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앰버슨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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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부스 타킹턴 (지음) |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내 말은 우리가 가진 것들과 우리 생각에 참으로 견고해 보이는 것들은 사실 연기와 같다는 얘기야. 그리고 시간이란 그 연기가 올라가 사라지는 하늘과 같은 거지.

- 위대한 앰버슨가, 본문 162페이지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우물 안에서 나고 자란 개구리는 제가 속한 세상의 전부가 우물이라 믿고 우물 위로 보이는 동그란 하늘이 이 세상 하늘의 전부라 의심없이 믿는다. 아마도 조지의 우물은 앰버슨이라는 가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앰버슨 가문의 일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들먹거리는 이 젊은이의 오만은 그의 어머니 이저벨을 제외하고는 곱게 보아주는 이가 없다. 조지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그야말로 앰버슨의, 앰버슨에 의한, 앰버슨을 위한 것이다. 아무런 노력없이 주어진 행운의 금수저였던 그가 사는 방식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무언가로 사는' 쪽이었다.

루시와의 결혼을 꿈꾸며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아버지 유진 모건과는 잘 지내기는 커녕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저벨과 유진이 젊은날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이어가려 하자 이 둘을 갈라놓는 조지의 이유는 억지에 가깝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애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루시와 의붓 남매가 되는 것을 염려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앰버슨 가의 일원인 어머니가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며 앰버슨 가와 그 안에 속한 자신이 뒷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치욕스러웠을 뿐이다. 그러나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문의 자존심과 명예가 조지에게, 앰버슨가에 있기는 있었을까?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세상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은 오만의 댓가는 컸다. 할아버지의 부를 누리며 직업 따위는 갖지 않겠다는 조지 앰버슨 미내퍼의 오만한 행복은 그의 바램만큼 길지 않았다. 성실한 노동을 깔보고 업신여기던 자신이 생계를 위해 위험한 직업을 가지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언젠가 무언가가 분명 그 녀석을 쓰러트릴 것이고, 그때 제발 그 꼴을 살아서 직접 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사람들 조차도 그를 잊을 만큼 세상의 변화는 조지 앰버슨 미내퍼를 위대한 앰버슨가의 사람에서 에이커스 화학 회사 직원 G. A. 미내퍼로 만들었다.

조지 삼촌의 투자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시드니 삼촌 내외가 알짜배기 재산을 분할해 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엄마 이저벨에게 집문서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며 천사로 바라봐 주었던 엄마가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두 다리가 골절되는 큰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조지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을까?

앰버슨 소령에게서 시작된 앰버슨가의 부귀영화는 3대를 잇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모두가 앰버슨가를 칭송했듯이 이제는 유진 모건을 동경한다.

이들의 얘기가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가까이든, 멀리서든 한 두번씩은 접해본 누군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망나니 금수저 재벌 3세와 오냐오냐로만 키운 모성애, 몰락했던 어느 재벌 총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위대한 앰버슨가의 몰락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죽음까지, 진정한 위대함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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