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사카이 마사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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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기는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모리타로 부터 8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약속장소로 나간다. 둘은 대학 시절 어느 날처럼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함께 햄버거를 먹고 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리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점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빚을 진 자신에게 접근한 수상쩍은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모리타는 '모든 것이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니 도망치라고, 너는 오즈월드처럼 되고말 것이라고' 하며 아오야기를 차에서 밀어낸다.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고 차에서 나온 아오야기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경찰들로부터 일단 도망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음이 들려온다.

매스컴은 총리, 그리고 총리 암살범 아오야기의 친구 모리타가 폭사했다고 떠들어댔다. 아오야기를 뒤쫓는 경찰들은 서슴없이 아오야기에게 총질을 해댔고, 매스컴은 아오야기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속속 제시했다.

하지만 영상 속 '아오야기'는 아오야기 자신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을 닮은 이가 사칭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최근 2년간의 일들이 아오야기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2년 전 아이돌 린카를 구해주어 매스컴으로부터 영웅처럼 취급되던 일, 지하철에서 치한으로 누명을 쓴 일, 친근하게 접근한 여성으로부터 무선헬기 조정을 배운 일 따위였다. 그리고 모리타의 마지막 말, '너는 오즈월드처럼 되고 말 거야' 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오즈월드는 케네디를 암살한 용의자로 체포되지만 감옥으로 압송되던 중 잭 루비에게 살해 당했다. 오즈월드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엔 여러가지 의심쩍은 정황이 있었지만 진실은 묻혀버리고 만다. 아오야기는 도망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후배 가즈, 그리고 첫사랑 히구치 등의 도움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

"시작 부분 기억나?" 그렇게 말한 뒤 모리타는 첫 부분을 흥얼댔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옛날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의미던가?"

"반사적으로, 대학 시절 함께 놀던 때가 떠올랐어."

"대학 시절?"

"돌아갈 고향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는 늘, 그 시절 우리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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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가즈는 노래를 그치더니 말했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라는 구절을 반복했다.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이제는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옛날에는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어느새 다들 나이를 먹고."

​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사카이 마사토 주연의 2010년판 영화 <골든 슬럼버>와 노동석 감독, 강동원 주연의 2018년 리메이크작 <골든 슬럼버>, 그리고 이사카 코타로의 2008년도 소설 원작까지 <골든 슬럼버> 여정을 마쳤다.

찬란했던 한 때는 거창한 목표를 공유했다거나, 인생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함께 매진했다거나,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목적도 없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찬란했던 게 아닐까 싶다. 목적 없이 보낸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믿음, 신뢰, 이해, 그런 것들은 어떻게 다시 만들어보려 해도 억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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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무의미한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가족이라는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최소 계약단위에 매몰되어, 살기 위해 직장에 나가다 보면 '목적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잊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함께 빈둥댔던 친구와 선후배 얼굴이 떠오르면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 도입부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를 흥얼거릴 수 밖에 없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863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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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밟았다 ㅣ 반올림 47
김지민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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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

'나'는 코덕부티라는 이름으로 SNS에서 활동중이다. 화장하는 것도, 화장해주는 것도, 화장품 교환도 좋아한다. 하지만 남자라서 거래할 때는 누나 대신 나온 척 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몽골인인 어츠기를이 전학 온다. 어츠기를 역시 화장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와 금새 친해졌다.

체육대회 날, 어츠기를이 계주에서 결승 테이프를 코 앞에 두고 넘어진다. 아이들은 일제히 어츠기를을 비난했다.

'나'도 단체줄넘기를 빼먹는다. 모상형도, 코덕부티도 모두 나라고 생각하며 어츠기를을 찾아가니 나에게 '센비노, 모상형' 이라고 말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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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밟았다

어느 날 인형 뽑기방에서 토끼를 뽑았는데 거기에 벌레가 붙어 있었다. '나'는 벌레를 상자에 넣어 키우기 시작했다. 딱히 귀엽다거나 불쌍해서 그런건 아니었다. '나'는 때로 벌레 더듬이를 라이터로 지지는 등 가혹하게 굴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언제나 '나'에게 규율을 강조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구타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폭력을 배운건지도 모른다.

