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7
헨릭 입센 지음, 안동민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노라는 아버지가 수상쩍은 일로 감사를 받던 시기에 지금의 남편 헬멜이 친절하게 대해준 인연으로 그와 결혼하게 된다. 헬멜은 변호사였으나 수입이 변변치 않았고 중병에 걸리기까지 한다. 의사는 헬멜을 남쪽 지방으로 요양보내지 않으면 목숨이 위독해질 것이라 했다. 노라는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는 비밀에 붙인 채 크로그스타에게 돈을 빌려 헬멜의 병을 치료한다. 마침내 헬멜의 병이 낫고 그가 출세의 기회를 잡아 은행 전무 자리에 오르자 노라는 그동안 남편 몰래 돈을 빼돌려 갚던 일을 이제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뻐한다.

하지만 전무 자리에 오른 헬멜이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크로그스타를 해고하려 하자 크로그스타가 해고를 취소하도록 남편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라며 노라를 협박한다. 사실 노라는 아버지의 사인을 위조하여 차용증을 썼던 것인데 크로그스타가 그 사실을 알고 문서위조로 고발하겠고 나선 것이다.

노라는 헬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실패한다. 헬멜은 크로그스타의 부도덕한 일처리 때문만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이 더 높은 지위에 올랐는데도 크로그스타가 동창이라는 이유로 친밀하게 대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크로그스타가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편지를 헬멜에게 발송하고 노라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다만 남편이 편지를 읽고 난 연후에도 의연한 태도로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편지를 읽게 된 헬멜은 불같이 화를 내며 노라가 부도덕한 여자이며 아버지의 나쁜 성정을 물려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해악을 끼칠 것이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노라의 친구 린데 부인이 크로그스타의 계획을 포기하도록 만들어 차용증을 돌려주자 헬멜은 백팔십도 태도를 바꾸어 노라의 모든 것을 용서하겠노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노라는 그 동안의 결혼 생활이 모두 허위에 찬 위선이었음을 깨달은 후였다. 그녀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작은 인형처럼 다루어졌고 그 아버지가 남편에게 자신을 인계한 후에도 인형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헬멜이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의무'를 들어 그녀의 결심을 되돌리려하지만 노라는 '자신에 대한 의무'가 더 먼저라고 생각하며 하나의 인간으로 서겠다고 결심한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를 남겨둔 채 집을 나간다.

 

<인형의 집>은 남편과 아이를 버려둔 채 여성이 독립된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내용 때문에 발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배우들은 '아이를 버린 채 떠나는 어머니' 연기를 할 수 없다며 항의했고, 이 때문에 입센은 노라가 집에 주저앉는 내용으로 고쳐 쓰기도 했다.

<인형의 집>은 여성해방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페미니스트들에게 환호를 받았으나 정작 입센 자신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이를 부정했다고 한다.

 

"......제가 의식적으로 여성해방을 위해 공헌했다는 명예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저로서는 여성해방이란 어떤 것인지조차도 잘 알고 있지 않으니 말입니다. 제가 해온 일이란 인간의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묘사한 것뿐입니다."

 

입센의 인생을 보더라도 그가 한 발언이 겸손한 태도에서 나온 발언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입센은 여성해방을 위해 의식적인 태도로 쓴 작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노라'라는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 바, 예술가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자연스럽게 진실에 다가선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2059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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