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7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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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 이노은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새는 몸부림치며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데미안, 본문 137페이지

그렇지 않아도 '나'에게 지나치리만치 집중하는 내게 <데미안>이라는 책은 더욱 깊은 집중을 요구했다. 이미 나는 너무 지나치지 않을까 싶어 또 한번 나를 돌아보는 중인데 말이다. 아이러니다.

내가 깨야 하는 알은 무엇일까?

이 역시도 '나'. 어제의 나,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도록.

크로머의 휘파람처럼 돌아보고 싶지 않은 나의 휘파람은 스무살까지의 인생 전부이지만 (물론 그 후로도 휘파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과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자문해보니 나를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내가 되어있지 싶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성장을 통해 진정한 자아의 정체성을 스스로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은 밝은 세계, 선을 상징한다. 프란츠 크로머와 가까워 지기 위해 시작했던 거짓말은 점점 더 큰 거짓말과 다른 거짓말들로 싱클레어를 어둠의 세계, 악에 물들인다. 또래의 집단에 소속되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된 거짓말은 도둑질로 이어져 불안과 괴로운 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모르는 비밀을 갖게 되었다는 우월감과 금지된 것을 누리는 쾌감은 어둠의 고통을 버틸 힘을 주었다.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를 구원해 준다.

기숙학교에 들어간 싱클레어는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며 또다시 어둠에 다가간다. 그때 다시 나타난 데미안에게 망가질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데미안은 망나니 취급 대신 신의 사랑을 보여준다.

카인이 아벨을 죽였지만 사람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표시를 준 것처럼 싱클레어가 저지른 유년의 거짓과 청년기의 잘못들이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은 아닌 것이다.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라는 소녀를 통해 타락한 자신을 회복시키고 데미안을 그리워하며 언제나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게 되면서 싱클레어는 한 단계 더 정신적인 성장을 하게 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마저도 깨고 나와야 함을 깨닫게 된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에게서 싱클레어는 그동안 꿈꾸어 온 정신적 이상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내면의 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메세지처럼 진정한 자신의 삶을 위해서는 타인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자아의 확립이 필요하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 진정한 자아의 정체성을 찾는 길, 내가 깨야 할 세계는 무엇이 더 있을까. 그 고민의 깊이와 답을 찾고싶은 이들에게 <데미안>은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 데미안, 본문 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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