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 제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김곰치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로 근무하는 헌직은 어머니가 성한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을 지경에 이르러 귀향길에 오르고, 기차간에서 기형도의 시 <鳥致院>이 꿈속에 틈입한다.

불면증이 있는 누나 혜희의 강권으로 입원한 제림병원에서는 '시신경이 말라 간다는', 병명이 아닌 증상만 되풀이 듣다 차도를 보지 못했고, 결국 약중독에 빠진 어머니를 퇴원시킨다. 퇴원한 어머니는 정신이 나간듯한 행동을 하여 아버지와 가족들을 공포에 질리게 한다.

부산의 종합병원과 서울의 병원을 돌며 진찰한 결과 어머니의 뇌 속에 종양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의사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책임을 덜어내려는 듯 부정적 소견만을 내놓는다.

아버지는 병원을 믿지 못하여 어머니에게 짚과 해삼을 끓인 물을 먹이는가 하면, 토마토나 마늘을 장복해보자고 권하기도 한다. 헌직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과 자신의 의존적인 대응을 반성하며 회사를 사직한 후 적극적으로 병원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부산의 종합병원에 어머니를 입원시킨 후 감마시술을 받도록 한다.

감마시술의 경과를 알아보러 가서 종양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다는 유예의 말을 들은 헌직과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 분식집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어머니와 보내는 이 시간, 언젠가는 추억이 될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억도 아니고 기억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슬픔의 예감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소중하기만한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먹는 순간을 소리내어 외쳐본다.

 

새벽 한시다. 사무실이다. 월요일부터 비상당직 근무 체계로 전환 되었고, 졸지에 당직자가 되었다. 당직실에는 침대가 하나 뿐이라 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소설은 2011년 개정판이다. 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소설을 12년만에 작가가 대폭 개작하여 천팔백매 분량을 천이백매로 줄였다고 한다.

기형도의 시 <조치원>이 꿈 속으로 틈입하면서 시작된 소설은, 누나의 책꽂이에서 같은 시를 읽으면서 끝이 난다. 기형도의 시집을 생각할 때 나는 어떤 전형을 떠올리게 된다. 가난한 집, 여자형제 중 한 명의 아들. 그 아들은 공부를 잘해 서울 유수의 대학에 합격하고, 그리고 기자가 된다. <입 속의 검은 잎>을 부끄러워 하지만 결국 데모대의 구호를 내면화 하지 못하고, 붕 뜬 존재인 아들은 자의식을 문학으로 표출한다. 부끄러움과 분노의 절충 상태.

기형도는 영화를 보다가 급사했다. 나중에서야 그 영화가 <뽕2>라는 것을 알고 웃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헌직, 아니 작가 역시 그런 전형을 떠올리게 한다. 동맹휴업 결의 대회에서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퀸카의 엉덩이를 쫓는 것을 보고난 후 자기 검열을 통해 투쟁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떨쳐버릴 수 없는 지식인의 그 자의식과 절망감. 울며 불며 엄마를 살릴 거라며, 집나간 중이 삼십년만에 귀향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주인공 헌직. 그런 자의식과 자기 검열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현재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눙쳐지긴 하지만, 어쩐지 뒷맛은 씁쓸하다.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을 떠올린다.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써내려가려 한 그 소설이 생각난 이유는, 최근 내가 국내 작가의 소설 읽기를 저어한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근자엔 의식적으로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으려고 애쓰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잠들기 전 가방에 국내 작가의 소설을 집어넣지만, 아침에 출근할 땐 충동적으로 외국 작가나 장르 소설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모국어로 쓰여진 소설에서 나의 삶을 형성해 온 이 땅의 정서를 읽고, 공감하고, 감정의 동요를 겪는 과정을 싶고 싶지 않았었다. 그리고 12월은 마감할 게 많은 달이다.  

여러 부정적인 의견을 써놓긴 했지만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잘 쓰여졌고,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소설시를 써야 하리라는 작가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어머니라는 소재를 취하는 모험 아닌 모험을 하면서도 갖가지 함정은 잘 피해나간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86507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짝짓기 파티업체 '비밥'을 운영하는 요코야마 겐지는 자신이 주최한 파티에 미타 소이티로라는 남자가 나타나자 그가 굴지의 대기업 미타 물산 사장의 아들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작업을 벌인다. 미타에게 자신의 이벤트 회사 연애인을 붙여준 후 임신을 빙자하여 야쿠자인 후루야 데쓰나가가 협박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였는데, 협박 중에 미타 소이치로가 단지 미타 물산에 다닌다 뿐이고 실제로는 연필깎이 공장 사장의 아들일 뿐이라는게 밝혀진다. 후루야는 분풀이로 요코야마의 포르쉐를 빼앗고, 급기야 고급 주택가에 미타의 명의를 빌려 도박장까지 개설한다.

