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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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기 작가 히다카가 후두부를 문진으로 가격당한 후 전화선으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 히다카는 캐나다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었는데 연재중이던 소설의 마무리 때문에 집에 머물렀었다. 사건 당일 히다카의 친구이자 아동문학가인 노노구치가 방문했었고, 잠시 뒤 히다카의 소설 <수렵 금지구역>과 관련하여 후지오 미야코라는 여자가 방문했었다.

노노구치는 가가 형사가 교사였을 무렵 선배 교사였고 그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다. 그후 노노구치도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서 교사를 그만 두었는데 사건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노노구치는 친구인 히다카의 죽음을 작가로서 모두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자신이 기록한 수기를 가가 형사에게 보여준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옆집 여자가 히다카의 집 안마당을 수색했던 일이 쓰여있다. 히다카는 자신이 옆집 고양이가 귀찮아 독이 든 경단을 만들어 마당에 뿌려 두었고 이를 먹고 고양이가 죽었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위해 옆집 여자가 서성인다는 이야기를 별다른 감흥 없이 노노구치에게 들려준다. 노노구치가 떠나 갈 무렵 찾아 온 후지오 미야코는 후지오 마사야라는 사나이의 딸인데 그는 <수렵 금지구역>의 실제 모델이다. 후지오 마사야는 야비한 성격과 남다른 힘으로 학원폭력을 일삼았고 여중생을 성폭행하기도 한다. 그는 뒤늦게 판화에 흥미를 느껴 판화가로의 길을 걷지만 창녀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후지오 미야코는 그 소설이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항의 방문을 한 것이다.

가가 형사는 수기에서 히다카의 옆집 여자나 후지오 미야코가 살인 동기를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히다카가 당일 쓴 소설 연재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노노구치가 사망 추정시각을 수차례 묻는 것 등에서 가가는 범인이 노노구치임을 짐작한다. 노노구치의 집을 수색한 결과 히다카가 지금까지 써온 소설과 비슷한 내용이 쓰여있는 다량의 대학노트가 발견된다. 노노구치는 자신이 히다카를 살해했음을 시인하면서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가가는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고스트라이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계속된 조사로 노노구치의 집에서 에이프런과 여자에게 주려고 했던 목걸이, 그리고 가명으로 적혀있는 여행 신청서 등이 발견되고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노구치와 죽은 히다카의 아내의 접점이 밝혀진다. 노노구치는 수기를 통해 범죄의 동기를 고백한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의하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히다카가 문학상을 수상하자 자신도 작가의 길을 걷고 있음을 밝히며 습작을 들고 히다카를 방문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던 폭죽 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둥근 불꽃>을 읽어주도록 부탁한 후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히다카는 바쁜 것을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한다. 몇 번이나 재촉하고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히다카는 습작을 읽지 않았다 하였고, 마침내 읽은 후에는 작품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혹평을 한다. 상실에 빠진 노노구치는 두 번째 작품에 매진하여 히다카에게 다시 한번 읽어줄 것을 요청하는데, 두 번째 작품에 대해서도 좋은 평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노노구치가 앓아 눕게 되자 히다카의 아내인 히다카 하츠미가 문병을 오고,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히다카 하츠미는 히다카가 노노구치의 소설에 질투를 느끼고 있으며 좋은 소설임에도 혹평을 함으로서 노노구치가 소설을 쓰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둘은 거역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어 둘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애타게 갈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히다카 하츠미도 돕기로 한다. 그러나 히다카를 죽이기 위해 칼을 품고 들어갔다가 도리어 히다카에게 제압당하고, 약점이 잡혀 고스트라이터의 신세로 전락하고, 하츠미는 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고스트라이터로 하릴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살해한다.

노노구치의 수기로 이제 모든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생각되었으나 가가 형사는 수기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히다카와 노노구치의 과거를 조사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노노구치는 어린 시절부터 히다카의 도움으로 학교에 등교하는데 이를 고마와하기는 커녕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둥근 불꽃>과 관련된 폭죽 장인이 생존해있어 그를 만나본 가가 형사는 폭죽 장인을 찾아왔던 소년이 노노구치가 아니라 히다카였음을 알게 된다.

