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 압도적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의 7단계 성장 전략
윤대현.장은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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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인식

-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에 방어벽을 세워선 안된다

- 구성원들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구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 나의 장점과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인식의 시작이다

- 행동변화를 원할 때는 상대 의견을 묻는 '열린 질문' 소통이 효과적이다

2. 내적수용

- 부정적 피드백을 성장 기회로 삼는다

- 문제점과 취약성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서 내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는

'메타뷰' 훈련이 긍정적 수용에 도움이 된다

- 커리어 실패를 겪었을 때는 환경 변화보다 원인 파악이 먼저다

- 자신의 문제점과 욕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자기대면'이 필요하다

- 타인의 인정은 내가 일하는 목적이 아니라 내 노력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

- 자포자기는 올바른 수용 태도가 아니다

3. 관점전환

- 문제 상황 발생 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상황과 반응을 분리하라

- 관계에 있어 적정한 마음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완벽주의는 타인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 완벽주의는 마이크로매니징, 의사결정 지연의 부정적 측면이 있다

4. 한계극복

-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리더가 역기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리더십 디레일먼트'라고 한다

- 디레일먼트에 빠졌을 때 주변 도움과 상사의 신임이 큰 심리적 자산이다

-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일단 시도하기'로 새로운 성공 경험을 쌓아라

- 불편하고 어려운 만남일수록 만남을 '구조화'하여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때는 성과 보다 사람 마음을 얻어라

- 이질감이나 우월감보다 호혜성을 바탕으로 한 상호 이득에 주목하라

-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스폰서를 찾고, 직면적 소통보다 '메타포'나 유머를 활용하라

5. 회복탄력성

- 긍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마음의 근력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 과도한 자기감찰을 지양하고, 즉각적으로 행복감을 주는 행동 목록을 작성하라

- 거절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할 과제로 인식하라

- 잘못을 인정하면 권위가 낮아질 것 같다는 불안감을 버리라

- 사과에는 진정성이 중요하고, 문제 원인 파악과 시스템 개선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6. 지속가능성

- 성공 이후 번아웃과 함께 정체기가 찾아오는 현상을 '플래토 이펙트'라고 한다

- 단기적 달성 가능 목표가 아닌 자신만의 장기적 비전을 찾아야 한다

- 개인의 성공을 조직의 성공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

- 마음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는 자기비판보다 자기연민이 필요

- 우선순위를 만들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

- '결정 피로'가 찾아왔다면 결정을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

7. 자기경계

- 리더에게 '자기경계'는 필수 요소다

- 성공 이후 심리적 보상(쾌락 시스템)이 과도하면 문제 행동이 일어난다

- 꼰대는 자신의 과거 성공 방식을 강요하는 일방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고집스런 면모가 나타난다

저자 윤대현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고, 장은지는 조직과 리더십 컨설턴트다. 총 7개 장, 17개 케이스 스터디로 구성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케이스들을 읽어 나가노라면 내 얘기인가 싶은 이야기들도 있어 사뭇 공감되는 면이 많다. 새로운 직장의 부서장으로 발령 받은 날, 퇴직을 앞둔 선배가 선물로 보내준 책인데 이제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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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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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신입생으로, 지은 지 오래된 기숙사 '노퍽관'에 배정된 후 친하게 지내던 위키, 버스 등과 만난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칼리, 야묘, 샤오완, 산산 등 여학생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된 뒤에는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자기소개 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 학생회 간사이자 4학년인 아량이 끼어 들고, 이야기는 기숙사에서 일어났던 불행한 화재사건, 괴담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노퍽관 지하실의 악마 소환 의식이 언급되자 호기심이 동한 일행은 실제 화재 현장으로 가보기로 한다.

이스트베스 백작이 과거 악마를 소환하려 했다는 지하실을 직접 방문한 일행은 분위기가 으스스해지자 버스의 제안에 따라 '초혼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 게임의 목적은 아화를 골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버스를 시작으로 한 명씩 사라지게 되고, 그 과정이 기숙사에 전해 내려오는 7대 불가사의의 스토리와 맞아 떨어지게 되면서 일행은 패닉에 빠지고 만다.

