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9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지음, 김현준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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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비르지니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2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지음) | 김현준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세상의 기준, 편견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고 그 행복을 얻기 위해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함께하는 삶을 위해 왕관을 포기했던 어느 왕의 실제했던 로맨스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사랑과 현실이라는 갈림길에서 많은 이들이 현실을 져버리지 못하는 것이 클 것이다. 포기해야 하는 것이 크고 많을수록 더 그러하지 않을까.

사랑에 빠진 그 순간에는 이 넓은 세상에 오로지 사랑하는 그 상대만 존재하는 것 같고, 그 사람만 있으면 배가 고프고 추위에 떨어도 함께라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 늙어가고 챙겨야할 가족이 늘어나면서 짊어져야할 책임감도 때론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리라.

사랑과 욕정의 유혹을 구분하지 못했던 마르그리트와 사랑을 위해 신분을 포기했던 라 투르 부인의 만남과 우정은 응원도 하게 되고 한편으론 연민도 불러 일으켰다. 아빠가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 고된 노동에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두 가족은 선량한 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녀들의 아들과 딸, 폴과 비르지니.

아이를 키운다는 건 힘들지만 그 몇 배의 기쁨이 있다. 폴과 비르지니처럼 순수하고 착한 심성의 아이들이라면 더 더욱. 자연안에서 자라는 두 아이, 폴과 비르지니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세상의 기준과 편견으로부터 숨어 든 포르투이였지만 세상과 완전한 단절은 되지 못했다. 그 곳에도 가난은 있었고 신분이 있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부모가 있으랴마는 라 투르 부인의 비르지니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두 번 다시 찾지 않으리라던 이모의 손을 잡음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남기게 된다.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폴과 비르지니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지 서로였을 뿐인데 폴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었던 비르지니의 선택은 이브의 선악과처럼 그들의 에덴인 오두막에 비극이 되고 말았다.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폴을 위해 가족의 품을 떠난 비르지니에게 이모할머니는, 세상은 비르지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수하지 않았다. 가진 자의 횡포는 없는 자에겐 늘 뼈아픈 비극이다. 막대한 유산을 미끼로 불러낼 때는 언제고 태풍의 시기에 맞춰 무일푼으로 돌려보내다니, 이런 몹쓸 할망구 같으니라구.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폴과 함께했던 정원을 잊지 않았던 비르지니. 그리고 돌아올 비르지니를 위해 정원을 가꾼 폴. 주인을 잃은 정원은 이 두 가족의 이웃으로 살았던 노인의 기억으로 남았다. '너를 위해서' 했던 희생이 왜 '너에게 가장 큰 아픔'이 되어야 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여기 있다. <폴과 비르지니>.

네가 지나간 공기 속에, 네가 앉아 있던 풀 위에, 도무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너의 무언가가 내게 남아 있어.

-<폴과 비르지니>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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