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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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엄청난 번식력에 지능까지 갖춘 티무르가 우두머리가 되어 쥐떼가 지구 곳곳을 점령한다는 설정은 단지 소설 속 허구만은 아닐 것이다. 전쟁보다 더 많은 죽음을 만들었던 쥐를 통한 질병인 페스트는 실제 역사에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이 제한되고 아무리 조심해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은 인간의 이기심이 과학의 발전과 편의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자연의 파괴에서 비룟되었다. 자업자득, 자승자박이 되어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세계적인 위기에 각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보여준 행동들은 달랐다. 사람의 진가는 위기에서 드러나고 빛난다고 했던가.

<행성1>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그의 첫 소설인 <개미>를 줄곧 떠올리게 했었다. 하지만 <행성2>는 바스테트를 통해 던지는 메세지가 깊은 울림을 주며 더 깊은 몰입감을 주었다. 위기와 혼란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여러 모습과 반응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2명의 대표단을 두어 겉으로는 민주적인 형태를 띈 의결집단이 있었지만 개인의 권력욕은 위기를 기회삼고 투표수를 유도하는 등의 편법이 있었다. 위기와 혼란의 상황에서도 차별과 배척이 존재했으며 성공은 내 덕이고 실패는 네 탓이라는 비겁함도 있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필요에 의해서만 이용하고 버려지는 관계, 위험한 작전은 도맡아 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행동하지 않으면서 목소리만 드높이고 비난을 멈출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하면서도 모든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 드는 사람 역시도 현실에 존재한다.

외계인의 침공에 무참한 패배만을 경험하던 지구인들이 감기 바이러스에 뜻하지 않게 너무 쉽게 승리를 했던 영화가 있었다. 핵폭탄을 쓰려고 했었을 만큼 쥐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던 인간들과 바스테트 일행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도 역시 바이러스 였다. 이들의 승리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바스테트의 아이디어와 인간들의 연구와 과학기술이 콜라보된 협동과 화합의 결과물이란 것이 다른점 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유머가 배어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모인 이들에게서 정치판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행하던 일이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 책임을 전가시킬 희생양을 먼저 찾고 꼬리를 자르는 이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없는 꼬리를 희생시켰을까.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 오늘의 적이 내일이 동지가 될 지 알 수 없는 정치판. 선과 악의 구분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쥐떼들은 정말 절대 악이고 인간들은 피해자이기만 했을까?

골치 아픈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꼬집은 <행성>.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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