중학교 시절 노노구치는 <수렵 금지구역>의 모델이었던 동급생의 졸개 노릇을 했고 그가 여중생을 성폭행할 당시에는 이를 거들기 까지 했었다. 반면 히다카는 그에게 갖은 시달림을 당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이다. 히다카는 소설의 자료를 취재하던 중 노노구치가 성폭행에 가담한 사진을 입수한다. 히다카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으나 노노구치는 후지오 미야코가 소설의 내용을 문제삼으며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당시의 사진이 법정에 증거로 채택될 것을 우려한다. 자신이 암에 걸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죽여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히다카의 간계에 걸려들어 고스트라이터로 살아왔다는 허황된 정황을 조작해내 그의 명예마저 가로채려 한 것이다. 히다카 하츠미와의 관계 역시 그가 조작한 것이엇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악의(惡意)에 대해 숙고한다. 그것은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악의인 것이다. 범인들은 왠지 기분이 나쁘다든가, 왠지 싫었다든가 하는, 자신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에 이끌려 인간성을 내던지고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다. 가가 형사는 자신이 교사였을 때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이 그런 악의에 찬 행동을 하는 것에 절망하여 교직을 포기했고, 형사가 된 지금 또 다시 그러한 악의에 직면한다. 당시에도, 지금도 가가 형사는 그런 악의의 연원이나, 해결책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므로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사직을 감당할 수 없었고, 다만 악의에 찬 행동들이 일어난 사후에 그것들을 추적할 뿐이다.

사건의 전개와 함께 노노구치와 가가 형사의 수기가 차례로 게재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구성의 소설이며, 가가 형사가 교직을 그만 둔 이유가 밝혀져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공식 데뷔작인 <방과 후>에서 양궁부를 맡은 교사를 내세워 여고생의 살인과 그 이유의 의외성을 이야기한다. 가가 형사는 검도부를 맡았던 선생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가가 형사와 <방과 후>의 연관성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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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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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셔 주 키들링턴 경찰서 주임 경감인 모스가 과도한 음주로 위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모스는 부하 루이스 경사가 가져다 준 <블루 티켓>이라는 야릇한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들켜 창피만 당한 후,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윌프리드 데니스턴경이 쓴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읽게 된다.

그 책은 1859년에 옥스퍼드 운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관한 기록이었다. 조안나 프랭크스는 더비 출신으로 그녀의 아버지 대니얼 캐릭은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그녀의 첫 남편은 'F.T.도너븐'이란 사람으로 마술사였는데 <마술 종합 입문서>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하는 등 수완이 있었으나 일찍 사망하고 만다. 조안나는 이후 역참 마부인 '찰스 프랭크스'와 두 번째 결혼을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조안나가 남편에게 가기 위해 운하왕복선 바바라 브레이호를 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 배의 선원은 4명이었는데 선장인 잭 로리 올드필드, 선원인 앨프레드 머슨과 월터 타운스, 토마슨 워튼이 그들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선원들은 술에 취해 조안나를 심하게 집적거렸고, 조안나는 몇 차례 배에서 내려 다른 운송편을 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안나의 이런 노력은 결국 헛수고로 끝나는데, 운하에서 조안나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네 명의 선원은 절도와 강간, 살인 혐의를 받게 되었고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가장 어린 토마슨 워튼을 제외한 세 명의 선원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마지막 순간에 월터 타운스가 감형되고 나머지 두명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모스는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에게는 책의 내용에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조안나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어 남편 찰스가 신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었다. 남편 찰스는 조안나의 귀 뒤쪽에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조안나가 맞다고 확인을 해주었다. 그외에 신발이 맞다는 이유 등도 있었으나 모스는 이런 시신 확인 과정이 현대 수사의 원칙에 비춰보았을 때 너무 허술하다고 느꼈다.

다음으로 선원들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조안나에 대해 악의적인 말을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은 살인 용의자들은 피해자에 대해 참회하거나 무죄를 주장할지언정 악의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모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춰졌다.

그 외에도 모스는 배심원들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먼 평결을 내린 점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모스는 부하인 루이스 경사와 도서관 사서인 크리스틴 그리너웨이의 도움을 받아 과거의 사건을 하나 하나 재구성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을 품어본다. 만약 발견된 시체가 조안나가 아니라면 사건은 어떻게 재구성될 것인가. 이 의문에서 더 나아가 F.T.도너븐이 실제로 죽지 않았고, 그가 바로 두 번째 남편 찰스라면. 모스는 이런 의문들을 자료와 대조하면서 하나씩 맞추어본 결과 아래의 사실을 재구성해낸다.

