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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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가 하쿠바 산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경찰은 음독자살로 처리했지만 나오코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이치가 사망하기 전 나오코에게 보낸 엽서가 희망찬 내용이었고, '마리아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 라는 문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도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무언가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후 곧바로 음독자살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나오코는 친구 마코토와 함께 하쿠바 산장으로 가서 직접 조사해보기로 한다.

매년 같은 시기에 묵는 투숙객들, 방마다 쓰여 있는 <머더 구스>의 노랫말, 그리고 고이치가 죽기 1년 전 사망한 또 다른 남성.

나오코는 펜션의 원 주인인 영국여성이 <머더 구스>의 노랫말에 행복의 주문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고이치 역시 노랫말의 비밀을 풀다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노랫말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을 때, 펜션에서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한다. 오오키라는 남자가 끊어진 다리를 건너다 널빤지가 부러지면서 추락사한 것인데, 그가 사망한 시각에 모든 투숙객은 펜션에 머물고 있었으므로 사고사로 처리될 듯 했다. 하지만 나오코와 마코토가 누군가가 널빤지를 썩은 것으로 바꿔치기 한 것 같다고 증언함에 따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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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데뷔한 다음 해인 1986년도에 발표된 작품이다. 국내에는 2008년에 <백마산장 살인사건>으로 출판되었다가, 일본어 발음인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으로 재판되었다.

데뷔 초 작품이라 그런지 수수께끼 풀이와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형상화가 대단히 미약한 탓에 몰입도가 떨어진다. 주인공과 독자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형성될 틈이 없고,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도 빈약하다.

머더구스 펜션의 본래 주인은 영국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펜션을 현재의 마스터에게 넘기면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모든 방들에 쓰여 있는 머더구스 동요들을 그대로 둘 것.

그녀는 마스터가 자신의 아들을 눈보라 속에 두고 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아들의 시체를 묻은 장소를 암호 속에 숨겨 마스터에게 전달한 것이다. 아들의 시체와 함께 영국인 여성이 묻은 것은 마스터의 이름이 새진 등산회 배지로 아들이 절벽으로 떨어지기 전에 낚아챈 것이다.

후에 이 암호를 잘못 해석한 이들이 보물이 숨겨진 장소로 오인한다.

처음에 암호 해석에 뛰어든 이는 보석가게의 데릴사위였다. 그는 암호를 잘 못 해석해 엉뚱한 장소를 파헤친다. 보석을 찾지 못했지만 당초 그는 혼외자에게 상속할 목적이으로 훔쳐온 보석과 발견한 보석을 묻을 작정이었으므로 자신이 가진 보석만 묻는다.

1년 뒤 고이치가 그 암호를 풀지만 에나미와 구루미 콤비에게 살해 당한다. 그리고 올해, 1년 전 일을 알게 된 오오키가 에나미를 협박하다가 마찬가지로 살해 당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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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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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요하네스는 농노의 아들로, 아버지가 병들어 영주에게 땅을 빼앗기자 고향을 떠나게 된다. 여행 도중 그들은 진창에 빠져 곤란을 당하는데 우연히 만난 피리 연주자 길드의 도움을 받는다. 길드 수장은 요하네스를 도제로 삼는다.

피리 연주자 길드는 하멜른이라는 도시에 반란을 일으킨 피리 연주자를 잡으러 가는 길이었다. 도착한 하멜른은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안셀름이라는 이름의 피리 연주자는 하멜른을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려다 실패한 뒤 도시에 불을 지르고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내 안셀름은 비참하게 사망하고 반란은 진압된다.

그로부터 6년 뒤, 그 하멜른에 쥐떼가 창궐한다. 피리 연주자 길드는 요하네스를 하멜른으로 파견하여 쥐떼들을 소탕하는 작업을 통해 '정의'와 '자비'를 실현하라고 명령한다.

하멜른으로 가기 전 요하네스는 에르젠 마을에 들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농노들의 비참한 삶에 가슴 아파 한다. 게다가 그 농노들 중에 자신의 부모도 끼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요하네스는 영주의 땅을 은화 1만개에 사겠다고 선언한다. 은화 1만개는 하멜른에서 받기로한 사례금이었다.

하멜른에 도착한 요하네스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민들은 6년 전 있었던 일로 피리 연주자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시장은 무능했으며, 실권자로 보이는 부시장은 쥐떼들 덕분에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례금으로 모아둔 은화 1만개도 어디론가 사라진데다, 돈의 행방을 아는 시의원 마저 피살 당하자 요하네스는 하멜른이 가망 없는 도시라 여기고 '어린이 통치의 저주' 음을 불기 시작한다. 이로서 '키 차일드'가 아이들을 인솔하여 어른들 대신 도시를 통치하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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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떼가 들끓어 고통 받고 있는 하멜른에 요란한 옷차림을 한 사나이가 나타나 쥐를 소탕해주는 댓가로 사례금을 받기로 한다. 사나이는 피리를 불어 쥐들을 불러낸 뒤 모두 강에 빠뜨려 죽이지만, 주민들은 약속된 돈을 주지 않는다. 사나이는 피리를 불어 아이들을 불러낸 뒤 사라져버린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1284년 6월 26일, 세례 요한과 사도 바울의 축일에 다색 옷을 입은 한 피리 연주자가 하멜른에서 태어난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쾨펜 지역의 칼바리로 떠났다." 라고 적힌 글귀이다.

