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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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수상록』

미셸 드 몽테뉴 (지음) |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펴냄)

죽기 전에 읽어봐야할 인문고전 목록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몽테뉴의 "수상록"이다. "수상록"이라고 하니 뭔가 묵직하고 어려운 내용이 가득일것 같지만 의외로 잔잔하고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수상록의 원제는 '에세'(우리가 에세이라고 알고 있는)로, 몽테뉴가 인생의 경험들을 쌓은 후에 삶을 통찰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들이 몽테류로 하여금 수상록을 집필하도록 이끌었을까.

사람은 희노애락을 겪으며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맛보게 되지만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한층 더 무르익은 깊이를 가지게 하는 것은 기쁜일보다 슬프고 힘든 일이 대부분이다. 몽테뉴가 수상록을 집필하기 시작한 시기도 아버지의 죽음, 형제의 죽음. 친한 친구의 죽음, 딸의 죽음을 겪어낸 시기와 맞물린다고 하니 몽테뉴의 깊이와 성장 또한 상실과 슬픔, 아픔 이후인 것이다.

시카고플랜 시리즈의 "알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수상록"의 두께는 독서의 시작을 기쁘고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20년에 걸쳐 쓰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는 수상록의 원전은 천 페이지가 넘는(사실은 이것도 완전한 완역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수상록"을 통해 3권 분량의 방대함을 주요 장만 추려 친숙하고 부담없는 두께로 만나게 된 것이다. 수록된 각 장의 주제 또한 친근하다. 우정, 양심, 종교, 습관, 고독, 사회, 관습 등 살아가며 경험하고 고민하는 주제들이다. 사소해서 그냥 지나쳤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들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주제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나 일화들을 열거하며 조곤조곤 얘기하듯 풀어나가는 몽테뉴의 어조는 여유와 체념(포기 보다는 포용에 가까운), 달관한 자의 향기를 뿜는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특별하게 재미있다거나 드러나는 교훈을 담고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수상록을 두고 '살기 위해 읽는 책', '어려움에 처했을때 읽는 책'이라고 한다.

인생의 고비를 만나게 되었을 때 젊은 피의 혈기들은 그 고비를 깨부숴야하는 적처럼 공격하고 저돌적으로 헤쳐나가려 한다. 그에 반해 몽테뉴는 '그게 과연 절대적일까? 옳은 것일까?'하는 의심과 의문을 던지며 좌절을 경험한 자들이 가지는 달관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자신과 영혼을 짓누르는 짐을 내려놓지 않으면 움직일때마다 더 크게 압박을 느끼게 된다. - p.108

명예로운 사람들은 양심을 잃기보다 명예를 잃는 쪽을 택한다. - p.175

용기 있고 궁극적이고 아름답게 죽음을 대하는 방법은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걱정 없이 죽음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향한 삶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좇는 것이다. - p.189

중간 중간 밑줄 긋고 싶은 빛나는 문장들이 많았다. 사람의 일생을 두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줄 문장으로 압축할 수 없는 그 사이의 과정에서 성공보다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몽테뉴의 수상록이 진짜 필요한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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