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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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펴냄)

십대 초반 우연히 티비에서 방영하는 헤밍웨이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땐 그저 여성편력에 바람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것도 입에 엽총을 무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해하기 힘든 작가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불혹의 나이를 지나고 지천명의 나이를 코 앞에두고 나니 헤밍웨이의 이해할 수 없었던 일탈들 뒤에 숨어있던 방황과 고뇌, 외로움이 보인다. <해류 속의 섬들>의 주인공 토마스 허드슨의 모습에서 작가 자신 헤밍웨이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네 번의 결혼, 자신에게 헌신적인 아내를 두고도 마음의 안정은 끝내 이루지 못했을까? 그의 방황은 써지지 않는 집필의 고뇌와 아버지의 자살, 어머니와의 불화 등 복합적인 이유이지 않았는가 싶다.

어릴적부터 그에게 여장시키기를 좋아했다는 어머니의 영향이었을까. 유독 그의 작품에는 그것에 반발이라도 하듯 극기주의, 허무주의,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강인한 남성상 등이 강하게 느껴진다.

<노인과 바다>에 이은 바다 3부작이라 꼽히는 <해류 속의 섬들>. 흘러가는 시간 속 인생을 해류라 비유한다면 해류의 흐름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고립되어 있는 자신의 처지를 섬에 빗대어 표현하기라도 한 것일까.

1부 '비미니 제도'에서는 토마스 허드슨과 세 아들 톰, 데이비드, 앤드류의 사나이들만의 끈끈하고 츤데레적인 부자의 정을 보여준다. 2부 '쿠바'에서 알게된 세 아들의 죽음은 독자인 내게는 충격, 토마스 허드슨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3부 '바다에서'에서는 상실과 고통, 분노 등의 감정을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느껴지게 표현해 내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헤밍웨이 최고의 문학성으로 평가받았던 작품이라 할 만하다.

헤밍웨이 그 자신이 200개의 파편이 몸에 박힌 전쟁 그 자체였기 때문인지 전쟁에 참전한 첫째 아들 톰의 전사에 토마스 허드슨의 슬픔과 고통이 남다르게 표현되었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어서 인지 이전 그 어느 작품보다 강하다. 헤밍웨이를 흠뻑 느껴보고 싶다면 <해류 속의 섬들>을 추천한다.

※출판사의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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