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지음) | 샘터 (펴냄)
문학은 작가가 자신의 개인적 체험, 또는 상상력을 통해 하나의 허구적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일어날 법한 얘기를 창조해서 말한다. (중략)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고 분명 남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문학의숲을거닐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한 번 읽고는 책장에서 잊혀지는 책이 있는가 하면, 남는 시간이 무료해 특정 장소에 비치되어 있는 도서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가 소장하기 위해 이미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책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소장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책들은 대다수 고전문학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재독을 하기 위해서다.
가깝게는 백년 전쯤을 시작으로 멀게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을 통해 배우고 느끼게 되는 감동은 매번 다르다. 때로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시대와 문화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한 마음 깊은 곳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시간 사랑받으며 읽혀지는 이유이기도 할것이다.
아주 널리 알려진 고전문학의 경우에는 출판사별로 소장하고 있다. 번역에 따라 달라지는 감동의 미세한 차이에 시각의 차이도 비교하며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특정 출판사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A라는 책의 번역은 b가 좋고 B작품은 c가 좋기도 하니까. 이건 그저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작가의 말에서 장영희 교수는 말하고 있다.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같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라고.
겉표지에 보이는 숲 사이에 나열된 작품들 이외에도 많은 문학작품에 대한 소개가 되어있다.
"걷다", "달리다"가 아니라 정말 "거닐다"라는 표현이 딱 맞게 찬찬히 호흡하듯, 휴식하듯이 읽혔다.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만 줄이시고 작품에 대한 얘기가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읽었던 문학작품이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겼던 부분이나 가까운 시일 안에 읽으려고 준비중인 도서에 대한 소개는 숲에서 길을 잃지 않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마치 헨델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길에 떨어뜨려 두었던 조약돌들이 달빛에 반짝이는 것처럼, 장영희 교수의 작품 해설은 짧지만 쉽고 강렬했다.
같은 책을 5년, 10년 후 재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그간의 경험과 축척된 독서량을 바탕으로 마치 새로 눈 뜬것처럼 보여질 때가 있다. 매번 다른 교훈과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되는 문학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두껍고 어려워 미뤄두었던 <모비 딕>을 시작으로 장영희 교수의 길 안내를 받으며 문학의 숲을 거닐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