조안나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그리고 F.T.도너븐과 결탁하여 보험 사기를 일으킨다. 남편이 죽은 것으로 하여 큰 보험금을 타낸 그들은 이번에는 F.T.도너븐을 찰스라는 사람으로 변장시켜 두번째 결혼을 한 후 조안나가 사망하는 연극을 꾸미기로 한 것이다. 조안나는 배에 탄 직후 선원들을 유혹하고 그들을 분열시켰으며 남편과 공모하여 사라진 직후 신원불상의 시신을 운하에서 떠오르게 한 것이다. 재판정에서는 찰스가 된 F.T.도너븐이 조안나의 시체임을 확인하여 두번째 보험사기를 성공시킨다.

모스 시리즈로 유명한 콜린 덱스터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13년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쳤고, 십자말풀이 대회 전국 챔피언을 세번이나 지낸 사람이다. 1972년 휴가 중 우연히 읽은 추리소설에 실망하여 자신이 더 잘 쓰겠다는 마음으로 쓴 처녀작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수차례 실버 대거 상과 골드 대거상, 그리고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에는 영국여왕이 수여한 대영제국훈장(OBE)를 받았다. 모스 경감시리즈는 영국인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받아 TV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1990년에는 셜록 홈즈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탐정 1위에 오르기도 한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은 우연히 읽게 된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경찰이 해결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수수께끼 풀이도 물론 재미있지만 모스 경감의 애교스러운 행동들과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지적인 면모가 결합하여 소설 자체의 품격도 높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를 동서문화사 판으로 읽었던 당시에도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이름을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는데,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은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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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
로버트 블록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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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도로가 나면서 노만 베이츠가 운영하는 모텔의 손님은 급감했다. 노만 베이츠는 자신의 취미와 일상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노모가 못마땅 하지만 비교적 순종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메어리,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녀는 손님이 맡긴 돈 4만 달러를 횡령해 자신의 남자 친구인 샘을 찾아가는 길에 폭우를 만나 모텔에 든 것이다.

노만 베이츠는 방을 내준 후 허기진 그녀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간 그녀가 샤워를 시작하자 노만 베이츠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 사무실의 작은 구멍을 통해 그녀를 훔쳐본다.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훔쳐보는 것에 탐닉하던 노만 베이츠는 자신의 어머니가 욕실로 들어와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노만 베이츠는 메어리를 집 뒤편에 있는 늪에 자동차와 함께 가라앉힌다.

일주일여가 흐른 후 메어리의 동생 라일라와 보험회사가 고용한 탐정 에버거스트가 차례로 샘을 찾아온다. 에버거스트는 메어리의 절도와 도피를 추적하던 끝에 그녀가 노만 베이츠의 모텔에 가명으로 묵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에버거스트는 샘과 라일라에게 노만 베이츠의 어머니를 만나볼 것이라는 중간 보고를 끝으로 연락이 끊기고 만다. 노만 베이츠의 어머니는 에버거스트 마저 잔인하게 살해하고 만 것이다. 에버거스트의 시신과 차 역시 늪에 유기한 노만 베이츠는 어머니의 계속되는 범행을 중단시키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지하실로 옮긴다.

언니의 귀걸이를 모텔에서 발견한 라일라는 모텔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졌음을 직감하고 조사를 하던 중 지하실에 갖힌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이라처럼 방부 처리된 노파의 시체를 발견하고, 잠시 후 여장을 한 노만 베이츠에게 습격당한다. 샘의 등장으로 라일라는 가까스로 위기를 면하고 노만 베이츠는 정신 감정을 받는다.

어머니와 다른 남자의 관계에 충격을 받은 노만 베이츠는 두 사람을 독살한 후 자신의 내면에 세 가지 인격을 갖고 살아왔다. 바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노만과 어머니, 그리고 성년이 된 현재의 자신이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모티프로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이 죄의식을 없애기 위해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기로 하고 자신의 내부에 어머니의 인격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이 훌륭하다. 게다가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노만과 성년이 된 노만의 인격을 동시에 창조으로서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계보를 잇는 소설로 손색이 없다.