강제전학을 당한 건 은규의 팔을 부러뜨렸기 때문이다. 은규는 내가 벌레 같아서 괴롭혔다고 했다. 그 말에 머리가 돌아 계단 난간을 부러뜨려 휘둘렀다.

전학 예정인 학교에서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선생님에게 책 한권을 달라고 했다. 사서 선생님은 오래되고 버려질 책 <변신>을 정성스럽게 수선해서 주었다.

아버지가 또 다시 구타하려하자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밀치고 벌레가 담긴 상자를 들고 집을 뛰쳐 나온다. 그리고 벌레를 풀밭에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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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메리 크리스마스

아빠가 2년 전 회사에서 잘린 뒤 생계가 막막해졌다. 그래서 온 가족이 달려들어 양말 포장일을 했다. 하나 포장하면 10원인 그 일을 하다 양말을 떼다 파는 일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짝퉁 양말을 사지 않았다.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곱창을 판다. 역시 장사는 신통치 않다.

친구들과 미팅을 나갔다.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 않아 오만원만 달라고 했지만 아빠는 삼만오천원을 먼저 주며 나중에 만오천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 궁상스러움에 짜증이 났다.

미팅에서 만난 오빠는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한다'고 했다. 그 말에 마음이 달떴지만 그 오빠가 '빌려서 들고 간 명품 가방이 진짜인지' 친구를 통해 물었다는 얘기와, 불쌍한 할머니의 모금함에 대해 퍼부었던 무신경한 말들 덕분에 현실로 돌아온다.

크리스마스 날, '나'는 아빠에게 받은 돈으로 선물을 산 뒤 팔다 남은 곱창을 뎁혀 동생과 나눠 먹으며 부모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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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를 사랑한 지구인

진몽은 휴대폰을 딱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진몽은 SNS 팔로워 수와 좋아요, 그리고 딱지와 소통하는 시간들이 현실의 관계보다 중요했다.

학교에서 휴대폰을 수거할 때 진몽은 딱지를 숨겨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담임에게 걸려 딱지를 빼앗기고 만다.

금단 증상에 시달리던 진몽은 담임선생님 책상 서랍에서 딱지를 훔쳐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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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에 갇힌 날

도박중독에 빠진 아빠를 참지 못한 엄마가 마침내 이혼을 결행한 뒤, 은유와 엄마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간다. 제일 꼭대기 층이니까 펜트하우스라며 엄마는 씩씩하게 말했다.

그날 집 안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뛰어든다. 고양이 주인인 듯한 검은 마스크의 여자는 고양이 이름이 '밤이'라고 했다. 그 여자는 집 안에 한참을 머물며 고양이를 데려가려 했지만 고양이는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가 돌아간 것은 다음날이었다.

어느 날 검은 마스크 여자를 다시 만났다. 여자는 온유를 집에 들인 뒤 까르보나라 불닭 볶음면을 대접했다. 그리고 온유의 집에 전에 살던 폭력적인 성향의 남자가 하늘이라는 고양이를 죽인 일, 밤이가 그 집에 간건 하늘이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는 일 따위를 이야기 했다.

그날 엄마는 하루 종일 마트에서 수박을 팔다가 마트 앞 트럭에서 파는 싼 수박을 사왔다. 엄마와 온유는 수박에 하얀 설탕을 뿌려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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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지민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소설가이다. 아이들과 접점이 많아서인지 작품 속 풍경들이 아이들의 정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작품을 관통하는 소재는 '폭력'과 '가난'이다. 폭력과 가난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 힘에 압도당해 더 중요한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되기 쉽다. 그래서 왕왕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되어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거나, 가난에서 손쉽게 벗어날 방법에 골몰해 도박이나 한탕주의에 빠져들기 쉽다.

