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김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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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는 진보적 가치에 투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나 여성들의 후일담이다. 소설에는 운동 중에 만난 동지와 결혼한 세 쌍의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수민과 철호, 인실과 영수, 미정과 태식이 그들이다. 세 쌍의 부부는 진보운동이 지향점을 잃고 비틀거리는 시기에 파국을 맞는다. 그 파국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숨기고 눌러둔 모순이 진보운동의 파국과 함께 드러난 것일 뿐이다.

수민은 활동을 위해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철호의 신념에 반하여 희빈을 낳는다. 그녀는 더 이상 현장 활동에 투신할 용기와 신념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철호는 운동적 가치에 반하는 그녀의 삶에 실망하여 수민을 버린다. 

영수는 진보운동이 좌절하자 기성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차를 갈아탄 인물이다. 그는 신념만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마저 기성 정치인의 그것으로 갈아탄다. 딸만 둘을 낳은 인실이 이 과정에서 시댁과  갈등을 겪고 남편의 입신양명을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 당한다. 결국 인실은 알코올중독이 되고 만다.

태식과 미정의 경우는 미정이 변화한 경우이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태식에게 실망하고 보험회사에 들어가 자본주의적 상품화 과정에 몸을 맡긴다. 그녀는 세련되졌으나, 그녀를 보는 수민 등은 위태로워 보일 뿐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는 소련이 붕괴한 뒤였다. 진보 진영의 반절은 전향을 하거나 좌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나머지 반절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혼란스러워 할 때였다. 동아리방에 굴러다니던 잡지 <길>에서 사노맹의 백태웅이 쓴 글을 읽었다. "운동은 종교와 다르다. 천국에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활동해서는 안된다. 소련이 붕괴했다고 해서 우리사회가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운동은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내용이었다.  

과정으로서의 운동을 해내기엔 그 시대가 너무나 험난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몸에 밧줄을 묶고 삐라를 뿌릴 사람을 뽑을 때, 연행과 폭행 그리고 징역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과정을 통한 변모' 였을까, 가치에 대한 신념에서 오는 '희생' 이었을까는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 

그런 가치에 대한 희생이 인정받던 한 시기가 지나고, 소련이 붕괴하고 곧 올 것만 같던 사회는 점점 멀어져갈 때에 운동권 내부로부터 하나의 문제가 제기된다. 레닌의 '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것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졌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소설 속에서도 인실의 이야기를 통해 레닌과 로자 룩셈부르크의 그것이 비교되어 나온다. 그리고 중앙집권이라는 이름으로 억압받고 은폐되었던 여성들의 문제가 이야기된다.

사실 김연은 낯선 이름이지만 차주옥이라는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동아리방에 한권쯤은 꽂혀 있었던 <함께 가자 우리>의 차주옥이 바로 김연이다.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는 사실 후일담 소설의 전형이지만 공지영 등의 그것과 비견하여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작가가 현실을 고통스럽게 직시한 흔적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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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등불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2
엘러리 퀸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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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신의 등불(The Lamp of God)


앨리스라는 아가씨가 어렸을 적 헤어진 아버지를 찾아달라며 손을 고용한다. 앨리스의 아버지 메이휴는 두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후 황무지의 외딴 집에서 시체처럼 조용히 살고 있었다. 노인은 죽기 직전 앨리스에게 유산을 금으로 바꾸어 집 안에 숨겨 두었다는 유언을 남긴다. 

앨러리 퀸은 손의 요청으로 노인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은 황폐한 집으로 '검은집' 이라 불리웠다. 바로 옆의 '하얀집'은 '검은집'과 똑같은 형태의 집으로 메이휴의 동생 라이나퍼 박사와 누이 펠 부인이 살고 있었다. 손은 라이나퍼 박사가 메이휴의 유산을 가로채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의뢰인 앨리스양과 자신의 눈을 피해 금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필사적이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퀸과 손 그리고 앨리스는 '검은집'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동차는 연료가 떨어졌고 고립된 상태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은 그들은 점차 유산을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애드가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을 연상시키는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집이 통째로 사라지는 트릭이 인상적이다. <트릭>에서 외딴 섬에서  똑같은 두 개의 집을 가지고 벌이는 트릭을 차용하기도 한다. 펠 부인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앨리스를 자신의 딸과 혼동했던 것이 사실은 진실이었다는 트릭도 훌륭하다.


