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마지막 한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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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살만 루슈디 (지음) |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이렇게 분열된 집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네 집이 영원히 화합하지 못하기를, 주춧돌마저 모래처럼 산산이 부서지기를, 네 자식들이 네게 반기를 들기를, 그리고 네가 아주 비참하게 몰락하기를 빈다.

- 무어의 마지막 한숨, 본문 158페이지

살만 루슈디에게 한 몸처럼 따라다니는 파트와를 떼어버리더라도 그의 소설은 넘치게 매력적이다. 한 번 읽고 온전히 이해하기 쉬운 작품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해의 폭은 누구의 작품이더라도, 어떤 문학이더라도 독자의 몫이니 곱씹을수록 커져가는 해석의 반경 또한 독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 가마 - 조고이비 가문의 유일한 남자 상속자 모라이시 조고이비. 일명 '무어'라 불리는 남자. 살만 루슈디는 무어에게 자신의 삶을 얹어 표현해내었다. 무어의 조막손은 불구지만 강력한 힘을 가졌다. 살만 루슈디의 집필도 자국에선 펼칠 수 없는 일종의 불구지만 세상밖에선 폭발적인 힘을 가졌지 않은가. 조로증을 앓는 무어의 2배속의 성장 속도는 급성장하는 인도의 성장과도 닮았다.

겉으로는 카톨릭교도임에도 가네샤신의 표상인 코끼리를 모으는 아이리시와 외부세상과의 단절을 꾀하는 이피파니아, 조카이자 며느리인 카르멘, 이들과 대립하는 카몽시와 아우로라를 통해 인도의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를 짐작해본다. 이 대립에서 끌어들인 로보가와 메네제스가로 인해 카브랄섬의 저택은 반으로 쪼개지는 분열을 맞는다. 익숙한 역사다. 이 가문의 몰락의 역사는 인도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역사와도 닮았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일본의 식민지엤던 우리. 그리고 외세의 힘이 충돌했던 전쟁까지.

그렇지만 당신한테는 앞으로도 영원히 바깥에만 머물러야 하는 저주를 내리겠어. 이제 안전한 궁전따위는 없고, 이렇게 정원에서당신을 기다릴거야. 끝없이 이어지는 이 바깥에서 당신을 끝까지 뒤쫒을 거야.

- 무어의 마지막 한숨, 본문 486페이지

바깥에만 머물러야 하는 저주받은 삶. 살만 루슈디는 자신의 삶을 저주라고 생각했을까?(축복이랄 순 없으니...)

무어의 혈통은 외가 쪽으로는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탐험가로 유럽인 최초로 유럽-인도 직항로를 발견한 바스쿠 다 가마의 후손이며 친가로는 왕족 조고이비의 후손으로 명문가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혼혈과 사생아의 후손이다. 아브라함의 어머니가 아우로라의 혈통을 무시하는 것은 내로남불인 것이다.

무어의 연인이었던 우마, 아우로라의 연인이었던 바스쿠 미란다, 저택의 문지기였던 람바잔 등 등장인물들이 상징하는 것들과 건물에 붙여진 이름들 (이를테면 엘레판타, 리틀 알람브라)이 상징하는 것들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무어 보다 오히려 더 눈길을 사로잡았던 인물, 아우로라. 아우로라 조고이비의 무어 연작은 초기, 성숙기, 절정기, 암흑기로 나뉘는데 서명조차 없는 최후의 미완성 걸작이 바로 책의 제목인 <무어의 마지막 한숨>이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하나뿐인 아들에게 한 대우를 돌아본다. 아우로라를 숭배하던 바스쿠 다가마에게 상업적 성공을 안긴 그림의 제목도 <무어의 마지막 한숨>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상업적 성공은 주었지만 예술가로서의 명성은 오히려 추락했으니.

아마도 한숨의 의미도 그러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한숨은 힘들때 내쉬는 숨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새로운 큰 들숨을 쉬기전에도 한숨을 내뱉는 것처럼.

완독하여 책장은 덮었으나 머리와 마음에서는 떠나보내기 쉽지않은 살만 루슈디의 소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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