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부표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삶과 죽음, 침묵과 고요 사이
세상에 꺼지지 않을 불빛 하나를 띄우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부표 표지글 중에서
부표는 배의 안전 항행을 위해 설치하는 항로 표지다.
그 쓰임이 다하면 본연의 색도 퇴색하고 온갖 이물질이 붙어 쓰레기가 되고 만다. 인양 크레인에 의해 건져 올려지는 부표의 처지가 수명을 다한 사람의 생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부표가 건져 올려진 자리에는 곧 새로운 부표가, 사람이 난 자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또다시 채워진다는 것도.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욕심이든 조금 더 넓게 보아 가족이나 나라를 위한 욕심이든 한탕을 꿈꿔보고 새 시대 새 세상을 꿈꿔보지 않은 자 얼마나 될까.
같은 동기를 가지고 같은 과정을 거쳤더라도 성공과 실패라는 확연히 다른 결과는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과 세상의 평가가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주식투자에 성공한 이는 투자가로 불리우고 실패한 자는 투기꾼, 도박꾼으로 분류된다. 왕을 바꾸어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맹세와 행동들은 가족의 목숨까지도 걸어야하는 도박 중의 도박이지만 성공하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혁명가가 되고 실패하면 역적이 되어 참수를 면키 어려운 도박인 것이다.
<부표>의 주인공 아버지가 한 탕을 꿈꾸며 띄운 자신의 부표에는 가족과의 단절, 되풀이되는 실패가 이물질처럼 엉겨 붙었다.
죽음을 맞은 이에게는 실패에 대한 비난이 줄어들고 너그러워진다. 매를 맞고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보기만 했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삼우제날 홍합 미역국을 끓인 심중에는 아버지의 마지막 끼니였던 홍합 국물을 한 끼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전>에서 시방의 졸기를 써야하는 배대유가 곽재우의 졸기를 다시 고쳐 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인생은 부표 아래 엉기는 것들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담치를 키울 수도, 엉키고 설킨 쓰레기 뿐일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