찬호께의의 소설 중 백미는 재작년 태국 여행 중 읽었던 <13·67> 이다. 1967년 부터 2013년 까지 홍콩의 역사를 배경으로 범죄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수수께끼 풀이와 홍콩의 특수성을 절묘하게 배합한 수작이다. 그 후 <기억나지 않음, 형사>, <망내인>을 읽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다소 진부했고, <망내인>은 해커라는 사기적 설정이 수수께끼 풀이의 본질을 훼손하는 느낌이었다.

<염소가 웃는 순간>은 앞에 언급한 두 작품에도 미치지 못한다. 청춘이 주는 발랄한 분위기 외에는 일본식 괴담과 기숙사 전설, 오컬트적 분위기를 버무린 B급 작품이다.

과거 기숙사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의 생존자 즈메이는 사건 이후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난다. 친구를 만들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던 즈메이는 주인공 아화가 호의를 베풀자 아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행과도 어울리고 싶다고 생각하다 사념을 일으키게 된다. 이 사념이 자신이 어릴 적 읽었던 <멘데스 이스트베스 경의 주술에 관한 비밀>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한바탕 꿈 속 세계를 창조하고, 말려든 아화 일행이 하나씩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아화는 어느 순간 꿈 속 세계가 즈메이의 과거와 상처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를 설득해 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작품은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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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초상 - 김인환 에세이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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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인환은 1946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1972년 <현대문학>으로 평단에 나왔다. 다수의 평론집을 저술했고, 1979년 부터 2011년 고려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자본론정신분석

한문영어독불일

판본평전문학사

항불망집중세부

이상의 칠언절구 비슷한 말은 문학평론을 위해 "자본론과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한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며, 문학사는 판본에서 평전을 거쳐 문학사 연구로 끝나며, 공부는 대충 해서는 안 되고 항상 세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깨달음을 요약한 말이다.

본서 <근대의 초상>은 위 가르침 중 첫번째 <자본론>에 대한 요약 및 짧은 단상, 그리고 <자본론 절요>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니 절로 대학교 1학년 시절 세미나 시간에 읽던 <노동자의 경제학>과 그 다음 교재였던 김수행의 <정치경제학원론>, 그리고 <자본론>이 떠올랐다. 94년도 대학가에서 읽히던 <자본론>은 비봉출판사에서 출간한 주황색 하드커버 책이었는데 뜻한 바 있는 학우들과 대학원 진학을 목적으로 읽는 학우들 외에는 대부분 2권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다만 <정치경제학원론>만은 다들 여러차례 반복해서 공부한 기억이 난다.

어쨌든, 김인환은 자본론의 기본 개념을 도표나 수식도 몇 개 없이 말로 줄줄 풀어낸다. 상품, 화폐, 자본, 잉여가치, 이윤율, 평균이윤율 저하의 법칙, 사회적필요노동량, 그리고 상업자본과 토지소유자의 분유, 계급의 구성과 공산주의까지...

그런데 <자본론>, 혹은 90년대 당시 표현을 빌어 <정치경제학>에 관한 기본 개념 없이 이 책을 읽어내고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자본론>과 문학 평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조차 없다. 어찌보면 <자본론>을 읽고 극단적인 분량으로 발췌한 원고 느낌이랄까.

저자는 독자 타깃을 <자본론>에 관한 문외한으로 두었으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편 <자본론>을 읽었거나 최소한 <정치경제학원론>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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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교화장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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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C시 방송국 <꿈을 만나다>팀은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제자가 은사를 찾아가 깜짝 이벤트를 열어준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하지만 당초 기획 의도와 달리 이벤트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제자 샤오뤄(뤄자하이)가 은사 천선생을 만나자 마자 꽃다발 사이에 숨겼던 칼을 빼들어 천선생을 찔러버렸기 때문이다. 뤄자하이는 곧이어 선생의 어린아이를 인질로 삼은 뒤 경찰과 대치한다.

전작 <심리죄:프로파일링>에서 사건 해결에 기여했던 대학원생 팡무가 본작 <심리죄:교화장>에서 경찰이 되어 등장하는데, 그가 교섭인으로 투입된다. 팡무는 뤄자하이를 차분하게 설득하여 칼을 내려놓게 하는 데 성공한 뒤 범행 동기를 듣게 된다.