요코야마는 스페어키를 이용해 도박장에 들어가 후루야의 돈을 훔칠 궁리를 하는데, 미타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이 날을 잡아 돈을 훔치러 간 날 정체불명의 여자가 나타나 그들을 최루가스로 기절시키고 돈을 탈취한다.

후루야에게 잡혀가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벌벌 떨던 둘은 뜻밖에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 여자가 돈을 제자리에 되돌려놓았음을 알게되고, 다시 찾아간 도박장에서 그녀와 조우한다.

그녀의 이름은 구로가와 치에, 도박장의 단골 시라토리의 딸이다. 시라토리는 치에의 어머니를 버리고 후처와 살고 있으며 세치 혀로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아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인물이다. 치에는 시라토리가 도박장의 고객들을 상대로 그림 사기를 쳐서 10억엔을 자금으로 끌어들일 계획을 포착하였고, 그 돈을 강탈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기에 요코야마와 미타가 후루야의 푼돈을 훔쳐 도박장이 영업 중단되는 사태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한눈에 치에에게 반한 요코야마, 과도한 집중력이 도리어 업무 능력을 방해해 고문관 역할만 하던 끝에 키리바시 공화국으로 이민갈 공상을 하던 미타, 그리고 사기꾼 아버지에게 복수를 꿈꾸는 치에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시라토리의 돈을 훔칠 궁리를 한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계획이 중국 마피아의 개입으로 꼬이기 시작하고 사건은 점점 혼미해져만 간다.

 

이라부 시리즈는 그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가 있었고, <남쪽으로 튀어>는 가벼우면서도 삶의 방식에 대한 작가의 진지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이번 <한밤중에 행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가볍고 빠른 전개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면이 오쿠다 히데오 소설을 읽는 이유였는데, 이번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84691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깊이에의 강요>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젊은 여인이 평론가로부터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가는 신문에 실리고 사람들은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론가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화가 스스로도 자신에게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그녀는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다. 좌절감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던 그녀는 결국 자살하고 평론가는 그녀의 그림에서 '깊이에의 강요'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처음과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린다.

 

예술작품의 주체인 예술가와 이를 수용하는 객체인 독자, 혹은 관람자 사이에 평론가가 있다. 예술가와 관람자 사이에 존재하는 평론가가 수용자에게 불필요한 잣대, 혹은 자신만의 색안경을 들이밀 때 주체와 수용자의 관계에 왜곡이 일어난다.

 

<승부>

8월 어느 날 초저녁, 룩상부르 공원에서 체스 게임이 벌어진다. 한 사람은 동네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70대의 왜소한 남자 장, 도전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젊고 매력적이며 시니컬한 표정의 젊은이이다.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젊은이가 장을 꺾어주길 바라고,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젊은이의 한 수 한 수는 파격적이기만 하다. 젊은이가 자신의 말들을 희생시키며 두는 수들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환호한다. 장 역시 젊은이와의 승부에 점점 압박감을 느끼고 더욱 신중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젊은이는 자신의 킹을 스스로 쓰러뜨림으로서 패배를 자인한다. 누군가는 젊은이에게 '자네는 지지 않았어'라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장은 어쩐지 자신이 혐오스러운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하며 두번 다시 체스를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어쩌면 체스에 미숙했고, 그래서 격식에 맞지 않는 수를 두었을지도 모를 젊은이에게 환호하는 군중들은 자신들이 장과의 승부에 이길 능력은 없지만, 젊은이를 엉뚱한 우상으로 만들어 그의 행동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여 해석한다. 심지어 헛된 바램이 깨어진 순간 조차 젊은이의 행동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그가 승리자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어쩌면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보수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단편이었다.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18세기 금세공 장인인 뮈사르가 책과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될 무렵, 우연히 세상이 조개껍질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계속 연구를 계속한 그는 세상이 점차 석회화 하여 조개껍질처럼 변하고 있고 심지어 사람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조개껍질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빗물을 마셔가며 석회화를 늦추고자 하나, 비밀을 알아챈 뮈사르는 다른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운 석회화 과정을 거쳐 결국 사망하고 만다.

 

세계가 돌조개로 점점 들어차 결국 석회화 되고 말 운명이고, 마찬가지로 유연하게 행동하고 사고하던 어린아이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딱딱한 돌조개와 같이 몸도 마음도 굳어가 결국 사망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다.

 

<문학적 건망증>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에세이로 과연 문학을 읽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책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하더라도 수년이 흐르면 책의 내용은 물론, 그때 받았던 인상마저 잊어버릴 것이 자명한데 문학을 계속 읽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한다.