히치콕 감독이 영화화 함으로서 더욱 유명해진 <사이코>의 작가 로버트 블록은 원래 단편 소설을 주로 발표하는 작가였다. 히치콕은 로버트 블록의 작품을 마음에 들어했으나 분량 때문에 영화화 하지 못하다가 <사이코>가 발표되자 영화로 제작하여 대 히트를 시켰고 개봉 당시 역대 2위의 흥행 성적을 거둔다. 그 후 제작된 <사이코> 2~4 시리즈는 <사이코>에서 주연을 맡았던 안소니 퍼킨스가 제작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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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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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남자가 시청역 벤치에서 눈을 뜬다. 그는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도 전혀 없었다. 남자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로 깨어난 것이다.

시청역 주변을 며칠간 배회하던 그에게 서하숙이라는 여자가 말을 건다. 그녀는 키가 무척 작았고 거식증에 걸린 후로 라면만 먹다가 지금은 라면 요리를 가르쳐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하숙은 몇 가지 지켜야 할 것들을 남자에게 다짐시킨 후 자신의 방을 제공한다.

어느 날 서하숙이 남자에게 타인의 기억을 이식받을 것을 제안한다. 남자는 분당의 무인호텔에서 M이라는 사람을 만나 기억을 이식받는다. 남자는 이제 이명구라는 사람의 기억을 갖게 되는데, 기억을 이식받은 후로 차수정이라는 여자를 찾기 시작한다. 이명구와 차수정은 연인 관계였는데 차수정이 불륜을 저지르다 이명구에게 목격된 후 이명구가 자살한다. 이명구의 기억 속에 남은 복수심은 남자의 의식에 작용을 가한다. 차수정은 약물에 중독되어 고통스러운 날들을 이어가던 차에 이명구의 기억을 가진 남자를 만나자 자신의 자살을 방조해달라고 요청한다. 남자는 차수정의 자살을 도운 후 M을 만난다. M은 기억이 이식된 후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라며 새로운 사람의 기억을 이식받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남자는 거부하고 이명구의 기억마저 없어져 또다시 과거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M으로부터 기억을 이식받은 사람들에게는 '사슴벌레 모양 문신'이 새겨져 있음을 들은 후 남자는 서하숙의 몸에도 사슴벌레 문신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느 날 남자를 알아보는 남자가 나타난다. 남자의 이름은 이성호이고 광고회사에 근무했었으며 일산 신도시에 가족이 있다고 했다. 이제 이성호가 된 남자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기억은 되돌아오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하기로 마음 먹는다. 동생의 도움으로 집을 나온 이성호는 서하숙에게 되돌아간다. 아주 돌아온 거냐는 물음에 남자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평론가 백지연과 소설가 심상대가 동업자 의식을 발동하여 거창한 설명과 찬사를 덧붙여 놓았으나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음악과 영화, 미술적인 장치들의 취향이 산만하고 곳곳에 다른 이들이 이미 사용한 모티프의 서슴없는 차용이 거슬린다. 기억과 정체성의 연결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아이디어에 추리적 요소의 도입으로 긴장감을 높였으나 결국은 예정된 결말로 회귀됨으로서 백지연의 평과 달리 '작가주의의 면모'와 '소설의 변화 양상의 포착' 어느 것도 탐탁하게 성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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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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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라가와 계곡 인근의 '미즈노사토 주택'이라는 시영 단지에서 네 살난 메구무가 실종된다. 아이가 계곡 깊은 곳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아이 엄마인 사토미가 중요 용의자로 지목된다. 조용하던 마을에 취재진이 몰려든다.

사토미가 옆집에 사는 오자키 슌스케와 관계를 맺어왔다는 진술을 하고, 슌스케의 아내 가나코 역시 남편과 사토미가 관계를 맺어왔다고 확인해준다. 게다가 슌스케가 과거 집단강간 사건을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는 것까지 밝혀지자 수사 방향은 슌스케의 사주 또는 암시에 의해 사토미가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가닥이 잡힌다. 취재 기자 와타나베는 수사 방향에 미묘한 괴리감을 느끼고 후배 고바야시와 함께 사건을 일으킨 슌스케 등과 피해자 나쓰미의 행적을 추적한다.

