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크리스탈 - 아이스윈드데일 트릴로지 1부 드리즈트 시리즈
R. A. 살바토레 지음, 손원석 옮김 / 서울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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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리치들이 사악한 마법의 힘을 한데 모아 크리스탈 조각(Crystal Shard)을 만들어 낸다. 그 조각의 이름은 크렌쉬니본이다. 알 디메네이라가 이 불길한 크렌쉬니본을 물질계로 던져버린다. 크렌쉬니본이 떨어진 곳은 포가튼렐름의 북쪽 산자락의 눈 덮인 산 속이었다.

 

아케인 호스트타워에서 출발한 마법사 무리들이 켈빈의 무덤 인근에 이르렀을 때 견습 마법사 아카 케셀이 자신의 스승을 살해한다. 다른 마법사들이 아카 케셀에게 붉은 로브의 다음 번 주인이 되게 해주겠다며 그를 충동질한 것이다. 하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아카 케셀은 눈 덮인 아이스윈드데일의 벌판에 버려진다. 눈 속을 헤메이다가 그는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는 물건을 발견한다. 크렌쉬니본의 새로운 소유자가 정해진 것이다.

 

한편 바바리안 부족들은 텐타운을 습격하기로 결정한다. 드리즈트와 드워프 브루노어, 하플링 레지스는 이러한 첩보를 텐타운에 전한다. 문제는 열 개의 마을 대변인 중 일부는 오만하고 이기심이 많아 단결을 원치 않는다는데 있었다. 레지스가 자신의 도둑길드 마스터 파샤 푸크로부터 훔쳐낸 붉은 루비를 사용해 그들을 설득한다. 그 붉은 루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의 힘이 깃든 특별한 보석이었다. 준비된 텐타운의 매복과 저항에 바바리안 부족들은 참패하고 만다.

브루노어가 전투 중 눈빛이 형형한 바바리안 젊은이의 목숨을 구해준다. 브루노어는 그 젊은이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느꼈기에 그에게 5년간 포로로 잡아두겠다고 선언한다. 자긍심 높은 바바리안 젊은이 울프가는 목숨을 구해주었으므로 굴욕적인 포로생활을 감내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브루노어는 울프가를 육체적으로 속박하지 않았고 드워프들의 대장장이 일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울프가 역시 차츰 브루노어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게 된다. 5년의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브루노어는 울프가를 위해 가보인 비밀룬문자를 이용해 워해머를 만들어준 후 드리즈트에게 데려가 격투훈련을 받게 한다. 울프가는 바바리안 족이 전투에 최강인 민족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탐탁치 않게 생각했으나 격투훈련이 시작된지 하루도 지나기 전에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게 된다.

 

크렌쉬니본을 가지게 된 아카 케셀은 곧 크렌쉬니본의 강력한 힘을 이용해 크리샬 티리스라는 수정 성채를 만들고 부근의 고블린들을 부하로 삼아 안락한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크렌쉬니본의 욕망은 그런 하찮은 것에 만족할 줄 몰랐고 끊임 없이 아카 케셀의 무의식에 작용을 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크렌쉬니본은 아카 케셀에게 텐타운을 굴복시켜 그곳의 군주가 되는 망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한다.

그 즈음 악마 에르투가 물질계로 넘어와 크렌쉬니본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 소유주는 이미 결정된 후였다. 에르투는 크렌쉬니본이 소유주를 거부하지 않는 상태임을 발견하고 아카 케셀과 조약을 맺는다. 에르투가 아카 케셀을 도와 텐타운을 습격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신 아카 케셀이 죽은 이후 크렌쉬니본의 소유주는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악마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생명이란 그리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조약이었다. 아카 케셀은 고블린과 오우거, 자이언트들을 규합해 대규모 군대를 만든다. 개별 종족들은 부족들간의 단결조차 불가능했지만 크렌쉬니본의 강력한 마법이 그들을 하나의 규율에 복종하도록 만든 것이다.

