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 "내가 돈을 원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건 돈이 아닙니다."
"그럼 뭔가요?"
"나에게 필요한 건 ... 이 장미들 가운데 한 송이만 줘요."
니힐리스트인 바자로프가 보이는 여러 행동들은 허무주의자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그가 그토록 비판해마지 않는 낭만에 오히려 더 가깝다.
낭만과 사랑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비아냥들은 다 잊은 듯이 오진초바에게 금사빠의 면모를 보인 것도 모자라 페네치카에게는 아들 미챠의 진료비를 대신해 장미 한 송이를 바랄 뿐이다. 아니, 거기에 기습 키스까지 더해갔으니 낭만과 사랑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타인을 향해 배배꼬인 비판만을 늘어놓던 바자로프가 진짜로 비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