1300년경 하멜른의 교회 스테인드 글라스에 최초로 적혀 있었다고도 하고, 15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뤼네부르크 사본에 처음 등장한다고 주장되기도 하는 이 글귀에 후세 사람들이 쥐잡이 이야기를 추가하고, 그림 형제가 수집한 민담에 수록 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민담에 지역과 시기가 명확히 기록된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십자군 원정에 따라갔다는 설, 페스트에 의한 대량 사망설, 동부 유럽을 식민지화 하기 위해 떠났다는 설 등을 아이들의 실종에 덧붙여 해석하려 했다.

케이스 매퀸과 애덤 매퀸은 부자 사이로 <하멜른의 쥐잡이> 이야기에 남겨진 여백을 자신들만의 해석과 상상력으로 채우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작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설득력 있지도 않다.

작품에서 쥐를 불러온 것은 부시장이다. 6년 전 안셀름은 죽지 않았고, 자신의 얼굴을 바꾼 뒤 부시장과 친분을 쌓는다. 그 후 부시장에게 쥐떼를 하멜른으로 데려온다면 곡식을 가지고 폭리를 취할 수 있다고 충동질한다.

하멜른의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피리 연주자 길드가 요하네스를 하멜른에 보낸다. 하지만 요하네스가 우연히 손에 넣은 '어린이 통치의 저주' 음을 통제 불가능한 하멜른에서 실현해 버리고, 이 저주로 인해 어린이 일군이 사건 종료 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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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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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노번 핀레이는 올해 서른 하나로 두 살 재크와 네 살 틸리아를 키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직업은 일단 로맨틱 미스터리 작가인데, 책이 잘 팔리지 않아 원고료 수입은 보잘 것 없다. 그래서 집세와 자동차 할부금, 공과금은 계속 연체되고 있다.

전 남편 스티븐은 부동산 중개인이자 입주자 협의회 임원인 테리사와 바람이 났는데, 이혼 뒤 새로 벌인 사업이 잘 되자 아이들 양육권 까지 뺏어가려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혼란이 지속되던 어느 날, 핀레이는 출판 에이전트 실비아와 커피숍에서 새로운 소설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니 접시 아래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현금 $50,000, 해리스 미클러, 알링턴 노스리빙스턴 가 49번지

쪽지 주인에게 전화를 건 핀레이는 그녀가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실비아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약속된 날짜... 절반은 계약금... 지난 번 살인은 지나치게 상투적...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계약금을) 1만 5천 달러 이하로는 안 받을 생각이다...

미스터리 소설에 관한 얘기를 살인 청부 대화로 오인한 것이 틀림 없었다. 퍼트리샤라고 자신을 밝힌 그녀는 해리스 미클러가 오늘 밤 러시 라는 바에서 열리는 사교 모임에 참석할 것이니 그곳에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전한 뒤 전화를 끊어 버린다.

그날 밤 핀레이는 스티븐의 집에 들러야 했는데 거기서 테리사의 원피스를 몰래 훔쳐 입고 러시에 간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러시에서 해리스 미클러를 만난 뒤 사건은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 저절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먼저 해리스 미클러가 누군가에게 데이트 강간약을 먹이려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핀레이가 기지를 발휘해 술을 그에게 먹여버린다. 비틀거리던 그를 가족용 밴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 핀레이는 차고에 그를 방치하고 생각에 잠겼는데, 그 사이 배기가스가 스며들었는지 그가 사망해 버린다. 그리고 시체를 보고 공황에 빠진 그녀 앞에 해고되었던 베이비시터 베로가 나타났다. 베로는 해리스 미클러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듣더니 자신도 끼겠다고 선언한다.

둘은 시체를 전남편 스티븐의 잔디 농장에 파묻은 뒤 돈을 챙긴다. 하지만 청부업자의 미션은 이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퍼트리샤는 솜씨 좋은 청부살인업자를 자신이 알고 지내는 이리나라는 여자에게 소개했고, 이리나가 자신의 남편 안드레이 보로프코프를 죽여주는 댓가로 7만 5천 달러를 제안한 것이다. 문제는 안드레이 보로프코프가 악명 높은 마피아 펠릭스의 행동대장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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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일류 살인청부업자가 되어버리는 로맨틱 미스터리 소설가 핀레이 도노번 시리즈의 첫 편이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차용해 소설도 대박을 치는데, 시종일관 이런 저런 우연과 허술한 계획이 만나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다.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설정과 진행이지만 여성들간의 끈끈한 우정과 코믹한 상황 덕분에 그럭저럭 읽힌다.