 

드리즈트는 새로운 첩보를 텐타운의 레지스에게 전한다. 하지만 새로운 첩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부 대변인들 때문에 협의회는 결렬되고 만다. 한편 울프가는 바바리안 종족마저 아카 케셀편에 가담했다는 소식에 경악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싱데스로 잘 알려진 화이트드래곤 잉겔로카스티미질리안을 죽이는 일이었다. 왕족이 아닌 울프가가 지금의 왕 히프스타그에 도전하려면 드래곤베인의 칭호를 얻어야 했다. 아이싱데스의 보금자리에 숨어든 울프가는 드리즈트가 자신을 몰래 뒤쫓아온 것을 알고 기뻐한다. 아이싱데스를 처치하고 울프가는 드리즈트와 함께 보물을 나누려 하지만 드리즈트는 보석으로 장식된 시미타 하나만을 갖기로 한다.

아카 케셀이 텐타운을 차례차례 굴복시키는 사이 드리즈트는 악마 에르투를 소환한다. 악마들은 드로우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편이었다. 드로우들은 강력한 마법을 사용했고 악마들과 종종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소환된 에르투는 드리즈트에게 크렌쉬니본에 대해 떠들어대다가 문득 드리즈트가 지하세계가 아닌 아이스윈드데일에 있다는 것에 의심을 품는다. 게다가 드리즈트가 가진 무기들은 드로우들의 마법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눈치 빠른 에르투는 드리즈트가 미엘리키를 섬기는 레인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된다. 지옥의 화염이 드리즈트에게 뿜어지는데 드리즈트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물질계의 무기로는 악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미터는 에르투를 베어낸다. 아이싱데스의 보물인 시미터는 극한의 기운을 띤 무기였다. 에르투는 물질계로부터 100년간 추방된다.

아카 케셀은 크렌쉬니본의 마법을 사용하여 텐타운을 불태우며 날뛴다.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아카 케셀에게 텐타운은 하플링 레지스를 사절로 보낸다. 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을 사용하여 시간을 벌어주길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레지스의 붉은 루비는 아카 케셀의 크리샬 티리스에서는 작동을 하지 않았다. 레지스는 곧 당황하지만 붉은 루비 덕택에 자신도 아카 케셀의 조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거짓으로 암시에 걸린 척 연기하며 아카 케셀의 군대중 가장 강력한 잘린혀 오크부족이 사실은 텐타운과 밀약을 맺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 잘린 혀 오크 부족과 고블린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자 브루노어의 드워프 군대가 그들을 습격한다. 바바리안 종족 역시 전투에 참가한다. 이번에는 텐타운을 돕기 위한 전투였고 그들의 새로운 왕은 울프가였다. 텐타운이 성문을 열고 전투에 참가하여 고블린들을 베기 시작하는 시점에 드리즈트가 크리샬 티리스 안으로 들어가 아카 케셀과 대면한다. 드리즈트가 크리샬 티리스의 심장부을 공격해 붕괴시키자 고블린과 오크, 오우거, 자이언트들이 동요한다. 아카 케셀이 눈사태로 사망하고 텐타운과 드워프, 바바리안 연합군이 승리한다.

 

드리즈트, 브루노어, 울프가는 텐타운의 위기가 해소되고 그들이 교훈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브루노어의 잊혀진 고향 미스랄홀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떠나는 그들을 뒤쫓아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편안한 삶을 좋아하는 하플링 레지스였다. 파샤 푸크가 보낸 암살자 아르테미스 엔트레리가 레지스를 쫓아 아이스윈드데일까지 온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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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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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는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면서 몇 년째 대기업의 홍보 기획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인 닛세이 자동차의 가쓰라기 가쓰토시 부사장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사쿠마의 기획안에 혹평을 가한다. 게다가 새로운 기획에는 사쿠마를 배제하라는 요구까지 해오자 사쿠마는 심한 굴욕감을 맛본다.