어쩌면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든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83452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트 워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먼 고대 어느 시기에 사냥감들의 주의를 돌리거나 전사들의 힘을 북돋우던 샤먼 중 일부가 어스름이라는 시공간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다. 그들은 어스름의 영역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고, 능력이 뛰어난 자들은 어스름의 영역에서 더 깊은 어스름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들은 '다른 존재'로 불렸다.

어스름의 영역에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영향을 미쳤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 차이로 '다른 존재'들은 빛의 진영과 어둠의 진영으로 나뉘어져 전쟁을 벌였다. 각 진영은 자신들의 신념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혁명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벌어졌다. 두 진영은 비극적 종말을 막기 위해 협상을 진행시켰고 그 결과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 행위,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의 범위에 관한 경계를 상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기로 협약했다. 빛의 진영은 '야간경비대(Night Watch)'를 만들어 어둠의 세력을 감시하고, 어둠의 진영은 '주간경비대(Day Watch)'를 만들어 빛의 세력을 감시한다.

 

<나만의 운명>

주인공 안톤은 중급 수준의 능력을 지닌 빛의 경비대원으로 사무요원이었으나 스승인 보리스 이그나치예비치(치프)의 명에 따라 야전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엄청난 크기의 저주 기둥을 머리 위에 달고 있는 여성 스베틀라나를 지하철에서 발견하고 구해주려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역사를 빠져 나온 안톤은 아직 어린 예고르라는 '다른 존재' 소년을 여자 흡혈귀로부터 구해 낸다. 

엄청난 크기의 저주 기둥이 곧 폭발을 일으킬 것이 예견되자 안톤은 올빼미 형상을 한 올가라는 요원과 함께 그녀를 찾아 나서는데, 안톤과 대화를 거듭할수록 저주 기둥이 사그러드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소년 예고르에 대한 위해 시도가 계속되고 결국 주간경비대와 야간경비대가 전투에 이르게 된다.

야간경비대는 주간경비대의 치프인 자불린 등과의 전투에서 한시적인 승리를 한다. 안톤은 스베틀라나의 저주 기둥을 만든 이가 암흑쪽 주술사가 아니라 스베틀라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잠재적인 능력이 향후 두 경비대 진영 전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을 예측한 자불린이 예고르라는 매개변수를 끼워 넣어 혼동을 주려 했었던 것이다. 

 

<아군 속의 아군>

어둠의 세력 일부가 부정기적으로 살해되자 주간경비대는 야간경비대측에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는다. 야간경비대 측도 내부 소행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는데 뜻밖에 알리바이가 전혀 없는 인물은 안톤 한 명 뿐이다. 야간경비대가 안톤을 범인으로 몰아세울 경우 안톤의 기억을 통해 주간경비대의 중요 기밀이 누출될 것이 우려되어 치프는 안톤을 여성요원 올가의 몸과 뒤바꾸고 스베틀라나와 함께 할 것을 요구한다. 스베틀라나와 함께 있는 동안 다음 살인이 일어나면 안톤은 누명을 벗으리라는 생각이었으나 기대와 달리 또 다시 어둠의 세력 구성원이 살해당하고 안톤은 자불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안톤이 억울하게 붙잡힐 경우 스베틀라나가 성장 도중 전투에 참가하여 일이 잘못될 것이 예상되자 진범이 잡힐 때까지 안톤은 도피를 계속한다. 마침내 야간경비대는 진짜 범인이 막심이라는 인물로 부정기적 능력 표출자임을 밝혀낸다. 또 한번의 작은 승리를 기뻐하는 안톤에게 치프는 이 모든 계획이 주간경비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모든 것은 스베틀라나의 등급 상승을 위한 아군측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오직 내 사랑을 위하여>

