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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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산책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온전한 삶에 이르기 위한 자기 돌봄의 분투기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산책 표지글 중에서

집이란 무엇일까?

휴식의 공간? 사생활의 공간? 경제적 수준의 척도? 혹은 타인과 나를 분리시키는 단절, 도피의 경계?

집이란 게 사람이 편히 쉬고, 편히 쉬면서 돌아보고, 돌아보면서 넓어지고, 넓어지면서 서로 품을 수 있고, 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본문 31페이지) 작가 김이은 님은 <산책>의 작 중 화자 여경을 통해 집의 이상적인 모습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과연 집을 선택하는 이유와 과정에서 윤경의 현실적인 이유를 제쳐두고 여경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물며 부동산 전문가들도 투기가 목적이라면 집값 하향세인 바로 지금이 영끌해서 강남에 집을 사야하는 최적기라고들 하는 때에 말이다. 빈 공터의 여유마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윤경과 여경에게는 어린시절의 가난이 집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었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고 해서 살아가는 방식도 같을 수 없음을 본다. 밀려났든 선택했든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여경의 동네에도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다. 서울과 지방을 가르듯 지방에서도 나름의 잣대로 선을 긋는 이들이 있다. 집을 경제적 척도로만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모습이다.

<경유지에서>의 에릭에게 집은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 이전 거치는 경유지일 뿐이다. 이화 역시도 집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살아간다. 에릭이 떠나간 뒤에야 이 집에서 더 살 수도 있겠다(본문 63페이지)는 생각을 한다. 이화는 자신에게서 누군가를 돌보는 동시에 스스로를 방치하는 자의 오래 묵은 듯한 냄새가 난다고 느낀다. 그 냄새는 우울의 냄새일 수도 있고, 타협, 포기, 방관, 무기력의 냄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릭이 떠난 후의 이화는 달라진 삶을 살게 될까? 그렇게 되기를 바래본다. 응원하고 싶다.

두 단편 <산책>과 <경유지에서>는 현실감있는 주제와 주변 소외된 이들의 얘기가 더해져 '우리이야기', '내 이야기'로 읽혔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이 길은 온전한 삶에 이르기 위한 길이 맞을까? 그 길 위에서 희생이란 이름으로 자기 돌봄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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