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파스티스 -상
피터 메일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이먼 쇼는 영국 광고업계에서 성공한 후 미국 광고계의 거물인 지글러와 손을 잡고 글로벌 광고계로 진출한다. 하지만 사이먼은 막상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허탈해한다. 사이먼은 살던 집은 사치가 심했던 전처 캐럴라인에게 넘겨주고, 동료인 어니스트가 휴가를 다녀오라는 조언에 따라 프랑스 남부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프로방스에 머물게 된 사이먼은 니꼴이라는 여자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수리된 차를 니꼴이 영국까지 몰고 와준 인연으로 둘은 만남을 갖게 되고 니꼴은 사이먼에게 호텔 경영을 권유한다. 사이먼은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뛰어들고 어니스트와 니꼴의 조력에 힘입어 곧 그럴듯한 호텔을 짓는다. 이름은 그 지방에서 인기 있는 술 이름을 따서 '호텔 파스티스'라 짓는다. 하지만 난관이 몇 가지 있었는데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저널리스트 엠브로스 크라우치가 '호텔 파스티스'는 고풍스러운 도시를 망치는 개발 사업이라며 딴지를 걸어왔고 거물 마피아 앙리꼬는 '동업 제의' 라는 명목 하에 이권을 요구해 온 것이다.

한편 전과범인 '대장'과 죠죠 등은 저축 은행 경비에 허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곳을 털 준비를 착착 진행한다. 그들의 계획은 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 불꽃놀이와 록음악으로 시끄러운 틈을 타 하수구를 통해 은행 바닥으로 잠입하여 폭발시킨 후 다음날 교통정체가 극에 달한 때에 사이클로 탈출한다는 계획이었다. 7월 14일 그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다음날 사이클을 타고 빠져나오는 그들을 경찰은 교통체증에 막혀 눈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으니 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그들을 본 호기심 많은 미국 청년 분 파커가 자신도 대열에 끼어 라이딩을 한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헐떡거리는 그들의 주머니에서 빠져 나온 돈 뭉치를 본 파커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예감대로 '대장'은 파커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 파커는 미국계 거물 기업인의 아들로 잠깐 '호텔 파스티스'에 머물던 청년이었다. 사이먼은 몸값을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돈을 받은 '대장'과 죠죠 일당은 프랑스를 뜬다.

엠브로스 크라우치는 죠죠 일행이 턴 은행에 자신의 포르노 사진을 남겨둔 탓에 곤경에 처할 것이고, 앙리꼬 역시 죠죠 등에게 여권을 만들어주고 받은 현찰 때문에 세관에 잡혀 불쾌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었다. 파커는 아들을 구하는데 애써준 사이먼을 자신의 기업 광고 책임자로 일해줄 것을 권하고 사이먼은 이를 수락한다. 어니스트는 호텔 경영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알고 남기로 한다.


<호텔 파스티스>는 헐리우드 영화의 잘 쓰여진 각본과 같은 소설이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허구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주인공 사이먼은 모든 것을 소유한 부유한 기업인이고 오직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전직을 한다. 집사 역의 어니스트는 젠틀한 영국 신사 이미지로 시종 일관 사이먼을 보좌하고, 아름다운 니꼴은 세심하고 자상한 성격마저 지녔다. 심지어 도둑놈 일당도 유쾌한 이미지로 사이먼의 골칫거리들을 말끔히 해결해주고 퇴장한다. 시간 때우기용 소설로는 그만이다.  


오랫동안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승진과 동시에 발령이 났고,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낯선 업무에 적응해야 했다. 새로운 발령지까지의 거리 때문에 4륜 구동 화물차를 팔고 연비를 생각해서 승용차를 사야했다. 전철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이런 생활이 적어도 일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우울하다.


차를 세차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팔기 전에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세차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차값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은 알고 있었다. 그저 정든 차와 함께 했던 기억들도 떠나가는 것 같아서 오밤중에 세차장에 간 것 뿐이다. 팔아버린 차는 구식 차다. 오토미션을 달고 있긴 했지만 VDC같은 안전 장치는 물론이고 흔한 ABS나 에어백도 없었다. 딸랑 두 명만 탈 수 있어서 여자동료는 옆자리에 앉고 화물칸에는 남성 주취자들이 앉아서 어디론가 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차와 내가 서로를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새로 산 차는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켜지고 자동으로 뒤차의 라이트불빛을 감지하는가 하면 브레이크로 없어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충전까지 한다. 너무 똑똑하다. 그래서 나는 차를 타면 황송한 기분이 든다. 팔아버린 차가 한동안 그리울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0786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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