작가는 그런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좀 더 가치있는 삶을 영유하길 바라며 소설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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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68
박선희 지음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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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몽주는 지어진 지 30년이 다 된 구라파식 집에 산다. 집은 처음의 산뜻한 모양새를 잃고 서서히 낡아가고 있는데, 담이 기울었고 테라스 타일이 깨졌으며 마루가 꺼졌다.

집이 낡아감에 따라 가족들도 해체되는 듯 했다. 아버지는 무기력하게 PC방을 운영했고, 엄마는 '낭만'을 찾으며 에스프레소 향에 취해 하루를 보냈다. 오빠 일구네는 분가해 나갔고, 자기 앞가림만 하던 언니는 목하 열애중이다.

몽주는 부쩍 외로움을 타는 할머니를 위해 도현, 무열 등과 함께 마술을 배워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려 하는 한편 도서관 사서 꽁지머리와 사귀어 보려 애를 쓴다. 하지만 쉽게 돌아가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 꽁지머리는 자기가 동성애자임을 고백했고 가족들은 저마다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카운터에 앉아 야동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 커피전문점 사장과 불안한 사제관계가 된 엄마, 집안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입양하려하는 오빠네, 그리고 흑인 이슬람 교도와 사귀는 언니.

낡아버린 집을 수리하면 가족들의 끈끈한 유대도 다시 돌아올까 싶어 몽주는 모아둔 돈을 헐어 친구들과 함께 집 수리를 시작하는데... 과연 집이 수리되면 가족들도 정상궤도로 돌아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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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잠깐 2층 양옥집에 산적이 있다. 양림동 기독병원 앞이었다. 당시 그 집을 어른들은 이태리식 양옥집, 또는 집장사집이라 불렀던 것 같다. 구라파식 집은 이태리식 집과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비슷비슷한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그 동네는 철거된 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집이 철거되기 직전 동네 분위기는 참 을씨년스러웠다. 지금이야 어느 지역이 재개발된다 하면 한 몫 잡는 경우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재개발로 원주민이 이익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워낙에 낙후된 동네라 땅 값어치도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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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은 소재가 참 매력적이고 집과 가족을 연계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맛깔스러운 소설로 기억되진 못할 듯 하다.

작가가 이야기 속에 풍덩 뛰어들어 한바탕 놀다 나오지 못하고 물가에서 막대기로 조금 지분대다 만 느낌이랄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쌓이다 결국 터져나와 소설이 되었다기 보다는, 괜찮은 소재와 아이디어로 어찌어찌 책 한권을 엮어낸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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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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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에 나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인천 계산동에서 1500번을 타고 명동에 있는 직장에 나갔다.

당시 명동엔 일본 관광객들이 많았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이랏샤이마세'를 연방 외쳐댔고, 일본 아줌마들은 배용준 브로마이드 앞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여고생들처럼 꺄르르 댔다.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중앙우체국 앞에 파룬궁 수련자로 보이는 중국인들이 인체의 신비전을 연상케 하는 브로마이드를 걸어놓고 포교활동인지 선전활동인지를 할 뿐이었다.

집에 돌아갈 때는 서울역까지 걸어가서 국철을 탔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덜컹거리는 전철에서 책을 읽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치 책을 읽기 위해 아침 일찍 계산동에서 명동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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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었다. 인천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친근하게 읽을법한 책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표절한 것 같다는 의구심은 들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레이먼드 챈들러의 문체를 배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책은 재미가 있었고, 쿨했다. 박민규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했다.