뤄자하이에게는 션샹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션샹은 강박적으로 자신의 신체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지 우려했다. 그녀는 과거 신원불상의 남성에게 강간을 당다. 범인은 "네 몸 속에는 이제 나의 뭔가가 남을 거야. 넌 평생 그 냄새를 갖게 될 거야"라는 암시적 발언을 했는데, 이로 인해 션샹은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게 된다. 하지만 뤄자하이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서 션샹은 차츰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게 되었다.

문제는 같은 대학 쌍난난이 션샹의 담임이었던 천선생으로부터 '션샹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소문을 내고 다니면서 시작된다. 션샹은 광증이 도져 피가 날때까지 자신의 피부를 문질러 닦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션샹은 뤄자하이에게 복수를 종용하며 죽게 되고, 뤄자하이는 쌍난난과 천선생을 죽이고 만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 뤄자하이는 재판에 회부된다. 팡무는 뤄자하이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었으나 그가 사형 당할 것은 명백해 보였다. 그런데 뤄자하이의 변호사 장더셴이 뤄자하이를 탈옥시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탈출한 뤄자하이에게 Z 선생이라는 자가 접근하여 일단의 무리들을 소개하는데, J선생(장더셴), Q양(취루이), T군(탄지), H선생(황룬화)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과거 어떤 실험에 의해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고, 이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외상을 겪게 된 터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외상을 극복하기 위해 원인을 제거하고자 했다. 바로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던 과거의 인물을 찾아내 살해하는 것이 그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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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는 행동수정이론을 통해 인간은 오직 '강화'에 의해서만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은 문제가 있었지만 공포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EMDR(고통스러운 기억을 회상하며 눈동자를 움직임으로써 심적 외상을 치료하는 방법)과 홍수요법(안전한 조건에서 공포 상황에 노출 시킴으로써 공포를 이겨내게 하는 방법) 등에서 진전을 보였다.

이러한 스키너의 주장에 강하게 공함한 이가 저우전방이었다. 그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반성하며 스키너의 학설에 따라 인간을 과학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행동공학'으로 인류 사회를 새로이 구축하는 것, 그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는 장더셴, 취루이, 탄지, 황룬화 등에게 범죄적 상황을 만들었다. 부녀가 성행위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대로변에서 옷을 찢어버려 수치심을 갖게 하였으며, 어린아이를 납치해 극장에 방치함으로서 방향 감각을 상실케 만들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여성이 자신 때문에 자살했다고 믿게 만들었다. 이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귀신이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생각한 어린아이가 투신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뒤늦게 자신의 행동공학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깨달은 저우전방은 자신의 이름을 저우궈칭으로 개명한 뒤 고아원을 설립해 속죄의 길을 걷지만, 자신의 제자 양진천의 신념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양진천은 더욱 발전된 형태의 실험을 지속했고, 그의 비서 천저 역시 양진천의 야망에 합류했다. 결국 천저가 완전히 왜곡된 교화장을 추진하면서 장더셴, 취루이, 탄지, 황룬화, 뤄자하이가 모여 과거 실험에 참여했던 범인들을 추적해 퍼포먼스 살인을 결행한다.

한때 세계를 변혁할 수 있다는 거대 담론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유물론을 기계적으로 해석한 이들은 '인간이란 얼마든지 환경 변화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라고 믿었다. 그들은 인간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의지는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환경과 교육의 중요성만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한 '세뇌'의 결과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실험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레이미는 저우전방이 문화대혁명의 반성으로 교화장을 계획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트라우마 치료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이야 말로 행동공학 오류를 현실에서 재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소설에서 저우선생은 천저를 양진천으로 오인해 살인한 뒤 자살하고, 양진천은 자신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믿었던 아들 양잔에 의해 살해된다. 인간의 의지는 '상대적 자율성'이 아니라 '의지적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의 의지를 과학이나 이론의 틀 안에 가두어 재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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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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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6일, 회사원 이치로이 고즈에가 자택에서 거구의 남성에게 습격 당한다. 남자는 덤벨로 이치로이 고즈에의 머리를 강타한 뒤 포장용 비닐끈으로 목을 졸랐다. 하지만 이치로이 고즈에가 강하게 저항하자 남자가 덤벨을 떨어뜨렸고, 이를 주워든 고즈가 괴한의 머리를 가격했다. 남자는 피를 흘리며 현장에서 도망쳤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수첩을 떨어뜨린다.

