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강명순 (옮김) | 윌북 (펴냄)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해도 로테 없이는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젊은 베르베르의 슬픔 본문 157페이지
첫사랑.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이 이루어졌든 이루어지지 않았든 '첫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설렘을 마음 한 켠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매번 다른 사랑에 빠질때마다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지난 사랑을 부정하며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첫사랑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사랑만이 전부인 사람도 있을테고 말이다. 로테만이 전부라고 얘기하는 베르테르처럼.
짝사랑을 얘기하면서, 오직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랑을 얘기하면서 베르테르를 연관지어 말하고들 한다. 무엇이 이 젊은 청년 베르테르를 사랑밖에 모르는 남자로 만들었을까? 하급 관리여서 신분 높은 귀족들에게 보이지 않는 따돌림을 당하고, 행정적인 일처리를 하면서 자신의 뜻과는 달랐던 공사와의 불화로 사직을 하는 베르테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좋은게 좋은거'라는 처세술에 익숙하지 못했던 그가 로테만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한다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베르테르를 가까이 두고 지켜봐야하는 알베르토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는 않았으리라.
로테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오누이와 같은 순수한 사랑이라 말하면서도 그녀와의 스치는 가벼운 스킨쉽에도 두근거리고, 끝내는 강제로 입맞춤을 한 베르테르의 다소 무절제한 행동은 내가 보기엔 그다지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다. 여주인을 흠모해 그 여주인이 결혼하려던 새 하인을 살해했던 하인을 구명하고자 끝까지 힘썼던 베르테르의 진심은 아마도 자신의 변호였었지 않을까? 그 하인을 끝내 구하지 못했다는 좌절은 자신의 사랑 또한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구제받지 못하리라는 고통을 주었다. 자살은 나약함이라며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던 알베르토와 죽음에 대한 시각이 달랐던 베르테르의 마지막 선택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만큼 이미 결론이 정해져있던 것은 아니었을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을 두고 흔히들 죽을 용기로 살았어야 했다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살아가는 데에도 죽을 만큼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알베르토와 결혼하여 남은 동생들을 자식처럼 돌보라는 어머니의 유언은 효심 가득한 로테로서는 거역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알베르토를 향한 자신의 마음도 사랑이라 믿고 있었지만 의무와 책임, 감사함과 아내로서의 순종이 더 컸던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화가 통했던 베르테르에게 끌렸고 그를 곁에 두고 싶어했던 걸까. 남편도 사랑하고 베르테르도 사랑했던 로테의(욕심이랄까 우유부단함이랄까) 단호하지 못했던 행동이 나로서는 끝내 이해되지 않는다. 베르테르에게 묻고 싶다.
죽음에 이르는 방법이 꼭 그것 뿐이었어야 했느냐고. 사랑하는 이가 건네준 총으로 했어야만 했느냐고. 사랑했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을 그 죄책감을 어찌하라고... 사랑이 전부여서, 그 사랑을 가질 수 없어서, 사랑이 전부였던 그 자신, '나'를 버린 베르테르.
사랑을 알지 못했던 십대에 처음 만났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3번 하고도 절반의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지나 다시 읽게 된 베르테르의 사랑. 흐릿해진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싶다면 여름밤에 읽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