<핑퐁>과 <카스테라>를 읽노라니 표절에 대한 작가의 뻔뻔한 태도가 엿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와 분위기, 구성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이나중 탁구부>의 작가 미노루 후루야의 아이디어도 훔친다. 나중에 박민규는 <시마 과장>으로 유명한 히로카네 켄시의 <황혼유성군>도 표절했다. 도둑질을 하고도 책이 잘 팔리니 대담해진건지, 애초에 그런 정도의 상도덕이 없는 무뢰배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자를 바보취급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 박민규가 이상문학상도 타고, 황순원문학상도 탔다. 뭔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민규의 책은 통속적인 재미는 확실히 보장해주지만 엄연한 표절작가인데 문학판에서 몰라서 그러는건지, 알고도 밀어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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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일정 권수를 넘어서면 집안을 침범한다. 주기적으로 스캔한 뒤 처분해줘야 한다. 신경숙, 이문열, 공지영의 책을 내다버려 50여권의 공간을 확보했다. 이번엔 박민규다. 표절작가는 언제나 책꽂이의 말석을 차지하다가 버려질 처지다.

<죽은 왕녀의 파반느>를 읽는다. 표절작가라고 비난하고 버리겠다고 마음 먹은 상황에서도 읽지 않고 버리지는 못하는 못난 결벽이다.

잘생긴 배우 아버지에게서 버림 받은 뒤 누구나 못생겼다고 외면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쏟는 주인공, 아픈 가족사를 숨기고 명철한 태도로 세상을 관조하는 우울증 환자 요한,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나 장편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하게 한다. 표절작가의 작품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누구의 작품을 베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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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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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다니기 위해 인천으로 올라온 것이 1994년이었다. 그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기상 관측 이래 첫 번째 던가 두 번째 더위라 했다.

동아리에서 빈민활동 참가자를 모집할 때 나는 별 고민 없이 손을 들었다. 본가라 해도 내가 돌아갈 곳은 경로당 한쪽에 덧붙인 방 한 칸이었으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때 빈민활동을 나간 곳이 인천 만석동이다. 만석동이나, 내가 자취하는 용현 5동의 기찻길 옆 단칸방이나 도긴개긴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두고 블록과 슬레이트로 대충 얽어 더위와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집, 끊임 없이 올라오는 골목의 하수구 냄새, 그리고 재래식 화장실.

8박 9일 동안 내 임무는 들통을 짊어지고 재래식 화장실에 소독약을 뿌리는 일이었다. 한 집 한 집 찾아가 빈민활동 나온 대학생이라는 간단한 소개를 마친 후 화장실 위치를 물어 소독해 주는 그 일은 퍽이나 단조로웠다.

그리고 어느 집에서였던가... 화장실 안내를 해주면서 몹시 부끄러워하는 여중생을 만났다. 마치 자신의 치부라도 들킨 양, 아이는 얼굴을 붉혔다. 그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집에서 가장 누추한 공간을 타인에게 보여줘야 하는 그 상황이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가난은 겪지 않아도 좋을 많은 것들을 강제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 체험들은 모여 슬픔이 된다. 슬픔은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고여 있다가 다른 슬픔 한 방울이 더해지면 넘쳐 흐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슬픈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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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바닷가에 '고양이 섬'이 메워지며 육지가 된 후 판잣집들이 들어섰다. 고양이 섬은 '괭이부리말'이라는 이름에 그 흔적을 남겼지만 원주민이 아닌 사람들은 그곳을 행정동인 만석동이라 불렀다. 바로 내가 1994년부터 몇 해를 여름이 되면 들통을 짊어지고 돌아다녔던 그곳.

소설은 그 괭이부리말을 배경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쌍둥이 숙자와 숙희, 부모가 죽거나 그들로부터 버림받아 오발탄처럼 살아가는 동수와 명환, 괭이부리말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그곳을 부끄러워하는 교사 명희,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영호의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가난이라는 채찍이 노상 그곳에 사는 부모와 아이들을 때려대니, 괭이부리말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행과 함께 살아간다. 알지 못해도 좋을 일을 알게 되고, 경험하지 않아도 좋을 일을 겪은 아이는 일찍 어른이 된다. 일찍 어른이 된 아이의 눈보다 슬픈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6712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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