그날 사쿠마는 술에 취해 가쓰라기의 집 앞을 서성이다 우연히 부사장의 딸 주리가 가출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그녀를 뒤따르던 사쿠마는 이 사건을 통해 뭔가 가쓰라기의 약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리에게 접근한 사쿠마는 그녀가 가쓰라기의 혼외자이며 집에서 핍박을 받다 못 참고 도망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쿠마는 그녀와 의기투합해 유괴 사건을 벌이기로 한다. 목적은 가쓰라기로부터 돈을 우려내는 것만이 아니다. 사쿠마는 자신이 가쓰라기와 게임을 벌여 승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메일과 닛세이자동차 동호회 게시판 등을 이용해 요구사항을 전달하던 사쿠마는 경찰의 감시망을 멋지게 따돌리고 3억엔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주리와는 서로 마음이 끌려 육체관계까지 맺었지만 관계를 청산한 후 승리자로서의 도취감에 젖는다.

그런데 가쓰라기의 딸이 실종된 후 돌아오지 않는다는 뉴스 보도가 이어진다. TV에 나온 주리의 얼굴은 사쿠마와 함께 지냈던 주리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과연 사쿠마와 함께 유괴사건을 벌인 여성은 누구란 말인가? 사쿠마는 혼란에 빠진다. 2주일 후 뉴스는 주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사쿠마는 진상을 어렴풋이 파악하고 가쓰라기에게 편지를 보낸다.

 

2003년에 이사카 사토시가 감독하고 후지키 나오히토가 사쿠마 역을, 나카마 유키에가 주리 역을 맡아 영화화되었다. 영화와 소설은 결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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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7
헨릭 입센 지음, 안동민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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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는 아버지가 수상쩍은 일로 감사를 받던 시기에 지금의 남편 헬멜이 친절하게 대해준 인연으로 그와 결혼하게 된다. 헬멜은 변호사였으나 수입이 변변치 않았고 중병에 걸리기까지 한다. 의사는 헬멜을 남쪽 지방으로 요양보내지 않으면 목숨이 위독해질 것이라 했다. 노라는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는 비밀에 붙인 채 크로그스타에게 돈을 빌려 헬멜의 병을 치료한다. 마침내 헬멜의 병이 낫고 그가 출세의 기회를 잡아 은행 전무 자리에 오르자 노라는 그동안 남편 몰래 돈을 빼돌려 갚던 일을 이제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뻐한다.

하지만 전무 자리에 오른 헬멜이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크로그스타를 해고하려 하자 크로그스타가 해고를 취소하도록 남편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라며 노라를 협박한다. 사실 노라는 아버지의 사인을 위조하여 차용증을 썼던 것인데 크로그스타가 그 사실을 알고 문서위조로 고발하겠고 나선 것이다.

노라는 헬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실패한다. 헬멜은 크로그스타의 부도덕한 일처리 때문만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이 더 높은 지위에 올랐는데도 크로그스타가 동창이라는 이유로 친밀하게 대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크로그스타가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편지를 헬멜에게 발송하고 노라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다만 남편이 편지를 읽고 난 연후에도 의연한 태도로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편지를 읽게 된 헬멜은 불같이 화를 내며 노라가 부도덕한 여자이며 아버지의 나쁜 성정을 물려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해악을 끼칠 것이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노라의 친구 린데 부인이 크로그스타의 계획을 포기하도록 만들어 차용증을 돌려주자 헬멜은 백팔십도 태도를 바꾸어 노라의 모든 것을 용서하겠노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노라는 그 동안의 결혼 생활이 모두 허위에 찬 위선이었음을 깨달은 후였다. 그녀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작은 인형처럼 다루어졌고 그 아버지가 남편에게 자신을 인계한 후에도 인형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헬멜이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의무'를 들어 그녀의 결심을 되돌리려하지만 노라는 '자신에 대한 의무'가 더 먼저라고 생각하며 하나의 인간으로 서겠다고 결심한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를 남겨둔 채 집을 나간다.

 

<인형의 집>은 남편과 아이를 버려둔 채 여성이 독립된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내용 때문에 발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배우들은 '아이를 버린 채 떠나는 어머니' 연기를 할 수 없다며 항의했고, 이 때문에 입센은 노라가 집에 주저앉는 내용으로 고쳐 쓰기도 했다.

<인형의 집>은 여성해방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페미니스트들에게 환호를 받았으나 정작 입센 자신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이를 부정했다고 한다.

 

"......제가 의식적으로 여성해방을 위해 공헌했다는 명예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저로서는 여성해방이란 어떤 것인지조차도 잘 알고 있지 않으니 말입니다. 제가 해온 일이란 인간의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묘사한 것뿐입니다."