o 보물찾기(The Adventure of The Treasure Hunt)


퇴역 장성인 바렛 장군은 퇴역군인들을 집사나 하인으로 채용하고 성조기를 내릴 때 예포를 쏘는가 하면 집 자체를 요새처럼 꾸며놓고 사는 인물이다. 퀸이 그 집에 초대받아서 머무르는 동안 장군의 딸인 레오니가 약혼자로부터 선물 받은 2만 5천 달러짜리 진주 목걸이가 도난당한다. 입구로 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범인은 손님들 중 한명이었지만 드러내 놓고 조사할 수도 없었다. 이에 퀸은 보물찾기라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퀸이 내놓는 보물찾기 힌트를 따라가던 손님들은 결국 성조기를 내릴 때 예포를 쏘는 대포 앞에 모이게 된다. 퀸은 범인이 어디로도 나갈 수 없다는 점과 예포에 쓰는 화약은 소량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범인이 대포 안에 진주 목걸이를 숨겼다는 것을 추리해낸다.


o 용조각 굄돌의 비밀(The Adventure of The Hollow Dragon)


부유한 일본인 골동품상이 사라지자 그의 비서가 퀸을 찾는다. 이상한 점은 골동품상과 함께 용조각 굄돌도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 용조각 굄돌은 활석으로 된 것이었는데 그다지 값어치는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퀸은 용조각 굄돌이 사라졌다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 것이라 추리하는데 의붓 아들이 그 속에 5만 달러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한다. 그는 의붓아버지와 자신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범인으로 오인받을 것이 두려워 잠자코 있었노라고 말한다. 퀸은 의붓 아들이 재산 상속자였기 때문에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고 단순 분실 사건으로 마무리 지으려한다. 

그런데 문득 퀸이 연감을 살펴보더니 경찰에 전화를 걸고 경찰은 집 앞 바다에서 골동품상의 시체를 찾아낸다. 퀸은 연감을 통해 활석의 평균 무게를 알아내 굄돌 안에 빈 공간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한 이유를 추리한 끝에 굄돌은 단지 시체를 가라앉히기 위한 용도였을 뿐이고, 5만달러가 숨겨져 있었다는 거짓말로 횡령 사실도 더불어 감추려 했음을 알아낸다. 


o 암흑 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House of Darkness)


앨러리와 주나는 조이랜드의 암흑집에 들어갔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살해당한 사람은 앤섬 하디라는 안과 전문의로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남편이 눈치챈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조이랜드의 암흑집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앨러리는 앤섬 하디를 살해한 자가 어두운 공간에서 어떻게 그를 조준하여 쏘았겠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 용의자들을 조사하여 범인을 밝혀낸다.


o 피 흘리는 초상화(The Adventure of The Bleeding Portrait)


그래머톤 집안에는 4대 영주의 초상화가 한 점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래머톤 집안의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면 초상화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그래머톤의 부인 미미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인이다.  볼커라는 자는 미미를 향한 정념에 눈이 먼 자로서 자신의 고백과 애원이 소용없게 되자 미미를 강박하는 지경에 이른다. 미미는 남편 그래머톤의 불같은 성격을 아는지라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면 그가 살인을 저지를까 두려워한다.

어느 날 아침 볼커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미미는 남편에게 그림의 모델이 되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초상화의 가슴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엘러리 퀸은 화실의 2층 창문이 열려져 있고 그곳으로부터 사람을 끌고간 듯한 흔적을 발견한다. 흔적을 쫓아간 사람들은 팔레트 나이프가 호숫가에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머톤은 자신이 볼커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엘러리 퀸은 추리를 통해 볼커가 미미를 강박하다가 팔레트 나이프로 상처를 입혀 죽인 것으로 착각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2층에서 뛰어내렸으며, 그로 인해 두 다리가 부러져 호숫가까지 기어왔음을 알아낸다. 


o 인간이 개를 물면(Man Bites Dog)


