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즈워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0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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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즈워스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2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올해 5월로 결혼 17년차에 접어들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늦은 결혼이었기에 큰애는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이 되었지만 내 나이는 50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인생을 평균 100세로 셈한다면 얼추 절반을 살아온 삶이기에 나름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평가 아닌 평가와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읽게 되는 고전문학과 세계문학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아와 가족, 그 중에서도 특히 부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들의 뒷바라지와 노후를 동시에 준비하고 걱정하게 되는 어정쩡한 나이와 현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도즈워스의 은퇴 후 떠난 부부 동반 유럽 여행을 부럽게 바라보게 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은퇴후 크루즈 여행을 떠난 부부들의 이혼률을 높아지더라는 결과는 애초 여행의 동기와는 다른 결말에 슬퍼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고 경제력과 재능까지 겸비한 도즈워스가 은퇴 후 일을 떠난 뒤에는 아내에게 매사 꾸지람과 짜증받이가 되어 무력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자존감마저 떨어졌다. 주변에 은퇴후 노년을 보내는 많은 부부들을 보면 힘의 무게가 아내에게 많이 쏠리는 것을 보기 어렵지 않다. 도즈워스 부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과 친구에게 밀려났던 외로움을 노년의 아내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프랜은 다른 남성들의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공주병이라는 점이다. 손주의 탄생에도 그 거룩하고 신비한 탄생의 기쁨보다는 자신이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이 더 비통한 프랜. 영국, 프랑스, 독일을 돌며 자신은 순수한 척 하며 남자들에게 던지는 노골적인 추파와 유럽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철없음과 뻔뻔함에 허영심까지 "도대체 이 여자를 어찌할꼬?"하게 만들었다.

터브의 아내 메이티가 남자들이 아내에게 느끼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가진 보편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도 모르는 척,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 도즈워스가 낭드 아제레도나 이디스에게서 느꼈던 편안함과 동질감을 프랜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면 아마도 완벽한 부부였겠지.

귀족이 되고 싶었지만 이혼녀라는 꼬리표로 오버스도르프 부인이 될 수 없자 다시 유턴을 하는 프랜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내를 사랑한 도즈워스. 그는 정말 아내를 사랑했던걸까? 젊은날의 그 감정을 잊지않고 그대로 믿으며 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흔히들 부부는 정으로 산다고, 전투애로 산다고들 한다. 젊은 날의 풋풋함은 점점 사라지겠지만 세월의 때가 함께 묻고 바래져도 더 끈끈해지는 동질감이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앞으로 20년, 어쩌면 30년이 더 있을 인생. 두 번째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도즈워스에게 응원을 보낸다. 두 번째 인생에서는 자아를 잃지 않고 성숙한 관계로 깊이있는 사랑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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