 

입센의 인생을 보더라도 그가 한 발언이 겸손한 태도에서 나온 발언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입센은 여성해방을 위해 의식적인 태도로 쓴 작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노라'라는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 바, 예술가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자연스럽게 진실에 다가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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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거품 펭귄클래식 52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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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풍요 속에서 재즈에 탐닉하는 콜랭은 화려한 저택에서 요리사 니콜라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그의 친구 시크가 니콜라의 조카인 알리즈와 사랑에 빠진다. 콜랭은 자신도 알리즈와 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길 원하는데 바램은 곧 이루어진다. 파티에서 매우 아름다운 클로에를 만난 것이다.

클로에와 사랑에 빠진 콜랭은 많은 돈을 들여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니콜라를 안내인 삼아 신혼여행을 다녀온다. 그러나 여행 직후 클로에가 폐에 수련이 피어나는 병에 걸리고 만다. 의사는 클로에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많은 꽃들을 클로에의 주위에 놓아 수련이 힘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처방한다. 클로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콜랭은 자신의 전 재산을 쓰고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콜랭은 단순하고 고통스러운 육체 노동으로 내몰린다.

한편 시크는 알리즈와 결혼하는 자금으로 쓰라며 콜랭이 내 준 금화를 '장 솔 파르트르'라는 철학자의 책을 수집하는 데 모두 탕진하고 만다. 알리즈는 시크가 '장 솔 파르트르'의 책을 사는데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카페에서 '장 솔 파르트르'를 살해한 후 서점에 불을 지르고 자신도 죽고 만다. 시크는 세금 체납 때문에 집행관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다.

클로에 역시 끝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죽는다. 성당에서는 극빈자에 걸맞는 장례를 치러준다. 수련은 클로에의 몸이 아닌 강 수면에 여전히 피어났고 콜랭은 자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책을 읽는 내내 가이 모셰 감독의 <분라쿠>가 연상 되었다. 뮤지컬 무대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설정, 비현실적인 장치들, 그리고 시적이며 은유적인 표현들은 보리스 비앙을 매우 독창적인 소설가로 보이게 한다.

소설 속 니콜라-콜랭, '장 솔 파르트르'-시크의 대비가 흥미롭다. 요리사 니콜라는 철학 모임에 참석하는 품격 있는 요리사로 콜랭을 청년에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는 소설 속 '장 솔 파르트르'와 대비된다. 그런데 니콜라가 콜랭에게 미치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콜랭이 클로에를 고치기 위해 돈을 모두 써버리자 콜랭의 집이 점차 비현실적으로 낡고 시들어가는 것과 함께 니콜라도 급격히 늙어버린다. 콜랭은 니콜라를 집에서 내보낸다. 니콜라는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콜랭의 집을 떠난다. 니콜라의 영향력이 더 이상 콜랭에게 미칠 수가 없는, 혹은 원치 않는 것이다.

반면 '장 폴 샤르트르'의 패러디적인 인물인 '장 솔 파르트르'는 니콜라가 요리를 만드는 인물임에 반해 '토사물' 시리즈를 펴내 시크를 매혹시킨다. 시크는 '장 솔 파르트르'의 저작을 사는데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알리즈마저 떠나보낸다. 시크는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장 솔 파르트르'로 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알리즈가 그를 대신 죽여서 시크를 그의 영향력에서 끌어내려 하지만 시크는 집달관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오직 두 가지뿐이다. 어여쁜 처녀들과의 사랑 그리고 뉴올리언스나 듀크 엘링턴의 음악

 

작가 서문에서 보리스 비앙은 이 소설이 사랑과 재즈에 관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다. 작품 속 클로에는 듀크 엘링턴의 곡 <클로에>에서 딴 이름이다.