헐리우드의 연예계를 주로 다루는 미모의 기자 패리스와 사귀게 된 퀸은 함께 뉴욕 시리즈를 보러 간다. 그곳에는 은퇴한 위대한 왼손 투수 빅 빌 트리와 그의 부인 주디가 각각 다른 상대와 야구를 보러 와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얼마 후 빅 빌 트리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쓰러져서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그 둘이 관중들에게 각각 사인을 하기 위해 내려 놓았던 핫도그가 바뀌었다는 점 때문에 주디가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었고, 빅 빌 트리의 주치의가 빅 빌 트리와 주디를 진찰한 날 청산가리를 도둑 맞았다는 이야기로 의심을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퀸은 엉뚱하게도 빅 빌 트리가 사인을 해준 6명에게서 사인지를 회수하고 연필에서 청산가리를 검출해 낸다. 빅 빌 트리는 주디가 사인할 때에 연필에 침을 묻히는 버릇을 이용해 그녀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청산가리를 묻힌 연필을 주며 어린 아이를 매수했지만 그 아이는 빅 빌 트리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트리에게 사인을 받아간 것이다.


o 대박의 꿈


엘러리 퀸은 경마에 관한 각본을 쓰기 위해 패리스와 함께 존 스콧 노인을 찾아간다. 존 스콧 노인은 한 때 경주마 사육으로 큰 돈을 벌기도 했지만 두 번의 내기로 전 재산을 다 날리고 이제는 데인저라는 명마 한 마리만 사육하고 있다. 어느 날 산텔리라는 자가 나타나 존 스콧에게 목장과 말을 10만 달러에 팔라고 제안하지만 존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산텔리는 브룸스틱이라는 말을 가지고 있는데 데인저와 함께 이번 경마의 우승후보마였다.

존이 욱하는 성격에 일하는 직원 행크를 손찌검하자 존의 딸 케티가 집을 뛰쳐나간다. 케티는 그날 누군가에게 납치당하지만 존은 그 사실을 모른다. 마침내 경기 날 행크가 관중석에서 총을 들고 일어나더니 존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총은 존을 비껴가 데인저에게 맞고 행크는 체포된다. 

퀸은 행크의 형편 없는 총 솜씨를 알고 있었기에 행크가 케티를 구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는 연기를 하였을 뿐이고 실제 범인은 기수인 화이티라는 것을 밝혀낸다. 행크는 존과 다투고 홧김에 형편없는 말에게 돈을 건 덕분에 부자가 된다.


o 육체보다 정신을(Mind Over Matter)


패리스와 권투 시합을 보러 간 퀸은 시합에서 진 챔피언 마이크 브라운이 살해당하는 사건에 휘말린다. 마이크 브라운은 시합 직후 차에서 누군가를 만난 후에 칼로 난자당했고 범인은 피가 묻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놓고 바로 옆 차에 걸쳐 놓은 엘러리 퀸의 다 낡아빠진 외투를 걸치고 간다.

퀸은 범인이 외투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부터 그가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자신의 외투 솔기가 모두 터져있다는 사실로부터 범인이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범인은 마이크 브라운과 맞서 싸워 새로운 챔피언이 된 코일이었다. 코일은 마이크 브라운과 짜고 시합을 했고 대가를 건내주기로 만난 자리에서 돈 대신 칼을 안긴 것이다.


o 트로이의 목마(Trojan Horse)


패리스와 미식 축구 시합을 보러간 퀸. 이번에는 남캘리포니아 트로이 팀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백만장자 팝 윙이 보석을 도둑맞는 사건에 연루된다. 보석은 백만장자의 주변 인물이 훔친 것이 분명했지만 도무지 도둑이 그 보석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 수가 없다. 