연하의 바텐더 줄리언과 언니 조지아가 소개해준 닉이라는 경찰이 핀레이에게 들이대는 러브라인도 살짝 곁들여져 있다.

핀레이와 베로는 자신들이 묻은 해리스 미클러가 파헤쳐질 위기에 처하자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잔디 농장에 갔다가 안드레이 보로프코프와 맞닥드린다. 그녀들이 시체를 파묻은 곳은 공교롭게도(!) 안드레이 보로프코프도 시체를 파묻는 장소였는데, 어찌어찌해서 그가 자신에게 총을 쏘는(!) 실수를 저질러 모든 살인은 그가 저지른 것이 된다. 이로 인해 마피아 두목 펠릭스도 잡혀 간다.

해리스 미클러를 죽인 진범은 퍼트리샤를 좋아하던 동물 보호소 직원이었다. 그 역시 해리스 미클러를 죽이기 위해 뒤를 밟았고, 핀레이의 차고에서 기회가 나자 살인을 감행한 것이다.

소설은 여성들만 드나드는 웹사이트에 핀레이의 전남편 스티븐 도노번을 죽이면 현금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글이 게시되었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시리즈의 다음 편은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이며, 스티븐을 구하기 위해 핀레이와 베로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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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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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스캔들 중 신문과 잡지에 10차례 이상 보도 되었지만,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못한 사건들을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전봉관이 '기담' 형태로 엮은 책이다.

읽다 보면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사법 시스템이 생각보다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뜻밖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치안을 안정 시키고 민심을 동요치 않도록 유지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착취구조 존속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이리라.

1부 근대 조선을 뒤흔든 미스터리 살인 사건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아의 뇌를 먹는 엽기적인 사건을 다룬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 고문과 자백으로 다섯 명의 순진한 조선인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조선인 가정부를 무참히 살해하고도 고위 관료의 아내라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는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 교도 중 피살된 사람이 사백여 명으로 추정되고 확인된 시체만도 158명에 달하는, 세계 범죄 사상 전무후무한 범죄인 <살인마교 백백교 사건>이 실려 있다.

2부 근대 조선을 뒤흔든 스캔들에는 YMC 간사이자 민족대표 33인 자격으로 3.1 운동에 참여한 박희도의 파렴치한 일탈을 다룬 <중앙보육학교 박희도 교장의 '여 제자 정조 유린' 사건>, 순종의 장인 윤택영의 뻔뻔한 부채 행적을 다룬 <채무왕 윤택영 후작의 부채 수난기>, 친일을 통해 부를 거머쥔 이인용 집안의 자산을 둘러싼 이전투구를 그린 <이인용 남작 집안 부부 싸움>, 뛰어난 성악가로서 전도유망했던 안기영이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뒤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이화여전 안기영 교수의 '애정 도피 행각'>, 마지막으로 뛰어난 자질과 능력으로 사회가 짊어지게 만든 굴레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한 두 명의 여인 <조선의 '노라' 박인덕 이혼 사건><조선 최초의 스웨덴 경제학사 최영숙 애사>가 수록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8713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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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창비교양문고 48
제인 오스틴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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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남작 월터 엘리어트 경은 써머셋주 켈린치 홀의 영지에서 잘생긴 외모와 작위가 주는 안온감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는 아내가 1800년에 사망한 뒤 10년 정도 혼자 지냈으며, 슬하에 딸 엘리자베스, 앤, 메어리를 두었다. 아들도 하나 있지만 사생아인 까닭으로 작위와 영지는 월터 2세의 종손이자 조카뻘인 윌리엄 월터 엘리어트에게 추정상속될 터였다.

첫째 엘리자베스는 외모가 아름다웠지만 아버지처럼 체면에 연연했다. 한때 월터 엘리어트경은 자신의 추정상속인 윌리엄 월터 엘리어트와 첫째 딸을 결혼시켜 체면과 재산 모두를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윌리엄 월터 엘리어트가 신분은 낮지만 돈이 많은 여자와 결혼해버리는 바람에 월터 엘리어트 경과 엘리자베스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 뒤 엘리자베스는 노처녀로 늙어가는 처지다.

둘째 앤은 열아홉 되던 해 프레드릭 웬트워스라는 해군 청년과 좋아 지내다 약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월터 엘리어트 경과 엘리자베스가 소극적이면서도 무언의 반대를 계속하고, 어머니의 절친이었던 러쎌 부인마저 웬트워스의 다혈질과 대담함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반대했기 때문에 결국 파혼하고 만다. 하지만 앤은 그 뒤로도 웬트워스를 잊지 못해 다른 남자들에게 마음을 줄 수 없었다.

