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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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김장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

작은 슬픔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있다.

작은 슬픔이 모인 것이 나다.

나는 작은 슬픔이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김장 본문 중에서

김장철이 되면 김치소에 넣을 무를 채썰던 일과 묵은 김치로 만들어 먹던 만두피 두껍던 투박한 김치만두가 생각난다. 어른이 되어 맞는 김장이라는 연례 행사는 이벤트 같았던 어린시절과 달리 노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들인 노고에 비해 대접 받지 못하는 김치라는 존재처럼 나의 존재도 그러했을까.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단편을 읽으며 개인적인 기억들이 조각조각 부서진 파편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집집마다 김장하는 날을 다르게 잡아 서로 도와가며 하던 김장은 이젠 옛일이 되고 음식을 나누는 일도 드문 일이 되었다. 따뜻함은 기억에 있고 현실에는 그 계절의 차가움만 남은 느낌이랄까.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g는 반려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 자신은 반려묘를 유기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그 죄책감을 아이에게 투사하며 폭력적인 언어를 일삼지만 훗날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또 어디에 투사하게 될까.

첫 줄 "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라는 문장에서 숨이 턱 막히며 시선을 한참동안 뗄 수 없었다.

다이아몬드의 원소는 탄소, 흑연의 원소도 탄소. 원자의 배열 방법이 달라 결과물도 달라진 탄소는 그 쓰임과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내게 모인 슬픔과 g의 슬픔과 그리고 또다른 수많은 '너'의 슬픔은 모이고 모여 어떤 결정체가 될까, 어떤 인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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