엘러리 퀸은 시합이 끝나고 경기에 사용된 공을 열어 보석을 찾아낸다. 경기에 사용된 공을 수집하는 팝 윙의 습관을 알고 있는 관리자 개비 헌츠우드는 공 속에 보석을 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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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중편과 단편을 모든 작품집으로 마지막 네 편은 시리즈 형식으로 스포츠를 소재로 애인 패리스를 등장시키고 있다. 엘러리 퀸은 국명시리즈, 비극시리즈, 모험시리즈 외 다수의 작품을 히트 시켰고 대부분의 작품이 일정한 수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프레드릭 대니와 맨프리드 리의 공동 작업은 본격물의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데실 해밋과 하드보일드물의 등장으로 미스터리의 지분을 나눠 가져야 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어쨌든 엘러리 퀸의 소설은 본격물 독자에게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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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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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가미코(嬉神湖) 별장지에서 네 아이의 학부모들이 사립 중학교에 보내기 위한 합숙 과외를 한다. 아내 미나코와 의붓아들 쇼타를 찾아간 순스케는 다른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분위기에 좀처럼 섞여들지 못한다. 그날 밤 뜻밖의 손님이 방문한다. 순스케의 부하직원인 에리코라는 미모의 여성은 순스케에게 일거리를 전달해 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밝힌다. 다른 남성 학부모들은 그녀의 미모에 달뜬 분위기가 되고, 계속되는 권유에 그녀는 별장에서 묶어갈 것 같은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에리코는 순스케에게 누가 상대방인지 알아냈으니 레이스사이드 호텔에서 만나자는 언질을 준 후 별장지를 떠난다. 에리코는 순스케의 불륜 상대였고, 그녀가 알아냈다는 상대는 다름 아닌 미나코의 불륜 상대였다. 미나코의 불륜 상대와 증거를 갖게 된다면 그녀와 자연스럽게 이혼하고 에리코와 결혼할 심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에리코가 끝내 나타나지 않자 순스케는 별장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경악할 만한 현장을 목격한다. 미나코의 방에 에리코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미나코는 에리코가 순스케를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협박하자 순간 이성을 잃고 그녀를 살해했다고 털어 놓는다. 그런데 경찰에 알릴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한 순스케에게 뜻밖에도 다른 학부모들이 시체 유기를 돕겠다고 자청한다. 그들은 시체 유기와 증거 인멸에 적극 협조한다. 도를 넘어선 그들의 행동에 의구심을 품던 순스케는 에리코의 집에서 학원 관계자와 사립 중학교 직원들이 함께 찍힌 사진을 발견하고 그들이 부정 입학을 모의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에리코가 미나코의 불륜상대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그 사실 때문에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마침내 모든 것을 경찰에게 털어놓겠다는 순스케의 선언 앞에서, 학부모들은 또 한번 순스케가 놀랄 만한 진실을 털어 놓는다. 범인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아이들 중 한 명 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머리가 좋아진다는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신발이 에리코의 시신 옆에 찍혀 있었고 그들은 범인이 아이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 앞에서 누가 진짜 범인인지 밝혀내는 <러시안 룰렛>과 같은 도박은 차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스케는 경찰을 찾아가기 직전 문득 자신을 친아버지처럼 따르는 쇼타야말로 에리코를 죽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순스케는 모든 것을 덮어두고 살인과 시체 유기의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입시 경쟁의 대리전을 치르는 부모들의 욕심이 성상납과 난교, 마약의 문제로 확산되고 급기야 살인으로까지 귀결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방과후>나 <악의>등을 통해 청소년의 순수한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악마적 속성을 그려냈는데, <호숫가 살인사건>에서는 아이가 범인이라는 약간은 충격적인 결말을 제시한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하였는데 이름만 들어도 불륜이 연상되는 야쿠쇼 코지가 출연한다. <실락원>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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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네 고만물상 (보급판 문고본)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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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부터 옛날 소품들을 파는 <나카노네 古만물상>, 그곳의 주인 나카노와 그의 누님 다미야, 아르바이트생 다케오와 화자 히토미가 그려내는 담백한 수채화 같은 이야기들이다. 열두 편의 에피소드들은 기승전결을 갖고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소재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 오후 여느 평온한 가게에서 있었을 법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그들 각각의 연애담이 끼어든다. 

부인이 있지만 세련된 사키코라는 여자와 불륜을 벌이는 나카노, 한때 자신이 차버렸던 이혼남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는 다미야, 괴롭힘을 당하다 새끼손가락을 사고로 잃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버린 과묵한 나카노와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화자 히토미의 어설픈 연애담까지 각각의 연애는 또한 그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우연히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배려하고 걱정하는 것, 그리고 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그것이 생계와 관련된 공간일 경우에는 말이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나카노네 古만물상>을 거쳐가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사장인 나카노마저  정식 앤티크 취급을 위해 가게를 그만 둔다. 그래서 그들은 우정으로 맺어질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소설을 읽는 동안 시이나 깃페이가 내내 떠올랐다. 나카노 역으로는 시이나 깃페이 외에 누가 어울릴지 생각할 수가 없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큰 히트를 치지는 못하겠지만 고정팬을 확보할 것이 틀림없다. 소설 뒷 표지에 쓰여 있는 <마이 페이스 인생>이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뇌어 본다. 듣기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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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파스티스 -상
피터 메일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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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쇼는 영국 광고업계에서 성공한 후 미국 광고계의 거물인 지글러와 손을 잡고 글로벌 광고계로 진출한다. 하지만 사이먼은 막상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허탈해한다. 사이먼은 살던 집은 사치가 심했던 전처 캐럴라인에게 넘겨주고, 동료인 어니스트가 휴가를 다녀오라는 조언에 따라 프랑스 남부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프로방스에 머물게 된 사이먼은 니꼴이라는 여자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수리된 차를 니꼴이 영국까지 몰고 와준 인연으로 둘은 만남을 갖게 되고 니꼴은 사이먼에게 호텔 경영을 권유한다. 사이먼은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뛰어들고 어니스트와 니꼴의 조력에 힘입어 곧 그럴듯한 호텔을 짓는다. 이름은 그 지방에서 인기 있는 술 이름을 따서 '호텔 파스티스'라 짓는다. 하지만 난관이 몇 가지 있었는데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저널리스트 엠브로스 크라우치가 '호텔 파스티스'는 고풍스러운 도시를 망치는 개발 사업이라며 딴지를 걸어왔고 거물 마피아 앙리꼬는 '동업 제의' 라는 명목 하에 이권을 요구해 온 것이다.