 

야구부 선후배 사이인 슌스케와 스다, 아카사카, 후지모토는 강간 사건을 일으키고 집행유예 형을 받은 후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아카사카는 약물 중독으로 29세에 비참하게 사망하고, 스다는 그저그런 계약직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후지모토는 사건과 무관하게 가업의 중역 자리에 올라 평온하게 살아간다. 한편 슌스케는 선배의 연줄로 증권회사에 들어가서 능력을 인정받은 후 선배의 여동생과 약혼도 하는 등 사건을 잊고 잘 살아가는 듯 했다. 그런데 약혼 직후 슌스케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 채 잠적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쓰미의 경우는 비참한 일의 연속이었다. 사건 직후 전학을 가지만 소문이 퍼져 고등학교 시절을 외롭게 보낸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나쓰미의 과거가 드러나 파혼당하고 회사도 그만두게 된다. 새로 입사한 작은 회사에서 거래처 사람을 사귄 나쓰미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고백한다. 지켜주겠다던 남자는 결혼 후 변하여 나쓰미를 때리고 그녀는 수시로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슌스케가 나쓰미를 우연히 만난 것은 나쓰미가 대학에 다닐 때였다. 영화관에서 나쓰미를 본 슌스케는 자기도 모르게 나쓰미를 따라가서 사죄 의사를 떠듬떠듬 밝힌다. 하지만 나쓰미는 슌스케에게 "용서받고 싶다면 죽어"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른 후 나쓰미가 남편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하길 반복한다는 것을 알게 된 슌스케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꽃이나 과자를 사들고 문병을 오는 슌스케를 나쓰미는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슌스케가 약혼자와 레스토랑에 들어간 어느 날, 그의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를 건 것은 남편에게 맞다가 돈 한푼 없이 도망친 나쓰미였다. 그날로 슌스케는 나쓰미와 함께 정처없이 떠돈다. 둘은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쓰미는 강간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소문은 그녀를 끝까지 쫓아다녔고 소문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은 슌스케 뿐이었다. 바로 그가 범인이었으므로. 나쓰미가 어느 날 슌스케 앞에서 옷을 벗으며 자신의 이름을 나오코라고 바꾼다. 나오코는 사건 당일 먼저 돌아간 덕택에 강간 사건에서 벗어난 친구 이름이었다.

 

나오코, 혹은 나쓰미가 경찰에 찾아가 사토미와의 관계 부분은 자신의 거짓 진술이었음을 밝히고, 아이를 죽인 사토미 역시 그 즈음부터 슌스케와의 관계에 대해서 입을 다문다. 슌스케가 풀려나자 나쓰미는 그와 함께 자신이 일하는 온천탕에 들러 몸을 씻는다. 돌아오는 길에 나쓰미는 슌스케에게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원망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취재 기자 와타나베가 다시 슌스케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나쓰미는 슌스케를 떠나고 없었다. 나쓰미는 슌스케를 떠남으로서 슌스케를 용서했던 것이다. 슌스케는 나쓰미를 찾겠다고 말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돌스>를 떠올렸다. <돌스>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본 영화였는데 기타노 다케시가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다. 자신이 버린 여자가 자살을 기도한 후 정신에 문제가 생기자 남자는 여자를 찾아간다. 여자는 정신은 삶의 끈을 놓쳐버린 망연한 상태였고 남자는 그녀와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고 목적지 없이 돌아다닌다. 일본에서는 인연이 있는 남자와 여자는 보이지 않는 붉은 끈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는 그 모티프를 가지고 음울한 둘의 발걸음을 한없이 보여준다.

그 당시 마사아키 키시베의 기타곡 <絆>을 연습했다. <絆>을 사전에서 찾으면 끈, 얽어매다, 줄, 올가미 등의 뜻이 나온다. 일본에서 올해의 한자로 사용된 絆. 재작년에 나는 이 한자 絆 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絆자가 인연의 끈을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기타노 다케시의 <돌스>에서의 붉은 끈과 마사아키 키시베의 <絆>은 나에게 있어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인연의 어긋남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 절둑거리기 시작한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 화해와 망각, 용서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 있지만 절대로 그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편에 대해 구축했던 이데아의 훼손, 그것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데아의 세계로부터 추락하여 현실의 세계에서 그 사람을 품으려는 노력은 인간적이다. 인간적인 것은 필연적으로 아픔을 동반하므로 관계는 아픔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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