스베틀라나와 운명으로 묶인 안톤은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고 헤어지게 될 운명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게다가 스베틀라나의 부정을 목격하기까지 하자 안톤은 그녀와의 엇갈릴 운명을 괴로워하며 홀로 모스크바로 돌아간다. 본부에서 꾸미고 있는 계획이 전령꾼이 가지고 온 분필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 안톤은 조사를 거듭하고, 그 결과 스베틀라나가 그 분필로 새로운 운명을 쓰려함을 알게 된다. 그 분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뛰어난 능력을 갖춘 여마법사에 한정되고 스베틀라나가 그 여마법사로 낙점되어 수년간 양 진영이 전투를 벌여온 것이었다. 새로운 미래를 쓰려하는 야간경비대와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주간경비대가 조우한 장소에 안톤이 나타난다. 안톤이 스베틀라나를 저지하기는 커녕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은 운명일 뿐이라고 말한 이후 스베틀라나 역시 분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서 어둠의 세력 승리로 끝이 난다. 그러나 스베틀라나가 떨어뜨린 분필이 반토막인 것을 안톤이 보게 되고 치프는 인간세상의 미래를 위해 분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하나뿐인 연인 올가의 복권을 위해 다른 장소에서 분필을 사용했고 한바탕 소동은 교란을 위한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판타지 소설의 완성도는 무엇보다 작가가 만들어낸 독자적인 또 하나의 세계가 얼마나 완결적인 구조인가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지의 제왕>은 하나의 전형을 창출하였고, 70년대 부터 개정이 거듭되고 있는 <던전 앤 드래곤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때 Sony Online Entertainment 사의 <Everquest>에 빠져들었던 때가 있었다. 또 다른 세상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자아를 선물해주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러시아 판타지라는 것에 무척 호기심이 동해서 읽기 시작했다. 빛과 어둠의 세력으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구분을 위한 기호에 불과하고 실제 어느 편이 옳은지, 그리고 선한지는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그들의 행동이 인간 세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할 때에는 더욱 답하기가 어렵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기회가 된다면 시리즈의 나머지 두 편도 읽어볼까 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83128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주쿠 상어 -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뫼비우스 서재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사메지마는 국가공무원 상급시험에 합격한 후 큰 탈만 없다면 캐리어로서 고속 승진을 거듭할 예정이었다. 어느 날 동료가 공안부 내부 암투에 휘말려 자살하고, 그가 남긴 유서가 양쪽 파벌 모두에게 폭탄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 상부에서는 유서의 회수에 혈안이 된다. 하지만 사메지마가 자신이 맡아둔 유서를 내놓지도, 파벌에 가담하지도 않자 상부에서는 그를 신주쿠경찰서 방범과로 내치게 된다. 직급은 과장과 같은 경감이지만 파트너도 없이 홀로 수사를 하고 야쿠자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 그를 경찰과 야쿠자 모두 꺼리며 '신주쿠 상어'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

사설총기 제조업자인 기즈를 쫓던 어느 날, 신주쿠 인근을 순찰 돌던 외근 경찰관 두 명이 살해 된다. 사메지마는 기즈가 만든 총기가 범행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수사를 계속한다. 경찰 살해가 연쇄살인으로 이어지자 경찰을 동경하는 오타쿠의 개입으로 수사는 혼선을 빚기도 한다. 며칠간의 잠복 끝에 기즈의 작업장을 발견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난입하지만 함정에 빠져 도리어 살해당하기 직전, 사메지마는 방범과장 모모이에게 구출 받는다. 모모이는 '시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만년 과장으로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후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실은 경찰관으로서의 신념과 의지를 내부에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기즈의 동성애자 애인인 가즈오가 그와 다툰 후 총기를 훔쳐내 친구 스나가미에게 전달했음을 알게 된다. 특별수사본부는 스나가미가 범행 직전 신주쿠에서 야쿠자에게 린치를 당했고, 자존심이 강한 스나가미는 기존에 갖고 있던 경찰에 대한 반감과 자신이 보호받지 못했다는 감정이 겹쳐 경찰 살해에 나선 것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린치 당한 날 그가 콘서트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건의 대미를 마쓰기 유리의 콘서트 장으로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메지마는 스나가미의 집으로 가서 그가 듣던 워크맨을 플레이해 보고 경찰이 전혀 엉뚱한 콘서트 장으로 갔음을 알게 된다. 스나가미는 사건 당일 자신의 애인인 쇼가 보컬로 있는 '후즈 허니' 공연을 보러 갔던 것이고, 자신이 야쿠자에게 맞고 있던 스나가미를 구해준 일을 떠올린다.

 

마초 냄새 물씬 풍기는 제목을 달고 있는 <신주쿠 상어>는 오사와 아리마사의 사메지마 시리즈 중 제1권이다. 야쿠자에게도 예외 없는 수사를 벌이고 승진은 커녕 만년 경감으로 끝날 운명은 <공공의 적> 강철중을 떠올리게 한다. 또 캐리어 제도의 모순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춤추는 대수사선>이 떠오른다. 오타쿠의 수사 개입 역시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는데, 여러 모로 그 후에 제작된 수사물 영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신주쿠 상어>는 1990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 1991년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하며 오사와 아리마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주었고 1993년 사메지마 시리즈 4번째인 <무간 인형>이 나오키상을 수상한다. 그 후 2004년에 <판도라 아일랜드>로 시바타 겐자부로 상, 2006년 <낭화>로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을 수상한다. 노블마인에서 새로이 사메지마 시리즈를 발간하기 전 국내에도 몇 권 소개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미야베 미유키, 쿄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공동사무실과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활동하고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73567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