한편 전과범인 '대장'과 죠죠 등은 저축 은행 경비에 허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곳을 털 준비를 착착 진행한다. 그들의 계획은 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 불꽃놀이와 록음악으로 시끄러운 틈을 타 하수구를 통해 은행 바닥으로 잠입하여 폭발시킨 후 다음날 교통정체가 극에 달한 때에 사이클로 탈출한다는 계획이었다. 7월 14일 그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다음날 사이클을 타고 빠져나오는 그들을 경찰은 교통체증에 막혀 눈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으니 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그들을 본 호기심 많은 미국 청년 분 파커가 자신도 대열에 끼어 라이딩을 한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헐떡거리는 그들의 주머니에서 빠져 나온 돈 뭉치를 본 파커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예감대로 '대장'은 파커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 파커는 미국계 거물 기업인의 아들로 잠깐 '호텔 파스티스'에 머물던 청년이었다. 사이먼은 몸값을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돈을 받은 '대장'과 죠죠 일당은 프랑스를 뜬다.

엠브로스 크라우치는 죠죠 일행이 턴 은행에 자신의 포르노 사진을 남겨둔 탓에 곤경에 처할 것이고, 앙리꼬 역시 죠죠 등에게 여권을 만들어주고 받은 현찰 때문에 세관에 잡혀 불쾌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었다. 파커는 아들을 구하는데 애써준 사이먼을 자신의 기업 광고 책임자로 일해줄 것을 권하고 사이먼은 이를 수락한다. 어니스트는 호텔 경영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알고 남기로 한다.


<호텔 파스티스>는 헐리우드 영화의 잘 쓰여진 각본과 같은 소설이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허구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주인공 사이먼은 모든 것을 소유한 부유한 기업인이고 오직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전직을 한다. 집사 역의 어니스트는 젠틀한 영국 신사 이미지로 시종 일관 사이먼을 보좌하고, 아름다운 니꼴은 세심하고 자상한 성격마저 지녔다. 심지어 도둑놈 일당도 유쾌한 이미지로 사이먼의 골칫거리들을 말끔히 해결해주고 퇴장한다. 시간 때우기용 소설로는 그만이다.  


오랫동안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승진과 동시에 발령이 났고,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낯선 업무에 적응해야 했다. 새로운 발령지까지의 거리 때문에 4륜 구동 화물차를 팔고 연비를 생각해서 승용차를 사야했다. 전철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이런 생활이 적어도 일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우울하다.


차를 세차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팔기 전에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세차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차값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은 알고 있었다. 그저 정든 차와 함께 했던 기억들도 떠나가는 것 같아서 오밤중에 세차장에 간 것 뿐이다. 팔아버린 차는 구식 차다. 오토미션을 달고 있긴 했지만 VDC같은 안전 장치는 물론이고 흔한 ABS나 에어백도 없었다. 딸랑 두 명만 탈 수 있어서 여자동료는 옆자리에 앉고 화물칸에는 남성 주취자들이 앉아서 어디론가 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차와 내가 서로를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새로 산 차는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켜지고 자동으로 뒤차의 라이트불빛을 감지하는가 하면 브레이크로 없어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충전까지 한다. 너무 똑똑하다. 그래서 나는 차를 타면 황송한 기분이 든다. 팔아버린 차가 한동안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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