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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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시 관내의 아지카와 강에서 모녀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아미나, 어머니의 이름은 쇼코였고, 신고자는 쇼코의 남편 니토 도시미였다. 

출동한 소방관은 니토 도시미가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아이가 물에 빠지자 어머니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불의의 변을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당시는 행락철이 아니었다는 점과, 남편의 태도가 침착했다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이것이 나중에 모녀 살인사건으로 결론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화장장의 스케줄이 꽉 차서 장례가 늦춰지고, 우연한 목격자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면서 사건은 급반전된다. 목격자는 자신이 본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여자의 머리를 물 속에 넣는 남자와, 그 남자의 등에 울면서 메달리는 아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살인하는 모습이었지만, 목격자는 부정하고 싶었으리라.

숨진 쇼코의 손톱에서 나온 살점의 DNA가 니토의 것과 일치하자 경찰은 증거를 들이밀었고, 니토는 뜻밖에도 순순히 범행을 시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범행의 동기였다. 니토는 태연하게 "책이 늘어나 집이 비좁아지는 바람에 아내와 딸을 죽였다"고 밝힌 것이다.

니토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대형은행에 취직해 매우 순탄한 삶을 살고 있었고, 주변 동료들도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은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 때문에 니토가 얼토당토 않은 동기를 들며 허위자백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누쿠이 도쿠로는 1968년 도쿄 태생으로 와세다 대학 상학부 졸업 후 부동산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집필한 <통곡>이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기타무라 가오루 등의 추천을 받아 데뷔한다. 2006년 <우행록>, 2009년 <난반사> 등이 좋은 평을 얻었고, 특히 <난반사>는 제6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후회와 진실의 빛>이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다.


<미소 짓는 사람>은 이유로 아내와 딸을 태연하게 살해한 엘리트 은행원을 추적하는 르포르타주 미스터리물이다. 화자는 니토라는 반듯한 인물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주변 인물들이 실종되거나 사고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망으로 니토가 얻게 되는 이익이란 매우 작거나 사소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설마 니토가 살인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니토가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즉 사람이 죽는것과 물건 따위가 없어지는 것이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렇다면 모든 것이 너무나 합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누쿠이 도쿠로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괜찮은 편이다. 다만 아무리 사이코패스라 해도 사람을 죽일 때에는 '비교형량' 이라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다. 니토는 시종일관  가장 직관적이고 손쉬운 방법이 살인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설정하면서, 살인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사후 처리의 번거로움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건너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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