하다가 그를 죽여버린 것이다. 이에 미쓰키는 도쿠라의 시체와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몸을 피한 뒤, 마지막으로 다정했던 친구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OB 모임 장소에서 배회했던 것이다. 말을 마친 미쓰키는 날이 밝으면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데쓰로, 스가이, 리사코가 미쓰키를 만류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세상에는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믿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 따르면 인간은 A, B, O, AB형의 네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혈액형에 따라 상대를 차별하는 일은 거의 없다. 혈액형이 달라도 인간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네 종류라는 대략적인 방법으로는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염색체의 종류에는 왜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성염색체가 XX든 XY든, 또는 그것과 다르다고 해도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고방식을 왜 가질 수 없는 것일까?


나카하라에 따르면 누가 봐도 여자로밖에 볼 수 없고 호적도 여자이고 본인도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성별을 검사하면 여자가 아니라는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검사는 Y염색체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조사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Y염색체를 가진 여자가 있지요..."

나카하라에 따르면 그런 사람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정소성여성화증이라는 병을 가진 사람이다. 이 병을 가진 경우, 세포 안에 남성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없다. 따라서 정소에서 남성 호르몬이 나와도 육체는 남자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정소도 가지고 있고 염색체도 XY지만 체형적으로는 완전히 여자인 것이다.

또 하나는 성선형성이상증이다. 이것은 태아기, 그것도 이른 시기에 정소가 죽어 버리는 병이다. 따라서 남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이때도 염색체는 XY지만 남성 호르몬이 없기 때문에 여성형 육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염색체가 XY이기 때문에 성별 확인에서 남자로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의 띠에 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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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에 있는 안쪽과 바깥쪽으로서의 남자와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인 이상, 더 어떤 것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순도 100%의 남자와 여자란 존재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종교계 일부에서 동성애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


구입한 것은 2010년 경인데 8년이나 묵혔다가 읽는다. 사실 제목이 끌리지 않아서 그랬는데, 막상 읽어보니 묵직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일본에서 발표된 것은 2001년이니까,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다.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의 하나인 미식축구와 남녀간의 성정체성 문제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동성애, 스포츠에서 성정체성 문제, 호적교환이라는 방법으로 남녀를 바꾸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지원하는 연극단체 등 다채로운 내용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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