막내 메어리는 신경질적이고 샘이 많은 성격으로 작위가 있고 돈도 그럭저럭 많은 머스그로우브 집안의 찰즈에게 시집을 갔다. 본래 찰즈는 앤에게 청혼했지만, 앤이 웬트워스와 헤어진 아픔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 메어리까지 차례가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월터 엘리어트 경의 집안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저런 자구책을 강력히 실행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으나, 월터 엘리어트 경과 엘리자베스는 체면을 중시했기 때문에 지출을 줄일 수 없었다.

결국 변호사 셰퍼드가 켈린치 홀을 세 주고 베스라는 곳으로 집을 줄여가는 방안을 제시한다. 마침 크로프트 해군 소장 부부가 켈린치 홀을 임대하하기로 함으로서 거래가 성사된다. 문제는 크로프트 부인의 남동생이 바로 앤과 헤어진 웬트워스 라는 것이었다.

돌아온 웬트워스는 계급이 대령까지 진급한데다 해외에서 상당한 포상금을 획득해 재산도 남부럽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외모도 출중해 뭇 여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당장 메어리의 시댁인 머스그로우브 집안의 두 딸 헨리에타와 루이저가 웬트워스에게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호사가들이 이를 말로 옮기면서 사람들은 웬트워스가 둘 중 누구를 택하느냐만 남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앤은 다시 나타난 웬트워스에게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갔지만 가족과 러쎌 부인에게 설득당해 파혼한 전력이 있어 냉가슴만 알았다.

어느 날, 웬트워스, 헨레이타, 루이저, 찰즈와 메어리 부부, 앤 등 젊은 축이 산책을 갔는데, 그날따라 루이저가 들까불다가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허둥댈 때 앤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처했다. 웬트워스는 루이저의 부상에 책임을 느꼈으므로 앤의 훌륭한 대처가 고마왔다.

이제 사람들은 이 사건으로 웬트워스가 루이저를 선택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트워스는 루이저가 회복될 즈음 자신의 형 집으로 가 버리고, 루이저는 엉뚱하게도 요양 중 한 집에서 지내던 벤윅 대령과 맺어진다. 사람들은 벤윅이 사색과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앤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다소 의외의 결합이었다.

헨리에타 역시 한때 좋아 지내던 찰즈 헤이터라는 부목사와 과거의 연정을 되살려 결혼하기로 한다.

한편 앤에게도 구혼자가 나타났는데 그는 다름 아닌 윌리엄 월터 엘리어트였다. 부인이 사망해 홀아비가 된 그는 앤에게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며 노골적으로 구애했다. 하지만 앤은 그의 열정없는 태도에서 부도덕의 징후를 발견했다. 그녀의 이런 예감을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 스미스 부인이 앤에게 윌리엄 월터 엘리어트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까발린 것이다. 그는 돈이 필요해서 죽은 부인과 결혼했고, 이제는 작위와 명예가 필요해 앤에게 접근한 것이다.

다시금 자유로운 몸이 된 웬트워스와 앤은 하빌 대령을 사이에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실 웬트워스는 헨리에타나 루이저에게 마음이 없었다. 그는 시종일관 앤에게 다시 구혼하고 싶었으나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설득당해 파혼 결정을 내린 전력이 있어 주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와 헤어진 뒤로 다른 남자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루이저 사고 당시 훌륭하게 대처했으며, 하빌 대령과의 대화에서 심지가 굳은 여성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에 오해가 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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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엘리어트 경은 과거 계급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농촌의 봉건적 관계와 틀 안에서 사고하는 사람이며, 사려깊고 다정한 러쎌 부인 역시 이러한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800년대 초반은 영국이 각지로 함대를 보내 '자본의 본원적 축적'을 이룩하는 시기로, 이러한 봉건적 관계는 점차 붕괴하는 중이다.

하지만 몰락하는 계급은 시대인식에 둔감하기 마련인지 월터 엘리어트 경은 영지를 넘기고 베스로 이사간 후에도 경제적 재기를 노리는 대신 외모와 족보에 집착하며, 자신보다 높은 작위의 친척과 교제하는 데 열을 올릴 뿐이다.

한편, 제인 오스틴은 이러한 붕괴를 대신할 새로운 관계의 전형으로 해군을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작품에서 비중은 높지 않지만 크로프트 소장 부인의 모습이 상당히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녀는 남편 대신 마차를 모는가 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문제는 해군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타국 선박을 나포해 처분한 돈을 불하받는 등 제국주의적 폭력에 기반한다는 사실인데, 이 점에 대해 제인 오스틴은 애매하게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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