수첩에는 하사타니 코지로(42세), 야토쿠라 미사토(12세), 가마츠카 요시부미(77세), 그리고 이치로이 고즈에(28세)가 순서대로 적혀 있었고 살해 방법과 범행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 등이 적혀있었는데, 앞 선 세 명은 이미 시체로 발견되었기에 연쇄살인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그 수첩이 에키나가 고등학교 학생 수첩이었기에 범인은 금방 특정되어 잡힐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용의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사건은 끝내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

4년이 지난 2001년 12월 31일 월요일 오후 4시 30분, 모처에서 연미회라는 모임이 열린다. 모임 회원은 전현직 경찰, 탐정, 미스터리 소설가 등으로 목적은 과거 미궁으로 빠져버린 이치로이 고즈에 사건의 진범을 밝히는 것이다.

이치로이 고즈에는 모임에서 처음으로 용의자의 이름을 들었다. 구츠와 기미히코, 에키나가 고등학교 2학년.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비밀에 붙여졌던 정보다. 그는 범행을 벌이기 전인 1997년 2월 17일 가출, 6개월 뒤부터 상술한 인물 세 명을 죽인 후 이치로이 고즈에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모임회원들은 각자의 추리를 시작해 나갔다.

미성년자에 불과한 구츠와 기미히코가 4년이나 행방이 묘연하다면 이미 자살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시작으로 사소한 단서들에 이야기의 살이 붙어 나갔다.

먼저 그가 범행 당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점에 비춰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알리려는 목적이 있음이 분명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 살해당한 사람들 사이에 미싱링크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설, 실제 살해하려 했던 것은 한 명일 뿐 나머지 사람은 위장일 것이라는 가설도 주장되었다.

이야기가 달아오르자 급기야 첫번째 희생자 하사타니 코지로의 내연녀 토네리 히로미가 구츠와 기미히코가 증오한 동급생과 동명이라는 점을 들어 사실은 토네리 히로미가 구츠와 기미히코였고 둘은 동성애 관계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어떤 가설은 그럴싸 했고 어떤 주장은 근거가 미약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네 명 모두 신문 독자투고란에 글이 실린 이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였다.

밤이 깊도록 회원들은 이런저런 추리를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치로이 고즈에의 남자친구 시가타가 도로에 서 있다가 누군가에게 떠밀려 사망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었지만 끝내 본래 사건과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은 채 모임은 종결된다.

모임이 파한 후 현직 경찰이 이치로이 고즈에를 집에 바래다 주면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추리를 들려준다. 구츠와 기미히코는 사실 그가 실종된 날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이치로이는 그제서야 모든 것을 털어놓고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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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츠와 기미히코가 고즈에를 습격한 것은 1997년 2월 17일이었다. 하지만 고즈에의 강한 저항과 반격으로 오히려 치명상을 입어 사망하고 만다.

고즈에는 구츠와 기미히코가 누군지, 왜 자기를 습격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시체를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만 골몰하다 남자친구 시가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시가타는 고지식하게 경찰에 자수할 것만을 권유했고, 화가 난 고즈에에게 떠밀려 운행중인 차량에 치어 사망하고 만다.

고즈에는 고심 끝에 수첩에 쓰인 두번째 범행 대상 하사타니 코지로를 찾아가 사건 일체를 고백하고 그와 함께 사체를 처리한다. 하지만 약점이 잡힌 고즈에는 하사타니 코지로의 성노예로 전락하고, 고즈에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첩에 적힌 인물들을 죄다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첫 장을 찢어버린 뒤 자신의 이름을 제일 마지막에 적어 자신이 마지막 피해자인 척 행세한 것이다.

다소 억지스런 전개와 황당한 우연의 연속, 고즈에가 흑화해 경찰도 살해한 뒤 구츠와 기미히코와 같은 반이었던 여학생 전체를 범행 대상으로 확장하는 결말 등은 습작 티가 팍팍 나는 대목이지만, 단순해 보이는 사건 이면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끌어모아 또 다른 진실로 접근하는 전개는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그날밤의 거짓말>를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실로 나아가지만, 진실 그 자체에 이르지는 못한다. 절대진리를 찾아가는 여행은 언제나 실패했고, 절대정신의 깃발을 들어올리는 순간 가장 반동적인 거짓이 되기 마련이므로.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93450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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