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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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펴냄)

결혼 직후 신혼초는 부부간의 힘겨루기가 흔하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혹은 기선제압에 밀리지 않기 위해 별것도 아닌 일상 다반사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며 없는 문제도 애써 만들며 필요없는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결혼의 서약은 사랑과 화합이 그 기본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를 소유와 지배로 해석해 받아들이고 철저히 주관적인 기준과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옭아매기도 한다. 주관적 기준이면 차라리 다행이려나. 자녀들의 최대 공공의 적은 엄친아, 엄친딸 이라던데 남편과 아내들의 비교 대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옆집 남편, 아랫집 아내인 경우도 있다.

약육강식의 법칙은 늘 있어왔다. 강자를 규정하는 그 기준은 늘 변화해왔지만 강자가 군림한다는 규칙은 언제 어디서든 있어왔다. 육체적인 힘이, 혹은 사회적인 신분이 그리고 이제는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크기가 그 힘의 크기와 강도에 더 큰 힘을 싣는다. 부부 사이에서도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 현실은 억울함과 인내를 가져야 하는 사람이 늘 정해져있다는 것을 보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감미로운 매력과는 다르게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려내는 사랑은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진다. 하기야 끝까지 변치않고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황금의 고삐>에서 뱅상과 그의 아내 로랑스가 보여주는 사랑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과는 다른 모습이다. 남편의 성공을 반기지 않는 아내, 아내에게 용돈을 타쓰며 자신의 성공을 감춰야만 하는 남편. 주위 사람들에게 변변치 않은 기둥서방의 이미지로 낙인찍힌 뱅상이 하는 일탈은 아내의 지인들과 바람을 피우는 일이다. 로랑스는 뱅상의 성공을 반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가 마땅히 누려야할 지적 능력 마저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마치 날 수 있는 새의 날개를 꺾어 새장 안에 가두고 먹이를 주며 새의 소유권과 생명의 은인임을 자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뱅상의 금전적인 성공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온도차를 보인다. 갑작스레 부자가 된 이들에게 사돈의 팔촌까지 친한척을 해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로랑스는 자신의 소유물인 남편이 더이상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도, 쥐고 있던 고삐의 끈을 놓치게 되리라는 불안감도 용납할 수가 없었던가 보다. 돈으로 힘을 가졌던 그녀가 더이상 돈으로 힘을 과시할 수 없자 했던 선택. 뱅상으로 하여금 죄책감이라도 갖게 하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고삐의 수단이 돈에서 죄책감으로 바뀌었을뿐 포기하거나 반성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뱅상을 대상으로 한 가스라이팅도 주저없었던 로랑스. 곱씹어 볼수록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없지싶다.

내 목을 죄고 있는 고삐가 황금으로 만들어졌을지라도 고삐는 고삐일 뿐, 고삐의 주인은 매달린 자가 아니라 그 고삐 끝을 쥐고 있는 자다. 황금 고삐를 다이아몬드로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본들 고삐 끝에 매인 자의 현실이 주인으로 뒤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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