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제르미날 1~2 - 전2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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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2

에밀 졸라 (지음) | 강충권 (옮김) | 민음사 (펴냄)

이제하늘 한가운데에서 찬란히 빛나는 4월의 태양은 분만하는 대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었다. (중략)머지않아 그들이 발아한 싹은 대지를 터뜨릴 것이었다.

-<제르미날 2> 본문 357페이지

3월의 어느 추운 겨울 날 르 보뢰에 도착한 에티엔이 이 곳에서 겪게 되는 일련의 일들은 평범하다고 할 수 없다.

상대적 빈곤이 아닌 절대적 빈곤의 처참함과 그 빈곤의 이유가 나태와 게으름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의 절망감.

당연한 권리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그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그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한 에티엔이 최종적으로 느꼈을 감정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겠다. 다만, 본문 마지막 페이지를 통해 작가 에밀 졸라는 희망을 암시하고 꿈꾸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뿐이다.

몽수에서의 파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남편을 잃고, 자식을 잃고, 부모를 잃은 자들은 슬픔을 오래 누릴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들이 그토록 거부하고 저주하던 갱도의 어둠으로 다시 내려간다. '이렇게는 못살겠다' 울부짖던 그때보다도 더 못한 대우를 받으며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그마저도 다행이라 여기며 목숨을 부지할 길을 찾는다. 과연 그것이 목숨을 부지할 길인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카트린이 샤빌과 에티엔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샤빌에게로 항상 되돌아갔던 것은 벗어날 수 없는 대물림되는 가난과 변화되고 싶은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한다. 다른 여자아이들도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는 반복되는 숙명에 적극적인 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샤빌과 에티엔의 대결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에티엔의 편에 서서 희망을 가져보고 싶은 마음을 비친다. 카트린은 소녀에서 진정한 여자가 되고 사랑하는 에티엔의 곁에서 눈을 감으며 죽음 이후에야 숙명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이익의 기회로 삼고 정치적 도약의 기회로 삼는 이들은 비단 엔보 사장과 몽수의 일부 광부들의 얘기만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 남탓을 하며 대립과 싸움을 하던 광산촌의 모두가 광산 매몰이라는 사고를 함께 극복해나가며 하나가 되고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는 모습에서 새롭게 싹틔울 희망을 보았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 소름끼치도록 닮은 몽수의 비극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단순한 우화소설이 아니듯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도 단순한 노동 소설은 아니리.

몽수의 비극에 절절히 함께 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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