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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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 장용운 (옮김) | 고딕서가 (펴냄)

죄가 있는 곳에 평화가 스밀 수 없다.

-<숲속의 로맨스> 본문 382페이지

출생의 비밀은 많은 시청자들의 저녁시간을 책임지는 드라마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출생의 비밀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지만 여러 복잡한 사건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이 해결의 물꼬를 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들의 인생은 불행의 연속을 맞으며 지켜보는 이들의 한숨과 연민을 자아내며 공감을 일으킨다. '어떻게 이런 인생이 있을 수 있나?' 싶지만 현실의 막장은 오히려 소설과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고 하지 않은가.

고전문학의 한 장르인 고딕스릴러는 고전소설다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숲속의 로맨스>에서는 비운의 여주인공 아들린이 여러 불행과 음모를 이겨내고 마침내 행복에 이르는 결말을 맞는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기사도 정신을 가진 정의로운 남성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으며 권선징악의 교훈도 남긴다. 여러 고전문학을 읽으며 매번 상황에 맞는 우리의 속담이 한두개씩 연상되곤 하는데 <숲속의 로맨스>에서는 "뿌린대로 거둔다", "99섬 가진 놈이 1섬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00섬을 채우려 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등의 많은 속담과 격언들이 떠올랐다.

죄를 짓고도 반성은 커녕 법의 심판을 피해 도망자의 삶을 선택한 라 모트가 몽탈 후작과 아들린을 상대로 늘어놓는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몽탈 후작 역시 악행을 덮기 위해 더 큰 악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양심의 소리에 귀를 닫지 않았던 라 모트는 몽탈 후작과는 다른 결말을 맞는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에게는 버려지다시피한 아들린에게 정신 차릴새 없이 몰아닥치는 불행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줄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수녀가 되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들린을 제물삼는 라 모트, 아들린을 향한 욕망이 살의로 돌변한 몽탈 후작에 이르기까지 <숲속의 로맨스>라는 제목과 달리 숲속에 고립된 아들린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운명처럼 아니, 운명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라 퀴크 가족과의 우연한 만남과 테오도르의 헌신과 사랑에 더불어 아들린조차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혈혈단신 고아인줄만 알았던 아들린에게도 친척들이 나타나게 되고 친부의 복수도 이룬다.

숲속의 외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비밀은 아들린에게는 불행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해준 장소이다. 수도원에 묻혀있던 비밀은 마치 아들린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

계속되는 우연은 운명이라고들 한다. "죄가 있는 곳에 평화가 스밀 수 없다"는 본문 속 한 문장은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무겁게 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비밀로 묻으려 했던 악행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스릴러 속 로맨스가 더 낭만적으로 다가왔던 <숲속의 로맨스>. 해피엔딩이어서 그 결말이 더 아름답다. 고전문학이 주는 단순하지만 명쾌하고도 순수한 결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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