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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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드모파상 (지음) |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펴냄)

단편소설 <목걸이>로 유명하고 친숙한 모파상.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모파상의 4편의 단편 모음집 <무슈 파랑>이다.

글의 길이가 길어야 스토리가 탄탄하고, 메세지와 감동의 크기도 글의 길이와 비례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준 작가이기도 하다. 모파상의 여러 단편들 중 '목걸이'와 '비곗덩어리'를 우선적으로 떠올릴만큼 그의 소설은 강렬하다. 자극적인 단어와 표현없이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들을 평이하게 표현하면서도 그의 메세지는 힘을 잃지 않는다. 이제껏 국내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국내 초역의 단편들이 모파상의 색을 잘 드러내어줄꺼란 기대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모파상의 소설들을 모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본 몇편의 단편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살면서 드러내는 인간의 본성이 선천적 요인이 주요한지 후천적 요인이 주요한지에 대한 학자들과 일반인들의 갑론을박도 뜨겁다. 모파상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본인들에게 내재된 선과 악의 마음들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어떻게 드러나고 어떻게 감추어지는지가 보여진다.

순수한 선의와 사랑이 악의를 뉘우치게 하고 용서를 구하는 식의 해피엔딩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악의를 승리자로 그리지도 않는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이루어지지 않는 정의에 대한 분노와 인간성에 대한 고찰, 소설과 현실이 오버랩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생각할거리가 많은 작품들인 것이다.

무슈 파랑의 수록작품 중 첫번째 단편인 '사랑'은 누군가의 유희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헙, 생과 사를 가르는 이별,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을 사냥꾼과 상오리를 통해 보여주었다.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에서는 지소르에서 술주정뱅이를 왜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이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그 기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정조와 미덕의 여성에게 주어지는 장미관을 받을 여성이 없자 남자인 이시도르가 장미관을 받게 되지만 부상으로 받은 금화를 술로 탕진하며 타락하고 만다. 행운이 그를 변화시킨 것일까, 잠재된 본성이 드러날 경제적 여유가 그간 없었던 것일까? 로또 1등 당첨후 당첨 전보다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후일담들이 떠오르며 현실적인 시각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 편에서도 진실과 거짓의 줄타기를 하는 사보의 얍삽함, 마리팀 신부 또한 정적의 약점을 미끼로 삼는 비겁과 치사함을 보였다.

단편 모음집의 제목이기도 한 '무슈 파랑'은 아내와 친구의 외도, 아들이라 믿고 사랑했던 조르주가 사실은 외도의 결과였음을 알게 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했던 노력들과 아들에 대한 놓을 수 없었던 사랑과 그리움은 그들을 떠나보내고 보낸 이십여 년의 세월동안 파랑을 피폐하게 만든다.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모파상의 글이 주는 힘인거 같다. 목걸이와 비곗덩어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편들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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