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7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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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2

에밀 졸라 (지음) | 강충권 (옮김) | 민음사 (펴냄)

연일 화물연대의 파업에 관한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월드컵의 열기로 이 파업에 관한 주요 쟁점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사태에 정부가 빼든 칼은 업무 개시 명령이다.

언제부터 정부가 개인사업자들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었나? 제르미날 2권에서 광부들의 파업이 절정에 다다르자 화물연대의 파업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갱도의 버팀목에 안전을 의지해야 하는 광부들의 현실과 화물자동차의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요구하는 것에서 묘하게 닮은 모습이 보이는 것은 나 뿐일까?

과로, 과적, 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과적을 한 덤프트럭이 과속하며 고속도로에서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는 공포스러워 하면서 왜 이들의 파업 이유에는 귀 기울여 줄 의지가 없는가.

최소한의 안전과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주장하는 광부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해고와 군인들의 무력제압이었다. 광부들과 광산 주인들 간의 대화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광부들 내에서도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뜻은 모아지지 않는다. 체념 속에 살아온 인생이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함이더라도 한치도 물러날 곳 없는 낭떠러지 같은 현실에서 또 내어주고 물러서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를 주저했는지 모른다. 의견의 대립은 노동자와 노동자의 대립이 되었다. 먹고 살기 위해 파업에 동참했던 이들과 먹고 살기 위해 다시 갱도 아래로 향하는 이들 모두 노동자이다. 화물연대 노조도 노동자이고 그들의 파업을 비난하는 이들 또한 노동자이다. 약자와 약자가 하는 싸움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하아...이런 아이러니라니.

"빵을 달라! 빵을 달라! 빵을 달라!" 빵을 달라 외치는 몽수의 광부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집단 이기주의라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내를 사랑하는 엔보 사장을 대하는 아내의 태도와 샤빌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매번 그에게로 돌아가는 카트린의 행동도 대조적이다. 엔보 사장의 부인은 남편의 조카와도 불륜을 저지르며 남편을 배신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카트린은 분노한 사람들에게서 샤빌을 지켜낸다. 제르미날에서 대조적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세실의 죽음과 마외의 딸들인 알지르와 카트린의 죽음도 비교된다. 굶주림으로 죽어간 마외의 딸들과 달리 세실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소풍에서 덧없이 죽음을 맞았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책임 전가가 난무하는 가운데 갱도의 사고는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탄광촌의 동료애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훨씬 더 돈독하고 끈적인다는 강원도 광산 매몰 광부의 인터뷰도 떠올랐다.

결국 르 보뢰는 많은 생명을 삼키고 사망한다. 수바린에 의해 일어난 사고였으나 언젠가는 일어나고야 말 사고가 앞당겨졌을 뿐이다.

답답한 현실의 문제들과 오버랩되며 긴장과 한숨이 범벅이 된 독서였다. 손꼽히는 명작인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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