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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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펴냄)

그동안 우리가 했던 텅 빈 노동을 마주하고

진짜 노동에 대한 나의 결정권 되찾기

-<가짜 노동> 뒷 표지글 중에서

이제는 주4일 근무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여 년전 주5일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었다. 근무 시간이 길다고 해서 효율이 높은 것은 아니고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도 주4일은 커녕 주5일도 그림의 떡, 강건너 남의 일인 근로자와 근로현장이 적지 않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꿈꾸고 "월요병"과 "불금"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근무시간 보다는 여가시간을 즐기는 이들에게 진정한 노동의 가치는 얼마쯤 존재할까? 근무시간의 양보다 업무의 효율을 주장하는 이들이 진짜 효율적인 노동을 해왔다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가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 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겠다"던 사내 발표는 없었을지 모른다. 시간을 채우기 위한 노동과 완료되지 못하는 노동의 결과로 늘어나는 노동시간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답이 없어 보인다.

겉은 업무이지만 결과는 없는 기획안과 끝없는 회의는 성과를 드러내는 고강도의 노동보다 더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끌어내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졌기에 가짜 노동을 거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연말에 집중되는 공기업과 지방행정 자치단체의 예산 몰아쓰기 집행은 애초에 중앙 정부로 부터 예산을 끌어올때와는 그 본질이 다르다. 이렇듯 노동도 본질을 잃어가며 가짜 노동이 오히려 진짜 노동을 방해하는 주객전도가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본문은 사무관리직의 수가 필요이상이라는 것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과거에 아이들에게 공부하기를 강요하며 훈계할때 어른들이 "머리 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몸 쓰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장직을 낮춰 보고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로 구분하던 때도 있었다. 경제 위기때마다 인원감축, 정리해고의 우선 순위도 현장직이 먼저였다. 그렇다면 관리직은 누구를, 무엇을 관리하겠다는 말인가.

직장에서의 극단적 지루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일컫는 보어아웃 증후군은 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취업 장려금과 기초수급 등을 받기 위해 일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은 노동의 가치보다 노동의 대가에 더 집중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노동의 의미와 의의는 자기발전, 자아실현, 타인의 인정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바쁨이 곧 능력이기라도 하듯이 본질을 잃은 보여주기식의 바쁨은 그 대상이 타인이든 자신이든 가짜 노동임에는 틀림없다. 번아웃 증후군은 강담하기 어려운 양의 노동으로 맞을 수도 있지만 결과 없는 가짜 노동으로 가치를 잃어버린 데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가짜 노동에 속고 있는 가장 큰 피해자는 자기 자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바쁨이 가짜 노동은 아닌지 한 번은 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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