보리스 비앙 자신도 재즈 연주자였다. 트럼펫을 불었고 재즈에 관한 평론을 썼으며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음악가들과 교우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보리스 비앙은 1945년에 <기생충과 플랑크톤>을 출간하고 생-제르맹 문학 그룹에 참가하는데 그 그룹의 리더가 장 폴 샤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였다. <세월의 거품>은 1946년에 발표되는데 플레이아드 상을 타지 못해 좌절한 보리스 비앙이 버넌 설리번이라는 미국인 가명으로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출간하는데 이 책이 당시에는 더 유명세를 탄다. <대머리 여가수>를 쓴 외젠 이오네스코 등과 함께 실험적 작가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1959년 6월 23일 영화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특별 시사회 자리에서 영화 상영 직후 쓰러져 39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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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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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울 것이라곤 공기가 맑다는 것 뿐인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강간당한 후 살해당한다. 함께 놀던 네 명의 아이들은 살해당한 에미리가 낯선 남자를 따라갔었다고 진술하는데, 알 수 없는 것은 그 낯선 남자의 얼굴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아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에미리가 죽기 전 마을에서 프랑스 인형이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인형을 훔쳐간 사람과 에미리를 죽인 사람이 같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추측일 뿐,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사람들은 사건을 잊어간다.

3년이 지나고 에미리의 어머니가 당시 함께 놀았던 네 명의 여자아이를 불러 '너희들이야 말로 살인자이다. 범인을 붙잡아 내든지 속죄를 하든지 하라'는 가혹한 말을 남기고 도쿄로 돌아간다. 시간은 흘러 이제 살인범의 공소시효가 며칠 안 남은 지금 당시 사건을 겪었던 네 명의 아이들의 삶이 흉측하게 드러난다.

 

여린 성격의 사에는 에미리가 강간당한 것은 그 아이만이 생리를 시작하여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은 생리를 겪지 않는다면 범인으로부터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에를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사에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결함이 있다고 밝히지만 남자는 그런 사에라도 좋다면서 프러포즈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자가 사실은 사에와 한 마을에 살았고, 프랑스 인형을 훔친 범인임이 드러난다. 남자는 사에에게 프랑스 인형의 옷을 입혀가며 도착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그것이 불화가 되어 사고가 일어난다. 사에는 남편을 살해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자수한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의식하던 마키는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어느 날 학교에 정신병자가 난입하여 칼부림을 하는데 마키는 그에게 용감히 맞선다. 격투 중 범인이 자신의 칼에 스스로 상처를 입고 풀장에 빠진다. 기어오르려는 그를 발로 찬 마키는 황색언론에 의해 도리어 살인범으로 몰리고 자신의 입장과 정당성을 항변하는 발언마저 인터넷에 게시된다.

 

곰같은 외모 때문에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아키코는 언제나 자신을 돌봐주던 오빠가 애딸린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하자 오빠편이 되어 준다. 새로 생긴 조카는 귀여웠고 오빠 가정은 행복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오빠 집에 찾아간 아키코는 오빠가 조카에게 성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을 보고 에미리를 떠올리며 오빠를 죽이고 만다. 오빠와 결혼한 여자는 단지 새로운 결혼을 통해 비극적인 삶을 바꿔보고 싶었을 뿐 오빠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그에게 몸을 허락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야쿠자의 꼬임에 빠져 신세를 망쳤고, 그런 야쿠자의 딸 따위는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는 여자였다.

 

천식 때문에 부모사랑을 언니가 독차지하자 언제나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던 유카는 급기야 형부를 유혹하여 아이를 갖는다. 유카는 에미리 어머니가 남긴 가혹한 말에 반발하며 범인을 찾으려 했고 어느 정도 단서도 얻는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에 겁을 먹은 형부가 유카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자 자신도 모르게 계단에서 밀친다. 유카의 형부는 사망한다.

 

에미리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놀던 아이들이 범인의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함은 물론이고 기억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오해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혹한 말을 남긴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살인 사건 이후 180도 달라져서 결국 모두가 살인자가 되고 만다.

얼핏 작위적이고 도식적인 상황을 설정한 후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아이들의 삶이 피폐하게 변해버린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이들이 살인자가 된 데에는 저마다 다른 스토리가 있지만 그 촉매제는 에미리 어머니의 가혹한 한 마디 때문이었다. 정작 발언의 당사자는 그 말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기어 다니고, 걷기 시작하고, 학교에 다니고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그런 단순한 과정을 큰 탈 없이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경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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